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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평등 영화 상영 교사에 대한 경찰 기소의견을 비판하는 이유

광주 중학교 도덕교사인 배이상헌 교사가 ‘성과 윤리’ 단원 수입 중 영화 한 편을 상영했다. 그 영화는 엘레노르 푸리아(Eleonore Pouriat) 감독이 제작한 [억압받는 다수](Majorite opprimee, 2010)라는 11분짜리 단편영화였다. 이에 경찰은 아동복지법 위반 기소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이 (성평등) 영화를 수업에 활용한 한 교사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이 (성평등) 영화를 수업에 활용한 한 교사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억악받는 다수’ 어떤 영화인가

아마도 해당 사건에 대한 죄목은 아동복지법 제17조일 것으로 추정된다. 아동복지법은 다음과 같이 규정한다.

아동복지법 제17조 (금지행위) 

누구든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

  1. 아동을 매매하는 행위
  2. 아동에게 음란한 행위를 시키거나 이를 매개하는 행위 또는 아동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는 성희롱 등의 성적 학대행위
  3. 아동의 신체에 손상을 주거나 신체의 건강 및 발달을 해치는 신체적 학대행위
  4. 삭제
  5.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행위
  6. 자신의 보호·감독을 받는 아동을 유기하거나 의식주를 포함한 기본적 보호·양육·치료 및 교육을 소홀히 하는 방임행위
  7. 장애를 가진 아동을 공중에 관람시키는 행위
  8. 아동에게 구걸을 시키거나 아동을 이용하여 구걸하는 행위
  9. 공중의 오락 또는 흥행을 목적으로 아동의 건강 또는 안전에 유해한 곡예를 시키는 행위 또는 이를 위하여 아동을 제3자에게 인도하는 행위
  10. 정당한 권한을 가진 알선기관 외의 자가 아동의 양육을 알선하고 금품을 취득하거나 금품을 요구 또는 약속하는 행위
  11. 아동을 위하여 증여 또는 급여된 금품을 그 목적 외의 용도로 사용하는 행위

특히 경찰이 문제삼는 근거 규정은 2호와 5호일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엘레노르 푸리아의 영상은 음란물도 아니고 배이교사의 상영행위를 성희롱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해당 영상은 남성과 여성의 성역할과 성관계가 완벽하게 역전된,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세계를 통해 현재 우리의 현실을 미러링하고 패러디한다. 영상은 남성으로 태어났기에 남성이 살아가면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을 위협과 굴욕, 멸시를 가상의 스토리로 대리체험해보라는 것과 이것이 여성이 매일 겪고 있는 일상이라는 것을 짧고 직설적으로 전달한다.

억압받는 다수 (2010,

억압받는 다수 (2010, 엘레노르 푸리아)는 남성과 여성의 성역할이 역전된 가상 세계를 배경으로 하는 11분짜리 단편영화다.

이 목적에 충실하기 위해 감독은 폭력 장면과 거친 언설을 여과 없이 재현하거나 오히려 과장한다. 영화의 직설적 화법은 영화의 의도 전달을 용이하게 해 수용층의 폭을 확장한다는 장점이 있으나 미러링의 특성상 현실의 암담함과 참담함이 잔인하게 반복된다는 것과 문제의 해결 방법을 제시하지 않는다는 뚜렷한 한계를 가진다.

즉 영상 자체, 감독이 현실의 문제를 재현하기 위해 채택한 재현의 방식과 이 방식으로 인해 영화 내용에 거북함을 느꼈을 학생들이 있으리라는 가정은 쉽게 할 수 있다. 성인들도 미러링에 불쾌감을 느끼기도 한다. 성인들이나 학생들이 느끼는 거부감은 영상의 이와 같은 정치적 급진성 때문이다. 이러한 급진성이 감독이 영상을 통해 전달하고자 했던 성폭력 해소나 철폐와 같은 애초의 목적을 어떻게 그리고 왜 곡해하였는가와 같은 문제는 현재의 미투 국면에서 더 치열하게 논의하고 논쟁해야 할 사안이다.

국가 개입, 교권 침해와 표현 자유 위축 가능성

하지만 일부 학생들이 거부감을 느꼈다고 해서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헌법에 보장되는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및 정치적 중립성에 의해 보장되는 교사의 교육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다. 해당 영상은 ‘성과 윤리’라는 단원 수업을 위한 학습자료로 선택된 것이며, 자료의 선택은 교사의 재량이다.

교사가 음란물, 명예훼손물, 또는 청소년유해매체물을 배포했다면 법적 개입이 필요하겠지만, 수업을 위해 합법적인 자료를 선택했다면 사회 상규에 어긋나거나 비윤리적이고 비도덕적이라 해도 학교 내에서 교육전문가들을 포함하는 교육의 당사자들이 학습 자료 선택의 옳고 그름에 관해 자주적으로 논의하는 것이 옳다.

수업을 위해 어떤 자료를 선택할 것인가는 교육철학과 교육윤리의 영역에 속한 것으로 해당 분야 전문가들과 이해관계자들이 논쟁하고 논의할 문제이지 경찰이나 검찰이 개입할 문제가 아니다. 비전문적인 판단으로 전문적이고 특수한 영역의 문제를 해결해서는 안 된다.

교육의 영역에 국가 권력이 개입하는 일은 신중에 신중을 거듭해야 한다. 국가 권력의 개입을 손쉽게 용인하면 교육의 자율성과 전문성은 침해될 수밖에 없다.

교육의 영역에 국가 권력이 개입하는 일은 신중에 신중을 거듭해야 한다. 국가 권력의 개입을 손쉽게 용인하면 교육의 자율성과 전문성은 침해될 수밖에 없다.

 

경찰은 자료로 활용된 영상이 어떤 수업의 어떤 목적과 목표를 위해 채택되었는지와 같은 지점들은 무시한 채 신체의 노출 정도, 폭력 재현의 수준과 방식 같은 1차원적이고, 기계적인 판단에 근거해 배이상헌 교사에 대한 법적 처벌을 시도하고 있어 영상자료가 비윤리적인지를 진지하게 다투고 있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더욱 중요한 것은, 형사처벌은 교육의 영역에 대한 국가의 일방적인 개입이 되어 정권이 지향하는 이념과 취향에 좌우될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배이상헌 교사에 대한 법적 처벌이 현실화된다면 교사들이 수업을 위해 채택하는 자료의 범위는 현저하게 축소될 것이다. 법적 처벌은 교사들에게 위축 효과로 작용해 수업 내용 구성과 학습자료의 범위를 자발적으로 검열하고 좁히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스쿨미투? 지나친 해석

일각에서는 이 사건의 두 당사자인 학생과 교사 사이의 갈등과 대립에 초점을 과도하게 맞추어 학생이 제기한 문제의 입장과 반대되거나 다른 의견표명을 그 학생에 대한 가해로 해석하고 있다. 학교의 수업은 강의자가 지식과 의견을 전달하고 학생들이 이를 수용하면서 이루어진다.

수업의 특성상 지식과 의견의 전달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거나 학생들에게 쉽게 수업의 내용을 쉽게 이해시키기 위해 제공하는 자료는 어느 정도 일방적으로 전달될 수밖에 없다. 민원의 내용 중 수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해당 교사가 학생들에게 성적 위력이나 위력을 행사해 수업을 강행했다는 내용은 언급되지 않고 있으므로 이 사건을 스쿨미투 사건으로 간주하는 것은 지나친 해석이며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또한, 학습 교재로 인해 불거진 불쾌감을 권력의 문제로 접근하는 시각이 있는데, 이 역시 수업이나 강의와 같은 지식전달 시스템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접근이다. 또한 해당 사건을 성적 위계의 문제나 젠더 폭력, 성폭력의 문제로 접근하는 시각도 있는데, 이러한 접근은 성폭력의 범위를 지나치게 확대 적용하므로 문제적이다.

학생과 교사의 갈등 상황을 부각해 이 문제를 '스쿨미투'로 보는 것은 지나친 해석이다.

학생과 교사의 갈등 상황을 부각해 이 문제를 ‘스쿨미투’로 보는 것은 지나친 해석이다.

성폭력의 범주를 이렇게 광범위하게 확장하게 되면 학생과 교사나 직장 상사와 부하 직원과 같이 지식이나 의견을 전달하거나 지시를 내려야하는 관계에서 벌어질 수 있는 다양한 갈등을 모두 성폭력으로 간주할 가능성을 높여 사회적 혼란을 가중시킬 우려가 있다. 이 역시 형사처벌의 근거가 되지 못한다.

경찰의 기소의견은 사법부의 개입을 초래해 교권 침해는 물론이고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 오픈넷은 검찰이 교육 전문가와 이해관계자들이 합리적인 논의와 토론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선 하루빨리 수사를 중단하고 불기소 처분해야 한다.

오픈넷은 배이상헌 교사에 대한 수사 중단을 촉구하며 검찰이 불기소 처분을 내려줄 것을 요구한다. 광주시교육청 역시 사태해결을 위해 형사처벌에 의존해 배이상헌교사를 직위해제하였다면 이를 취소하고 교육당사자들 사이의 논의부터 시작하길 바란다.

이 글을 쓴 필자는 오경미 오픈넷 연구원입니다.
당연한 말입니다만, 이 글의 소재와 주제에 관한 다양한 이견과 비판, 보론(skymap21@gmail.com 또는 editor@slownews.kr)을 환영합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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