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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보고시각 조작 사건 1심, 김기춘 김장수 등에 ‘면죄부’

이번 ‘광장에 나온 판결’에서는 세월호 보고시간 조작 사건에 대해 집행유예, 무죄 등을 선고한 1심 판결을 다뤘습니다. 지난 8월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세월호 참사 보고 시각 조작 등 관련 혐의에 관한 판결을 선고했습니다. 1심 판결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  혐의 일부 인정했지만 집행유예 선고
  • 김장수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  고의가 없으므로 무죄 선고
  • 김관진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  고의가 없으므로 무죄 선고
  • 윤전추 전 청와대 행정관 →  혐의 일부 인정했지만 집행유예 선고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은 선고 당일 재판을 방청하지조차 못한 채 판결 결과를 듣고 오열했습니다. 책임자에 대한 처벌을 사실상 포기한 이번 판결의 문제점에 대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세월호참사대응TF 소속 서채완 변호사가 비평하였습니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광장에 나온 판결]

  • 세월호참사 보고시각 조작 등 사건 관련 책임자들 집행유예 및 무죄 판결
  • 서울중앙지방법원 2019. 8. 14. 선고 2018고합306 판결
  • 재판장 권희 부장판사

법원의 형식적 판단으로 세월호 참사 보고시각 조작 등 사건 책임자들이 면죄부를 받았다.

세월호 참사로부터 벌써 5년이 넘는 긴 시간이 지났지만, 세월호참사의 진실에 대한 진상규명과 철저한 책임자 처벌은 여전히 묘연하다. 지난 2017년 새로운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야 뒤늦게 세월호참사 관련 일부 책임자들의 수사가 개시되었다. 그리고 법원은 최근에 들어서야 일부 책임자들에 대한 1심 판결을 하나둘씩 선고하고 있다.

법원이 가장 최근에 선고한 판결은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김장수, 김관진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윤전추 전 청와대 행정관의 이른바 ‘세월호참사 보고시간 조작,’ ‘국가위기관리지침 불법수정,’ ‘대통령 탄핵심판 위증’ 혐의에 대한 판결이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9. 8. 14. 선고 2018고합306 판결, 이하 ‘대상판결’이라 한다).

재판부는 대상판결에서 피고인 김기춘에게는 일부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여 징역1년 집행유예 2년을, 피고인 윤전추에게는 모든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여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피고인 김장수, 김관진에게는 각 무죄를 선고했다. 대상판결의 유, 무죄 여부에 대한 판단과 유죄가 인정된 피고인들에게 내려진 양형은 납득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이하에서는 그 이유를 상세히 살펴본다.

김기춘, 김장수, (사진 제공: 민중의소리)

김기춘, 김장수(위 왼쪽부터), 김관진, 윤전추(아래 왼쪽부터) (사진 제공: 민중의소리)

먼저 피고인 김기춘허위공문서작성 및 행사죄로 기소되었다. 피고인 김기춘과 관련하여 대상판결에서는 세 가지의 문서의 작성경위와 허위성이 쟁점이 되었다. 쟁점이 된 세 가지 문서는 구체적으로 최초 보고시간을 사후적으로 09:30에서 10:00로 수정한 ‘상황보고서 1보,’ 대통령비서실에서 세월호참사 당일 작성한 보고서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실시간으로 보고되었다는 취지로 작성된 ‘국회 서면답변’ 및 ‘국회 대비 예상 질의응답 자료’다.

재판부는 대상판결에서 기초사실로서 세월호참사 당일 대통령비서실에서 작성한 ‘상황보고서 1보’가 ‘구조 골든타임’인 10:17을 지난 10:19 ~ 10:20경이 되어서야 대통령 관저에 도착한 사실을 인정했다. 또한, 대통령비서실에서 작성한 다른 상황보고서도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실시간으로 전달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쟁점이 된 세 가지 문서 모두 법원이 인정한 위 사실과 배치되는데 정작 재판부는 대상판결에서 ‘국회 서면답변’을 작성한 행위에 대해서만 피고인 김기춘의 범죄 성립을 인정했다.

검찰은 ‘상황보고서 1보’에 기재된 시간이 사후적으로 수정된 이유가 박근혜 전 대통령이 10:00에 보고를 받고 즉각 조치를 지시한 것처럼 가장하기 위한 것이라며 ‘상황보고서 1보’가 피고인 김기춘의 범죄사실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고인 김기춘의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사실과 ‘상황보고서 1보’ 수정이 연관성이 없다며 관련 부분을 범죄사실에서 삭제했다. 그러나 위 재판부의 판단은 피고인 김기춘이 ‘상황보고서 1보’에 기재 된 10:00를 정부의 조치가 적절했다고 주장을 하는데 최초 보고 시각으로서 지속적으로 활용했다는 점에서 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

재판부는

재판부는 ‘상황보고서 1보’를 김기춘의 범죄사실에서 삭제했다.

재판부는 피고인 김기춘과 관련하여 ‘국회 대비 예상 질의 응답자료’를 공문서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대상판결에서 ‘국회 대비 예상 질의 응답자료’는 내부회의용 참고자료이기 때문에 확정적인 의사표시가 없는 문서로서 공문서가 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러한 재판부의 판단은 ‘국회 대비 예상 질의 응답자료’의 작성 목적이나 의미 등을 이해하지 못한 결과이다. 공무원이 작성하는 ‘국회 대비 예상 질의 응답자료’는 실무에서 국회의 실제 질의를 답변하기 위해 작성되는 자료이다. 그리고 그 내용은 대외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 따라서 재판부의 판단은 ‘국회 대비 예상 질의 응답자료’의 실질을 고려하지 않은 판단으로서 부당하다. 이처럼 대상판결은 불충분한 심리를 통해 피고인 김기춘의 ‘국회 서면 답변’의 작성과 행사만을 범죄로 인정했다는 점에서 비판이 가능하다.

또한 재판부는 피고인 김기춘의 양형에 있어 “개인의 이익을 위하여 이 사건 범행을 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이는 점”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 이는 국민의 생명권 보호 의무를 이행하지 못한 정부의 책임을 은폐하려 한 피고인 김기춘의 반헌법적인 범행 목적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한 것과 다름없다.

피고인 김장수의 범죄사실 인정과 관련하여 재판부는 세월호 참사 당일 피고인 김장수와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최초 통화시간이 10:15경이라는 것은 사실이 아니고 ‘구조 골든타임’인 10:17가 지난 10:22경이 더욱 사실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정작 피고인 김장수가 10:15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최초 통화시간이라며 국가안보실 직원들에게 최초 통화시간을 반영한 공문서를 작성하도록 한 사실에 대해서는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재판부는 피고인 김장수가 10:15경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초로 통화한 사실이 없다고 하더라도, 이를 알면서 통화 내역을 허위로 작출하였다는 점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설명한다. 즉, 피고인 김장수에게 고의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특히 피고인 김장수가 최초 통화 시각을 10:22경에서 7분 앞당긴 10:15경으로 허위 조작할만한 범행 동기를 찾기 어렵다고 보았다.

하지만 이러한 재판부의 입장은 납득하기 어렵다. 피고인 김장수가 10:15경을 최초 통화시간이라 주장한 이유가 ‘구조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비판을 무마하기 위해 박근혜 전 대통령이 10:17 이전 보고를 받았고, 구조를 즉각 지시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인 점은 피고인 김장수의 참사 초기 발언 등을 통해 충분히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김장수가 거짓을 말할 동기가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김장수가 최초 통화시간을 조작할 범행 동기를 찾기 어렵다고 봤다. 하지만 김장수의 참사 초기 발언을 보면 구조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비판을 무마하기 위해 최초 통화시각을 10:15경으로 허위 조작할 만한 동기가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재판부는 피고인 김장수는 퇴임하여 공무원 신분을 상실한 자이기 때문에 고의를 인정하더라도 국가안보실 직원들과의 ‘공모’를 인정할 수 없어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그러나 대상판결에서 채택한 국가안보실 직원들의 각 증언을 살펴보면 피고인 김장수가 퇴임 전후로 직원들에게 최초 통화시간을 반영한 문건을 작성하라고 지시한 사실이 드러난다. 직원들도 피고인 김장수가 주장하는 최초 통화 시각이 허위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피고인 김장수와 국가안보실 직원들 사이 ‘공모’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재판부의 판단은 동의하기 어렵다.

한편 피고인 김관진공용서류손상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로 기소되었다. 국가 위기관리 컨트롤 타워를 청와대로 규정하고 있었던 ‘국가위기관리기본지침’을 삭선, 가필을 하는 위법한 방식으로 수정하는 것을 승인·지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고인 김관진이 국가안보실장으로 부임한지 한 달도 안 된 상황에서 위법한 국가위기관리지침 수정을 공용서류의 손상으로 인식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피고인 김장수와 마찬가지로 피고인 김관진의 고의를 인정할 수 없어 공용서류손상죄 및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가 성립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가위기관리지침 수정은 국가안보실의 장의 ‘승인’을 반드시 거쳐야만 한다는 점, 피고인 김관진이 국가안보실 소속 직원들로부터 관련 보고를 수차례 받은 점을 고려했을 때, 재판부의 판단이 타당하지 의문이다. 무엇보다 대통령훈령인 국가위기관리지침을 삭선, 가필하는 방식으로 수정한 행위는 위법하다는 점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행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 김관진에게 미필적 고의조차 인정할 수 없다는 재판부의 판단은 동의하기 어렵다.

마지막으로 피고인 윤전추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과정에서 한 허위 진술을 재판부는 모두 유죄로 인정하였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고인 윤전추에 대한 양형에 있어 “위증이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 것으로 보인다”라는 점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

피고인 윤전추의 허위진술의 내용은 탄핵심판을 철저하게 방해했다. 피고인 윤전추는 ‘집무실’이라는 존재하지 않는 공간을 존재하는 것처럼 허위로 진술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이 9시부터 ‘집무실’에 있었다고 허위로 주장했으며, 전달하지 못한 상황보고서도 전달했다고 허위로 진술했다.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결정에서 세월호참사와 관련된 탄핵사유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는데, 재판부와 같이 피고인 윤전추의 위증이 탄핵심판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대상판결은 피고인들의 범행동기 및 범행에 대한 불충분한 심리와 형식적인 판단으로 세월호참사의 정부책임을 은폐한 자들의 처벌을 사실상 포기하는 결과를 야기했다. 대상판결은 특히 보고시간 조작 등 피고인들의 범행사실을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형식적 논리로 피고인들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외면했다. 이는 결국 아직도 2014년에 머물러 있는 세월호참사 유가족들을 외면하는 것이기도 하다. 항소심 재판부에서는 부디 피고인들의 범행에 대하여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진상규명’과 ‘엄중한 책임자 처벌’이 이루어지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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