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x type=”note”]이 글은 팟캐스트 [과학기술정책 읽어주는 남자들]의 녹음 기록을 최소한의 편집을 통해 재구성한 인터뷰집의 일부입니다. 전체 인터뷰집은 ESC 청년과학기술인 위원회의 협력과 도움에 힘입어 [어떤 대화: 청년 과학기술인의 목소리](pdf)로 발간되었습니다. (필자)
- 청년 수학자와의 대화
- 청년 생태학자와의 대화
- 공룡 꿈나무와의 대화
- 과학고 교사와의 대화
- 청년 유기화학자와의 대화
- 제약회사 연구원 출신 마케터와의 대화
- 어느 학생연구생과의 대화
- 청년 전자공학자와의 대화
- → 청년 프로그래머와의 대화
¶ 이 인터뷰는 2014년 11월에 있었던 대화를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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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전산학과 학부생이고, 학점은 노코멘트 하겠습니다. 팀 포퐁(Popong)이라는 곳에서 [대한민국 정치의 모든 것] (약칭: ‘대정모’) 이라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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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어 박대인 님께 문의한 바, 아쉽게도 현재 ‘대정모’의 업데이트는 19대 국회를 끝으로 중단된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다행스럽게도 사이트 자체는 유지되고 있습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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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포퐁과 대한민국 정치의 모든 것(대정모)
– 저희도 우연한 기회로 이 서비스를 이용할 기회가 있어서 알게 되었는데요. 팀 포퐁을 간단하게 소개해주실 수 있나요?
팀 포퐁은 우리나라의 정치, 주로 지금은 국회에 대한 공공데이터를 가공하고 정리해서 국민들이 이용하기 쉽게, 열람할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를 만들고 있는 비영리 단체 입니다.
– 몇 년이나 하셨나요?
지금 4년쯤 되어가고 있어요.
– 일종의 취미생활이라고 볼 수 있을 텐데요, 비영리 활동이기도 하고요. 처음 어떻게 이걸 시작하게 되셨나요.
처음에 팀을 만든 사람이 학교 동아리 선배였습니다. 컴퓨터 개발 동아리를 했었는데요, “우리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사회에 기여 해 보자”고 해서 당시에 몇 명 모여서 시작을 했고요.
그 당시 총선을 1년 정도 앞두고 있었는데요. 국회의원을 뽑을 때 그 사람들(후보들)에 관해 아는 게 너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객관적인 정보로 그 사람들을 평가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그 사람들이 어떤 정치적 활동을 했고 어떤 발언들을 했고 그런걸 가지고 평가를 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우리한테 주어지는 건 그 사람들이 직접 쓴 선거 공고 밖에 없으니 정보가 부족하다고 느껴서 그 문제를 우리가 프로그래밍으로 해결해 보자고 모였죠.
– 그래서 그 마스터 마인드, 그러니까 창시자는 지금 어디에 계신가요?
지금 실리콘 밸리에서 일을 하고 계십니다. 저희 다국적 단체 입니다.
– 결국 팀 포퐁이 제공하는 서비스가 있는 것인데 이 서비스의 이름이 뭐였죠?
[대한민국 정치의 모든 것]이라고 하고, pokr.kr 이라는 도메인을 쓰고 있습니다.
– 저희도 이걸 써 봤기 때문에 말씀을 드릴 수 있습니다만, 개발하고 정리하는 데에 시간이 많이 걸렸을 것 같아요.
그렇죠. 절대적으로 개발 시간이 많이 드는 면도 있지만, 사실 이런 종류의 서비스가 없었거든요. 처음 시작할 당시에는 해외 사례도 별로 없었고. 한국에는 당연히 없었죠. 그래서 한 일년 이상 한참을 거의 어떤 서비스를 만들어야 할지 고민하는데 소모했던 것 같아요.
– 그러면 혹시 논의 과정에서 제시되었던 일종의 제안, “이런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라고 했던 옵션들이 있나요?
지금 하고 있는 것처럼, 국회의원이 하는 일은 사실은 법안을 발의하는 것 입니다. 입법이 국회의 일이니까요. 그래서 국회의원들이 했던 입법들을 좀 잘 정리해서 볼 수 있게 하자는 말이 있었고 그게 사실 지금 서비스가 되고 있는 셈이죠.
또 하나는 처음에 목적 했던 것처럼 후보들을 비교해 주는 서비스가 있었죠. 나에게 어떤 후보가 더 맞는지를 보여주는 그런 서비스도 해보고 싶었어요. 또, 시민이나 단체들이 청원을 하는 청원 사이트도 있을 수 있죠.
– 아이디어가 방향성은 비슷한데 정치 개입의 정도가 좀 다르네요.
그렇죠. 그리고 결국에는 시민이 목소리를 더 내야 하지 않겠냐 해서 커뮤니티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어요. 이런 이야기를 일년이 좀 넘게 했던 것 같아요.
– 그러면 굉장히 힘들지 않나요? 그렇게 브레인 스토밍만 오래 하다 보면 팀 운영이 힘들어 질 것 같아요.
맞아요. 여러가지 이유가 있는데, 저희가 다들 본업이 있는 상태였어요. 학생, 대학원생, 아니면 회사 다니는 사람들이었는데, 우리가 이걸 업으로 하진 말자는 합의가 있었죠. 본업이 되면 이익이 개입이 될 수도 있고 하니까요.
그래서 각자의 일을 하면서 정말 자원봉사처럼 운영을 하자라고 했었는데 그러다 보니까 각자 한 명 한 명이 투입 할 수 있는 시간은 많지 않은 거죠. 그러면 그 사람들이 부담을 느끼지 않게 전체 인원이 좀 많아야 어떤 일을 이루면서도 진척이 될 것 같았어요.
그래서 처음에 사람들을 좀 많이 불러 모았는데 문제는 그 사이에서 다양한 의견이 발생하고 사공이 많아지고 배가 산으로 가고… 이걸 몸소 체험을 했죠.
– 조별 과제의 참혹함이네요.
네 그렇죠. 게다가 저희가 한 명이 리더가 되어서 다 끌고 결정을 하는 게 아니라서요.
– 결국엔 어떤 전환점이 있어서 사이트가 개설이 되었을 텐데, 다른 개입 혹은 시도가 있었나요?
전환점이 한 번 있었죠, 말씀하신대로. 처음에 시작하셨던 그 분이 좋은 학교로 유학가게 되어서 우리가 지금 제대로 된 프로덕트가 나온 것이 없는데 어떻게 할거냐는 말이 나왔고 그 때 팀 내에서 저랑 다른 분 한 분 해서 둘이 우리가 이어서 해 보겠다고 했죠. 팀을 재편을 했어요. 그래서 소규모가 되면서 대신 당분간 어떤 결과물이 나올 때까지만이라도 좀 집중적으로 해 보자는 생각을 한 거죠. 그렇게 둘이 주도해서 시작했습니다.
그때 저희가 생각해보니 정치인 비교 사이트를 만들거나 다른 서비스를 만들려고 해도 정치인 활동에 대한 정보가 없더라고요. 그거를 애초에 쉽게 구할 수가 없길래 그러면 우리가 이 데이터를 사람들이 쉽게 접근 할 수 있게 만들어 주면 우리도 나중에 하려고 했던 일을 따로 할 수 있고, 다른 단체들이나 사람들도 본인들이 원하는 서비스를 또 만들 수 있고 하니 일단 데이터부터 만들어야겠다 싶었죠.
그렇게 해서 처음에 나온 아이디어가 ‘정치인명사전’이라고 정치인들을 쫙 모아서 그 사람이 지금까지 했던 공식적인 일에 대한 정보를 타임라인처럼, 정치 역사를 모아서 보여주자 해서 그 서비스를 개발을 하는 걸 시작을 했어요, 둘이서.
– 기술적인 이야기가 될 수도 있는데, 인명사전을 만들 때 한 사람에 관한 정보를 모았다고 하셨잖아요.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하신 거죠?
여기에 문제가 많은데, 사실 국회에 ‘의안정보시스템’이라고 국회의원들이 발의한 법안들에 대한 정보가 있는 사이트가 있어요. 그리고 선거관리위원회는 우리 첫 국회부터 현 국회까지 모든 선거에 대한 정보, 즉 선거와 출마자 그리고 당선자에 대한 정보가 다 있고요.
국회 사이트는 사실은 역대 정보가 다 있지는 않고 현 국회의원 정보들만 제공되고. 그래서 여러 사이트에 흩어져 있는 걸 모으는데 기본적으로는 같은 대수에 활동한 같은 이름의 사람이면 같은 사람이구나 생각을 할 수 있잖아요. 그런데 동명이인들이 있어요.
– 같은 기수에도 많아요?
네. 같은 기수에도 동명이인이 있어요. 그러면 동명이인이 있는데 이 사람들을 같은 사람인지를 판단하기 위해서 쓸 수 있는 방법이 한문 이름이나 생년월일이 있겠죠. 문제는, 이게 선관위에서는 한문 이름과 생년월일이 제공이 되는데 의원 정보 시스템에서는 전혀 제공이 안돼요. 게다가 사실 국회에 문의를 해 봤는데 시스템상으로도 예전 국회에 대해서는 동명이인 처리가 안 되어있더라고요.
– 생각보다 허술하네요.
회의록을 보면 어느 당 누구라고 해서 아는데 그것이 또 전산화 된 시스템에는 유지가 안되어 있어요. 그러면 선관위에서는 제대로 되냐고 하면, 예를 들어서 김영삼 대통령만 해도 생일이 다른 두 명이 있어요.
생일이 1년 차이가 나는데,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그 전 기록들은 같은 사람인지 판단하기가 굉장히 힘들거든요. 완벽하게는 해결하기가 힘들고 최대한 해보는데요, 직접 개입하지는 않고 그냥 할 수 있는 만큼만 합니다. 최대한 정확하게 하려고 노력을 하고 있어요.
– ‘대정모’ 사이트에 의원들 사진이 하나씩 다 나와있는데요. 저희는 사실 놀란 것이, 보통 이름만 보잖아요? 진짜 유명한 사람들 아니면 얼굴 잘 볼 일이 없으니까요. 여기서 의안을 누르면 대표 공동 발의한 사람 얼굴이 나오고 이름이 나오고 그 다음 공동 발의한 의원들이 나와서 이름과 얼굴이 나오고 원문 링크를 PDF로 가서 볼 수가 있어요.
PDF가 근본적으로 어떤 좌표에 어떤 텍스트가 있다는 방식으로 구조가 이루어져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PDF랑 똑같은 모양을 재구성 하는 건 가능한데 이걸 완전히 이어진 문장으로 만드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서 이 서비스의 목표는 일단 PDF에 보여지는 모양 그대로 복사되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것만 해도 사실은 단어 검색 정도는 많이 되니까요. 검색이 되는 걸 사실은 목표로 한 거였어요.
– 놀랐던 것이, 보통 이런 사이트들은 대개 한 가지 포맷을 제공하는데 PDF랑 HTML이 있는걸 보고 “아, 이것은 기획자가 아니라 개발자의, 그러니까 코딩을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만든 사이트구나” 하는 부분이 확 드러났어요. 정말 큰 장점이에요.
맞습니다. 제 장점이죠.
– 그리고 회의록도 한 명 한 명에 따라서 각각이 어떤 회의에서 어떤 발언을 했는지 다 모아서 볼 수 있던데요.
그것도 원래는 PDF로만 되어있어서 국회시스템에서도 이 사람이 한 발언들은 볼 수가 없었는데요. 사실은 우리가 국회의원들 개개인의 발언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잖아요? 말을 바꾸는 일이 잦으니까.
그래서 이 사람이 했던 말을 모아서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으로 그 회의록을 정리했습니다. 이것도 PDF로 되어 있는데 그걸 어떻게 잘 파싱을 해서 한 사람 한 사람이 한 말들을 모았습니다.
– 팀 포퐁에서 이 사이트를 만들기 위해서 여러가지 업무가 있었을 것 같은데, 주로 맡아서 하신 업무가 무엇이죠?
저는 주로 서버 운영이랑 웹사이트 개발을 했고요. 방금 PDF를 분석 한다든지 하는 것들은 다른 한 분이 거의 해 주셨고, 같이 일했던 디자이너도 있습니다.
– 최근에 의안들을 좀 찾아 볼 일이 있어서 날짜를 기준으로 찾다 보니까 어떤 날짜부터 어떤 날짜 까지는 키워드가 있던데 어떤 날짜부턴 키워드가 없더라고요.
그게 키워드라는 것이 어떤 의안이 있을 때, 법안이 있을 때 요약을 봐도 사실 우리가 이해하기가 되게 힘들거든요. 한글인데 이해가 잘 안돼요. 그래서 이게 대체 육아에 관한 건지 아니면 뭐 예산에 관한 건지 세금에 관한 건지 뭔지 이거를 좀 추출해서 알기 쉽게 보여줘야겠다고 생각을 해서 그 다른 분이 대표 키워드 추출 시스템을 구축 하셨구요, 저희 시스템은 전부 다 자동입니다. 사람이 손으로 하지 않아요. 그런데 몇 달 전에 한번 그게 깨졌어요.
– 디도스 라든가 어떤 외부로부터의 위협인가요?
그런 건 아니고 프로그램이 뭐 그냥 파업을 한 것 같은데, 협상을 해서 좀 고쳐줘야 하는데… 아무래도 일손은 모자란데 우리가 하고 싶은 건 계속 있고 하다 보니까 우선 순위에 밀려서 아직 고쳐지지 않은 거에요. 고치도록 하겠습니다. 마치 청문회를 받는 기분이네요.
– 혹시 어디에 세미 콜론이 안 찍혀 있는 건 아닐지 이런 것 검사하시나요?
저희는 파이썬(Python)을 사용해서 세미콜론이 없어요. 저희랑 비슷한 일을 하는 단체가 이제 전세계적으로 많이 생겼는데. 나라마다 한 두 개 이상씩 있는 것 같습니다. 자주 교류하면서 얘기를 해 보면 다들 파이썬에 저희랑 비슷한 스택을 쓰고 있어요.
– 혹시 이런 서비스에서 파이썬을 쓰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파이썬이 아무래도 노력이 덜 들기 때문에. 개발이 빨라서 그런 것 같습니다. 작업량을 줄이기 위한 현실적인 선택이죠.
– 사이트 운영은 오픈 소스(open source)로도 하시나요?
네. 저희는 소스코드를 전부 깃허브(github.com)라는 사이트에 공개를 하고 있습니다. 전부 공개합니다. 사이트 코드, 데이터 베이스 스킴화, API 다 공개하고 누구나 똑같은 사이트를 만드실 수 있어요. 그리고 저희가 데이터를 수집해 오는 크롤러라고 하는데, 크롤러도 다 공개가 되어 있습니다.
– 사실상 이 사이트 자체가 다 오픈 되어 있군요.
그렇습니다. 사실 오픈 소스의 장점이 굉장히 많은데, 저희는 정치라는 건 한쪽으로 치우치기 쉽고 사람들이 ‘아, 팀 포퐁은 어떤 성향이 있는 단체구나’ 오해 하기도 쉬운데 저희는 모든 작업을 자동화하고 소스코드를 웹에 올린 이유가 누구나 이걸 이용하면 우리랑 똑같은 사이트를 만들 수 있고, 직접 검증해 볼 수 있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 특히 더 오픈 소스에 집착하고 있어요.
실제로 API를 공개했다는 것은, 남들이 데이터를 가져다 쓸 수 있게 채널을 열었다 혹은 공식적인 채널을 만들었다는 의미가 되는 겁니다. 필요할 때 마다 요청을 하는 게 아니라 여기에 문을 열어 놨으니 너희가 알아서 들어와서 가져가라는 것이죠.
그래서 API를 연 이후로 몇몇 학술적인 것들 혹은 앱을 만드신다는 분들이 데이터를 가져다가 자신들이 원하는 분석이나 어플리케이션을 만드는데 사용하고 있어요.
– 혹시 기성 언론 쪽에서 연락이 있었나요?
언론에서는 지속적으로 연락이 와요. 여러 종류가 있는데요. 인터뷰하고 싶어하는 단순한 연락도 있고, 정책 관련 특집 기사를 쓰는데 자문 같은 걸 요청하는 경우도 있고, 내지는 같이 협업을 하자는 경우도 있고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여기에 대해서 저희가 적극적이지는 못 한 것이 아무래도 취미생활이기도 하고, 시민들 눈에는 각 언론사 마다 성향이 조금씩 있잖아요. 그래서 어떤 특정 언론사와 같이 일을 하면 이 서비스의 중립성을 훼손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조심스럽게 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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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의 ‘거브’ 그리고 잘하는 나라들
– 그러면, 개인적인 이야기인데 졸업 이후에 혹시 계획이 있으신가요?
저는 IT회사 지사에 들어가기로 했습니다.
– 프로그래머로군요. 그러면 미래에 이 일을 계속 할 수가 있나요?
문제는 없을 것 같아요. 어차피 원래도 일 하면서 계속 같이 했던 활동이고 비영리로 퇴근 이후에 하는 활동 이니까. 시간도 별 문제 없을 것 같기도 하구요.
– 생각해보면, 이 일을 하면서 학교에서 배우는 것과는 많이 다른 일들을 배우셨을 텐데요.
일단, 비슷한 일을 하는 다양한 국내, 해외의 단체들. 그 사람들을 많이 알게 된 것이 정말 큰 이득입니다.
또 하나는, 이게 뭐 돈을 벌기 위해서 하는 것도 아니고 정말 우리가 직접 이끌어 나가면서 하는 일이기 때문에 기술적으로도 내가 쓰고 싶은 기술을 쓰면서 약간 실험을 해 볼 수 있는 그런 놀이터 같은 면도 있어요. 기술적으로도 스스로 성장하는데 도움이 많이 되었던 것 같아요. 기술이 하루가 멀다하고 매일 매일 나오는데 나오면 또 이것도 써보고 싶고 저것도 써보고 싶고 해요. 그 때 마다 이거 만들 때 그걸 쓰면 되겠네 하는 거죠.
– 아까 다른 분들을 많이 알게 되셨다고 했는데 최근에 그래서 대만을 갔다 오셨죠.
네. 대만의 ‘G0V’라는 곳에 갔다 왔습니다. 발음으로 [거브] 라고 하는데요, 거버먼트 (government, 정부)할 때 거브. 단체명은 ‘거브 제로’라고 읽어요. 여기에 저희랑 비슷한 일을 하는 단체가 있습니다.
– 대만에요?
네. 대만은 한국이랑 비슷한 면이 많은 나라인데, 우리도 있으니까 뭐 대만도 충분히 있을만도 하죠. 그런데 대만은 이 단체가 굉장히 커요. 프로젝트 기여자가 천 명 가까이 됩니다. 그 쪽에서 전 세계의 비슷한 일을 하는 단체들을 모아서 컨퍼런스를 했거든요. ‘거브 제로 서밋’ 이라고 해서 컨퍼런스를 열고 전 세계의 단체들을 초청을 해서 같이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는 그런 행사에 다녀왔습니다.
– 네트워킹을 하고 오셨네요. 말 그대로.
그렇죠. 그런데 정말 다른 단체들이 잘 하고 있는 곳도 많고 해서 좋은 인상을 받았어요. 나라마다 한 두 개 이렇게 있다고 합니다.
– 정말 잘 하고 있는 나라의 예를 들어주신다면?
정부가 잘 하고 있는 나라는 영국, 뉴질랜드 이런 곳들이죠.
– 정부가 스스로 나서서 하는군요?
네. 영국은 정말 모범사례라고 할 만큼 잘 합니다. 그 전에 발리에서는 OGP라고 ‘Open Government Partnership’이라는 정부들이 속하는 단체가 있는데 여기에서는 영국 쪽 정부인사들이 왔었죠. 그 사람들은 굉장히 정말 잘 하고 멋있더라고요.
호주도 잘 하고 있어요. 한편으로 미국은 민간 단체들이 잘 하고 있습니다. Sunlight Foundation 이라는 단체가 제일 큰 곳인 것 같아요. 이쪽은 재단이라서 프로젝트들이 여러 개가 있고, 따로 운영되던 프로젝트들도 Sunlight Foundation에서 흡수하기도 하고 해요. 그래서 Gov Track 같은 굉장히 좋은 서비스들도 지원하구요.
– Gov track은 어떤 서비스죠?
저희랑 비슷한 걸 하는 서비스인데 역대 미국의 의안이나 국회의원 정보나 그런 것 들을 우리처럼 보기 쉽게 웹사이트에 보여주는 그런 서비스입니다. 연방정부 단위는 거의 완벽하게 되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미국도 정부에서는 그것을 별로 잘 제공해 주지는 못 하고 있어요.
이렇게 민간 단체들이 대신 잘 하고 있고 Sunlight은 어느 정도 수준에 올라왔다고 생각을 하는지 위 아래로 확장을 하고 있는데, 위로는 해외 다른 단체들을 도와줘야겠다 해서 후원을 많이 하고 아래로는 주 정부 수준의 지방 정부들로 뻗어 나가고 있어요.
– 팀 포퐁도 그렇게 영역 확장의 꿈과 계획이 있으신가요?
하고 싶은 것들이 많이 있죠. 사람이 더 있다면 예를 들어서 모바일 환경을 활용 할 수 있어요. 내가 받고 싶은 정보에 대해서 푸쉬 알람을 받는다든지 하는 거죠. 그런 것 외에도 우리도 지방정부 수준으로도 해야겠다는 생각도 있어요.
지금 국회의원만을 다루고 있는데 사실 정치를 이루는 건 국회의원만이 아니라 고위 공무원이나 넓게는 부처 공무원들도 기여를 하고 있으니까요. 특히 한국은 정부 입법이 강하거든요 미국이랑 다르게. 정부 입법이 통과율이 낮지도 않아서 정부 관련 정보 제공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을 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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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개인적인 이야기들
– 개인적인 이야기를 아까 조금 하다가 말았는데, 혹시 프로그래밍에 관련된 기업에 취직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조언이라도 해 주신다면?
제가 뭐 조언을 드릴 깜냥은 안되지만 지금 시장이 굉장히 좋은 것 같아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은 우리나라 기업들도 그렇고 실리콘 밸리 쪽도 그렇고 굉장히 많이 뽑고, 언제나 사람이 부족하고. 그러니까 자기가 잘 하기만 하면 정말 기회는 많은 것 같아요.
– 희망적이면서도 전제가 굉장히 어렵네요. 잘한다의 기준은 뭡니까?
열심히 하셔야죠.
– 교수님 같네요(…)
열심히 하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저도 아직 많이 부족 하지만 이런 포퐁 같은 서비스도 그렇고 프로그래밍은 혼자 실현 할 수 있는 부분이 많거든요. 학교에서 배우는 것 보다도. 혼자 내지는 다른 팀으로 회사에서 뭐 이런 식으로 공부할 수 있는 부분이 굉장히 비중이 커요. 일단은 프로그래밍을 잘 하려면 프로그램을 많이 짜야죠.
– 학교를 다니지 않으면 되나요?
네…그것도 방법인 것 같네요.
– 마크 저커버그처럼?
한국에서 학교를 안 다니고도 취업을 하려면 굉장히 잘 해야겠지만 실제로도 그런 분들도 계십니다. 그만큼 전산 계열이, 컴퓨터 프로그래밍 분야는 학력이나 뭐 다른 것 보다도 실력을 굉장히 많이 본다는 뜻입니다. 정말 실력만 있으면 뭐든 할 수 있는 분야인 것 같아요.
– 이렇게 보면 포퐁을 하신 게 본인에게도 굉장히 큰 도움이 된 것 같네요.
그렇죠. 사실 학교 학부생들에 대해서 우려하는 게 이 부분인데요. 선배들이랑 이야기를 해도 이런 말이 많이 나와요. 예전에는 좀 더 자유로워서 잉여력을… 막 전산실에 틀어 박혀서 이런 저런 것을 해보고.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우리나라 IT 산업이고 우리 웹이고 하거든요.
지금 제가 학교 다니면서 보면 저도 굉장히 힘들거든요. 정말 퍽퍽해요. 사실은 수업 듣는 것 만큼이나 혼자 개발을 해 보는 시간이 굉장히 중요한데 그럴 여유를 내는 게 힘드니까. 쉽지 않아요.
다만 이 부분은 언제나 그랬을 텐데. 조금 더 사람들이 부담감을 가지고 있어요. 예를 들어서 후배들이랑 이야기를 해 봐도 “아 이거 학점 낮아지면 장학금 짤린다고” 하는 거죠. 8년 전만 하더라도 장학금 커트라인이 훨씬 낮았거든요.
– 혹시 지금이라도 전산을 공부하거나 코딩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그대의 잉여력을 발산해 볼 수 있는 좋은 창구 혹은 “나 이렇게 해 봤더니 재미있었고 이렇게 되더라” 라고 할 수 있는 사례가 포퐁 말고 다른 것들이 혹시 있나요?
그 대상이 프로그래밍을 전혀 못하는 사람이냐 아니면 할 줄 아는 사람이냐에 따라 조금 다를 것 같아요. 일단 프로그래밍을 어느 정도 할 줄 아는 상태에서 수련하고 싶다 하는 경우에는 할 수 있는게 정말 많아요. 사실 쓰는 시간만큼 실력이 성장하기 때문에 굉장히 단기간 내에도 실력이 클 수 있다고 생각하고요. 그랬을 때 중요한 건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거죠.
프로젝트를 ‘아, 내가 이걸로 실력을 성장시켜 봐야겠다’라고 해서 하면 피로해 지기가 쉬워요. 그런데 내가 ‘난 정말 음주가무 클러빙을 좋아한다’ 하면 그런 음악에 관한 사이트를 내가 만들어 보겠어 해 볼 수 있죠. 제가 진짜 필요해서 만든다는 것이 중요해요. 그래서 자기 수련을 잘 하는 분들을 보면, 하고 싶은 일이 많고 그 때 바로 실행하는 것 같아요.
– 별 것 아닌 것 같아도 일단 해보는 것이 중요하군요.
사실 그게 어렵다는 것도 알죠. 경험이 많지 않은 상태에서는 내가 뭘 할 수 있는지 그걸 잘 모르거든요. 그럴 때는 오히려 외부 자극에 좀 기대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이런저런 행사에 참여해 본다든지 아니면 동아리를 들어가서 프로젝트를 한다든지.
아니면 제가 포퐁 하는 것 처럼 우리나라에도 공공 데이터, 그러니까 데이터 분석이나 이런 쪽 하려고 하시는 분들이 되게 많아요. 지방정부에서도 공공 데이터를 이용한 사례를 만들고 싶어하는 요구가 강하기도 하고요.
– 굉장히 자생적인 직업이네요. 이제 졸업을 하면 한국에 계시나요?
한국에서 일을 좀 하다가 그 다음에 어떻게 될지는…
– 이제는 조금 더 넓은 의미에서 프로그래머로서의 입장을 좀 더 들어보고 싶어요. 지금 프로그래밍을 장려하는 정책들도 나오고 하는데, 아쉬운 점이나 이런 것이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부분이 있을까요?
산업 부흥, 진흥 정책 이런 것들이 많이 있는데 평가 방식이 산업과 잘 안 맞을 수도 있는 것 같아요. 실적에 대한 평가 방식의 문제죠. 가령, 프로그래밍 자격증 이야기도 있는데 적어도 제 주변의 의견은 이런 쓰잘데기 없는 걸 뭐 하러 하나 하는거에요. 이게 정말 회사 입장에서도 정말 쓸 곳이 없거든요.
실력을 판단하는 척도가 전혀 못 되고 정작 잘 하는 사람들은 이걸 필요로 하지도 않고. 그런데 이걸 도입 한 이유가 그 사람들이 뭘 몰라서 그런 거냐고 하면 확신이 없기도 해요. 의도가 좀 다를 수도 있겠죠.
사실 이쪽 산업에 있는 사람이나 소프트웨어 산업에 오고 싶은 사람들은 별로 걱정을 안 해도 될 것이, 애초에 쓸모가 없으니까 별로 참여를 안 할 거에요. 정책적으로는 특정 종류의 직군에는 이걸 반드시 가져와라 이런 규정이 생길 수도 있는데 이게 그 사람의 실력을 판단하는 척도가 될 일은 절대 없으니 안심하셔도 될 것 같아요.
–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니 생각이 났는데, 우리가 지금 프로그래머에 대한 사회적 인식 이야기도 안 했네요.
사회적 인식이요. 사람들이 자꾸 막 공돌이 개그하고 개발자들은 체크 셔츠만 입는다 내지는 드라마 [빅뱅 이론]의 쉘든 비유하고 그러는데 저희 별로 그렇지 않아요. 소개팅 시장에서도 인기 좋습니다(!)
– 본인도 소개팅 시장에서 뜨겁습니까?
노코멘트 하겠습니다.
– 마지막 한 마디 해주시죠.
팀 포퐁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잉여가 세상을 바꾼다고 생각해요. 자신의 잉여 시간을 잘 활용하면 본인에게도, 사회에도 도움이 되고 정말 잉여력은 힘이 큰 것 같아요. 그 시간을 정말 자신을 막 소진 시킬 필요는 없는데 자기를 즐겁게 하는 일에 잉여를 투자 하는 건 굉장히 좋은 일인 것 같아요.
우리나라가 최근에야 경쟁력 있는 오픈 소스 프로젝트들도 막 생기고 그러긴 했지만 아무래도 다른 비교할 만한 국가들에 비해서는 여전히 그런 활동이 미약해요. 오픈 소스 리더들도 정말 중요한 분들이 몇 분 계시긴 하지만 그렇게 많지는 않고, 특히 참여하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은 것 같은데 이게 사실 굉장히 큰 경쟁력이라고 생각 하거든요.
그래서 요즘 회사들에서도 오픈 소스 활동을 인정을 해 줍니다. 정말 내가 시간이 많이 남는다 하면 오픈 소스 활동을 해 보는 거죠. ‘아 이거 버그네?’ 하면 그거를 지나치는 게 아니라 그걸 리포팅만이라도 하고 ‘아 이거 당장 내가 써야 되는데 불편하네.’ 그러면 고쳐서 패치 보내고 할 수 있죠. 그러면 본인과 사회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