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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소정당 난립 방지’라는 명분 아래 군소정당의 원내 진입을 가로막아 온 비례대표 3% 봉쇄조항에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입법부가 자발적으로 기득권을 포기하기 어려운 영역임을 직시하고 사법적 결단을 내렸지만, 여전히 현장에는 군소정당의 손발을 묶는 제도적 장치들이 산재해 있습니다.

윤현식 노동∙정치∙사람 정책위원은 이번 결정을 통해 드러난 거대양당 체제의 모순을 비판하며, 선거법 개정을 넘어 정치 구조 자체를 혁파해야 한다는 판결의 진정한 함의를 짚습니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현행 공직선거법 제189조 제1항 제1호는 비례대표 후보를 낸 정당이 적어도 유효투표총수의 100분의 3 이상의 득표를 얻을 때 비로소 비례의석을 할당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총선거에서 유효투표총수의 100분의 3에 미치지 못하는 득표를 한 정당에는 단 1석의 비례의석도 돌아가지 않는다는 뜻이다. 동 규정에 따르지 않고 비례의석을 확보하려면 같은 제189조 제1항 제2호에 따라 지역구 5석 이상을 확보하여야 한다.

군소정당 손 들어준 헌재 “비례대표 의석 3% 봉쇄조항은 위헌”

지난 1월 29일 헌법재판소는 해당 규정을 위헌으로 결정했다(2020헌마956, 2024헌마271(병합)). 다수의견은 해당 저지조항이 군소정당의 난립 방지, 대의제의 안정적 운영에 기여하는 긍정적 측면이 있지만, 사표 증대 · 비례성 약화 초래 · 신진 정치세력의 저지 등 부정적 효과도 있으므로, 정치 상황, 정부 형태, 정당 및 선거제도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소수정당 배제의 정당성이 존재하는지 확인해야 할 사안이라고 하였다.

그리고 그러한 기준에 따른 판단 결과, 해당 저지조항은 투표가치를 왜곡하고 선거의 대표성 침해하는 현저히 비합리적인 입법으로서 평등선거원칙 위배, 선거권, 피선거권, 평등권 침해하였다고 판단했다. 동시에 제1호에 대해서만 위헌선언을 할 경우 제2호에 따른 지역구 최저의석 강제로 인해 오히려 진입장벽이 더 강화되는 효과가 발생하게 되므로 제2호 역시 위헌으로 선언함이 타당하다고 보았고 따라서 제189조 제1항 전부를 위헌으로 판단했다.

해당 규정은 그동안 군소정당으로부터 그 위헌성을 지속적으로 지적받아 왔다. 군소정당의 원내진입을 강력하게 제한하는 장치였기 때문이다. 명분은 군소정당의 난립 방지였다. 군소정당의 난립이라는 말은 민주적 다양성을 폄훼하기 위해 흔히 동원되는 수사로서 근거 없는 공포를 조성할 뿐임에도 이 규정은 저지조항, 봉쇄규정 또는 진입장벽 등의 이름으로 맹위를 떨쳐왔다. 

지역구 기반이 상대적으로 약한 군소정당은 총선에서 비례의석 확보에 사활을 걸지만 번번이 이 3% 저지규정에 의해 원외로 퇴출당해왔다. 예를 들어 18대 총선에서 진보신당은 유효투표총수 중 2.94%의 지지를 얻었으나 불과 0.06% 차로 원내진출에 실패했고, 20대 총선에서는 기독자유당이 2.63%를 득표하면서 0.37%가 모자라 의석을 놓쳤다. 

이런 전차가 있는 만큼, 이번 헌재의 결정은 일단 군소정당의 원내진출 가능성을 지금보다는 높였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를 부여할 만하다. 다수 정당, 특히 부문이나 의제에 특화된 군소정당의 활발한 정치활동이 민주주의의 활력 제고, 유권자의 정치적 효능감 고양, 거대 양당 견제 효과, 정치적 급진화 예방 및 제도적 경로를 통한 조정 등 효능을 가진다는 것을 헌재 다수의견은 정확하게 짚고 있다. 

그런데 조문의 위헌성에 관한 판단과는 별개로, 이 결정은 민주적 다양성이라는 가치를 충족하기에는 여전히 후진적인 한국의 정치환경과 제도를 확인시켜 준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2026.02.03.(월) 국회 정문 앞, 봉쇄조항 위헌 결정에 따른 선거제도 전면 개혁 촉구 공동 기자회견.

군소정당 진입 막는 제도적 족쇄들 

먼저, 이번 결정을 통해 해당 저지조항만이 아니라 온갖 법률과 제도가 군소정당의 활동을 체계적으로 억누르고 있음을 폭로하고 있다. 다수의견은 다음 열거한 현행 제도들로 인해 3% 저지조항을 따로 두지 않더라도 원내 진출 정당은 극히 제한되고 따라서 군소정당 난립이나 이로 인한 의회의 안정적 기능의 저하와 같은 위험이 없다고 판단했다.  

  • 소선거구 단순다수대표제인 지역구 선거방식의 한계
  • 46석에 불과한 비례 의석
  • 국회법상 교섭단체 제도를 통한 군소정당 제어
  • 정당 등록 요건이 지나치게 강한 정당법 

즉 공직선거법, 정당법, 국회법 등 정치관계법 일체에 의해 군소정당의 손발이 묶여 있음이 헌재에 의해 확인된 것이다.

비례의석배분에 하한 기준을 두는 입법례는 해외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독일 연방의회의 경우, 비례의석 배분을 위한 진입장벽은 정당득표율 5% 이상이다. 얼핏 보면 한국의 공직선거법보다 더 강한 제한처럼 보인다.

그러나 독일은 의원내각제를 기반으로 하는 다당제의 정착, 연방 각 주를 기반으로 하는 지역정당의 활성화, 선거 시기 유권자연대 및 정당 간 선거연합 보장, 연방의회 지역구 의석 3석 이상 시 비례의석 배분, 철저한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운영 등 우리의 정치관계법 구조와는 전혀 다른 환경에서 봉쇄조항이 적용된다. 여기에 비교하면, 헌재 다수의견이 저지조항의 불필요성을 확인하기 위해 열거한 각종 정치적 제한은 그 자체로 정치적 다양성을 억누르고 보수 양당 구조를 고착하는데 기여하는 위헌적 장치들임을 알 수 있다.

여전히 군소정당을 억압하는 제도적 족쇄는 많다.

‘보수 양당에 기대할 수 없다’, 헌재가 나선 이유

이번 결정에서 특히 중요하게 직시해야 할 부분은, 보수 양당이 장악하고 있는 현재의 입법부가 현행 저지조항의 폐해를 자율적으로 개선할 가능성이 없어 이를 명료하게 위헌으로 선언할 필요가 있다고 헌재가 판단했다는 점이다.

헌재는 “저지조항의 문제는 국회 내 다수당과 소수당, 혹은 원내 정당과 원외 정당 사이에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영역인 바, 저지조항 자체의 정당성 내지 저지선 설정의 합리성에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국회 내 다수당이 자발적으로 이를 폐지하거나 저지선을 개선할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라고 명확하게 위헌 결정의 명분을 제시하고 있다.

보수 양당이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현재의 국회를 보면 헌재의 우려가 단지 기우에 그칠만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사실 헌법재판소가 이렇게 위헌으로 선언하더라도 보수 양당이 이에 자극받아 보다 민주적이며 헌정질서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법을 개정할 것이라고 기대하기도 어렵다. 오히려 비례대표의석을 더욱 줄여 기껏해야 위성정당들이나 양산하는 방식으로 선거법을 개정하거나, 국민투표법의 사례에서 보듯 차기 총선까지 헌재의 결정을 뭉개며 시간만 질질 끌 수도 있다.

헌재의 봉쇄조항 위헌 결정에도 불구하고 현행 헌법, 정당법, 국회법 등애는 보수 양당 체제의 기득권을 고착하는 조항이 여전히 많다.

군소정당 향한 ‘극단주의’ 우려가 간과한 것

항간에서는 정형식, 조한창 재판관의 반대의견을 주목하는 견해도 있다. 두 재판관은 저지조항이 없어질 경우 극단주의 세력이 중도정당보다 빠르게 지지층을 결집시킬 것이고, 극단주의 세력이 의회에 진출하게 된다면 대화와 타협을 통한 의회정치 방해, 사회적 갈등 조장의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지금보다 저지선을 더욱 낮출 경우 이러한 문제를 예방하기 위한 해당 규정의 입법취지가 유명무실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보수성향으로 알려진 두 재판관이 말하는 극단주의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극우를 염두에 두고 반대의견을 개진했는지 아니면 반대로 극좌를 염두에 두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런데 일부에서는 이 두 재판관의 견해에 동조하며 특히 극우세력이 의회에 진출하게 되는 문제를 우려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우려는 민주적 다양성이라는 가치는 어떤 일방향적 가치관으로의 편중을 부정한다는 원리를 간과한 것이다. 온갖 정치결사 안에는 극좌와 극우가 항상 섞이게 되어 있다. 그리고 그러한 다양한 입장의 충돌은 민주주의 시스템이 감수해야 할 원죄이자 바로 그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필연적 장치가 민주주의 체제다.

군소정당 때문에 극단주의가 우려된다고? 극단적 소수까지 포함해서 다양성을 확보하고 균형 있고 조화롭게 공동체를 이끌어 가는 게 민주주의다.

더구나 현실이 이미 시궁창이다. 현재 국회 안에는 극단주의 세력이 그것도 대규모로 의석을 확보하고 있다. 내란 방조를 넘어 적극적으로 지지 옹호하고, 극우세력과 연합하며, 여성∙소수자∙장애인∙이주민 등에 대한 혐오와 배제를 일삼는 극단주의 우익 정당이 원내 107석이나 장악하고 있는 게 한국 의회의 실상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껏해야 몇 석 되지도 않을 어떤 극우의 등장을 우려하여 반대의견에 동조하는 것은 현실 감각을 현저하게 상실한 행위라 할 것이다.

선거법을 넘어 정치구조 개혁으로 나아가야

이러한 점들을 고려할 때, 이번 헌재 결정은 저지조항을 위헌으로 판단했다는 점보다도 입법부를 장악하고 있는 보수 양당의 작태를 그대로 폭로했다는 점에 그 각별한 의미가 있다. 군소정당의 발목을 잡고 있는 저 각종 제도들은 바로 이들 보수 양당이 만든 것이며, 이 제도들을 통해 보수 양당의 기득권이 더욱 더 견고해지고 있음을 이번 결정이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 결정이 선거법에 거의 모든 역량을 걸고 있는 제 군소정당에게 한 줄기 희망이 될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 결정은 동시에 군소정당으로 하여금 선거법 하나에만 얽매여서는 결코 아무것도 손에 쥘 수 없음을 일깨워주는 각성제의 역할을 해주고 있다. 다양한 정치결사가 각자의 정견을 놓고 경쟁하는 민주주의로 전진하기 위해서는 결국 보수 양당 체제를 혁파하는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이번 결정은 웅변하고 있는 것이다.

2026.01.21.(수) 국회 본청 앞 계단, 선거제도·정치 개혁 촉구 시민사회-제정당 기자회견.

👨‍⚖️ 광장에 나온 판결: 305번째 이야기


⚖ 비례대표 봉쇄조항에 대한 헌법재판소 위헌 결정
⚖ 헌법재판소 김상환(재판장), 김형두, 정정미, 정형식, 김복형, 조한창, 정계선, 마은혁, 오영준 재판관  헌법재판소 2026. 1. 29. 선고  [결정문 보기]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최근 판결 중 사회 변화의 흐름을 반영하지 못하거나 국민의 법 감정과 괴리된 판결, 기본권과 인권보호에 기여하지 못한 판결, 또는 그 와 반대로 인권수호기관으로서 위상을 정립하는데 기여한 판결을 소재로 [판결비평-광장에 나온 판결]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주로 법률가 층에만 국한되는 판결비평을 시민사회 공론의 장으로 끌어내어 다양한 의견을 나눔으로써 법원의 판결이 더욱더 발전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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