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공유하기

[슬로우포인트] 교사들이 현장학습을 거부하고 있다. 왜? 감당할 수 없이 과도한 업무, 안전사고에 대한 형사책임, 언제 어떻게 돌아올지 모르는 학부모 악성 민원까지… 초등교사노조 설문에 응한 2만2천 명 교사 중 96%가 현장학습에 “매우 부정적”이라고 답한 이유다. (⏳4분)

“현장학습 강제하지 말라. 교사들이 스스로 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달라.”

강석조(초등교사노조위원장)

초등학교 교사인 강석조(초등교사노조📌위원장)가 지난 7일 교육부 주최 간담회에서 최교진(교육부장관)에게 호소한 내용이다.

교사들을 옴짝달싹 못하게 하는 비상식적 학부모 민원 부담을 교육당국이 덜어주지 않으면 소풍 등 현장체험 학습은 사라질 것이란 우려다.

현직 교사가 밝힌 학교 현장 실태는 참혹했다. 강석조의 울분을 담은 초등교사노조 유튜브 영상은 840만 조회수를 돌파하며 사회적 공분을 일으켰다.

📌 초등교사노조

2020년 3월 창립했다. 조합원 수는 3만 7000여명. 노조 가입자 70%가 2030세대다. 서이초 교사의 자살 사건으로 누적됐던 교권 침해 문제가 폭발했고, 교권 회복을 갈망하는 목소리가 교사노조 성장으로도 이어졌다.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와 민원으로부터 선생님을 보호하고자 한다.

12일 ‘매일신문’ 유튜브에 출연한 초등학교 교사 강석조. 화면=매일신문 유튜브 화면 갈무리.

이게 왜 중요한가.

  • 비상식적인 악성 민원으로 학교 현장이 초토화하고 있다.
  • 12일 ‘매일신문’ 유튜브, ‘채널A’ 방송 등에 출연한 강석조는 “나는 남자 교사라 상대적으로 민원이 적은 편인데도 1년에 수백 건의 민원이 들어온다”고 했다. “대부분 학부모는 좋은 분이지만 소수 부모가 반복적으로 민원을 제기한다”고 설명했다.
  • 악성 민원으로 현장학습이 사라지고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운동이 금지되는 추세다.
  • 민주당 김문수 의원실이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2026년 기준 소풍 등 1일형 현장체험 학습을 실시했거나 계획 중인 학교는 전체 1331곳 가운데 407곳(31%)에 불과했다. 서울 초·중·고교 10곳 가운데 3곳만 현장체험 학습을 실시했거나 계획 중이다. 2023년(86%, 1150곳)과 비교하면 절반 이하로 감소했다. 

악성 민원에 몸살 앓는 교사들.

  • 현장학습 출발 전날, “우리 아이가 친한 친구가 있는데, 그 아이와 짝꿍을 시켜달라”는 학부모 생떼도 받아내야 한다.
  • 현장학습 장소 선정은 학부모와 협의가 이뤄지는데, 교사들은 “왜 먼 곳을 가서 우리 아이 멀미하게 만드느냐”는 항의를 받는다.
  • 전쟁기념관으로 현장학습을 다녀오면 이념 시비를 거는 학부모도 있다.
  • “200장의 현장학습 사진 가운데 왜 우리 아이 사진은 5장뿐이냐”는 징징거림도 ‘민원’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고 있다.
  • 1~3학년은 월요일, 4~6학년은 화요일로 예정된 체육대회. 월요일 비가 와서 실내에서 개최했더니 한 학부모는 “4~6학년들은 밖에서 하고, 우리 아이는 실내에서 체육대회를 치러 마음이 아팠다”면서도 “우리 아이가 수업할 때 밖에서는 체육대회를 해서 방해 받았다”고 항의했다. 교사는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는가.
  • 운동회 때는 “우리 아이는 달리기를 잘 못하니, 달리는 거 못하는 아이들과 조를 짜달라”, “아이가 줄넘기하다 줄에 걸렸는데, 왜 연락을 주지 않았느냐. 아동학대로 고발하겠다”는 민원이 사람을 미치게 한다.

왜 이럴까.

  • 부모가 “선생님, 우리 아이 따끔하게 혼내주세요”라고 말하던 때가 있었다. 학생과 학부모가 교사 권위와 직업 윤리를 존중하던 시기였다.
  • 과거엔 민원을 제기하려면 학부모가 직접 학교를 찾아야 했다. 지금은 어플리케이션, SNS 등 온라인을 통해 얼마든 학교, 교사와 소통 가능하다.
  • ‘민원’으로 포장된 억지와 생떼는 교육청이 자체 판단하여 걸러내야 한다. 현실은 그렇지 않다. “그런 민원이 제기되면 교육청은 학교에 전화해 사실인지 하나하나 따진다”는 것이다. 교육당국의 교사 보호 책무 회피로 교사들의 스트레스 지수가 더 높아지고 있다.

‘을’이 되어가고 있는 교사들.

  • 민주당 김준환 의원실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교사 대상 상해·폭행 사건은 2021년 하루 평균 0.7건이었다. 2023년, 2024년엔 각각 1.4건으로 늘었다. 2025년(1학기 기준)에는 1.8건에 달했다. 2021년에 비해 2.6배 증가한 수치다.
  • 같은 자료에 따르면, 교권보호위원회(교보위) 일 평균 심의 건수는 2023년 13.8건, 2024년 11.6건, 2025년(1학기 기준) 12건을 기록했다. 매일 10명 이상의 교사가 교권 침해 피해를 겪고 있는 셈이다.
  • 교보위는 교원의 교육 활동을 보호하고, 침해 사안을 처리하기 위해 설립한 기구지만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는 게 강석조의 생각이다. “학부모에게 아동학대 혐의로 고발 당할까 무서워 교보위 신청을 포기하는 교사가 다수”인데다가 교사 없는 교보위도 적지 않다.
  • “학생이 교사에게 음란물을 보냈는데, 방과 후 시간이었다는 이유로 교보위가 교권 침해가 아니라고 판단한 적도 있다. 교보위엔 교육 전문가인 교사가 당연히 들어가야 하는데 그 비율이 너무 적다. 몇몇 지역에서는 교보위에 교사가 없는 경우도 있다.”
  • 다행히 12일 이재명(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교보위 구성 시 현장 교사 비율을 최소 20% 이상으로 의무화하는 법령이 심의·의결됐다.
악성 민원에 대한 울분을 담은 초등교사노조 유튜브 영상은 840만 조회수를 돌파하며 사회적 공분을 일으켰다. 사진=초등교사노조 유튜브.

인권조례 때문? “악용이 문제.”

  • 교권 침해 이슈가 나오면 학생인권조례를 문제 삼는 여론이 적지 않다.
  • 윤석열 정부 교육부장관 이주호는 “학생인권조례로 수업 중 잠자는 학생을 깨우는 게 곤란하고, 사소한 다툼 해결도 어려워 교사의 적극적 생활 지도가 크게 위축됐다”고 지적했다.
  • 강석조는 “학생인권조례가 문제가 아니라 그걸 갖고 악용하는 사람이 문제”라며 “학생인권조례에도 체벌 금지 등 중요한 조항들이 있다”고 말했다. “교권과 학생인권은 함께 신장해야지 상충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동복지법 개정해야.”

  • 법 제도 정비는 필요해 보인다. 아동복지법은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행위”를 금지한다. 문제는 ‘정서적 학대’ 개념이 일부 소수에 의해 무분별하게 확대 적용되고 있다.
  • 강석조는 “정서적 학대 조항을 근거로 선생님을 무고성으로 고발하는 사례가 너무 많다”며 “선생님을 때리는 학생의 손목을 잡았다고 아동학대로 고발한다.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에게 ‘조용히 해’라고 말해도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가 들어온다”고 했다.

“교사 보호, 공교육 살리는 첫 걸음.”

  • 지난달 이재명은 안전 문제로 현장학습을 기피하는 학교와 교사 풍토에 “구더기 생기지 않을까 싶어서 장독을 없애버리면 안 된다. 책임을 안 지려고 학생들에게 좋은 기회를 빼앗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 강석조는 “구더기를 없애주는 게 정부 역할 아닌가. 교사 보호 없이 책임과 의무만 강조하는 정부에 무엇이라 답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 “소수의 악성 민원이 제기됐을 때, 관리자인 교장·교감 선생님, 교육청과 교육부, 최근 법원 판결까지 아무도 교사를 보호해 주지 않는다. 공교육은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가장 튼튼한 뿌리다. 뿌리가 흔들리면 피해는 선량한 학생들이 입게 된다. 교육 현장이 무너지지 않도록 교사 보호에 관심을 가져달라.”

관련 글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