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x type=”note”]이 글은 팟캐스트 [과학기술정책 읽어주는 남자들]의 녹음 기록을 최소한의 편집을 통해 재구성한 인터뷰집의 일부입니다. 전체 인터뷰집은 ESC 청년과학기술인 위원회의 협력과 도움에 힘입어 [어떤 대화: 청년 과학기술인의 목소리](pdf)로 발간되었습니다. (필자)
¶ 이 인터뷰는 2015년 6월에 있었던 대화를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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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엄마이고, 학교 선생님이고, 과학고, 영재고에서 과학을 학생들을 가르쳐왔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당분간은 가르칠 예정입니다. 한때는 연구원이기도 했었고, 꽤 다양한 일들을 하고 살았네요.
학교는, 대학에서는 교육자가 될 마음은 없었으나 화학교육을 전공했고, 당시 저와 같이 공부했던 동기들도 교육자가 될 마음이 없는 친구들이 80% 이상이었어요. 많은 사범대학에 사실 교수님들이 교육을 전공하지 않고 그냥 자연과학을 전공하고 오신 분들이 연구를 위해서 사범대에 들어오신 분들이 계시기 때문에…
1. 연구소 7년
– 실례지만 몇 학번이시죠?
93학번입니다. 그러다가 대학원에서는 무기 화학을 전공했어요. 무기를 만드는 게 아니라 ‘Inorganic Chemistry’ 입니다. 석사한 다음에는, 그때가 IMF 였었거든요. 그래서 일자리를 얻어야겠다 해서 대전에 있는 모 연구소에 아주 아주 어렵게 정말 굉장히 높은 경쟁률을 뚫고 다행히도 면접 기회를 얻어서 어렵게 어렵게 들어갔어요.
– 아주 아주 어렵게 높은 경쟁률을 뚫고 들어간 연구소에선 얼마나 근무하셨죠?
총 7년 근무했습니다.
– 굉장히 오래 하셨네요.
연구소에 들어갔을 당시에는 여자 연구원들이 그렇게 많지 않았어요. 사실 제가 들어갔을 때 저를 뽑았던 팀장님이 여자 연구원을 뽑을 생각이 없었다고 하셨어요. 여자 연구원이 하기엔 너무 힘들 거라고 생각을 하셨다네요.
– 왜죠?
무거운 걸 많이 드는, 당시 브라운관… 지금 LCD 나오기 전 CRT 있잖아요. 정말 무겁거든요? 그 때 대형화가 되며 엄청 큰 게 나왔었는데, 기본이 15~18인치를 가지고 실험해요. 제가 자연과학을 하다가 사기업을 들어가니까 정말 바로 생산이 될 수 있는 제품을 연구하니까 CRT 패널을 갖고 와서 실험해요.
코팅하는 장비도 생산하는 곳에서 하는 것과 똑 같은 장비로 해서 들여오니까, 그걸 다 들어야 하죠. 아무튼, 여자 연구원이 그리 많지 않았었고 언제나 남성이 많은 사회에서 살아야 하는 불편함 같은 것들이 있었어요.
– 남자들이 많다는 것이 불편하셨나요?
이공계 여학생들 많이 그러시겠지만, 사실 어떨 때는 여학생들과 같이 뭔가를 이야기할 때보다 그냥 남학생들과 말할 때가 훨씬 편할 때도 많았거든요? 그래서 이것이 혐오 같은 건 아니고, 아무래도 남자들이 많은 사회고, 더군다나 학교가 아니라 기업으로 들어온 건데 여러 경쟁을 하면서 평가도 받고 승진도 해야 하는 상황이 문제에요. 문화도 다른데, 문화가 다르다는 건 학교에서는 잘못 느끼는 데 회사에 들어가면 안 보이던 것들도 좀 보이게 되거든요.
– 무기화학을 전공을 하셨는데 갑자기 CRT 모니터를 든다고 하면 사람들이 화학이랑 무슨 관련이 있는가 생각할 수 있으니까. 직접 어떤 일들을 하셨는지 설명을 해주시죠.
무기화학을 전공했는데, 기업에서는 석사급 연구원에서는 전공을 그렇게 따지지를 않아요. 박사급도 안 따지기도 하고 하는데요 뭐. 석사급은 정말 안 따집니다. 그냥 성적이 좋네? 성실하네? 면접을 해 보니 되게 조화롭게 잘 지낼만하네?
실제로, 전공과는 무관했어요. CRT 같은 경우는 전자파가 많이 나오기 때문에 전자파 차폐를 위해 코팅해야 해요. 그런데 이걸 막겠다고 금속을 깔 순 없잖아요? 그러니까 굉장히 투명한 전도성 물질을 깔아야 하고 그러다 보니까 보통 나노 입자 코팅을 하죠. 그리고 그 위에 우리가 TV 화면을 보면 내 얼굴이 보이면 안되잖아요? 그래서 여러 층의 간섭 현상을 이용해서 코팅을 하는데, 이렇게 돌려요. 붙이는 게 아니라.
– 화학공학과에서 할 법한 일이네요.
네. 그래서 저는 공학이란 무엇인가에 관해 너무 모르고 기업을 들어가지 않았나 해요. 사실 기업에서 하는 일의 굉장히 많은 부분은 내가 “아, 정말 좋은 용액을 만들었어요. 코팅을 했더니 물성이 너무 좋아요.” 라고 하면 그 다음부터 이제 15인치, 20인치, 40인치, 아니면 평면 이런 거에 적용을 시키는 과정인데, 실제로는 적용하는 일이 8~90 이상은 차지하는 것 같더라고요.
연구 순서를 보면, 랩 단계에서 물성 만족하고, 스케일 업 해서 파일럿까지 만족하면 그 다음 생산단계에서 물성을 맞추는 식으로 해요. 랩 단계에서 만족시키는 건 정말 어렵지가 않아요. 많은 연구들이 되어있고, 사실 기초연구를 해서 제품을 무조건 개발하는 게 아니라 라이센싱(licensing)을 하기도 하니까요. 그런데 이걸 실제로, 가령 코팅을 할 때 크기가 달라지면서 코팅의 균일한 정도가 달라지는 것과 퍼져나가는 게 달라지는 것을 맞추다 보면 원리는 이미 알지만 계속해서 적응해가는 거죠.
– 반복을 엄청나게 하셨겠어요.
네. 최적점을 찾는 거죠. 경제성까지 고려한 최적점을 찾아요. 힘들다기보다는 반복적인 일들이 너무 많았고, 아 기업에선 이런 일을 하는구나 하고 몸으로 느낀 7년이었죠.
– 7년이면 빠르다면 빠르고 늦다면 늦네요.
정확히는 5년 정도에 깨달았던 것 같고 2년은 고민을 했던 거죠. 이걸 알았고, 여기서 과연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있나? 내가 정말 인생에서 원하는 게 뭘까 고민하기보다는 숨가쁘게, 어딘가에 끊임없이 소속이 되어야 하고 또 그게 멋있어 보이면 좋겠고 했죠. 제가 굉장히 좁은 소견으로 살았던 사람이기 때문에 그런 단순함이 있지 않았나 싶어요.
– 그런데 그 일들을 어쩌다가 그만하게 되셨나요?
이건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인데요, 동기들이 많이 했던 말이 입사 5년 후 퇴사율이 제일 높다는 속설이었어요. 실제로 5년이 보통 엄청난 고비입니다. 보통 3, 5, 7 이렇게 말을 하거든요? 3년째 한 번 고민하고 넘기고, 5년 뒤에 떠난 케이스가 많았던 이유는 병역 때문에. 방위 산업체 TO로 온 사람들이 5년 뒤에 다들 유학을 떠났었죠. 그래서 5년차에 굉장히 많이들 나갔어요.
저는 5년째부터 고민을 시작했던 것 같아요. 큰 고민 중 하나는… 결혼했거든요, 그 즈음에. 결혼을 하니까 나가서 뭔가할 때 자꾸 양해를 구해야 하는 부분이 생겨요. 그 전까지는 자유인이어서 그럴 필요가 없었는데… 그 후에는 “제가 이런 사정이 있어 그걸 못하겠는데요” 하는데 남에게 양해를 구하는 것이 굉장히 힘들어요.
– 예를 하나 들어주신다면?
결혼하고 아이가 생긴 다음부터는 아이 돌보러 6시까지 빨리 가야 해요. 그런데 오늘은 갑자기 생산 업체에서 일이 생겨서 우리가 바로 대응을 해야 해서 야근을 12시, 1시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면 “제가 아이 때문에 지금 바로 집에 가야 한다. 아이를 어린이집에서 데려와야 한다” 라고 말하면 물론 “가야지” 라고 해주지만 한 번, 두 번이 아니라 몇 번 반복이 되다 보면 좀 힘들어요.
얼굴에 철판을 딱 깔고 ‘그래, 나는 이 사회에서 여성으로서, 엄마로서 책임을 다하고 있는 거야’ 하는 배포를 가지고 ‘죄송하지만, 제가 야근을 못하겠습니다’ 하면 되는데 그게 힘들었죠.
– 그러면 혼자 죄인이 된 듯한 느낌일 것 같아요.
네. 그런 게 반복되니까… 그것이 가장 큰 요인이었던 것 같아요.
- 처음에는 ‘재미있는 걸 해야지!’
- 그다음엔 ‘사회에 도움이 되는 아주 중요한 일을 해야지!’
- 나중에는 ‘아, 직업의 조건? 페이는 어떻게 되고, 일하는 시간은 어떻게 되고…’
이런 부분들을 굉장히 많이 생각해야 하는 거죠.
– 삶과 일의 밸런스가 중요해졌네요. 결혼 전에는 몰랐었는데 사실 굉장히 중요했던 것이네요.
역할이 하나였는데 두 가지가 된 거죠. 욕심이 많아서 그런가 싶기도 하고. 이것도 잘하고 싶고 저것도 잘하고 싶은 거죠. 그런데 이러다 보면 두 개를 다 맞출 수가 없고 이것도 못하고 이것도 못하게 되는… 아이에게도 미안해지고, 같이 일하는 사람들에게도 미안해지고….
이런 과정에서 제가 ‘아,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하고, 안정적 직장이라 생각했던 교직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2. 선생님 7년, 과학고 4년
– 결과적으로는 사범대를 갔던 것이 이득이었네요.
네. 요즘은 사범대 나왔다고 무조건 교사가 되는 것은 아니거든요. 다시 엄청난 경쟁률을 뚫어야 합니다. 그건 제가 입사했을 때보다 더 큰 경쟁률인 것 같아요.
처음에는 교사 되기가 그렇게 어렵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굉장히 어렵습니다. 학생 수가 감소하잖아요. 멀리 내다봤을 때, 교사수도 감소해야 된다고 생각을 하는 거예요. 그것 때문에 함부로 교사 수를 늘리지 못하니까, 교사 TO를 점점 줄이는 거죠. 그런데 직장을 구하기 힘들고 하는 사회상 때문에 시험을 보고 임용되는 직종에 많이 몰리게 되고. 사람은 굉장히 많은데 TO는 줄고 있죠.
– 그렇게 회사에서 여러 가지 일들을 겪으시면서 가정과 일이 양립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리고, 힘든 길을 뚫어 교직 인생을 시작하셨군요.
가정과 일이 양립할 수 있으려면 교직을 하면 좋겠구나 해서 교직을 하게 됐죠. 중학교에서도 근무를 해봤고 지금은 어쩌다가 이제 영재라고 불리는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죠.
– 어쩌다가 과학고까지 가셨나요?
여기 과학고는 교사들을 초빙하거나 시험을 보고 뽑아요. 그래서 “저 한번 해볼게요” 하고 초빙에 원서를 낸 거죠. 그리고 그 쪽에서 “아, 해보시겠습니까?” 하고 뽑아주신 거죠.
– 그러면 선생님으로서 경력은 얼마나 되셨죠?
올해 7년째네요.
– 과학고 선생님으로서 경력은?
4년이죠.
– 있어보니 어떤가요?
처음 제가 중학교에 들어갔을 때는 정말 굉장히 어떤 신념을 가졌느냐하면, ‘내가 교육자로서 정말 참된 교육자의 모습을 보여 줘야지!’ 그런 것 있잖아요? 교육은 씨앗을 심는 거라는 말을 많이 하거든요. 지금은 보이지 않지만 나중에 가서 이 아이가 어떻게 되어있을지 모르는 거예요. 그런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무장을 딱 하고 첫 수업을 들어갔는데, 첫 수업을 들어가자마자 제가 들었던 얘기가 “선생님 수업 처음 하시나 봐요?”
– 중학생 애들이요?
네. 저는 그때 때리는 건 있을 수 없다고 생각을 했죠. 바로 2학기 때 많은 선생님이 저한테 조언해 주시기를 “선생님 그렇게 하시니까 그 반 아이들이 수업 태도도 어쩌고 저쩌고.” 담임으로서 제일 듣기 싫은 말이 그 반 아이들은 왜 그러냐 하는 거에요. 나한테 뭐라고 하는 건 아닌데 콕콕콕콕 이렇게 찔리거든요.
아이들을 변화시키고 끌어올리기 위해서 선생님들이 이런저런 고민을 많이 하는데, 나한테 맞는 방법을 자꾸 찾다가 그 다음에는 애들하고 끊임없이 얘기하는 걸 시도해봤어요. 그 때 느꼈던 것은 공교육 현장에서 아이들이 내가 생각한 것처럼 꿈과 희망이 넘치는 아이들은 아니라는 거죠.
– 당연하죠. 꿈과 희망이 넘치는 세상이 있어야 꿈과 희망이 넘치는 아이들이 자라요.
내가 너무 순진한 눈을 가지고 학교에 들어왔구나 많이 놀라긴 했었어요. 그래도 아이들한테는 기본적으로 변화가능성을 두고, 변화할 수 있다라는 것을 기본적으로 전제하고 신뢰하기 때문에 할 수 있어요. 우리처럼 나이가 들면 들수록 변화 가능성은 점점 줄어든다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게 선생님들이 의지하는 면인 것 같아요.
– 과학 교사로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건 어땠나요?
중학교 때는 과학을 분리하지 않고 다 통합적으로 보잖아요? 그런데 통합적으로 배운다고는 하지만, 영역과 단원이 나뉘어있잖아요? 그걸 하나의 화학을 전공한 선생님이 생물하고 지구화학을 다 가르치죠.
그래서 저는 그때 굉장히 많은 걸 공부했어요. 나름 굉장히 재미있었어요. 아이들 중학교 교육에 대해서는, 최대한 재미있게 가르치려고 노력했어요. 지금 과학고와 영재고 아이들 가르치는 거랑 비교하면 오히려 수업은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 어떻게 재미있게 가르치려 하셨나요?
요즘은 과학송(과학 노래)이 있어요. ‘기체송’ 이런 것이 있는데 그걸로 같이 춤도 춰요. 동영상도 나와요. 그럼 그걸 이제 수업 전에 한 번 보여주고, 그 다음 수업 끝날 때 마지막으로 보여주고.
– 그럼 학생들이 좋아하나요?
처음에는 되게 좋아해요. 외워야 된다 하면 그걸 반복적으로 많이 보여줘요. 중학교에서는 수업만 하면 너무 힘들어하기 때문에 사진도 많이 보여주고 그림도 많이 보여주고 해요.
뭐 가져와서 색 변하는 것도 보여주고, 그래서 중학교에서는 선생님들이 끊임없이 그런 자료들을 찾으려고, 시각적으로 좋은 자료들을 찾으려고 노력해요. 흥미를 갖게 하고 거기서 뭔가 직관적으로 하나씩 이미지로 머리 속에 들어가게 만들고 그런 노력들을 많이 해요
– 사실 궁금한 게, 시각적으로 뭔가 확확 꽂히는 이미지를 자기들이 직접 실험하면 더 잘 알 수 있잖아요? 그런데 실험한다는 말씀을 잘 안 하시네요.
합니다. 다만 실험을 많이 하지는 않아요. 만약 실험을 두 번 걸러 했다 하면 자신 있게 실험도 한다 말을 하겠지만 한 학기에 많이 해야 네 번 정도 하거든요. 거의 한 달에 한 번 정도 실험을 하는데 그 정도 가지고 ‘제가 실험을 많이 했어요’ 이렇게 말할 수는 없는 거니까요.
– 하긴, 일반적으로 중고등학교 때 과학교육 받으면서 네 번이면 꽤 많이 한 것 같아요.
이제 과학고에서는 아예 수업이 있어요. 그래서 매주 실험해요. 그런데 이 실험 수업도 생각해 볼 거리가 있어요. 선생님들이 가령 중학교에서 실험 준비를 하면 미리 해봐요. 그러면 당연하게도 이렇게 저렇게 조합하다 보면 안 되는 케이스가 더 많죠.
그런데 결국에는 아이들한테 정확하게 책에 나와있는 개념이 그대로 아주 잘 반영될 수 있는, 하나의 실험으로 “봐봐, 실험을 해보니까 우리가 배운 대로 되지?”라고 할 수 있는 그 실험을 만들도록 여러 실험 조건 중에서 그 세트를 딱 만들어 내신다고요.
실험을 딱 설계를 해가지고 주고 아이들이 고대로 실험을 해서 이제 ‘정말 책에서 나온대로 잘 되네요?’ 아니면 ‘책에서 나온 대로 되지 않고 약간 다른데 오차 분석 해야죠?’ 하는 거에요.
– 실험 하면서 오차 한 1,000% 쯤 나와봐야 ‘아 이게 뭔가 책과 다르구나’ 할 텐데…
그래서 지금 과학고에서는 일부러 안 되는 실험을 하게 해요. 일부러 안되게. 애들한테 원리는 다 말해주면 그 실험 프로세스를 보면 다 그럴 듯 해 보여요. 그런데 이렇게 하면 조마다 다 다른 값이 나오기도 하고 아예 녹지 않기도 해요.
녹아야 뭔가를 하는데, 녹지를 않아. 기본적으로 뭔가 반응이 되려면 녹아야 되는데, 녹지 않게 주는 거에요. 애들이 그걸 계속 녹이고 있어요. 조금 있으면 애들이 막 헤매요. 그러면서 어떤 아이들은 “선생님이 실험을 이상하게 짰다”, “선생님이 실험 준비를 제대로 못하셨다” 이러죠.
– 합리적 의심이네요.
그러면서 이걸 내가 어떻게 바꿔봐야 될까? 이게 아니라, 이렇게 말하죠.
“실험이 잘못됐는데요?”
“선생님 프로세스를 잘못 주신 것 아닌가요?”
“왜 그렇게 주셨어요?”
내가 미안하지만 4주짜리 프로젝트를 짠 거야 얘들아. 이번 실험에서 느꼈던 것, 개선해야 될 것 등등 갖고 다음에 다시 실험하라고 해요. 그래서 실험이 안되게 만들어서 주면, “아 이렇게 하니 안되네” 하면서 바꾸는 거죠.
– 그야말로 과학을 하기 시작하는군요.
왜냐하면 과학고, 영재고 아이들은 나중에 실험하고, 과학을 디자인 할 줄 알아야 하는 아이들이거든요. 지식을 생산하는 아이들이지 있는 프로세스를 그대로 맞네요 하고 검증해주는 사람들이 아니거든요. 애들이 한 번 그렇게 ‘실험했더니 너무 잘 됐어요’ 하고 가는 것보다 뭔가 되게 안되고 이런 상황에 빠지는 경험을 해봐야죠.
– 지금 이건 과학수업이 아니라 과학실험 수업을 말씀해주신 것이죠?
네, 과학 실험 수업이에요. 과학고 영재고는 어떤 점이 좋은가 하면, 교육과정을 학교 재량으로 운영할 수가 있어요. 특목고라고 하는 고등학교들은 목적에 맞춰서 국가 교육과정에서 짜여 있는 ‘화1’을 안 쓰고 나름대로 우리가 교육과정을 짜서 일반 화학을 가르치겠다, 기초 화학이라는 걸로 가르치겠다, 이런 걸 자유롭게 짤 수가 있거든요.
그리고 시간 분배도 ‘과학 시간에 시수를 이렇게 분배하겠다’ 하는 것도 저희가 짤 수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확실히 과학, 수학에 대한 수업 시수가 굉장히 많은 건 사실이에요. 이 아이들이 일반 고등학교를 갔을 때에 비해 분명히 과학과 수학을 중점적으로 공부하고 있는 게 맞아요.
– 한 두 배 되나요?
일반고에서 얼마를 가르치는지 잘 모르기 때문에… 아무튼 시수가 되게 많아요.
– 과학 이론 수업도 있고 과학 실험 과목이 따로 있기 때문에 방금 말씀하신 것처럼 4주짜리 실험을 해볼 수도 있겠네요.
네. 두 시간짜리 실험인데 그걸 계속 연속해서 할 수도 있고.
– 원래대로면 중학교 때 조금 하던 실험이 고등학교로 가면 더 줄어들죠? 수능공부 해야 하니까.
맞아요. 처음 중학교에서 온 아이들은 이런 것에 적응이 잘 안 되어있는데 이런 아이들을 실험 환경에 자꾸 노출시키고, 하게 하는 순기능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개념으로 과학 공부한 학생들은 개념적으로 계산하면 딱 나와야 하는 거죠.
그런데 실험한 내용이랑 내가 머릿속 생각한 거랑 다르면 실험을 버리는 경우가 처음에는 많다는 거예요. 관찰을 다 믿을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그래서 일단은 내가 내 실험을 믿을 수 있는가에서 시작해서 반복을 해 본 다음에, 이건 정말 맞는데? 그러면 내가 갖고 있는 다른 무언가가 틀린 것이 아닐까? 라고 생각하는 게 맞죠.
– 어떻게 보면 공교육 제도의 한계 같은데요. 공교육 제도는 가르쳐야 하는 양이 있고 평가해야 하는 양이 있잖아요. 사실 평가하려면 지금 말씀해주신 방식으로는 제도권 방식으로 평가하기 힘들잖아요?
이런 걸 평가할 때는 힘들죠. 정말 잘 평가하고 아이들과의 신뢰관계가 형성 되어있지 않으면 힘들어요. 정성적으로 아이들을 평가해야 하는 거거든요. 그럼 아이들이 평가자를 믿어야 하죠. 아이들이 평가자를 믿지 않으면 “저 선생님이 나를 이런 결과 가지고 나를 어떻게 평가하겠어? 내신이 얼마나 중요한데?” 하죠.
아이들이 불만을 제기할 때, “선생님 제가 이런 성적을 받았는데 과연 이게 정당합니까” 했을 때, 근거가 희박해요. 지필 평가는 너무 명확해서 클레임을 걸 수 없어요. 그런데, 질적 평가는… 여기에 답변을 못하면 문제가 될 수가 있어요.
– 선생님들 입장에선 꺼려지는 게 당연하네요.
그래서 정량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걸 하게 되고, 실험 수업임에도 불구하고 실험을 가지고 평가하기 보다는 때때로는 실험을 가지고 시험을 보기도 해요.
– 실험으로 시험을 본다는 게 어떤 뜻이죠?
비슷한 실험 상황을 지필 평가처럼 문제를 내기도 해요. 거기서 데이터를 준 다음 데이터를 처리하도록 한다든가, 실험했더니 이런 결과가 나왔다 해서 실험에 대해 쭉 서술 하고 사진도 넣고. 결과값이 이렇게 나왔는데 뭔가를 계산하시오 하죠. 이렇게 되면 충분히 실험도 지필평가가 될 수도 있거든요? 데이터 처리 과정을 아느냐 모르느냐를 묻는 거에요.
– 이해했습니다. 그런 문제 제가 고등학교 다닐 때 기억해보면, 모의고사에 나와요. 아이들이 가장 싫어하는 유형 중 하나거든요. 내가 직접 안 해봤거든. 안 해본 걸 머릿속으로 해서 여기서 풀려니까 미치겠는 거죠. 무슨 말인지 몰라요 사실.
너무 개념적 문제만 나간다 하면 좀 그래요. 우리가 탐구도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과학 교육에서는, 탐구에 대한 자질을 기르고 뭐 이런 게 있는데 다 지필평가로 끼어들어가려면 문제가 되는 거죠. 사고실험을 하게 만들고서는 우리는 탐구 능력을 길렀다 이러는 거에요.
3. 진짜 실험 vs. 정답 찍기
– 지금 굉장히 중요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과학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결국 실험을 하는 건데요, 지금 아이들이 학교에서 배우고 있는 실험 수업은 과연 진짜 실험을 배우고 있는 건지, 아님 그냥 정답 찍기를 하고 있는 것인지 생각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교육과정과 교육 목표에서는 충분히 실험에 대한 중요성이 많이 강조가 되어있는데, 실제 컨텐츠가 만들어지지 않았어요. 교육계에서 굉장히 많은 분들이 새로운 실험을 하려 노력하는 중이거든요. 아직 일반화 되어있지 않아서 그런데, 우리가 판단보류를 목적으로 실험을 계획할 수도 있고…
예를 들어서 저는 판단 보류를 아주 중요하게 생각해요. 아이들이 특정 상황에서 실험이 끝났는데, 결론을 써야 하는데 솔직히 이 데이터를 가지고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없는 상황이거든요. 하지만 아이들은 정답이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하고 답을 어떻게든 찾아서 그쪽으로 막 논리를 끌고 가서 그걸 하죠.
그런 경우에 보고서에 평가를 할 때, ‘이 경우에는 판단 보류가 적합하다’ 해놓고 추가로 다시 실험을 하든 뭔가를 하든 피드백을 주거든요? 아, 물론 그러고 나서 점수는 깎습니다(…)
– 이런 부분들은 판단 보류를 해야 할 것 같다고 했을 때 “왜 선생님이 뭐라고 하시냐, 내가 틀렸냐” 라고 반문하면 어떻게 되는 거죠?
그 정도로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으면 너 말이 충분히 맞네 하면 되는 거예요. 설득이 되면. 보통은 그렇게 하려 하지 않아요. “판단보류라서 미스야” 하면 “아, 네” 하고 가는 거죠. “선생님 이게 왜 판단보류죠?” 하고 대드는 학생이 있으면 저는 너무 반가울 것 같다는 거죠.
헌데 실제로는 어떤 걸 하러 오는가 보면 실험 보고서 쓰기 전에 “선생님 이거 어디까지 써야 해요?” 처음에 저는 “어디까지가 뭐지?” 했는데 어디까지라는 말을 해석하면 “선생님께 좋은 평가를 받으려면 어떤 이야기까지 써야 해요?” 라는 겁니다.
처음에 어디까지라는 말을 들었을 때 이해를 못했어요. 그래서 저는 “응, 너가 쓰고 싶은 만큼 써” 했죠. 결국 아이들은 “선생님 이 보고서의 정답이 뭐예요?”, ‘딱 거기까지만 하고 싶어요’라는 얘기를 돌려 하는 거죠.
– 지금 이런 이야기가 정말 그럴까 의심을 살 수도 있는 것이,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과학에 관심이 없는 일반 중학생이나 고등학생들이 아니고 과학에 정말 관심이 있고 과학을 일반 고등학생들보다 두 세 배 많이 배우는 과고생, 영재고생들이 이렇게 한다는 점에서 놀랍고 안타깝고 하네요.
맞아요. 과고, 영재고는 교육과정을 자유롭게 운영하는 점이나 기타 혜택이 있는데 아이들이 과연 영재고에 와서 추구하는 게 무엇일까 돌이켜보면… 제가 너무 순진한 생각을 갖고 있는지도 몰라요.
과학 실험을 하면 거기에 대해서 궁금하고, 자기가 예상한 거랑 다르면 파보고 싶어하고 이런 것들로 충만한 애들이어야 하지 않을까 기대는 하는데, 아이들의 주 목적은 과학을 좋아한다기보다는 많은 부분이 좋은 대학을 간다는 것이죠. 너무나 경쟁이 익숙한 아이들이죠. 좋은 점수를 받는 것이 굉장히 중요해요 이 아이들한테는.
– 사실 너무 당연하네요. 저희도 그랬지만, 대부분의 한국의 고등학생들은 그런 비슷한 생각을 갖고 살고 있으니까요. 그렇다고 우리가 그 학생들 잡아놓고 “너희가 과학고 학생들인데 어떻게 그럴 수 있냐, 좀 더 파이팅을 가지고 너희의 탐구정신을 발휘해라” 이럴 수는 없잖아요. 이걸 개인의 탓으로 돌리면 안되니까요.
구조적으로 이렇게 나올 수밖에 없는 상태가 됐죠. 요즘 특목고라고 하는 학교들이 특수 목적에 부합하는 면들을 분명 갖고는 있지만,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한 면도 분명 존재해요. 같이 양립하고 있는데, 교사 입장에서 그 아이들한테, “너희들은 한국의 과학 리더가 될 아이들”이라는 말을 많이 하거든요?
그래서 우리가 맡은 이 기간만이라도 다양한 것들에 노출을 시켜주고 싶어요 과학이 가진 속성이라든가 그런 부분들도 많이 얘기해주고 싶은데 그런 수업이 아이들한테는 중요한 수업이 아니기 때문에 배제가 되는 거예요. 사실 실험 수업도 우선순위에서 밀려요. 보고서를 쓰는 것도, 아이들이 “보고서를 쓰기 때문에 공부를 못해요” 라는 불만을 얘기하기도 해요.
4. 아이와 부모
– 하지만 사실 그 아이들이 나중에 밥 먹고 살 길은 다 보고서 쓰는 것부터 시작인데(…)
그래서 많이 갑갑한 거죠. 이런 말을 부모님들한테 하면 부모님들도 은근히 압력을 넣으시고, 과학고에서 쓸데 없이 보고서 쓰는 데 왜 어렵게 하셔가지고. 아이들이 수학공부도 해야 되고, 문제도 풀어야 되고 하는데 시간 너무 뺏게 하는 것 아니냐, 그러면 그런 말들이 자꾸 들리면 위축이 될 수 밖에 없어요 교사들이.
– 한국의 부모님들이 문제로군요.
왜 자꾸… 하하하하하하
– 헬리콥터 맘[footnote]헬리콥터 맘: 자식의 입시와 취업은 물론이고, 결혼 이후까지 자녀의 모든 일에 사사건건 간섭하며 자녀의 일을 결정하는 엄마를 (자녀 주변을 맴도는) 헬리콥터에 빗대어 표현한 것.[/footnote]이 문제다 이런 건가요?
(…)
– 결국, 과학고도 한국의 어떤 거대한 입시 체계나 교육 체계 안에 귀속되어있기 때문에, 특목고라고 이름 붙이고 과학 교육을 많이 하긴 하지만 한계가 있군요.
분명 좋은 점들은 있어요 그런데, 그게 더 부각됐으면 하는 마음이 있지만 그래도 입시를 따라가는 부분들은 어쩔 수 고, 입시라고 하는 게 어쩜 이렇게 뒤로 밀칠 수 없는 문제인지… 때문에 내용도 많이 바뀌기도 하고 수업도 바뀌기도 하고, 아이들 우선순위도 바뀌고 그런 것들이… 보이는 거죠. 과고 와서 보니까 오히려 과고 영재고 아이들은 사실 거의 대부분 서울대나 카이스트를 가거든요? 이렇게 거의 보장이 되는데 왜 집착할까 싶기도 해요.
– 일반고를 나온 제 입장에서 보면 과학고에 들어가면 거기는 좀 자유롭게 하지 않겠어 하는 개인적 상상이 있는데, 나온 애들 말을 들어보면 전혀 그렇지 않더라고요. 그 안에서도 내신 경쟁이 굉장히 심하다고 들었어요.
맞아요. 이 아이들은 사실 중학교 때 고등학교 아이들이 겪을 입시를 거친 아이들이죠. 3년을 당겨서 모든 걸 다 한 아이들이에요. 정말 그게 아이들의 발달단계와 성숙하는 단계에 맞춰서 됐는지는 저는 개인적으로는 의문이지만, 어쨌든 3년을 미리 한 셈이에요. 그래서 사실 입시도 아니죠, 이 아이들한테는.
– 여기서 말하는 선행이란 게 1년 선행 이런 게 아니고 고등학교 정석을 중학교 1학년 때 해버리는 거니까요.
보통 사람이 보기엔 상상을 뛰어넘는 기준의 선행이죠.
– 대학 교재를 가지고 중학교 때부터 배우는 애들도 있는 것으로 압니다. 경진대회 준비하고 이러면…
그렇죠. 소위 말하는 일반 과목들을 한 번은 훑어봐야 해 볼 수 있는 레벨의 문제가 나오니까요. 저는 교육자로서 그게 굉장히 안타까운 부분이, 많은 사람들이 우리나라 교육을 볼 때 다들 안타까워하잖아요. 다른 곳에 비해서 아이들이 너무 힘들어 하고 행복하지 못해 하고. 그 부분을 아이들이 시간과 노력을 낭비하지 않고 뭔가 정말 필요한 것을 익히도록 끌어가게 작게나마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있어요.
– 한국 애들이 학부 때까지는 과학 수학을 잘 하는데, 대학원 가서 연구를 시켜보면 못한다는 말이 간혹 나오는데, 아마 여기서부터 기인한 것일 수도 있는 것 같아요. 결과적으로 자기가 연구하면서 실험하면서 답을 찾아가야 하는데, 어렸을 때 그런 걸 배워본 적이 없으니까요.
아이들이 여러 실험대회들을 준비하면서 각종 외부에서 하는 대회들을 준비하면서 일련의 탐구과정을 거쳐요. 이걸 너무 성과 위주로 가면 그것도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이 막 이렇게 하게 되는데, 그거를 아이들이 몇 번을 연습시키면 금방 또 하게 되거든요?
이런 일을 과고 영재고 아이들이 경험할 기회를 얻었다는 건, 아이들이 아는지는 모르겠지만 굉장히 큰 혜택이라고 생각해요. 감사한 마음으로 했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그런 마음을 갖고 있는 아이들은 별로 없는 것 같고, 또 다른 문제점 중 하나는 개인적으로 하는 것들에 되게 익숙해져 있어서, 그룹으로 하는 것들에 되게 민감해해요.
– 조별활동 같은 거요?
네. 그게 성적에 들어가면 조원이 누구냐 하게 되는 거죠. 그래서 제비 뽑기 이런 걸 많이 해요. 오히려 자유롭게 놓아주었을 때 많은 문제들이 있을 수 있어요. 너희끼리 가장 편한 학생들끼리 하라고 하면 소외되는 애들이 생기기도 하는 거고,
– 그런 환경은 적자생존이죠. 정글입니다 정글.
진짜로 그래요. 아이들이 개인적으로 평가를 받고 개인의 성취를 위해 뭔가를 해왔기 때문에 단체가 함께 성취를 한다는 것이 개념이… 그런 거가 많이 아직 어려운 것 같아요.
– 그렇다면, 본인의 자제들이 과고 갈 능력이 간다면, 보내실 예정인지요?
능력이 된다면 저는 보내요. 분명 일반고에 비해서 아이가 분명 과학을 좋아하고 한다면 이건 엄청난 혜택이에요, 제가 봤을 때는.
– 그러면, 아이가 과학을 싫어하지만, 과학고에 갈 실력이 된다면요?
아이가 과학을 엄청 싫어하면 절대 보내서는 안돼요. 제가 그런 경우를 몇 번 봤어요. 부모님의 압력으로 굉장히 인문적 소양이 오히려 너무나 강한 아이인데 여기에 와서… 중학교 때까진 그게 드러나지 않잖아요. 그런데 와서 공부를 하는데 굉장히 똘똘한 아이인데도 불구하고 너무 힘들어하는 걸 봤어요. 그런 학생들은 본인에게 맞는 학교를 갔으면 좋겠어요.
– 한국의 교육에 대해서 한 마디 하시죠.
저는 한국의 교육계에 대해서 뭐라 할 말이 없습니다. 제가 지극히 좁은 사회 속에 살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렇게 큰 시야를 갖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서…
– 좀 더 지엽적으로, 입시 제도에 대해서 한 마디? 부모님들의 행동에 대해서 한 마디?
부모님들과 학생들과 교사의 관계에 있어서는… 참 우리가 서로 사람이 만나 신뢰를 쌓기까지는 시간이 많이 걸리잖아요? 그런데 어느 날 3월 1일이 되어서 학생과 교사와 학부모가 만나요. 그럼 분명 그 상황에서 없던 신뢰가 딱 생길 수는 없어요. 그 선생님을 믿고, 학생을 믿고 하기까지는 얼마의 시간이 걸리겠지만 또 그 신뢰 구축이 그리 어려운 건 아니거든요? 이건 서로서로 간의 신뢰라고 생각해요.
요즘 교육환경은 기본적으로 학생들이 “어 저 선생님 되게 잘 가르쳐 줄 거야,” “저 선생님한테 수업을 들으면 뭔가 나아지는 게 있을 거야,” “저 선생님이 다 아시는 건 아니지만 저 선생님이 갖고 있는 그 하나를 내가 잘 공부할 수 있을 거야,” 어떤 그런 신뢰를 갖고 있는 것과 “저 선생님이 과연 얼마나 잘 가르치나 볼까?” “저 선생님의 강의는 어떨까?” “저 선생님의 강의가 나의 입맛에 맞을까?” “나의 스타일에 맞나?” 이렇게 갈리는 것 같아요.
인터넷 강의가 보편화 되어있어서 강의를 산다는 게 너무나 자연스러워요. 이게 학교 수업에도 많이 들어와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 실제로 대학교에선 강의 쇼핑을 하죠. 1~2주 정도 기간이 있으면 눈치보고 들어가기도 하는데요.
저는 그런 관계가 되어버리면, 교육의 효과는 최대가 될 수 없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 아주 전통적 교육관을 가지고 계시네요.
그런가 봐요. 그래서 신뢰관계가 더 중요한 것 같아요. 학생과 학부모가 믿어주면 교사가 훨씬 더 많은 걸 할 수가 있거든요? 그런데 믿어주시지 않으면 끊임없이 보고를 드려야 해요. 그런 부분이 부모님이 가져야 할 부분이기도 하고, 궁금하신 부분이기도 하고 그렇지만, 그게 너무 심해질 경우에는, 교사가 학생을 대응하기 보다는 학부모를 대응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쓸 수도 있어요.
아이에 대해 직접 눈으로 보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불안감? 우리 아이가 잘 하고 있을까? 당연히 궁금하고 아셔야 하는 부분인데, 그게 만약 너무 지나치다면 그걸 알려드리기 위해 교사는 정작 그 아이를 가르치기 위한 무얼 하는 데 더 적은 시간을 쓸 수밖에 없다는 거죠.
– 그래서 믿고 사는 아름다운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입니까?
네, 그렇게 마무리할까 하네요.
– 응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