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도 마이크로소프트 이그나이트(Microsoft Ignite) 행사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이 행사는 개발자와 IT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매년 개최되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주요 기술 이벤트이다. 애저 클라우드 서비스, 마이크로소프트 365, 팀스, 파워 플랫폼(Power Platform)과 같은 기업용 서비스의 최신 업데이트 발표가 이 행사의 주요 아젠다다.
마이크로소프트 CEO 사티아 나델라(Satya Nadella)는 자신의 키노트에서 가장 먼저 클라우드에 대한 비전을 언급했다. 팬데믹이 거치고 난 후 기술이 이끌어 나갈 향후 10년, 클라우드의 중요성에 관해 특별히 강조한 것이다. 특히 다섯 가지 속성을 들며 이들이 차세대 클라우드 혁신을 이끌 요소임을 밝혔다.
- 유비쿼터스와 탈중앙화된 컴퓨팅
- 주권을 가진 데이터와 주변 지능
- 힘을 받은 창작자와 커뮤니티
- 글로벌 노동자를 위한 경제적 기회
- 디자인에 기반한 신뢰
- Ubiquitous And Decentralized Computing
- Sovereign Data And Ambient Intelligence
- Empowered Creators And Communities Everywhere
- Expanded Economic Opportunity For The Global Workforce
- Trust By Design

사티아 나델라가 자신의 키노트에서 말한 이 속성들은 금세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전 세계에 알려졌다. 다섯 가지 속성으로 분류되어 각각에 대한 해석과 의미를 부여하는 기사가 주를 이루었다. 하지만 이 다섯 속성은 각각 별개로 기술적 진화나 사회적 속성을 언급한다고 보기에는 매우 긴밀하게 서로 얽혀있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디지털 대전환 시대를 앞두고 있고 이의 중심에 클라우드가 있다는 것을 사티아 나델라는 전달하고 싶었을 것이다. 이에 기술과 정책, 사회, 심지어 정치 분야까지 아우르는 디지털 시대의 비전을 함축적으로 제시하고 있다는 것에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
탈중앙화? 필요한 곳에 안전한 클라우드
나델라가 제일 먼저 든 것은 유비쿼터스와 탈중앙화된 컴퓨팅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의 주도하에 수립된 ‘U-Korea 전략’을 통해 “유비쿼터스”란 용어가 일반인들에게도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 정보통신 분야에서 뭔가 새로운 시도를 하려면 “유비쿼터스”라는 단어가 캐치프레이즈 어딘가에는 들어가 있어야 할 정도로 IT의 상징과도 같은 단어였다. 정보통신부의 비전이자 전략인 IT839 전략도 u-IT839 전략으로 수정되었을 정도다.
“유비쿼터스”는 (신은) 어디에나 널리, 그리고 동시에 존재한다는 철학적·종교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유비쿼터스 컴퓨팅은 언제 어디서든 가까운 곳에 있는 기기를 컴퓨터처럼 쓸 수 있다는 의미이다. u-Korea 전략이 수립될 당시 한창 네트워크 인프라가 폭발적으로 발전하고 있을 때다. 광대역통신망의 확산과 함께 이동통신 인프라가 진화하면서 유비쿼터스 컴퓨팅이 국가 정보통신 전략의 비전이 된 것이다.
사티아 나델라가 말한 유비쿼터스도 사실 같은 의미이다. 15~16년 전에는 통신 인프라와 기기의 발전에 근간을 둔 미래 기술에 대한 비전이었다면, 지금은 훨씬 더 복잡한 컴퓨팅을 가능하게 하는 클라우드의 진화 방향을 강조한 부분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위키피디아는 유비쿼터스 컴퓨팅을 퍼베이시브 컴퓨팅(Pervasive Computing) 또는 생활환경 지능(Ambient Intelligence)으로도 설명한다. 나델라의 키노트에서도 두 번째 속성으로 생활환경 지능을 언급하고 있는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클라우드 관점에서 탈중앙화를 통한 유비쿼터스의 실현을 이 두 속성으로 정리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탈중앙화의 첫걸음은 ‘엣지’
지금 클라우드 컴퓨팅은 ‘매우’ 중앙화된 상태라 볼 수 있다. 나델라도 키노트에서 현재의 컴퓨팅은 극도로 중앙화되어 있어 당장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10년간 기업의 클라우드 컴퓨팅 도입이 확대되며 컴퓨팅 자원은 클라우드, 특히 퍼블릭 클라우드로 계속 집중되는 상황이다.
운영의 용이성, 수요에 따른 확대·축소의 유연함 등 비즈니스적으로도 퍼블릭 클라우드 활용이 가져다주는 긍정적인 측면들이 대부분 기업의 사업 전략에 반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인터넷 성능의 향상이 이러한 중앙화에 주요 촉매가 되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어디서든지 원격 운영이 가능하기에 컴퓨팅 자원이 어디에 있든 관계가 없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으로 대변되는 최근 디지털 기술의 변혁은 중앙화된 클라우드 컴퓨팅에 많은 숙제를 던지고 있다. 우선 데이터의 폭발을 들 수 있다. 일상생활에서 쏟아져 나오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수집하고 처리하는 것이 디지털 전환의 핵심이다. 수집된 데이터를 가공하여 다양한 서비스에서 직접 활용하거나 혹은 이를 인공지능이 학습하게 함으로써 좀 더 지능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중앙화된 클라우드 컴퓨팅을 활용하여 처리하기에는 전송되어야 할 데이터가 너무 클 뿐만 아니라 이를 처리하여 결과를 확인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릴 수 있다. 당장 데이터를 분석하여 이 결과로 판단해야 하는 급한 상황에서 중앙 집중형 클라우드 컴퓨팅은 사실상 그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다.
데이터가 모여지는 곳, 바로 그 위치에서 필요한 작업이 수행되어야 이 결과를 실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 그래서 나온 개념이 엣지컴퓨팅이다. 탈중앙화의 첫 단계는 엣지컴퓨팅이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사티아 나델라는 이미 일관성 있게 클라우드의 미래는 엣지컴퓨팅에 있다고 주장해 오고 있다.

엣지컴퓨팅이란 용어가 처음 등장했을 때는 이를 클라우드 컴퓨팅의 반대 개념으로 이해하는 경향이 짙었다. 예를 들면 성능이 뛰어난 스마트폰과 같은 기기가 엣지컴퓨팅에서 말하는 소위 ‘엣지’에서 실제 컴퓨팅을 수행하는 것이 엣지컴퓨팅 본래의 의미로 해석되었다. 그러나 ‘엣지’에서의 컴퓨팅 요구 사항이 복잡해지고, 컴퓨팅 성능이 미미한 IoT 기기를 효과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새로운 아키텍처가 필요하게 되었다.
이 때 등장한 것이 ‘엣지클라우드’이다. ‘클라우드렛(Cloudlet)’도 이 범주에 포함되는 것으로 모바일 환경에서 가까운 소형 데이터센터(클라우드렛)를 통해 컴퓨팅 자원을 자연스럽게(Seam -less) 지원받도록 하는 표준 아키텍처를 정의하고 있다. 이동통신의 전통적인 핸드오버(Handover) 개념을 적용하여 수행 중이던 작업이 계속 연속적으로 다른 클라우드렛으로 옮겨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클라우드렛의 특징이다.
데이터 주권이 중요하다
중앙 집중된 클라우드 컴퓨팅의 또 다른 큰 숙제는 ‘데이터 주권’ 이슈이다. 모든 데이터가 클라우드로 집중되면서 민감한 정보 유출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개인 정보의 범위와 그 활용도 점점 더 확대되고 있다. 이름, 성별, 연령, 지역과 같은 신상 정보뿐만 아니라 소셜미디어에서의 활동, 검색 및 쇼핑 이력 등 소위 나의 ‘디지털 흔적’들이 모두 개인 정보의 범주에 포함된다.
이런 ‘디지털 흔적’은 개인화(Personalization) 과정을 거쳐 좀 더 나에게 친숙하고 편리한 서비스 제공을 가능하게 해준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의도하지 않은 용도로 활용되어 개인 프라이버시가 침해될 수 있는 위험성을 지니고 있다. 요즘 추세는 이런 프라이버시 침해가 더 큰 이슈로 부각되는 경향이 크다. 이 밖에도 내가 만들어 낸 온라인상의 콘텐츠에 대한 권한에 관해서도 이러한 ‘데이터 주권’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나델라의 키노트에서도 데이터 주권이 명확히 언급되고 있다. 다만 나델라는 일반적으로 표현하는 ‘데이터 주권'(Data Sovereignty) 대신 ‘주권을 가진 데이터'(Sovereign Data)로 표현한 것이 이채롭다. 개개인의 데이터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여기에 방점을 찍고자 의도적으로 ‘주권’이 아닌 ‘데이터’를 주체로 만든 것이 아닌가 짐작된다.
클라우드 컴퓨팅이 관심을 받기 시작한 초기부터 데이터 주권이 이슈가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견했다. 클라우드 컴퓨팅 확산과 함께 데이터 및 이를 관리·운영하는 곳이 집중화되는 것에 대한 우려와 함께 법적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국경 넘어 움직이는 데이터의 관할권 및 책임 소재에 관한 언급도 빼놓지 않는다.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보장하고 데이터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법적 장치 못지않게 기술적인 방식의 제시도 강조하고 있는데, 요새 이에 대한 기준으로 많이 인용되고 있는 유럽연합의 일반개인정보보호법(GDPR)에서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 내용이다.

사티아 나델라는 프라이버시의 중요성을 폭발적으로 급증하는 데이터와 연계시켜 설명하고 있다. 특히 클라우드 엣지에서 수집되는 데이터를 가공·분석하는 탈 중앙화된 클라우드 컴퓨팅의 역할이 필요한 이유 중 하나로 이러한 데이터 주권의 보장을 든다. 이렇게 수집된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일상생활 속 곳곳에서 지능형 서비스가 이루어진다. 따라서 이런 서비스를 통해 의도하지 않게 개인 프라이버시가 침해된다든가, 혹은 공개되어선 안 되는 정보가 중앙 클라우드에 저장되어 위험에 노출될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권을 가진 데이터와 생활환경 지능(Ambient Intelligence)을 하나의 테마로 언급한 이유를 여기서 찾을 수 있다. 생활환경 지능은 (주로) 엣지에서 수집하는 막대한 양의 데이터를 통해 더욱 강화되고, 이로 인해 서비스는 더욱 스마트해지는 가운데 데이터 주권은 취약해질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나델라가 강조하고 하는 것은 결국 클라우드로 인해 더욱 지능화된 서비스가 속속 등장한다는 것이다. 단, 데이터 주권 이슈가 해소되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을 단 것이고, 이를 탈중앙화 컴퓨팅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탈중앙화는 곧 분산 클라우드 전략
가트너가 2021년 10대 전략기술 키워드로 제시한 것 중 하나가 분산 클라우드(Distributed Cloud)다. 나델라는 ‘분산 클라우드’를 직접 언급하는 대신 탈중앙화로 현상을 설명한다. 이는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중심이 어디에 있는가의 차이이지 IT 전략 관점에서는 같은 의미다. 탈중앙화가 향후 방향성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그 결과물이 결국 분산 클라우드라 볼 수 있다.
분산 클라우드가 등장한 배경에는 이미 많은 기업·기관에서 퍼블릭 클라우드가 활용 비중이 높아지고 있음을 들 수 있다. 퍼블릭 클라우드 활용의 강점에 익숙해진 기관에서 데이터와 컴퓨팅 자원의 집중으로 초래될 수 있는 이슈를 해결하기 위한 솔루션으로 분산 클라우드가 관심을 끌게 된 것이다. 즉,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의 강점을 ‘대부분’ 그대로 유지하면서, 지역적으로 더 많은 곳에서 ‘고객’이 위치한 최대한 가까운 곳에서 서비스할 수 있도록 ‘분산’ 시킨 것이 분산 클라우드다.

나델라가 언급한 속성인 데이터 주권과 생활환경 지능을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기술 역시 분산 클라우드이다. 가트너는 분산 클라우드를 다음과 같은 여러 유즈케이스로 구분한다.
- 온프레미스 퍼블릭 클라우드: 기업/기관 사이트 내 구축되는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
- IoT 엣지 클라우드: 엣지 디바이스들을 위한 클라우드 서비스
- 메트로 지역(Metro-Area) 커뮤니티 클라우드: 도시 혹은 광역도시 지역 내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클라우드 서비스
- 5G 모바일 엣지 클라우드: 통신사 네트워크 내에서 제공되는 클라우드 서비스
- 글로벌 네트워크 엣지 클라우드: 네트워크 인프라의 라우터, 기지국, 허브와 같은 곳에서 제공되는 클라우드 서비스
사티아 나델라가 탈중앙화, 그리고 유비쿼터스를 외치고 있다는 것은 이미 마이크로소프트 애저가 이를 위한 준비가 충분히 되어있음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애저 엣지존은 이미 앞서 열거한 분산 클라우드의 여러 유즈케이스를 커버하고 있다.
프라이빗 엣지존으로 엣지 컴퓨팅 및 탈 중앙화된 클라우드 컴퓨팅을 제공하며, 통신사가 소유한 데이터센터 내에 엣지존을 배치함으로써 네트워크 코어에 위치한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 그리고 각 지역 별 혹은 대형 기관별로 엣지존을 둠으로써 애저 기반의 탈 중앙화를 완성할 수 있다. 사티아 나델라가 가장 중요하게 먼저 언급한 두 속성은 클라우드 컴퓨팅의 미래를 제시하는 것으로 이미 애저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클라우드 컴퓨팅과 기술·경제 민주화
나델라가 말하는 클라우드 미래를 이끌 다른 속성은 디지털 대전환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진 세상의 바람직한 모습을 제시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클라우드를 활용하여 누구나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고, 이들이 정당한 대우를 받으며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민주적 질서가 디지털 전환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고 말한다.
여기엔 깃허브(Github)을 인수한 마이크로소프트의 오픈소스 커뮤니티 지원 의지도 담겨 있다. 창작을 하고자 하는 모든 사용자에게 차별 없이 필요한 오픈소스 기반의 기술과 도구를 클라우드를 통해 제공할 수 있으며 이는 크리에이터 커뮤니티를 더욱 공고히 다질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크리에이터와 또 이들의 작품을 소비하는 소비자와의 바람직한 균형을 형성할 수 있다고 했다.

크리에이터뿐만 아니라 전 세계 모든 사람에게 경제적 기회가 확대되는 방향으로 기술 발전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았다. 판데믹을 거치며 재택근무의 효용성이 입증되고 있는데, 이는 다분히 클라우드 기술에 힘입은 것임을 많은 사람이 경험했다. 글로벌 노동자들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생기고, 한편 고용하는 기업에서도 노동 방식의 새로운 표준이 필요하게 되었다. 일상적으로 행하는 업무, 학습, 기술이 서로 연결된 선순환 구조를 바탕으로 경제적 기회를 확대시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끝으로 기술은 세상을 이롭게 만드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이를 나델라는 ‘디자인에 기반한 신뢰’라고 표현했다. 인공지능의 발전과 함께 주요 연구 분야로 발전하고 있는 신뢰할 수 있는 컴퓨팅(TC: Trustworthy Computing)보다 좀 더 포괄적인 표현으로 보인다. 설계 단계에서부터 다른 기술에 대한 영향성, 안정성, 그리고 프라이버시와 같은 기본적인 권리를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얘기이다. 물론 여기에는 인공지능 개발에 있어서의 윤리적 원칙도 포함된다.
나델라가 키노트에서 제시한 다섯 속성은 결국 마이크로소프트가 고객에게 전하는 마케팅 메시지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사티아 나델라가 마이크로소프트호의 선장이 된 지 7년 후 클라우드 컴퓨팅 우선 정책을 드라이브하며 정상의 위치를 지킬 수 있게 된 자신감이 묻어나는 미래 비전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비전은 기술과 경제 그리고 사회 전반에 걸친 디지털 전환의 바람이 한창인 요즘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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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으며, 디지털서비스 이용지원시스템에 동시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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