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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7월 27일 MBC 시사매거진 2580은 홈플러스의 경품 사기극을 보도하였다. 홈플러스는 경품행사에서 “홈플러스에서 다이아몬드가 내린다”는 문구로 홍보를 하였고, 1등 당첨자에게 7천8백만 원에 상당하는 드비어스 다이아몬드를 지급한다고 하였다. 하지만 2580팀이 확인한 결과, 드비어스 측은 그런 다이아몬드를 홈플러스에게 판매한 적도 없고, 경품 1등 당첨자에게 이 다이아몬드가 지급되지도 않았다. 2580팀은 홈플러스가 경품 응모권으로 모은 고객정보를 보험회사에게 판매한 사실도 밝혀냈다. 홈플러스 사태의 서막이 오른 것이다.

홈플러스의 경품 사기극, 1등 경품인 '드비어스 반지'(2캐럿 7천8백만원)는 아예 국내에 들어온 적이 없다.
홈플러스의 경품 사기극, 1등 경품인 ‘드비어스 반지'(2캐럿 7천8백만원)는 아예 국내에 들어온 적이 없다.

홈플 사기극의 최종 결론, ‘몰수·추징’ 불가 

이후 국민들의 분노, 홈플러스 불매운동, 홈플러스 경영진 출국금지, 홈플러스 본사 압수수색이 이어졌다. 수사 결과, 홈플러스의 경품 행사는 애초에 보험회사에 팔 고객 정보를 모으기 위하여 계획된 것임이 드러났다.

홈플러스는 경품행사에 응모한 고객정보가 보험회사에 제공된다는 내용을 응모권 뒷면에 글씨 크기 1mm로 적어서, 사실상 고객들이 자신의 정보가 보험회사에 판매된다는 사실을 모르게 하였다. 이렇게 홈플러스는 2011년 12월부터 2014년 7월까지 경품 행사를 진행하고 보험회사로부터 약 232억 원의 수익을 얻었다. 검찰은 홈플러스 법인, 홈플러스 임직원들과 보험회사 임직원들을 기소하였다.

"판사님은 이 글씨가 정말 보이십니까?" 피해 소비자와 시민단체의 1mm 항의 서한 (제공: 경실련)
“판사님은 이 글씨가 정말 보이십니까?” 피해 소비자와 시민단체의 1mm 항의 서한 (제공: 경실련)

그 뒤로 4년 세월이 흘렀고, 그 사이에 5번의 법원 판결이 이어졌다. 1, 2심은 홈플러스가 1mm로 깨알고지한 것이 적법하다며 무죄를 선고하였으나, 3심 대법원에서는 1, 2심 판단을 뒤집고 “응모권에 기재된 1mm의 글씨는 소비자의 입장에서 보아 그 내용을 읽기가 쉽지 않다”라고 하여 유죄의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이후 파기환송심에서는 유죄를 선고하면서 232억 원의 판매 수익은 몰수·추징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고, 대법원이 2019년 7월 25일자로 최종 확정했다.

법원은 5번의 재판을 거쳐 최종적으로 2019년 7월 홈플러스가 경품사기극을 통해 얻은 범죄 수익을 몰수하거나 추징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법원은 5번의 재판을 거쳐 최종적으로 2019년 7월 홈플러스가 경품사기극을 통해 얻은 범죄 수익을 몰수하거나 추징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왜 법원은 232억 원 판매수익을 몰수·추징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인가. 개인정보 보호법과 정보통신망법에서는 개인정보 불법 유통 등으로 인한 범죄 수익을 박탈하고자, “위반행위와 관련하여 취득한 금품이나 그 밖의 이익은 몰수할 수 있으며, 이를 몰수할 수 없을 때에는 그 가액을 추징할 수 있다”는 규정을 2015년과 2016년경 신설하였다.

하지만 홈플러스의 범죄 행위는 위 규정 신설 전인 2011년~2014년에 발생한 것이어서 위 규정을 적용하지 못하고, 형법상 몰수·추징이 가능한지 문제되었던 것이다. 결국 법원은, 형법 상 몰수는 ‘물건’(유체물)에 대해서만 가능하고 몰수가 어려우면 가액을 추징하게 돼 있는데, 개인정보를 형법 상 몰수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라고 보았다.

형법 상 몰수는 그 대상이 ‘물건’에 제한되어서 무형적인 이익은 몰수대상이 되지 못하므로, 오늘날 재산이 무체물화 되어가는 추세를 고려할 때 범죄수익 몰수에 있어서 극히 제한적인 기능밖에 수행할 수 없다. 몰수·추징의 대상범죄가 점점 더 전문화·고도화되어 가면서 형법이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다. 형법은 1953년에 제정되었고, 그 시대에 ‘개인정보’ 같은 무형적 이익이 형사처벌과 연관될 것이라고 상상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 결과, 홈플러스의 행위는 위법이지만 그 행위로 취득한 232억 원의 수익금은 몰수(추징)할 수 없다는, 일반 상식에서는 도저히 납득 안 되는 판결이 나오는 것이다.

홈플러스가 법을 위반해 번 돈은 4년간 약 232억 원인데, 2015년 4월 27일 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은 4억3,500만 원이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에 관한 항소심(2018년 8월)에서는 전현직 임직원 8명에 대해선 징역형 유죄가 선고됐지만 집행유예가 함께 부과됐고, 법인에 대해선 (겨우) 벌금 7,500만 원을 내렸다. 국가가 나서서 사기업의 개인정보 불법 판매를 장려하는 셈.
홈플러스가 법을 위반해 번 돈은 4년간 약 232억 원인데, 2015년 4월 27일 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은 4억3,500만 원이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에 관한 항소심(2018년 8월)에서는 전현직 임직원 8명에 대해선 징역형 유죄가 선고됐지만 집행유예가 함께 부과됐고, 법인에 대해선 (겨우) 벌금 7,500만 원을 내렸다. 국가가 나서서 사기업의 개인정보 불법 판매를 장려하는 셈.

홈플 사태의 교훈? 개인정보 = 알짜배기 장사  

2014년 시사매거진 2580의 보도부터 2019년 7월 대법원 최종 판결까지, 이 홈플러스 사태가 우리에게 남긴 것은 무엇인가.

우선 우리는 우리의 개인정보가 이곳 저곳에서 잘 팔리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홈플러스가 매장에 진열된 물건만 파는 게 아니라 고객정보도 열심히 팔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와중에 1mm의 작은 글씨로 작성한 저의가 명백함에도 개인정보보호법상 의무를 지켰다고 주장하는 뻔뻔함도 보게 되었다. 이렇게 내 개인정보는 홈플러스가 보험회사에게 팔고, 내 병원 처방전 정보는 약학정보원이 모아서 IMS헬스에게 판다(약학정보원-IMS헬스 개인정보 판매사건 참조). 개인정보를 대량으로 수집 관리하는 기업이나 단체들은 사람들 몰래 정보를 팔아서 돈을 벌고 있는 것이다.

또 우리는, 개인정보 판매가 위법행위로 처벌받아도 사실상 기업이 손해 보는 것은 없다는 것을 잘 알게 되었다. 5번의 판결까지 받았지만 , 홈플러스는 결국 200억 원 넘는 수익을 거두었다. 이러니 기업 입장에서는 개인정보를 안 팔 이유가 없다. 개인정보 장사만큼 알짜배기 장사가 어디 있을까 싶다. 방통위나 공정위의 제제금, 법원의 벌금이야 비용으로 생각하면 되지 않나.

그 얼마 안 되는 비용을 내면 수 억원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점포를 임대할 필요도, 초기 투자 비용도 없이, 그저 고객정보를 팔면 된다. 홈플러스는 자기 고객정보가 부족해서 경품행사로 정보를 더 모아서 팔았다. 그렇게 하면 200억 원이 넘는 수익이 떨어진다. 이런 고수익 저비용 사업을 마다할 기업이 도대체 어디 있겠나.

고객정보를 팔아먹기 위한 계획된 경품 사기로 결국 232억원의 수익을 올린 홈플러스... 홈플러스가 최종 승자다.
고객정보를 팔아먹기 위한 계획된 경품 사기로 결국 232억원의 수익을 올린 홈플러스… 이를 몰수하지도 추징하지도 못한 국가(검찰, 법원). 결국, 홈플러스가 최종 승자다.

 

홈플러스 사태 이후,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어떤 주체의 이익이 향하는 곳에, 그 행동이 따르기 마련 아니겠는가. 우리 법원 판결들은 기업들에게 개인정보 보호를 극대화하라고 가르치는가, 아니면 개인정보를 잘 판매하여 수익을 거두라고 속삭이는가?

이 문제는 답이 너무 뻔해서, 그저 안타깝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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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의 필자는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운영위원 강태리 변호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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