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내란재판 19호] 피고인와 증인으로 재회한 선후배 정보사령관 ‘선관위 장악’ 문상호와 ‘내란 설계자’ 노상원. (⌚6분)
2025년 9월 2주차(9.8~9.12)
지난주 윤석열 재판에서는 국회의사당에 출동했으나 조성현의 지시를 받고 국회 안에 진입하지 않고 철수한 군인들이 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윤석열 변호인들은 증인들을 상대로 핵심 증인인 조성현 단장의 신뢰도를 흔들려는 의도의 질문을 했지만, 조성현의 증언을 흔들만한 답변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노상원 재판에서는 선관위를 장악한 정보사의 후속부대가 선관위 직원들을 대거 체포하고 심문해 수감 시설에 수용하려는 것이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9월 둘째 주에는 세 개의 재판이 모두 공판을 열었고, 노상원의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혐의 재판도 열렸는데요. 주요 장면 위주로 요약해 봅니다.
1. 구속 만료 노리는 윤석열 꼼수, 위헌법률심판 제청
- 윤석열 재판(2025고합129)
8일(월요일)에는 윤석열의 17차 공판 기일이 열렸습니다. 윤석열은 이번에도 출석하지 않아 불출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증인으로는 특수전사령부 제1공수특전여단의 안효영 작전참모(중령) 등이 출석했습니다. 안효영 증인은 이상현 당시 제1공수특전여단장의 부관인데요.
이상현 여단장은 계엄 선포 당일 국회로 출동 지시를 받고 안효영 중령과 함께 국회로 이동하던 중, 곽종근 특전사령관으로부터 “대통령님이 문짝을 부숴서라도 국회의원을 끄집어내래”라며 의원들을 끌어내야 한다는 지시를 전화로 받았습니다. 당시 옆자리에 있었던 안효영 중령이 자신이 보고 들은 그날의 전화 통화를 증언한 것인데요. 이때 전화기 너머에서 곽종근은 이상현에게 “전기를 끊을 수 없냐”고도 말했다고 합니다. 지난 6월 9일 6차 공판에서 당시 이상현이 증인으로 출석해 똑같이 답했던 적이 있는데요(주간내란재판 8호 참고).

이것이 옆에 동승한 안효영 증인의 입으로 또다시 교차검증이 된 것입니다. 윤석열의 변호인 측은 그때 이어 이번 공판에서도 ‘대통령이란 말을 분명히 들은 게 맞냐, 혹시 “상부”라고 한 것 아니냐?’고 유도성 질문을 했지만, 증인은 ‘대통령’이란 단어를 분명히 들었다고 답했습니다.
한편, 지귀연 재판부는 이날 12월 중순까지 예정된 사건 심리 일정을 모두 마칠 것이라며, 재판이 지연되고 있다는 비판에 대해 반박하는 취지의 발언을 했습니다. 하지만 지귀연 판사의 발언대로 심리가 종결된다고 해도 그날 바로 판결이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결국 주요 피고인들의 구속 만료가 시작되는 12월 말 이전에 선고가 나오느냐가 관건인데, 여기에 대한 확답은 하지 않은 셈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윤석열 측은 이날 내란 특검법이 특정 정당의 특검 추천을 배제한 채 임명되어 위헌이라며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서를 청구했습니다. 이미 특검이 활동을 유지한 지 3개월여나 지난 시점에서 말입니다. 다분히 재판을 지연하려는 목적으로 보입니다. 지귀연 재판부가 이를 신속히 기각하고 예정대로 재판을 진행할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2. 법정에 선 그때 그 국방부 대변인
- 김용현, 노상원, 김용군 등 재판(2024고합1522)
12일(금)에는 김용현 등의 17차 공판이 있었습니다. 이날 오후 공판에는 전하규 당시 국방부 대변인이 출석했습니다. 전하규 전 대변인은 윤석열 정부에서 군과 관련한 사건·사고가 있을 때마다 브리핑을 진행했기에 당시 뉴스를 보신 분들은 낯이 익을 텐데요. 지난해 9월~10월경 더불어민주당 소속 일부 국회의원들은 계엄 준비 정황에 대한 첩보를 입수하고 국정감사 등 자리에서 여러 번 공개적으로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당시 김용현은 이에 대해 터무니없는 정치공세다, 계엄을 선포한다고 해도 국민들이 납득하겠느냐, 군인들이 따르겠느냐는 취지로 답했습니다. 전하규 증인은 당시 장관의 답변이 자신이나 다른 국방부 차원에서 검토한 차원이 아닌 김용현 홀로 답변한 것이라고 증언했습니다. 덧붙여 당시에는 자신도 의혹이 터무니없다고 생각했었으며, 국방부 차원에서 확인한 일도 없다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그 시점에는 선관위 침투 요원 선발 작업 등이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이는 계엄 준비가 국방부의 공식적 업무 체계가 아닌 노상원 등 비선 인원을 통해 준비되었고, 적법성 검토도 없었음을 방증하는 것입니다. 또한 전하규 증인은 당일 김용현으로부터 계엄 선포문을 직접 받았고, 이를 알리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증언했습니다. 그런데 당시 김용현에게 받은 선포문은 명의가 윤석열 대통령으로 되어있었습니다. 김용현이 윤석열의 위임을 받아 계엄 선포의 전체적인 과정을 총괄했음을 다시금 보여주는 정황입니다.
3. 80명 수사경찰이 비상대기만을 위해 재출근?
- 조지호, 김봉식, 윤승영, 목현태 등 재판(2025고합51)
10일(수)에는 조지호 등 경찰 간부들의 15차 공판이 열렸습니다. 이날 피고인 중에서는 조지호 경찰청장과 윤승영 국가수사본부 수사기획조정관만 출석했고, 증인으로는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반부패수사1계의 김 모 지원팀장이 출석했습니다.
김 모 팀장은 내란 당시 서울청 광역수사단 내에 경감 이하급 비상대기자 104명의 명단을 부하에게 작성하게 해서 상관인 임경우 수사부장(광역수사단장 겸직)에게 보고했습니다. 검찰은 이 명단이 주요 정치인들을 체포하기 위한 체포조를 편성하기 위한 목적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당시 명단 중 80여 명이 서울청으로 출근해 비상대기했습니다.

그러나 김 모 팀장은 해당 명단에 대해 그저 계엄 선포 당시 비상대기자 명단을 작성하라는 임경우 부장의 명령으로 작성한 것이며, 해당 명단이 정치인 체포 목적이라는 인식은 전혀 없었다고 증언했습니다. 애초 광역수사대가 계엄과 관계가 없는 조직이기도 했고, 만약 체포 목적이라면 문서 제목을 “비상대기자 현황”이라고 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대기한 인원이 모두 광역수사단 소속, 즉 치안 유지 담당이 아닌 수사하는 경찰들이었다는 것은 여전히 의구심이 남는 부분입니다. 결국 이날 재판에서도 경찰 내부에서 정치인들 체포조를 편성하기 위한 조직적인 지시가 있었고, 방첩사의 경찰력 지원 요청이 정치인들 체포 목적이었다는 것을 인지했다는 확실한 증거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4. 번외: 공모인가, 가스라이팅인가
- 노상원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 재판(2025고합901)
수요일(10일)에는 노상원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 공판도 열렸습니다. 이날 오후에는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이 증인으로 출석했는데요. 내란 당시 정보사령관과 전직 정보사령관이 형사재판의 증인과 피고인으로 만난 것입니다. 문상호는 군사재판의 피고인이기도 한데요. 군사기밀을 취급하는 정보사령부 사령관이라는 이유로 지금까지 법정 출석할 때마다 모두 비공개 재판으로 진행되었는데, 이날 재판에서 처음으로 공개재판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지난해 12월 10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노상원을 모른다고 증언했던 이후 첫 공개석상이었습니다.

문상호는 국회에서와는 달리 노상원과 있었던 일을 비교적 담담하게 이야기했습니다. 2024년 9월경 노상원이 자신을 불러 부정선거 음모론 책자를 주면서 정보사 대령 김봉규, 정성욱 등을 지목해 요약해달라고 했고, 당시에는 그저 사적인 부탁 정도로 생각해 두 대령에게 그대로 지시했다고 진술했습니다. 그랬더니 노상원은 그다음에는 북한에 대량 탈북 징후가 있다면서 정보사령부에 일 잘하는 인원들을 선발해달라고 지시했다고 합니다.
문상호는 정보사령관인 자신도 모르는 대량 탈북 징후를 노상원이 언급하는 것이 이상하고 불쾌해 반쯤 무시했는데, 며칠 뒤 노상원이 왜 안 하냐고 역정을 내면서 김용현이 전화할 테니 통화해 보라고 했다고 합니다. 그러자 “정말로 5분, 10분도 지나지 않아 김용현이 자신에게 비화폰으로 전화해 깜짝 놀랐다”고 증언했습니다. 당시 통화에서 김용현은 노상원을 잘 도와주라고 지시했고, 문상호는 노상원의 지시대로 김봉규, 정성욱에게 요원 선발을 진행하라고 지시했습니다.

그렇게 작성된 명단은 문상호의 지시로 노상원에게 전달되었습니다. 이 명단의 요원들은 대량 탈북 사태 대비가 아닌, 계엄 선포 후 선관위 직원들을 체포, 호송해 부정선거 의혹을 신문할 인력들이었습니다. 이때 재판장은 증인에게 직접 질문을 던졌습니다. 해당 요원 명단이 최종적으로 김용현이 활용할 명단이라고 생각했는지, 즉 노상원을 단순히 메신저 역할로 생각했는지 물어본 것입니다. 이에 대해 문상호는 노상원이 일정하게 권한을 가지고 해당 명단을 활용할 것으로 생각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노상원이 김용현의 위임을 받아 내란을 설계한 인물임을 뒷받침하는 진술입니다.
그 외에도 문상호는 노상원의 지시를 왜 거부하지 못했냐는 재판부의 추궁에 과거 직속상관인 데다가 김용현의 전화까지 받은 이후에는 거의 가스라이팅 당하다시피 해서 지시를 거부하지 못했고, 계엄을 선포할 만한 징후가 전혀 없었기에 진짜 실행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진술했습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자신이 ‘무뎌진 것 같다’며, 중간에 멈춰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고 후회하는 발언도 했습니다. 한편, 노상원은 문상호가 증언하는 내내 굳은 표정으로 문상호를 노려보았으며, 문상호는 검사 주신문 내내 노상원 쪽을 바라보지 않았습니다.

이번 주의 재판 동향 요약
- 윤석열 재판에서는 곽종근이 윤석열로부터 본청 문을 부수고라도 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았고, 이를 자신의 부하 윤상현에게 전화로 전달하며 지시했던 사실이 당시 현장에 있었던 또 다른 목격자의 증언을 통해 교차검증 되었습니다. 윤석열의 지시를 직접 받았던 사령관들의 증언을 2차, 3차 목격자를 통해 다각도로 검증해 나가는 과정입니다.
- 조지호 등 재판에서는 계엄 당시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 내에서 백 명이 넘는 경찰 비상대기자 명단을 작성했던 실무자가 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검찰은 해당 명단이 정치인 체포조를 짜기 위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증언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 김용현 등 재판에서는 당시 국방부 대변인이 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이 계엄 두 달여 전부터 계엄 의혹을 제기했던 것에 대해 김용현이 국회에서 거짓말로 의혹을 부인했던 것은 김용현의 독단적 대응이었으며, 국방부 차원에서 계엄 준비 의혹을 조사한 적도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김용현이 대통령 명의의 계엄선포문을 가지고 있다가 자신에게 알리라고 지시했다고 증언했습니다.
- 노상원 등 재판에서는 문상호 당시 정보사령관이 증인으로 출석해, 노상원이 어떤 과정을 거쳐 자신에게 계엄 관련 지시를 했는지 증언했습니다. 문상호는 노상원의 지시를 따른 이유에 대해 자신의 과거 상관이었고 장관인 김용현의 지시까지 있어 어쩔 수 없었다는 취지로 발언했으며, 노상원이 선관위 장악 음모를 꾸밀 당시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정황 등을 증언했습니다. 노상원의 표정은 시종일관 굳어있었습니다.

⚖ 윤석열 재판 (개요)
4월 4일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이 파면된 이후, 현직 군인 피고인들을 제외하고 주요 내란범들에 대한 공판은 3개로, 모두 지귀연 판사가 재판장인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 재판들을 간단히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1) 윤석열 재판(2025고합129) : 설명이 필요없는 내란 우두머리 입니다. 재판에 넘겨진 12.3 내란의 세가지 큰 덩어리, ①계엄군과 경찰의 국회 침탈 및 봉쇄, ②방첩사령부와 경찰 등의 주요 정치인 체포 시도, ③계엄군의 선관위 점령 모두에 대해 최종 지시자이자 책임자입니다.
2) 조지호 전 경찰청장과 김봉식 전 서울청장 등 경찰 수뇌부에 대한 재판(2025고합51) : 내란에 관여한 경찰 수뇌부에 대한 재판입니다. 내란에서 경찰은 위 세가지 덩어리에 모두 투입되었으며, 계엄군과 보조를 맞추어 국회와 선관위 주변에 배치되고, 방첩사령부 등의 정치인 체포 시도에 협조했습니다.
3)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김용군 제3야전군 사령부 헌병대장에 대한 재판(2024고합1522) : 윤석열의 명령을 받아 12.3계엄을 전체적으로 기획 및 실행한 책임자들에 대한 재판입니다. 구체적인 계엄 계획을 설립하고 계엄군을 움직여 실행했으며, 특히 선관위를 점거해 직원들을 체포하고 서버 반출을 시도했습니다.
⚖ 주간내란재판 (연재)
시민들의 노력 끝에 헌법재판소가 윤석열을 8:0 만장일치로 파면했고, 새로운 정부도 들어섰습니다. 그러나 내란수괴 윤석열은 여전히 구속되지 않고 거리를 활보하고 있습니다. 주요 내란범들에 대한 형사재판도 아직 초반 단계입니다. 참여연대는 시민들이 내란 재판의 근황을 쉽게 따라잡을 수 있도록, 한주간 재판의 흐름을 핵심만 요약해 짚어주는 ‘주간 내란재판 리포트’를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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