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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첫주에는 김용현 등 공판에 구삼회 증인이 출석해, 롯데리아 회동에서 있었던 일을 자세히 증언했습니다. 노상원이 계획을 주도한 정황, 부정선거 입증을 위해 선관위 직원들에게 자백을 강요하려 했던 정황이 나왔습니다. 조지호, 김봉식 등 경찰 간부들에 대한 재판에서는 방첩사 간부가 출석, 계엄 당일에 현장 병력과 경찰로부터 체포된 정치인들을 인계받으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증언했습니다. 6월 2주차에는 윤석열의 6차 공판과 김용현 노상원 등의 8차 공판이 있었습니다. 짧게 둘러봅니다. 

1.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 팻말 따로 행동 따로

  • 윤석열 재판(2025고합129)

월요일(9일)에 진행된 윤석열의 6차 공판에서는 지난 기일에 이어 이상현 여단장이 다시 증인으로 출석, 피의자측 변호인의 반대심문을 들었습니다. 이상현 여단장은 지난 기일에서 증언했던 ‘도끼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라’는 말을 들었다는 진술을 유지했습니다. 변호인은 이상현 여단장이 그 전 언론 인터뷰나 조서에서 ‘상부’라는 표현을 썼었다며 “대통령이란 단어는 못들은거 아니냐”고 캐물었지만, 그는 다시금 (곽종근 특전사령관이) “상부와 화상회의를 했다”고 들었고, 자신이 누가 그런 지시를 했냐고 물었을때 곽종근 사령관에게서 “대통령”이라고 분명히 들었다고 답했습니다. 대통령이 문을 부수고라도 들어가라’, ‘전기라도 끊을수 없냐’는 말을 들었다는것도 다시금 확인했습니다. 

그러자 재판 말미에 윤석열이 다시 직접 발언했습니다. 윤석열은 “상부와 화상회의 중에 이런 지시를 (곽종근 당시) 특전사령관이 받았단 게 사실인지 아닌지도 알 수 없거니와 군에서 상부는 대통령을 의미한다는 것도 명백히 거짓말”이라고 발언했습니다. 군에서 “상부”란 자신이 아니라, 합동참모본부와 국방부라는 것입니다. 이는 헌법상 군통수권자로서의 대통령 지위를 부정하는 발언일 뿐 아니라, 국회를 무력화하려 했던 것에 대한 책임을 부하인 김용현 국방부장관과 합동참모본부에게 떠넘기는 발언입니다. 

윤석열의 ‘트루먼 카피 팻말'(‘The BUCK STOPS here!’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 대통령실 제공 사진 갈무리.
트루먼의 유명한 팻말 경구. “내가 다 책임진다(The buck stops here)” 하지만 그 팻말 뒷면에 “나는 미주리 출신이다(I’m from MISSOURI)”라고 적혀 있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자신의 근본과 초심을 늘 떠올리기 위해서였으리라. 윤석열의 팻말 뒤엔 어떤 문구가 적혀 있었을까.

그러나 증인 이상현 준장도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그는 계엄 며칠후 부하들에게 자신이 알고 있는 자초지종을 전하고, “한 가지만 약속한다. 내 밑으로 부하들이 처벌받으면 나는 죽어버리겠다”고 말했다며 “거짓말할 생각으로 군 생활하지 않았다”고 발언했습니다. 첫 공판때부터 일관되게 자신의 책임을 아랫사람에게 떠넘기는 윤석열과는 대조적인 태도입니다. 참고로 윤석열은 지난해 5월, 대통령 취임 2주년을 맞아 집무실 책상에 보란듯이 ‘The BUCK STOPS here!(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라고 적힌 명패를 놓고 기자회견을 했던 적이 있습니다. 어느쪽이 거짓말쟁이인지, 어느쪽이 더 책임감 있는 사람인지는 윤석열을 제외한 모두가 한눈에 알 것 같습니다. 

계엄 직후 이상현 여단장의 발언을 단독 보도한 KBS. 이상현(여단장)의 증언은 재판에서도 동일하게 반복됐다.

윤석열 측 반대신문이 길어지면서 원래 예정되어있던 김철진 국방부 군사보좌관 증인신문은 16일로 미뤄졌습니다. 김철진은 김용현의 최즉근 보좌관으로,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를 결의한 이후 윤석열이 합참 결심지원실에서 회의할때 동석했던 인물입니다. 또한 이재식 합참 전비태세검열차장(이계엄사령부 기획조정실장)도 출석할 예정입니다. 지금까지의 재판이 계엄선포부터 국회가 해제 요구 결의안을 통과시키기 직전까지의 윤석열의 행적을 규명했다면, 앞으로는 결의안 통과 직후의 대응을 규명할 것으로 보입니다.

2. 배보다 큰 배꼽, 장관보다 중요한 사령관

  • 김용현, 노상원, 김용군 등 재판(2024고합1522)

12일(목)에 열린 김용현, 노상원, 김용군 등의 8차 공판에서는 오영대 국방부 인사기획관이 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오영대 증인은 계엄 직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 들어갔을 때 목격한 상황을 진술했습니다. 통제실에 들어가자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 담화가 진행되고 있었고,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 등 고위 군관계자들이 모여있는 가운데 김용현이 박안수에게 계엄사령관으로 임무수행하라, 화상회의에 수방사령관, 특전사령관 등 등장하라고 지시했다고 증언했습니다.

특히 김용현은 ‘지금부터 장관 지시를 따르라, 어기면 항명죄로 처벌한다, 장관이 모든 걸 책임진다’라고 발언했다고 합니다. 계엄선포 직후 김용현이 군부대들을 통제했을 뿐 아니라, 지시의 불법성까지 인지하고 있었다는 것을 암시하는 발언입니다. 

한편 오영대 증인은 김용현이 국방부장관에 취임한 직후 문상호 정보사령관의 유임을 지시한 것이 이례적이었다고 증언했습니다. 문상호 정보사령관은 군사재판의 피고인으로, 전직 정보사령관인 노상원이 내란의 비선 실세였다면 문상호는 공식 직제상 선관위 장악의 중추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문상호는 작년 여름 정보사령부 군사기밀 유출사건의 책임을 물어 신원식 전 국방부장관 하에서 문책성 인사를 받을 것이 유력했었는데요. 그런데 작년 9월 갑자기 신원식이 안보실장으로 전보되고 그 뒤를 이어 장관이 된 김용현이 문상호의 직을 유지시키라고 했다는 것입니다. 윤석열이 정보사령관을 지키기 위해 장관까지 교체한 정황을 보여주는 동시에, 그만큼 김용현과 문상호가 내란에서 중요한 임무를 담당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한편 이번에도 피고인측 변호인들은 줄곧 검사의 증인신문 과정에 ‘유도신문이다’, ‘증인이 정치적 성향을 가졌다’, ‘비상계엄에 대한 생각을 왜 물어보나’라면서 끼어들고 반발했습니다. 지귀연 재판부가 ‘반대신문때 지적하라’는 취지로 제지했지만 피고측 변호인들의 연이은 반발로 고성이 오가며 또 30분가량 재판이 지연되었습니다. 피고인 측의 반대신문은 6월 26일에 이어서 진행될 예정입니다.

3. 기타: 드디어 가시화된 내란 특검

한편 지난 10일(화)에는 국회가 지난 5일 가결시킨 내란 특검법도 공포되었습니다. 특별검사로는 조은석 전 서울고검장이 임명됐습니다. 내란특검은 기존에 기소되지 않았던 외환죄(북한을 자극해 도발을 유도한 의혹)와 노상원의 수첩에 기록된 정치인 · 언론인 사살계획 등도 수사대상에 포함됩니다. 수사 기간은 최대 170일이며, 이미 기소된 피고인들에 대한 추가 기소나 재구속이 이뤄질 수도 있습니다.

이번 주의 재판 동향 요약

  • 윤석열이 다시 입을 열었습니다. 군이 말하는 ‘상부’는 대통령이 아니라 국방부와 합참이라며, 국회의원들 끌어내라는 지시를 한건 자신이 아니라는 책임 떠넘기기 주장을 했습니다.
  • 김용현이 계엄 선포 직후 군 고위 장성들에게 작전 수행을 직접 지시한 장면에 대한 증언이 나왔습니다. 또한 그가 장관에 취임하자마자 문상호의 유임을 지시하는 등, 계엄 핵심 인물을 지키려 했다는 정황이 나왔습니다.
  • 내란특검법이 공표되고 조은석 특검이 지명되어 본격적 수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내란 피고인들에 대한 추가 기소가 이뤄질 수 있습니다.

⚖ 윤석열 재판 (개요)

4월 4일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이 파면된 이후, 현직 군인 피고인들을 제외하고 주요 내란범들에 대한 공판은 3개로, 모두 지귀연 판사가 재판장인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 재판들을 간단히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1) 윤석열 재판(2025고합129) : 설명이 필요없는 내란 우두머리 입니다. 재판에 넘겨진 12.3 내란의 세가지 큰 덩어리, ①계엄군과 경찰의 국회 침탈 및 봉쇄, ②방첩사령부와 경찰 등의 주요 정치인 체포 시도, ③계엄군의 선관위 점령 모두에 대해 최종 지시자이자 책임자입니다. 

2) 조지호 전 경찰청장과 김봉식 전 서울청장 등 경찰 수뇌부에 대한 재판(2025고합51) : 내란에 관여한 경찰 수뇌부에 대한 재판입니다. 내란에서 경찰은 위 세가지 덩어리에 모두 투입되었으며, 계엄군과 보조를 맞추어 국회와 선관위 주변에 배치되고, 방첩사령부 등의 정치인 체포 시도에 협조했습니다. 

3)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김용군 제3야전군 사령부 헌병대장에 대한 재판(2024고합1522) : 윤석열의 명령을 받아 12.3계엄을 전체적으로 기획 및 실행한 책임자들에 대한 재판입니다. 구체적인 계엄 계획을 설립하고 계엄군을 움직여 실행했으며, 특히 선관위를 점거해 직원들을 체포하고 서버 반출을 시도했습니다. 

⚖ 주간내란재판 (연재)

시민들의 노력 끝에 헌법재판소가 윤석열을 8:0 만장일치로 파면했고, 새로운 정부도 들어섰습니다. 그러나 내란수괴 윤석열은 여전히 구속되지 않고 거리를 활보하고 있습니다. 주요 내란범들에 대한 형사재판도 아직 초반 단계입니다. 참여연대는 시민들이 내란 재판의 근황을 쉽게 따라잡을 수 있도록, 한주간 재판의 흐름을 핵심만 요약해 짚어주는 ‘주간 내란재판 리포트’를 연재합니다. 

⇨ 지난 리포트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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