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내란재판] 2013년 윤석열 vs. 2025년 김형기,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두 사람의 만남. 2025년 4월 3주차(4월 21일~25일). (⌚10분)

헌법재판소가 윤석열을 8:0 만장일치로 파면했습니다. 그러나 윤석열은 여전히 구속되지 않고 거리를 활보하고 있습니다. 내란의 주요 임무 종사자들에 대한 형사재판도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입니다. 참여연대는 매주 1회, 주요 내란 피고들의 공판 진행 상황을 종합해 내란 범죄에 대한 형사재판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요약해 짚어보는 ‘주간 내란재판 리포트’를 연재합니다. (⇨ 지난 리포트 읽기)
내란 재판 ‘3대장’ 개요
4월 4일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이 파면된 이후, 현직 군인 피고인들을 제외하고 주요 내란범들에 대한 공판은 3개로, 모두 지귀연 판사가 재판장인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 재판을 간단히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 윤석열 재판(2025고합129): 설명이 필요없는 내란 우두머리 입니다. 재판에 넘겨진 12.3 내란의 세가지 큰 덩어리, ①계엄군과 경찰의 국회 침탈 및 봉쇄, ②방첩사령부와 경찰 등의 주요 정치인 체포 시도, ③계엄군의 선관위 점령 모두에 대해 최종 지시자이자 책임자입니다.
- 조지호 전 경찰청장과 김봉식 전 서울청장 등 경찰 수뇌부에 대한 재판(2025고합51): 내란에 관여한 경찰 수뇌부에 대한 재판입니다. 내란에서 경찰은 위 세가지 덩어리에 모두 투입되었으며, 계엄군과 보조를 맞추어 국회와 선관위 주변에 배치되고, 방첩사령부 등의 정치인 체포 시도에 협조했습니다.
-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김용군 제3야전군 사령부 헌병대장에 대한 재판(2024고합1522): 윤석열의 명령을 받아 12.3계엄을 전체적으로 기획 및 실행한 책임자들에 대한 재판입니다. 구체적인 계엄 계획을 설립하고 계엄군을 움직여 실행했으며, 특히 선관위를 점거해 직원들을 체포하고 서버 반출을 시도했습니다.

12.3 내란의 사실관계는 크게 세가지 큰 덩어리로 나눌 수 있습니다.
- 계엄군과 경찰의 국회 침탈 및 봉쇄
- 방첩사령부와 경찰 등의 주요 정치인 체포 시도
- 계엄군의 선관위 점령
지난 주에는 세 개 재판에서 모두 한번씩 공판이 진행됐습니다. 윤석열은 첫 공판 출석에서 모든 공소사실을 부정하고, 수사기관의 수사내용과 헌법재판소에서 검증된 사실도 모두 부인했습니다. 국회에 진입한 군인들에게 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지시가 내려진 과정에 대한 검증도 시작되었습니다. 조지호 경찰청장 등 경찰 수뇌부의 재판에서는 경찰과 방첩사령부의 협조와 명령체계가 실무단계에서 어떻게 이어졌는지 검증이 진행되었습니다. 이번주에는 조지호 경찰청장 등 3인의 재판을 제외하고 윤석열 공판과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 등의 공판이 진행되었는데요. 짧게 돌아봅니다.
1. 부당하게 지시한 대통령 vs. 정당하게 항명한 군인: 윤석열 재판
- 2025고합129
21일(월)에 열린 윤석열의 두 번째 공판에서는 지난주와 달리 재판 시작 전 언론사의 촬영이 허용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윤석열이 법정에 입장하는 장면이 방송 카메라에 공개되었는데요. 그런데 이번에도 또다시 특혜 논란이 제기되었습니다. 윤석열이 통상적으로 고정된 피고인석이 아닌, 방청석에서 반대쪽으로 가장 먼 2열 구석에 앉은 것입니다. 보통 피고인이 방청석에서 잘 보이는 1열에 앉는 것에 비하면 이례적입니다.
이 날도 윤석열은 직접 자신의 혐의를 부인했습니다. 계엄이 그 자체로 범죄가 아니라 하나의 법적 수단에 불과하다며, ‘칼을 썼다고 해서 무조건 살인이라고 볼 수 없다’는 논리입니다. 또한 내란죄가 성립하려면 장기 독재를 위한 친위 쿠데타라는게 증명되어야 한다고도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이미 윤석열이 계엄을 선포하고 포고령을 발포한 행위 자체만으로도, 헌법 및 계엄법 조항과 영장주의를 위반해 국민의 정치적 기본권과 단체행동권 등을 침해한 것이라고 판시했습니다. 계엄이라는 칼을 사용함으로써 이미 국민의 피해가 명확히 발생했다는 것입니다.
또한 형법 상의 내란 죄는 ‘장기 독재를 위한 친위 쿠데타’라는 목적을 요구하지 않고 있습니다.
👨⚖️ “대한민국 영토의 전부 또는 일부에서 국가권력을 배제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자는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라 처벌한다.” (형법 제87조 ‘내란’)
즉, 내란죄는 ‘국헌(헌법질서)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자’라면 성립이 됩니다. 윤석열은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기 위해 내란죄에 대해 법전에도 없는 해석을 창조해낸 것입니다. 오죽하면 지귀연 판사조차도 황당했는지, “내란죄의 실체적 법리에 대해서는 재판부가 명확히 갖고 있다. 피고인과 변호인이 그 부분에 대해 의문을 가진다면 그건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재판 진행에 대해 판사에게 훈계하지 말라는 의미입니다.
한편 증인 신문으로는 지난주에 이어서 ‘의원 끌어내라’는 지시에 대한 검증이 계속됐습니다. 지난주에 출석했던 조성현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제1경비단장과 김형기 특수전사령부 1특전대대장이 윤석열 측의 반대신문을 받기 위해 다시 출석했습니다. 조성현 단장은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으로부터 ‘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지난주에 증언한 바 있는데요. 윤석열 측은 이진우 사령관의 지시가 정확하게 의원을 끌어내라는 의미였느냐, 그게 가능한 지시로 보였느냐고 물었습니다.
하지만 조 단장은 불가능한 지시라는 걸 알면서도 왜 내렸는지 모르겠다며 반문했습니다. 급기야 윤석열 측은 조 단장의 기억력까지 문제 삼으며, “원래 기억은 점점 희미해지는 게 아니냐”고 물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도 조 단장은 “특정한 기억은 점점 더 도드라질 수 있다는 걸 알았다“며 반박했습니다.
김형기 대대장은 이상현 특전사 공수1여단장으로부터 ‘(윤석열이) 문 부숴서라도 끄집어내오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지난주에 증언했습니다. 하지만 부당한 지시라고 판단해 명령을 따르지 않았는데요. 이날 김형기 대대장은 아래와 같이 발언해 주목받았습니다.

“전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습니다. 조직에 충성해왔고요. 그 조직은 제게 국가와 국민을 지키라는 임무를 부여했습니다. …(중략)… 상급자의 명령에 하급자가 복종하는 것은 국가와 국민을 지키는 임무에 국한됩니다. 저는 지난 23년을 국민들에게 사랑 받으며 군 생활을 해왔는데, 지난 12월 4일에 받은 임무를 제가 어떻게 수행하겠습니까? 차라리 저를 항명죄로 처벌해주십시오. ”
김형기 대대장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이 말은 지금 피고인석에 앉아있는 윤석열이 12년 전 국정감사에서 했던 말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윤석열은 “위법의 소지가 있는 것이기 때문에 그 지시는 따르면 안되는 겁니다”란 말도 남겼습니다. 그러나 윤석열 검사는 12년 뒤 자신에게 개인적으로 충성하는 부하들을 모아 내란을 일으키고, 군인들에게는 위법한 명령을 내리며 따르기를 강요했습니다. 법정에서 자신의 말을 돌려받은 윤석열은 12년 전의 기억을 떠올렸을까요?

한편 윤석열 측은 노골적인 재판 지연 작전으로 들어간 것으로 보입니다. 원래 공판 준비기일에서 마무리되었어야 할 증거 인부 절차(검찰이 제출한 증거에 대해 동의하는지 여부를 밝히는 것)를 아직도 하지 않았습니다. 피고측이 증거에 동의하냐 부동의하냐를 밝혀야 부동의한 증거의 채택을 두고 증거조사를 시작할 수 있는데, 윤석열 측은 동의도 부동의도 아니고 아예 답변 자체를 안하고 있는 것입니다.
결국, 재판부마저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며 다음 공판까지는 무조건 인부 절차를 밝히라고 일렀습니다. 대신 차기 공판기일은 무려 2주를 건너 뛴 5월 12일로 잡혔습니다. 또한 향후 공판 기일도 월 3~4회씩, 12월까지 잡아 놨습니다. 선고가 내년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뜻이며, 지귀연 판사가 윤석열을 직권 구속하지 않는다면 내란수괴 윤석열은 최소 올해 말까지 자유의 신분이라는 뜻입니다.
2. 탄핵 결정문도 부정? 4주째 비공개된 김용현·노상원·김용군 재판
- 2024고합1522
24일(목)에는 김용현·노상원·김용군 재판이 열렸는데요. 이번에도 재판부는 국가 안보를 위해 비공개가 필요하다는 검찰의 의견을, 피고측 의견도 묻지 않고 받아들였습니다. 이로 인해 현장에 방청하러 들어갔던 10여명의 기자들과 소수의 방청객들은 재판 시작 15분만에 퇴정해야 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검사 측은 앞으로 정보사령부뿐 아니라 합동참모본부, 707특수임무단, 방첩사령부 소속 증인들에 대해서도 비공개 신문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고, 이에 대해 재판부가 별다른 이견 없이 수용해주는 분위기입니다.
따라서 이 재판은 앞으로도 계속, 어쩌면 선고 직전까지도 비공개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김용현 등에 대한 재판은 계엄 과정에서 실제로 군이 어떻게 움직였는지, 누구의 지시를 받고 무엇을 하려 했는지가 다뤄지기 때문에 계엄 전체의 실체를 규명하는데 빼놓아선 안될 재판입니다. 실체 불분명한 국가 안보 우려 때문에 공판 전체를 비공개해야 한다는 검찰과 별다른 이견 없이 이걸 수용해주는 지귀연 판사, 계엄에 대한 국민의 알권리는 고려할 가치도 없다는 걸까요?

한편 검사 측은 공판 시작에 앞서 내란죄의 성립 요건인 ‘국헌 문란의 목적’을 입증하기 위해 ‘윤석열 탄핵심판 결정문’을 추가 증거로 제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탄핵심판 결정문은 헌재에서 증인신문과 반대신문을 거쳐 내란의 사실관계를 판단한 결과물입니다. 이 결정문이 증거로 채택되면 헌재에서 이미 검증된 부분은 조사를 건너뛸 수 있어 그만큼 선고도 빨리 나올 것입니다.
그러나 피고측은 윤석열 탄핵심판 결정문까지도 증거채택에 부동의했습니다. 헌법재판이 형사재판보다 사실관계 입증을 완화해서 했기 때문에, 형사재판에 준용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헌재의 심리 과정조차 불신하는 태도이기 때문에, 지귀연 판사조차 “이것까지 부동의하시냐, 이런 걸로 힘빼실 필요 없을 텐데”라고 되물었을 정도입니다. 피고인들이 구속중임에도 불구하고 재판을 서두를 생각이 없어보입니다. 이날 지귀연 판사는 대략 9월까지의 공판 일정을 잡아보자고 제안했습니다. 다음 공판 기일은 5월 14일로 예정되어있습니다(향후 변경될 수도 있습니다).
금주의 재판 동향 요약
- 2번째 윤석열 공판에서는 방송 촬영이 허용되어 법정에 선 모습이 공개되었지만, 윤석열은 방청석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구석자리에 앉았습니다.
- 윤석열 측은 ‘의원들 끌어내라’는 지시를 내려받았던 군인들에 대해 ‘기억이 정확하냐’, ‘의원들 끌어내라는 지시가 아니었는데 증인들이 잘못 이해한거 아니냐’며 부하들에게 책임전가하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그러나 출석한 증인들은 흔들림 없이 증언했으며,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윤석열의 말을 인용하며 역습했습니다.
- 정보사령부 소속 군인들이 출석하고 있는 김용현과 노상원, 김용군 재판은 4주째 비공개되고 있습니다. 피고인 측은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탄핵 결정문조차 증거 채택에 반대했습니다.
- 김용현 등의 공판 기일은 9월까지, 윤석열 공판 기일은 올해 말까지 잡혔습니다. 지귀연 판사가 직권 재구속하지 않는 한, 윤석열은 올해 말까지 자유의 신분일 것으로 보입니다.

📔 이 리포트는 12.3 계엄 관련 공소장과 재판 언론보도 참고, 직접 방청 등을 통해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