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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이 지방 산업도시를 떠나고 있다. 2014년부터 2024년까지 울산, 창원, 포항, 여수, 거제 등 5대 산업도시를 떠난 사람은 24만4683명. 이 가운데 58%는 20~39세 청년이었다.

산업도시에 좋은 일자리가 사라졌다. 정규직 생산직 남성이 지방에 정주하며 가족을 부양하던 ‘산업 가부장제 모델’은 산업 구조 변화에 취약했다. 수도권을 찾아 떠나는 청년에게 지방은 매력 없는 선택지였다.

조선소 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산업도시 쇠락 및 미래를 연구해온 양승훈(42·경남대 사회학과 교수)은 지방 산업도시가 여성 청년이 가능성을 찾을 수 있는 도시로 변모해야 한다고 말한다. 슬로우뉴스는 지난 9일 서울 신촌에서 청년과 지방 공동화, 제조업 노동과 산업 미래, 2030 성별 갈등과 해법을 주제로 양승훈을 인터뷰했다.

양승훈은 누구인가.

  • 경남대 사회학과 교수. 제조업과 산업도시, 기술 혁신과 엔지니어를 연구한다.
  • 5년간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에서 전략혁신담당으로 근무.
  • 이때 경험으로 ‘중공업 가족의 유토피아’(2019)를 썼다. 이 책은 한국사회학회 학술상, 한국출판문화상 교양 부문을 수상했다. 2024년에는 울산을 비롯한 한국 경제가 처한 제조업 위기를 분석한 ‘울산 디스토피아, 제조업 강국의 불안한 미래’를 썼다.
  • 산업 현장을 연구하면서도 한국 정치에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는다. 6·3 대선 직전 출간한 ‘광장 이후’를 통해 2030 남자들에게 정치 공간을 열지 않는 진보 정치와 진영을 비판했다.
슬로우뉴스는 지난 9일 서울 신촌에서 경남대 사회학과 교수 양승훈을 인터뷰했다. 사진=김도연 기자.

남성 생계 부양자 경제, 무너지다.

— 지방 산업도시에서 ‘노동자 중산층’ 모델이 무너지고 있다는 게 양 교수 문제의식이다. 언제부터 무너졌다고 보는가?

“한국 전체적으로 보면, IMF 때 ‘외벌이 모델’이 한차례 깨졌다. 그 시절 ‘아빠 힘내세요’라는 노래도 있지 않았나? 그 이후 맞벌이가 우리의 가족 경제 모델이 됐다. 지방 산업도시는 10여년 더 유지됐다. 중국발 제조업 호황으로 수출이 잘된 덕이었다. 분기점은 2015~2016년이었다. 조선업 위기와 자동차 수출 부진이 있었다. 울산과 거제 경제 기반이 무너졌다. 경기 변동 요인과 함께 정규직 대신 사내 하청을 사용하는 내재적 요인까지 겹쳐 남성 생계 부양자 경제가 무너지게 됐다.”

— 2015년 조선업이 위기를 겪은 까닭은 무엇인가?

“조선소는 세 가지를 판매한다. 첫째, 컨테이너선, 유조선 같은 상선(商船)이다. 둘째, 바다 위에서 천연자원을 뽑아내는 구조물 해양플랜트다. 셋째, 군함을 포함한 방산이다. 2007년까지 한 15년간 조선업은 호황이었다. 글로벌 금융 위기를 겪으며 선박 수주는 저물고 해양플랜트가 대체 상품으로 떠올랐다. 그런데 해양플랜트 관련 프로젝트 실패로 조선소들이 막대한 손실을 입게 되면서 조선업 일자리가 2017년부터 2022년까지 20만 개에서 9만 개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한 한화는 승승장구하고 있다. 조선업 호황으로 한화오션 주가는 지난해와 비교해 3배 이상 상승했고, 트럼프 정부는 한국의 조선업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시장 전망이 밝은가 싶었는데, 생산직 정규직 직영은 채용하지 않는다고 알고 있다. 그 자리를 채운 건 하청과 이주 노동자다.

“조선업은 1987년에서 1990년까지 3년여를 제외하면 항상 하도급을 사용해 왔다. 영국도, 일본도 그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정한 직영 정규직 비율을 유지해 왔는데, 지금은 이를 포기한 듯하다. 기업들은 ‘청년들이 오지 않기 때문에 이주 노동자를 뽑는다’고 하지만 사실 생산직도 정규직 공채를 하면 현대자동차처럼 청년들이 몰려온다. 청년들은 조선업을 기피하는 것이 아니라 조선업 하청 노동을 기피하고 있다. 지금은 정규직 1000명이 정년 퇴직할 때 100명을 신규 채용하는 정도인데 이를 높일 필요가 있다. 조선업은 다른 제조업과 달리 숙련 노동 대체가 어렵다. 로봇이 용접한다고 해도 한계에 부닥칠 수밖에 없다.”

— 조선과 자동차 생산은 어떻게 다른가?

“자동차는 ‘라인’이 있고 정해진 구간을 용접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조선은 구역이 계속 변동한다. 특히 곡면 용접의 경우 로봇으로 퀄리티를 담보할 수 없다. 조선은 자동차보다 더 빨리 로봇을 도입한 산업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사람을 많이 쓴다는 건 숙련 노동이 쉽게 대체가 안 된다는 뜻이다. (기자 질문 : 지방 인구가 유출되고 있는데 어떻게 공장이 돌아갈 수 있는가?) 40~60대가 계속 물량팀으로 현장을 뛰고 있어서 그렇다. 이들은 오랫동안 조선을 해왔기 때문에 숙련된 인력이다. 기업은 하청 본공 용접노동자(하도급 업체의 상용직) 임금을 억제하는 대신 웃돈을 얹어 하루 20만~25만 원의 일당을 주는 식으로 운용했다. 가장이기도 한 이들은 당장 돈이 필요하니 본공보다 물량팀으로 일했던 것이다.”

— 지방 산업도시의 쇠락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변화가 있을까?

“조선업 호황기 때인 2013~2015년 거제에 신축 대단지 아파트가 엄청 들어섰다. 아직도 그때 미분양 물량을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 2030세대, 그리고 40대들이 지방을 떠나다 보니 구매력이 없는 것이다.”

산업 가부장제 모순, “여성이 만족할 일자리가 없다.”

— 여성들이 지방 산업도시를 떠나는 이유는 일자리 때문인가?

“여전히 구인 수요가 구직 수요보다 크다. 일자리는 많다는 거다. 문제는 ‘좋은 일자리’가 없다. 좋은 일자리 여부는 자신의 경력을 이어갈 수 있느냐에 있다. 지방 산업도시에서 승진할 수 있는 정규직 일자리는 여성에게 주어지지 않는다. 일단 주력 제조 산업이 여성 채용을 하지 않는다. 조선업을 살펴보면, 몸을 쓰는 생산직은 그렇다 쳐도 사무직은 성별이 중요하지 않다. 조선의 경우 여성 엔지니어(설계·생산 관리)를 많이 뽑던 시절도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성비가 남자 95%에 여자 5%다. 지방에서 여성에게 주어진 일자리 중 교사와 공무원 정도를 제외하면 질 좋은 일자리는 없는 셈이다. 고학력 여성 입장에서 만족스러운 일자리가 없으니 결국 지방을 떠나는 것이다. 성별을 불문하고 인구 유출의 첫 번째 요인은 일자리다. 요즘은 여학생들도 공대에 많이 입학한다. 공대의 특정 전공에 입학하는 여학생 만큼 제조업에서 채용하게 목표를 줄 필요가 있다. 만약 기계공학이나 조선공학과 여성의 비율이 20%라면, 그 정도는 조선소에서 뽑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 수도권으로 떠나는 지방 청년도 있지만, 여전히 조선소나 산업 현장에 남아있는 지방 청년도 있을 것이다. 이들 이야기가 궁금하다. 현장에서 이들 2030 청년 남성과 기성 세대는 어떤 차이가 있나?

“아버지 세대가 정규직으로서 가진 권능을 본인들은 더 이상 누릴 수 없는 것에 굉장한 열패감을 갖고 있다. 대놓고 얘기하지는 않지만 답답해 하는 부분이 분명 있다. 예전 같이 경험을 쌓으면 직영 정규직을 달아주는 것도 아니다. 산재 처리도 제대로 해주지 않는다. ‘나인 투 식스’(9 to 6, 오전 9시 출근해 오후 6시 퇴근한다는 뜻)가 아니라 ‘세븐 투 세븐’(7 to 7)인 곳이 대부분이다. 회사에서 아침 주니까 일찍 와야 하고, 저녁 주니까 또 그때까지 일하고, 잔업까지 하면 오후 10시가 되고…. 지역에 남을 때는 소박한 기대를 하는 것 아니겠나? 월 300만~400만 원 벌면, 아빠 세대처럼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고 싶다는 생각. 어쩌면 서울 사람이 보기엔 조금은 후진, 여성주의 관점에서는 가부장적인, 나는 ‘산업 가부장제’라고 부르는 그런 아빠 세대 삶을 생각하는데, 잘 안 되는 거다. 남성과 달리 여성은 이런 기대를 하지 않는다는 것도 이유겠으나 여성이 지방에 없다는 게 더 큰 문제다.”

— 제조업 미래로 제조 스타트업과 스마트 팩토리 지원 사업을 강조했다. 제조 대기업이 아니라 중소·중견 기업이 미래인 건가?

“현재 제조 기업들은 연구개발(R&D) 인력이나 사무직을 수도권으로 옮기고 있다. ‘공간 분업’이라고 하는데, 예를 들어 현대차 남양연구소(편집자 주 : 현대차가 운영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자동차 연구소로 경기도 화성에 있다.)를 다시 울산으로 옮기라고 하면, 아마 200조 원은 물어줘야 할 거다. 1990년대 중반부터 지금까지 한 30년 동안 어림잡아 매년 10조 원 가까이 투자했다. 그런 일자리를 갑자기 지방으로 이전하는 시도는 성공할 수 없다.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연구개발 인력을 갑자기 부산이나 광주에다 옮겨 놓을 순 없는 거다. 그만큼 대기업이 지방에 만들 수 있는 좋은 일자리 여력이 예전과 같지 않다. 두 가지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하나는 제조 스타트업이다. 여·야 모두가 제조 AI 산업을 키우겠다고 했으니 좋은 시기다. 또 다른 방법은 스마트 팩토리다. 청년들이 지방 산업도시를 찾지 않는 이유는 3D 업종에 다름 아니라서다. 낙후한 공장일수록 생산직이 많이 필요하다. 청년들이 생산직을 하더라도 깨끗하고, 더는 위험하지 않아야 한다. 하나 덧붙이면, 스마트 팩토리를 할수록 이공계 학생들이 많이 필요하다. 공정 설계, 운영 최적화, AI 알고리즘 등 분야에서 이공계 수요가 커지는 것이다. 조선소에 들어가는 기자재나 부품 공장들은 적지 않은 경우 1970~1990년대 지은 것들이다. 반면, 다수의 중국 공장은 2000년대 건설됐다. 품질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도 스마트 팩토리가 필요하다. 제조업은 포기할 수 없는 산업이다. 지금도 공장은 돌아가고 있고 돈을 벌고 있다. ‘러스트 벨트’에 빗댈 상황은 아니다. 고도화하는 법을 고민해야 한다.”

“지역 거점 과기원에 과감한 집중 투자해야.”

— 한국 제조업은 중국과 힘겨운 경쟁을 하고 있다. 본격화할 관세 전쟁에서도 출혈이 예상된다. 제조업 경쟁력을 유지하거나 강화할 정책이나 기조가 있다면 무엇일까?

“흔히 중국의 저렴한 인건비와 유럽·일본의 높은 기술 수준에 미치지 못한 샌드위치 신세라고 자조하지만 이제는 중국 기술력도 높아졌다.(웃음) 덩어리 대 덩어리로는 이기기 쉽지 않다. 현대차는 한 라인에서 동일한 속도로, 동일한 퀄리티의 내연차를 만드는 체제를 갖추며 세계 최고의 고효율 회사가 됐다. 비용효과적(cost-effective)으로는 뛰어나다. 하지만 한국의 속살을 살펴보면, 전공 간 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일례로 해양플랜트에서는 화학공학과가 리드해야 하는데, 선박 수주 때처럼 조선공학과가 리드하니까 공정의 물리적 성질을 제어하지 못해 손해를 본다. 고학력자들 사이 협업이 약한 것이다. 기업의 탈(脫)추격 혁신을 이야기할 때 중요한 건 다양한 이해 당사자들과 전공자들을 어떻게 한 프로세스 안에 녹일 것이냐에 있다. 어떻게 공통 해법을 찾을 것이냐가 과제다. 주 52시간 노동 시간 규제를 완화하는 식의 쥐어짜기로는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없다.”

— 지역 산업이 발전하고 청년이 정주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메가시티’ 같은 집중형 투자를 차기 정부가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슷한 맥락에서 ‘동남권 산업도시’는 여전히 중요하다고 보는가?

“우리나라 제조업 역사를 보면, 박정희가 동남권에 집중적으로 산업투자를 하는 시기가 있었다. 노무현 이후에는 경기 남부에 집중 투자를 해왔다. 이제는 경기 남부가 첨단 제조업을 독점하는 체제로 가고 있다. 지역 거점은 그만큼 중요한데, 동남권을 다시 제조업 메카로 만드는 작업이 필요하다. 국가 산업 포트폴리오를 보면 호남의 경우 한국에너지공과대(전남 나주)를 중심으로 에너지 산업에 집중하고, 동남권은 레거시 제조업을 21세기형 선도 제조업으로 고도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는 지역을 거점으로 한 과학기술원(이공계 연구중심대학)에 과감한 투자를 해야 한다. 이들이 지역 제조업에 기여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정부 출연 연구기관, 과기원, 지역 대학들이 모여 창업과 기술 지원을 하는 사이언스 파크 같은 부지가 있다면, 중소·중견기업의 스케일업(Scale-Up, 성장 지원)도 가능하고 청년도 모여들 것이다. 지금은 지역에서 과학고를 나온 학생들이 그 지역 과기원까지 졸업하고도 일자리가 없어서 경기 남부에 있는 회사에 지원하고 있다. 특히 부산은 항공, 해운, 육상 물류가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트라이포트’를 구축할 수 있다는 점에서 메가시티로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대남에게 왜 응원봉이 없는지 성찰해야.”

— 6·3 대선에서 나타난 2030세대, 특히 남성 표심은 어떻게 분석하고 있나? 지상파 방송사 출구조사를 보면 20대 남성의 37.2%가 이준석(개혁신당)을 뽑았다. 이재명(민주당)은 24%에 그쳤다.

“사실 ‘2030 남성’은 지난 10여년간 진보 진영이나 여성주의자들에게 골치 아픈 존재였다. 지난해 비상계엄 내란 사태가 벌어진 뒤 많은 여성이 광장을 점유한 데 반해 남성들은 나오지 않았다. 표심을 살펴봐도 남성들은 ‘탄핵 반대’ 연합에 가입하지는 않았지만 이준석 후보를 굉장히 많이 지지했다. 작용이 있었으니까 이런 반작용이 있다고 생각한다. 정치가 이 친구들에게 어떤 식으로 작동했는지, 어떤 작용이 있었기에 ‘결코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는 청년’이 됐는지 살필 필요가 있다.”

— 특이하게도 20대 여성의 10.3%가 이준석을 뽑았다고 응답했다.

“과거엔 민주당과 기성 정치에 불만일 때 진보 정당을 선택했다. 가치 투표를 한 건데, 이제는 그런 선택지로서 진보 정치를 택하지 않는다. 진보에 시큰둥해졌다는 건 분명하다. 이준석은 좋은 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 세대가 직면한 문제에 무언가라도 답하는 사람은 이준석 밖에 없었다는 뜻이다. 적지 않은 젊은 세대가 ‘이준석의 갈라치기’에 호응한다는 건 기득권 정치가 공간을 만들지 못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과거에는 학생 운동 세력이 건재했기 때문에 이들 세대를 확실히 진보 성향으로 끌고 갈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조직이 전무하다. 전반적으로 2030세대는 합리적 정치 소비자로서 스윙 보터가 됐다.”

— 한국 2030 남성들이 극우·보수화됐다는 분석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 대신 “보수 정당에 대한 지지라기보다 민주당에 대한 지지를 유보하거나 철회하는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세계적으로 청년들의 극우·보수화에 우려가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한국 사회는 그 현상하고는 거리를 둔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2030 남성들은 극우·보수화한 게 아니다. 우리 사례를 세계적 흐름에 억지로 끼워 맞춘다면, 진짜 내전하자는 것과 다르지 않다. 되돌아봐야 하는 건, 진보 정치와 민주당이 2030 남성에게 정치적 공간을 제공한 적 없다는 사실이다. 최근 출간한 책 ‘광장 이후’에서 ‘그들에게는 없는 응원봉’이라고 표현한 까닭이다. 여성주의자들은 ‘성폭력, 혐오 발언’ 틀로만 이들을 해석하고, 민주당 진영은 ‘이찍남’으로만 보고 있다. 이런 작용에 대한 반작용의 궤적을 살펴보는 건 의미가 있다. 유시민 같은 민주당계 스피커들은 이대남들이 민주당을 안 찍을 때마다 나타나 혼을 내기 바쁘고, 여성주의자들은 이준석을 찍는 것에 경악하는데, 이게 과연 사태를 제대로 직시하고 있는 모습인지 그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성별 갈등, 토론 없이 눙치는 태도부터 고쳐야.”

— 2030 남성에 관한 담론의 공백이 있다고 봐야 할까?

“2030 남성 이야기를 제대로 들으려 한 사람이 별로 없었다. 일간베스트나 에펨코리아 같은 커뮤니티를 분석하는 일은 있었지만 이대남을 제대로 해석하려는 시도는 없었다. 남성 생계 부양자 경제가 붕괴한 것도 짚어야 한다. 소위 이대남은 본인들이 그 권능을 가져야 한다는 강박이 굉장히 강한 것 같다. 이런 불만을 다양한 형태의 대안 가족을 형성하는 진보적 비전으로 해소할 수도 있지만 이들은 표준 가정을 만드는 것이 계속 지체·지연되는 상황에 불만이 크다.”

— 이대남들은 병역 문제에 대한 기성 세대의 무관심과 외면을 비판하기도 한다.

“‘모병제 해줄게, 병력 감축할게’가 답이 아닌데 정치권은 두루뭉술 넘어가려 했다. 나는 군 가산점 제도 재도입에 반대한다. 하지만 병역 자원 풀은 확대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이런 차원에서 양성평등 징병제도 검토해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내가 여성주의를 공부하면서 배운 바다. 여성도 참여하는 징병제는 권인숙 전 민주당 의원이 과거 제기했던 의제다. 서울대 양현아 교수 등이 2000년대 중반부터 이슈화했던 의제다. 병역 의무에 남녀의 동등한 참여가 필요하다. 단계적으로 사회 복무부터, 아주 짧은 시간이라도 기여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이런 이슈를 토론하지 않고 눙치고 넘어가는 태도가 문제다.”

— 새 정부는 청년 정책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가?

“직면해야 하는 문제에, 정치적으로 개입해야 한다. 군 복무를 일례로 들면, 포퓰리즘적으로 임금을 높이고 복무 기간을 줄여 놨는데 후폭풍이 만만찮다. 또 부사관과 장교 공급이 잘 안 된다. 국민연금 기여분(보험료)을 줄이고 보장을 높이는 것과 같은 문제다. 현 세대가 많이 내야 미래 세대 부담이 줄어드는 건 산수인데 이 문제를 회피하고 넘어갔다. 젊은 세대가 미래의 연금 고갈에 느끼는 부담에 기성 세대가 좀더 솔직했어야 했다. 정치 전반에 대한 젊은 세대 불만과 혐오를 해소하기 위해 불편한 문제를 직면할 용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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