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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6월, 아리셀 공장에서의 리튬 1차전지 폭발과 화재로 23명이 사망하고, 9명이 다쳤습니다. 사건 이틀 전 이미 폭발 사고가 있었음에도 안전조치 없이 공장을 가동한 결과였습니다. 아리셀은 제대로 된 검사나 교육, 훈련도 시행하지 않은 ‘안전보건 불량의 종합판’이었습니다. 참사는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었다는게 밝혀졌습니다. 1심 재판부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최고 형량인 징역 15년을 선고했지만, 항소심은 그 15년형을 4년형으로 대폭 감경했습니다.

김혜경 교수는 이번 항소심이 어떤 ‘마법’으로 15년을 4년으로 만들었는지 비평합니다.

제목에 이어 질문을 계속하겠습니다.

국민 마음 울린 제1심의 자아 성찰

아리셀 제1심 판결문의 마지막 문장은 노동자와 국민의 그동안의 울분을 대신하는 대변자의 역할을 하였습니다. 

“… (참사) 이면에는 기업의 생산량 증대에 따른 이윤 극대화를 앞세워 노동자의 안전은 전혀 안중에도 없이 방치되고 있는 우리 산업 구조의 현실과 일용직·파견직 등 불안정 노동자들의 노동 현장의 실태가 어둡게 드리워져 있다. … 산업재해가 발생하더라도 그동안에 벌어 놓은 돈으로 합의를 하면 선처를 받게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악순환을 뿌리 뽑지 않는 한 우리나라에서 산업재해 발생률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

제1심 판결.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사건에서는 예측하기 어려운 15년이라는 높은 형량을 부과하면서도, 산업현장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적시하였습니다. 법원이 스스로 자아 성찰을 하였다는 점만으로도 아리셀 참사의 제1심 판결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습니다.(참고: 제1심 판결 재판부: 수원지방법원 고권홍(재판장), 강동관, 류호정 판사 2024고합833, 2025고합24(병합), 529(병합))

그런데도 저는 제1심 법원에 대하여 노동자 23분의 목숨값이 15년밖에 되지 않는 점에 대하여, 노동자 한 분의 생명이 1년도 채 되지 않는 가치라는 점에 대하여 비판하였습니다. 

15년이 4년이 되는 충격적 감형, 어떻게 이루어졌나?

항소심 판결의 양형과 관련한 주요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검사가 기소한 주위적 공소사실로서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미이행 전체에 대하여 제1심 법원과 달리 판단하였습니다. 주위적 공소사실이란 검사가 공소장에 기재한 범죄사실 중 1순위로 심판을 구하는 핵심 범죄입니다. 즉, 검사가 피고인의 행위를 하나의 죄명으로 단정해서 말하기 애매한 경우에, 하나만 선택하였다가 무죄가 나오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서 순서를 정하여 공소제기 하는 방법이죠. 예컨대 ‘일단 A범죄(주위적 공소사실)로 처벌해 주시고, 만일 A범죄가 인정되지 않으면 B범죄(예비적 공소사실)로 라도 처벌해 주세요’라고 하는 방식입니다. 이 경우 법원은 반드시 A범죄 먼저 검토한 후에 그것이 인정되지 않으면 B범죄를 검토해야 합니다.

다음은 제1심과 항소심의 유·무죄 판단을 간단히 비교한 것입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기존에 사고가 발생한 부분이나 작업상 안전 조치가 필요한 공정에 대해서는 구체적 안전 조치를 해왔고, 안전을 위한 조치를 완전 방치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하였습니다.

둘째, 피해자와의 합의입니다. 재판부는 “사망한 피해자 유족들 전원에게 피해를 변제하고 상해를 입은 피해자들과도 모두 합의했다”며 “합의한 일부 유족들이 처벌을 탄원하고 있지만 이를 이유로 합의를 양형에 제한적으로 반영하게 되면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을 소극적으로 하게 해 실질적으로 충분한 피해 회복을 어렵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판결문에 명시하였습니다. 

비상구 설치의무와 소방훈련·교육의무는 과연 무죄인가?

항소심은 화재가 난 공장 3동 2층에 별도의 비상구를 설치할 의무가 없으므로, 비상구를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유지할 의무도 없다고 보았습니다. 하지만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17조는 비상구 설치 의무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1심은 위험물질 취급 공장이라면 사고가 난 층에서도 대피가 실질적으로 가능하도록 비상구가 있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항소심은 관련 법은 그냥 비상구를 설치하라고만 했지, 모든 층에 다 설치하라고 되어 있지 않으므로 법 위반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다시 묻겠습니다. 비상구는 왜 필요할까요? 말 그대로 비상시의 탈출구입니다. 목숨이 위험한 사태가 발생하더라도 탈출할 수 없다면 그것이 비상구일까요? 화재가 난 2층에는 비상구가 없었고, 또한 그 건물에 있는 비상구도 실질적으로 사용이 불가능한 상태였습니다. 

항소심은 소방훈련·교육의무 위반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연간 교육인데 1년이 지나지 않은 6월에 사건이 일어났으므로 교육할 시간은 더 남아 있기 때문에 무죄라고 한 것입니다. 그런데 2023년도에 아리셀은 소방훈련·교육을 하지 않았고, 그 전에도 아예 한 적이 없었다고 합니다. 2024년 3월 28일에 화성소방서 남양119안전센터가 자체소방교육을 철저히 하라고 지도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역시 하지 않았습니다. 아리셀은 소방훈련·교육을 할 의지나 있었을까요?

피해자와의 합의가 형량 감경 사유?

이건 양형 전문가로서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형법은 보호할 법적 이익(법익)이 없으면 존재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중대재해처벌법의 보호법익은 중대재해예방을 통한 시민과 노동자 등 종사자 보호라는 사회적 법익으로서, 이것은 개인이 처분할 수 없는 법익입니다. 즉, 우리 사회의 안전과 사고 예방이라는 법익을 피해자의 유족이 합의를 통해서 처분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양형위원회도 2021년 제111차 회의에서 사회적 법익사건에는 합의 관련 양형 요소를 감경 인자로 고려하지 않기로 하였습니다. 그런데 개인이 처분할 수 없는 법익을 이유로 형량을 감경한다는 것은 잘못된 해석입니다.

2026.04.22.(수) 수원고등법원 앞, 아리셀 참사 2심 선고 이후 참사 유가족은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이라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민주노총.

어느 쪽 말도 귀담아듣지 않겠다?

15년이 4년이 되는 마법을 부린 항소심의 마지막 공판에서 재판장이 한 말입니다. 유족분들이 항의하자, 선고방해로 감치(구금)할 수 있다는 말까지 하였습니다. 과연 어느 쪽 말도 귀담아듣지 않은 판결일까요? 왜 저는 재판부가 유족의 말에는 귀를 닫고 아리셀의 변호인인 김앤장의 말에만 귀를 열었다고 느껴지는 걸까요? 

항소심은 사법부가 무소불위의 권력이라는 점과 국민에 대한 안하무인을 동시에 표현하는 마법까지도 부렸습니다. 

참고로 마법이란 일상적으로 일어날 수 없는 것을 가능하게 할 때 쓰는 단어지요.

👨‍⚖️광장에 나온 판결: 315번째 이야기


⚖ 아리셀 참사 대표이사 등의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등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1심 보다 대폭 감형한 2심 판결

⚖ 수원고등법원 신현일(재판장), 강명중, 차선영
⚖ 수원고등법원 2026. 4. 22. 선고 2025노1502 [판결문 보기]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최근 판결 중 사회 변화의 흐름을 반영하지 못하거나 국민의 법 감정과 괴리된 판결, 기본권과 인권보호에 기여하지 못한 판결, 또는 그 와 반대로 인권수호기관으로서 위상을 정립하는데 기여한 판결을 소재로 [판결비평-광장에 나온 판결]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주로 법률가 층에만 국한되는 판결비평을 시민사회 공론의 장으로 끌어내어 다양한 의견을 나눔으로써 법원의 판결이 더욱더 발전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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