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 “모델 경쟁이 아니라 제조업 혁신이 키워드… HBM 끊으니 D램 넣고 AI판 테무 개발, 중국 자체 개발까지 3년 남았다.”
요즘 AI 관련 뉴스가 계속 터져 나온 뒤라 중국의 딥시크 V4는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는 아니었다. 전병서(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는 게임의 성격이 달라졌다고 분석했다. 단순히 AI 성능 경쟁보다는 경쟁의 구도를 봐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게 왜 중요한가: 새로운 게임의 법칙.
- 지난해 1월 딥시크 V3가 공개됐을 때 충격은 1957년 스푸트니크 충격에 빗댈 정도였다. 비싼 엔비디아 칩을 때려박지 않고도 이 정도 성능이라니, 중국이 금방이라도 미국을 따라잡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 빅테크 기업들 주가가 폭락하기도 했다.
- 그 뒤 15개월 만에 딥시크 V4를 내놨는데 이번에는 분위기가 좀 달랐다. 여전히 압도적인 가성비를 보여줬지만 성능은 클로드나 챗GPT의 최고 모델과 비교하면 한참 떨어진다.
- 전병서는 미국의 반도체 수출 통제가 역설적으로 중국의 국산화 속도를 앞당겼다고 분석했다. 새로운 게임이 이제 막 시작했다는 의미다. 딥시크의 성능보다 중요한 것은 중국이 미국을 추격하는 방식이다. 전병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 4월27일 뉴스토마토 끝내주는 경제 인터뷰의 주요 쟁점을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딥시크가 요즘 AI판 테무라 불리던데.
- 딥시크 V4는 100만 토큰에 0.25위안이다. (달러로 환산하면 0.036달러다.)
- 클로드 오푸스 4.6은 5달러, 제미나이 3 프로는 2달러다. 각각 138배와 55배 정도다. 가격으로는 경쟁이 안 된다.
- 가벼운 모델과 비교해도 클로드 하이쿠는 1달러, 제미나이 3 플래시는 0.5달러다.
- AI판 테무라는 말이 나올 정도지만 성능은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20분의 1 가격으로 엔비디아 칩 없이 만들었다는 게 포인트다.
- 미국이 지난해 엔비디아 칩을 중국에 수출하지 못하게 하면서 완전히 시스템을 다시 설계했다.
- V3에서 V4로 넘어가는데 1년 이상 걸리고 성능도 떨어지지만 중국이 자체 개발한 칩으로 만든 성과라는 게 중요한 포인트다.
- 딥시크에는 화웨이 칩이 들어갔을 가능성이 크다. 딥시크 V4 출시 이후 중국 반도체 관련 주가가 크게 오른 것도 이 때문이다. SMIC와 화훙반도체 등 주가가 크게 올랐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HBM 대신 DDR5를 썼다는 말이 나온다.
- 화웨이 칩에는 HBM이 아니라 DDR5가 들어갔다는 말이 나온다. HBM을 확보하기 어려우니까 범용 메모리인 DDR5로 우회했을 텐데 성능을 내려면 HBM보다 훨씬 많은 DDR5가 들어간다. HBM을 8개 쓰는 구조라면 DDR5로는 20~30개가 필요할 수 있다.
- 이 때문에 DDR5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 반도체 기업 입장에서는 HBM뿐 아니라 범용 메모리에서도 새로운 수요가 열리게 된다.
- 최근 메모리 가격 급등의 배경에 중국의 이런 대체 수요가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엔디비아 칩을 끊었더니 중국의 반도체 독립을 앞당겼다, 이런 이야기가 되나.
- 엔비디아 칩을 계속 공급했다면 중국은 미국의 기술에 의존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엔비디아 칩 공급이 중단되니까 절벽에서 뛰어내리는 심정으로 AI칩과 메모리 시스템을 개발하게 됐다.
- 중국의 기술력이 아직 한국이나 미국 수준에 도달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70~80% 수준의 성능을 확보했다면 시장에서는 충분히 위협이 된다. 중국은 인구와 자본, 인력 규모가 모두 크다. 14억 인구와 매년 1,200만 명 수준의 대학 졸업생을 가진 나라가 특정 기술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면 결국 시간의 문제로 볼 수 있다.
한국과 중국의 기술 격차는? 최소 3년 이상이라는 말이 있었다.
- 한국과 중국의 반도체 기술 격차는 여전히 존재한다. 다만 그 격차가 빠르게 좁혀드는 중이다.
- 반도체 공정의 핵심 장비인 EUV(극자외선) 노광 장비를 만드는 기업이 네덜란드의 ASML이다. 네덜란드가 중국 수출을 하지 않는 건 한국 기업에 시간을 벌어주는 요인이다.
- 그래서 중국은 EUV를 우회하는 기술과 3D 반도체 구조에 집중하고 있다. 기존 반도체 경쟁이 누가 더 가는 선을 그리느냐의 경쟁이었다면 3D 구조에서는 위로 쌓는 방식이 가능해진다. 이 경우 초미세 노광 장비의 중요성이 줄어들 수 있다.
아직 수율이 낮다고 하지 않나.
- YMTC는 X-태킹이라는 기술을 통해 두 장의 칩을 붙이는 방식을 개발했다. 수율은 아직 낮지만 낸드에서 3D 전환이 상당 부분 진행한 상태다.
- 중국 정부는 메모리 업체들의 진입 규제도 완화했다. 과거에는 CXMT가 D램, YMTC가 낸드에 집중하는 구조였지만 이제는 상호 진입이 가능하게 됐다.
- YMTC가 공장을 지으면서 모든 공정 장비를 중국산으로 쓰겠다고 선언한 것도 눈여겨봐야 한다.
중국과 미국의 AI 전략이 다른 것 같다.
- 미국의 AI 경쟁은 모델의 성능을 높이는 데 집중돼 있다. 고성능 모델을 만들어도 정작 수익 모델이 명확하지 않다. 답변도 잘하고 그림을 잘 그리고 코딩도 잘 하지만 월 구독료만으로 지금처럼 막대한 투자비를 회수할 수는 없다.
- 중국은 AI를 제조업에 붙이려 한다. AI 플러스 전략이다. 철강과 조선, 기계, 자동차, 반도체, 스마트폰, 노트북 같은 산업에 AI를 적용해 제조 원가를 낮추는 것이 목표다. 제조 원가가 50% 떨어지면 그 절감분을 기업과 AI 서비스 제공자가 나눌 수 있다. 이 경우 AI는 곧바로 돈을 버는 기술이 된다.
피지컬 AI도 중국이 훨씬 앞서 있지 않나.
- 피지컬 AI와 다크 팩토리가 중국 제조업의 핵심 전략이다.
- 중국이 관심을 갖는 피지컬 AI는 휴머노이드 로봇보다는 제조업 현장에서 작동하는 로봇에 가깝다. 결국 목표는 다크 팩토리다. 다크 팩토리는 사람이 없고 조명도 필요 없는 공장이다. 로봇이 24시간 365일 생산을 이어가는 구조다.
- 로봇의 감가상각이 끝나면 인건비는 사실상 제로에 가까워진다. 사람은 하루 8시간 일하지만 로봇은 24시간 가동된다. 생산성은 세 배까지 올라갈 수 있다. 제조업에서 고정비와 인건비를 감안하면 다크 팩토리가 완성될 경우 제조 원가는 40~50%까지 낮아질 수 있다.
- 중국 전기차 공장은 이미 AI 기반의 로봇화된 시스템이다. 이미 딥시크가 돌고 있다고 보면 된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한국 현대차에 관심을 갖는 것도 비슷한 이유 아닌가.
- 미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AI 모델을 갖고 있지만 제조업 기반이 약하다. 30~40년 동안 제조업이 해외로 빠져나갔기 때문에 AI를 붙일 만한 제조업 현장의 데이터가 부족하다. 반면 한국은 자동차, 반도체, 전자 등 고도화된 제조업과 생산 데이터를 갖고 있다.
- 따라서 한미 협력의 핵심의 핵심은 미국의 최첨단 AI와 한국의 제조업 데이터를 결합하는 것이다.
- 오픈AI와 현대차, 엔트로픽과 삼성전자가 협력해서 다크 팩토리 모델을 만드는 구상이 가능하다. 자동차 한 대를 훨씬 낮은 원가로 생산하는 모델을 만든 뒤 3500억 달러의 미국 투자와 연결할 수도 있다.
한국 반도체 호황이 운칠기삼이라고 평가했는데.
- 기술력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 지난해 8월 이후 메모리 가격이 급등한 건 사실이지만 한국 기업들이 생산 능력을 획기적으로 늘렸거나 완전히 새로운 기술을 내놓은 것은 아니다.
- 결정적 배경은 미국이 중국에 AI칩 수출을 통제한 것이다. 중국 기업들은 엔비디아 칩을 쓰지 못하게 되자 화웨이 칩으로 전환해야 했다. 화웨이 칩은 벤치마크에서는 일정 수준의 성능을 보이지만 실제 데이터센터 환경에서는 성능이 떨어질 수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여러 개의 칩을 묶는 클러스터링 기술을 쓰게 된다.
- 이 경우 데이터센터, 전력, 냉각, 메모리 수요가 모두 늘어난다. 엔비디아 칩 하나로 처리할 일을 화웨이 칩 여러 개로 처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DDR5와 같은 메모리 수요가 급증했고, 한국 반도체 기업이 큰 수혜를 보게 됐다.
반도체 호황이 2028년까지 이어진다고 한다. 그때까지는 안심해도 되는 건가.
- 반도체 공장 하나를 짓는 데 통상 2년 반 정도 걸린다. 그래서 2028년이라는 말이 나오는 건데 다소 보수적으로 다시 봐야 한다.
- 메모리 기업들 영업이익률이 매우 높은 수준이다. 이렇게 마진이 높게 나오면 한국 기업뿐 아니라 중국 기업도 생산 능력을 빠르게 늘리려 한다. 공기를 단축하고, 수율을 끌어올리고, 생산량을 확대하는 경쟁이 벌어진다. 중국 업체가 수율을 30%에서 60~70%까지 높이면 공급량아 크게 늘어나지 않겠나. 3년 호황이 더 짧아질 가능성도 있다.
앞으로 3년이 중요하다.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
- 돈을 버는 것만큼 돈을 잘 쓰는 전략이 중요하다. 직원들에게 충분한 보상을 해야 할 필요도 있다. 다만 엔비디아나 TSMC 같은 글로벌 선도 기업들이 성과급을 어떻게 배분하는지 참고할 필요가 있다. 이익을 모두 현금으로 단기간에 나눠주는 방식보다는 주식 보상이나 장기 인센티브 방식을 검토할 수도 있다.
- 더 중요한 것은 소부장이다. 소재와 부품, 장비 생태계에 투자하는 것이다. 미중 반도체 전쟁에서는 장비가 없으면 제품을 만들 수 없다. 한국 반도체 기업이 다음 사이클에서도 초격차를 유지하려면 협력업체와 장비업체의 역량을 함께 끌어올려야 한다.
결론: 한국 반도체 산업은 초격차를 유지할 수 있을까.
- 중국의 추격 속도를 감안하면 단기 이익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 대기업만 돈을 벌고 끝날 게 아니라 지금 벌어들인 돈을 다음 기술 전환과 소부장 생태계 강화에 투입해서 판을 키워야 한다.
- 반도체 사이클은 여전히 존재한다. 호황기에 다음 사이클을 준비해야 한다. 지금 4년이나 5년 뒤 다음 사이클에서 500조 원이 아니라 5000조 원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이야기해야 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