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우리포트] 실장 세 번 바뀔 때 자리 지키는 실세 차장… 외교안보 핵심 브레인, 대통령 눈과 귀를 사로 잡았다.
김태효(국가안보실 1차장)를 보면 윤석열(대통령)을 이해할 수 있다. 윤석열의 동네 주민이었고 과외 교사였고 술친구다. 안보실장이 세 차례 바뀌는 동안 김태효는 자리를 지켰다.
이게 왜 중요한가.
- 여러 차례 사고를 쳤는데 경질되기는커녕 오히려 김태효와 사이가 안 좋다는 사람들이 날아갔다.
- 윤석열의 이해할 수 없는 패턴은 김태효의 작품일 가능성이 크다.
김태효는 누구인가.
- “외교·안보 대통령은 김태효”란 말이 나올 정도로 윤석열 정부 핵심 실세로 꼽힌다.
- 성균관대 정치학과 교수 출신이다.
- 일본 문부성 국비 장학생 출신이고 나카소네(전 일본 수상) 차세대 지도자상을 받기도 했다.
- 2007년 이명박(당시 대선 후보)를 지지하는 ‘뉴라이트 지식인 100인 선언’에 참여했다. 지난 8월 신장식(조국혁신당 의원)이 “뉴라이트세요?”라고 묻자 ‘100인 선언’ 이후엔 뉴라이트 활동을 하지 않아 뉴라이트가 아니라고 답했다.
- 이명박 정부 때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실 비서관과 기획관을 지냈다. 박근혜 정부 때 학교로 돌아갔다가 10년 만에 윤석열 정부 출범과 함께 정치의 중심으로 복귀했다.
- 이명박 정부 시절 한일 군사정보협정(지소미아)을 밀실 추진하다가 논란이 돼서 사퇴했다. 군사 기밀을 유출한 혐의로 벌금 300만 원을 선고 받기도 했다. 그때 수사 검사가 윤석열이었다.
- 아버지가 검사 출신이다. 김경회(전 부산고등검찰청장)은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수사해서 강민창(치안본부장)을 구속했고 부천서 성 고문 사건도 수사했다.
블랙핑크 때문에 날아간 김성한.
- 지난해 4월 윤석열의 미국 방문을 앞두고 미국 정부가 블랙핑크와 레이디 가가의 합동 공연을 제안했다.
- 그런데 중간에서 보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윤석열이 뒤늦게 알게 돼서 격노했고 김성한(안보실장)과 김일범(비서관), 이문희(비서관) 등이 물러났다. 결국 공연은 무산됐다.
- 한미 정상회담을 한 달 남겨둔 상황에서 안보실장을 교체하는 것도 이례적이었지만 김태효만 살아남은 걸 두고 말이 많았다.
조태용과 장호진, 신원식.
- 김성한 후임으로 들어온 조태용은 9개월 만에 물러났고 장호진도 8개월 만에 물러났다.
- 김태효가 차기 실장이 될 거라는 소문이 무성했는데 결국 시간 문제라는 말이 돈다. 장호진이 물러난 것도 김태효와 사이가 좋지 않았기 때문이란 관측이 있었다.
- 한 외교안보 분야 원로가 이런 말을 했다. “안보실장은 정신없이 바뀌는데 그 밑인 1차장이 실세 소리를 들으며 자리를 지키면 그 조직이 제대로 돌아가겠나.”
- 위 사진에서 왼쪽 두 번째가 첫 번째 안보실장, 김성한. 맨 오른쪽이 김태효다.
- 두 번째 안보실장 조태용이다.
- 세 번째 안보실장 장호진이다.
- 네 번째 안보실장 신원식이다. 국방부 장관을 지내다 불려 왔다.
실세 김태효.
- 독립기념관장 후보자의 친일 발언이 논란이 되자 김태효가 이런 말을 했다. “대통령께서는 뉴라이트의 의미를 정확히 모르고 계실 정도로 이 문제와 무관하다.”(8월26일)
- 며칠 뒤 윤석열이 직접 말했다. “솔직히 뉴라이트가 뭔지 잘 모른다. 무슨 뉴라이트냐 뭐냐 이런 거, 그런 것 안 따지고 그렇게 (인사를) 하고 있다.”(8월29일)
- 대통령을 이렇게 가볍게 평가하고 또 그게 받아들여질 정도로 두 사람 사이가 가깝다는 의미다.
- 신승근(한겨레 뉴스총괄부국장)이 이렇게 평가했다. “뉴라이트가 뭔지 잘 모르는 대통령이 ‘뉴라이트냐 뭐냐 그런 것 안 따지고’ 인사를 한 걸 부끄럽게 여기지 않고, 되레 공정한 인사의 증거로 착각하고 있다.”
왜 안보실장으로 승진하지 않나.
- 대통령실에서 김태효를 견제하는 세력이 꽤 된다고 한다.
- 김성한 때는 김태효가 보고를 패싱하고 윤석열과 독대해서 갈등이 있었다. 한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김성한은 신중하게 가자는 입장이었는데 김태효가 파격적으로 양보하자고 주장했다.
- 강제노역 배상에 합의하면서 “물컵의 반이 찼다”는 것도 김태효 작품이었는데 그 물컵은 아직 채워지지 않은 상태다.
- 조태용이 안보실장으로 취임하면서 “원팀으로 노력하자”고 강조한 것도 김태효를 의식한 발언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 조선일보가 사설에서 “시기와 내용 모두 의문점”이라며 이렇게 지적했다. “대통령실 인사는 대통령이 어떤 방식으로 국정을 이끌고 가겠다는 대국민 메시지다. 그래서 시기와 내용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상식적이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이런 일이 되풀이되는 건 정상이 아니다.”
- 국가안보실장은 물론이고 1차장과 2차장, 3차장이 모두 비외교관이 차지한 걸 두고도 말이 많았다. 그래서 외교가 이 모양이라는 말도 나온다.
- 김용현(전 경호실장)이 국방부 장관으로 옮겨간 걸 두고 충암파가 국방파를 밀어냈다는 말도 나왔다. 윤석열의 충암고 선후배가 국방부를 장악했다는 이야기다. 그 배후에 김태효가 있다는 의혹이 나온다.
김태효의 말말말.
- “중요한 건 일본의 마음이다.” KBS에 나와서 한 말이다. “과거사 문제에 대해 일본이 고개를 돌리고 필요한 말을 하지 않으면 엄중하게 따지고 변화를 시도해야겠지만 중요한 건 일본의 마음이다. 마음이 없는 사람을 다그쳐서 억지로 사과를 받아낼 때 그게 과연 진정한가.”
- 대통령실이 해명이라면서 “일본이 수십차례 사과해 피로감이 많이 쌓였다”고 한 게 논란을 더 키웠다. 윤석열의 생각이 김태효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의미다.
- 지난해 4월에는 워싱턴포스트와 인터뷰에서 윤석열이 “100년 전의 일을 가지고 ‘무조건 무릎 꿇어야 한다’라고 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가 논란이 되자 “주어가 빠진 것”이라고 변명했다. 뒤늦게 워싱턴포스트 기자가 한국어 녹취 원문을 공개했지만 역시 사과도 해명도 없었다.
- “내가 많이 가르쳐야겠다.” 카멀라 해리스(미국 민주당 후보)의 외교안보 참모들이 많이 생소하다면서 “많이 가르쳐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심각한 외교적 결례일 뿐만 아니라 그동안 쌓아 올린 성과를 무너뜨릴 수 있는 위험한 말이다.
- 지난해 5월 미국 CIA가 한국 대통령실을 도청한 문건이 미국 언론에 보도돼서 발칵 뒤집힌 적 있다. 김태효가 “포탄을 폴란드에 판매해 ‘우회 지원’하면 어떻겠느냐”고 말한 사실이 드러났다. 한국 정부는 그동안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지원하지 않는다”고 밝혀 왔는데 거짓말로 드러났다.
윤석열이 김태효 차장을 감싸는 이유가 뭔가.
- CIA 도청 논란이 있었을 때 중앙일보가 사설에서 “외교 경험이 없는 학자 출신은 이상론에 빠질 우려가 있다”면서 “홍역을 치르고도 개선되지 않으면 대통령은 과감한 인적 쇄신 카드를 뽑아 들어야 한다”고 김태효의 경질을 주문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
- 일단 윤석열과 코드가 맞다. 완벽한 보고서와 브리핑으로 대통령의 맘을 사로잡았다고 한다.
- 교수 시절 때도 한일 군사협력 강화를 주장했다.
- 2015년 조선일보 기고에서 “일본인의 마음을 간단하게 축약하면 약속하고 합의한 내용을 어기는 한국을 못 믿겠다는 것”이라면서 “과거사 문제에 관한 원칙과 입장을 재점검할 때가 됐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중요한 건 일본의 마음”이라는 게 오랜 꿈이었는데 그 꿈을 윤석열 정부에서 이룬 셈이다.
- 지난해 3월 한일 정상회담 직후 YTN 인터뷰에서는 “윤석열 정부는 일본과 무엇을 주고받는 협상을 원하지 않는다”면서 “‘뭘 얻어내겠다’는 발상을 버리고 좀 더 글로벌하게 나가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결과는? 다 내주고 여전히 물컵은 비어 있는 상태다.
- 이종찬(광복회 회장)이 “용산에 밀정이 있다”고 비판한 것도 김태효를 두고 한 말이다.
‘중일마’ 정부.
- “우리 외교부가 집계한 일본의 우리에 대한 공식 사과가 20차례가 넘는다.” 이건 김태효가 YTN 인터뷰에서 한 말이고,
- “일본은 이미 수십 차례에 걸쳐 우리에게 과거사 문제에 대해 반성과 사과를 표한 바 있다.” 이건 사흘 뒤 윤석열이 국무회의에서 한 말이다. 김태효가 불러주는 대로 읊는 것 아닌지 의심스러운 정도였다.
- 한 달 뒤 워싱턴포스트 인터뷰에서는 이런 말을 했다. “100년 전 일을 가지고 ‘무조건 안 된다’ ‘무조건 무릎 꿇어라’고 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
- 윤석열이 김태효를 감싸고 돌면서 휘둘리는 건 국가적으로 불행한 일이다. 성한용(한겨레 선임기자)은 “윤석열은 외교와 안보에 편견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갑자기 정치에 뛰어들어 대통령이 됐다”면서 “김태효 등이 윤석열의 눈과 귀를 사로잡으면서 냉전 시대 극우 이념 노선으로 급속히 의식화됐다”고 분석했다.
- 총선에 참패하고 레임덕 상태에서 맞는 집권 하반기, 윤석열은 김태효를 끝까지 끌어안고 갈 가능성이 크다. 광복절 축사에서 국민들을 상대로 “반국가 세력이 반일 감정을 선동한다”고 윽박지른 것도 그동안의 외교 기조를 바꾸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 윤석열 정부의 하반기는 김태효를 치느냐 마느냐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