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우리포트] 사상 최악의 선거 심의, 결국 지배구조의 문제다.
방송심의 문제, 정권 바뀌어도 논란 반복… 왜 손을 못 대나.
- MBC 로비에 ‘음수사원 굴정지원’이란 글귀가 걸려 있었던 적이 있다. “과일을 먹을 때는 그 열매를 맺은 나무를 생각하고(落其實者思其樹) 물을 마실 때는 그 물의 근원을 생각하네(飮其流者懷其源).”
- 아래가 2015년 사진이다. 왼쪽에서 여섯 번째가 안광한(당시 MBC 사장), 두 번째가 이진숙(당시 MBC 부장), 일곱 번째가 권재홍(당시 MBC 앵커) 등이다.
- ‘음수사원’은 1967년 박정희(전 대통령)가 5·16장학회(지금의 정수장학회) 장학생들에게 보낸 휘호다. 박정희는 1961년 군사 쿠데타를 일으킨 뒤 김지태(부산일보 회장)에게 누명을 씌워 부일장학회를 강탈했다. 부일장학회가 MBC의 100% 주주였기 때문에 그때부터 MBC는 정부 소유가 됐다. (지금은 정수장학회와 방송문화진흥회가 30%와 70%를 나눠갖고 있다.)
- ‘음수사원’은 결국 ‘네가 받은 장학금을 누가 준 것인지 기억하라’는 말이었고 MBC 로비에 걸려 있을 때는 ‘네가 받은 월급이 어디서 나오는지 잊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다. 안광한에게는 ‘너를 뽑아준 사람이 누군지 잊지 마라’는 메시지였을 것이다. 날마다 이 밑을 지나다녀야 했을 MBC 구성원들의 굴욕은 새삼 말할 필요도 없다.
- 공영 방송의 비극은 공적 책임을 뭉개고 뽑아준 사람들에게 충성한다는 데 있다. 방통위나 방통심의위도 마찬가지다.
- 해법은?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게 만들어야 한다. 고마워할 일이 없게 만들고 또 잘 보여야 할 일이 없게 만들면 된다. 공적 지배구조를 만드는 게 핵심이다.
용어 정리부터 해볼까.
- 방통위(방송통신위원회) 밑에 방통심의위가 있고 방통심의위가 선거 때 선거방송심의위를 운영한다.
- 방통위는 합의제 정부 부처다. 방통위원장이 장관급, 4명의 위원이 차관급이다. 방송통신 정책을 총괄한다.
- 방통심의위는 형식은 민간 기구인데(정부 부처 산하인데 독립된 민간 기구라는 것도 이상하지만) 실제로는 국회에서 여야 6:3으로 추천한다. 심의 결과가 방송 재허가와 재승인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강력한 규제 수단으로 작동한다.
올해 총선은 특히 심의 이슈가 많았다. 대표적 쟁점을 살펴보자.
- 법정 제재가 26건이나 됐다. 이미 역대 최대 수준인데 다음 달 10일까지 몇 차례 위원회가 더 열릴 거라 더 늘어날 수도 있다.
- 올해 선거에서 더 문제 되는 보도가 많았나? 특별히 그런 것 같지는 않은데 올해 유난히 선거방송심의위의 존재감이 컸다.
- 21대 총선은 주의만 2건이었다. 다음 그래프가 최근 선거의 법정 제재 건수를 집계한 것이다.
- 데이터를 보면 박근혜 정부(20대 총선)에서 많았다가 문재인 정부(21대 총선)에서 줄었다가 윤석열 정부에서 다시 늘어난다. 누가 운용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애초에 제도의 문제로 봐야 한다는 이야기다.
심의에서 징계를 많이 받으면 어떤 불이익이 있나.
- 방통심의위 징계는 행정 지도와 법정 제재로 나뉘는데 행정 지도는 의견 제시와 권고, 법정 제재는 주의와 경고, 프로그램 정정·수정·중지 또는 관계자 징계, 과징금의 네 단계다.
- 행정 지도는 특별히 불이익이 없지만 주의가 벌점 1점, 경고는 2점, 관계자 징계는 4점, 과징금은 10점이다.
- 공정성이나 객관성, 선거방송심의규정 위반은 3회 누적되면 이후부터 감점이 두 배가 된다.
- 방송사들은 3~5년마다 재허가(지상파) 또는 재승인(뉴스‧종편) 심사를 받아야 하는데 1000점 만점에 650점 이상 받아야 통과된다. 그런데 대부분 650점을 턱걸이하거나 못 미쳐서 조건부 허가 또는 승인을 받는 수준이라 벌점 몇 점에 목을 맬 수밖에 없다.
- 실제로 2017년(박근혜 정부)에는 방송 3사가 모두 재허가 점수에 미달해 조건부 재허가를 받았다. 2022년(문재인 정부)에도 간당간당했다. TV조선은 2020년 재승인 심사 때 653점을 받았다.
- (아래 그림에서 빨간색 선이 커트라인이다. 대부분 방송사가 커트라인을 겨우 넘기거나 못 넘긴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감점 몇 점에 방송사의 운명이 걸렸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허가나 승인 취소가 되는 경우도 있나.
- 심의 사건은 아니지만, 방통위가 2020년에 MBN에 6개월 동안 방송 중지 명령을 내린 적 있다. (자본금 편법 충당 등이 문제가 됐다.) 취소 소송을 걸었는데 2022년 11월에 패소했고 항소한 상태다. 아직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1심 재판부는 징계 사유가 충분하다고 했는데 무슨 일인지 항소심에서 멈춰 있다.
- 실제로 iTV처럼 방송사가 허가 취소돼 문을 닫은 적도 있다. (경인지역 지상파 방송이었다.) 경영권 분쟁에 간접 광고 규정 위반 등이 겹쳤다.
- 한국은 재허가 기간이 3~5년인데 기간이 너무 짧다는 지적도 있다. 심사 기간이 자주 돌아오는 만큼, 정부가 영향력을 행사할 여지가 크고 사업자들도 국회의원이나 정부 권력기관을 상대로 로비를 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있다. 말 안 들으면 문 닫게 만들 수 있다는 실질적인 위협으로 작용한다.
- 공공의 자원인 지상파를 쓰니까 문제가 많으면 회수할 수 있다고 치자. 다만 그 기준이 정권이 내리꽂은 낙하산 인사들의 자의적 판단으로 결정돼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공정성 심의? 귀에 걸면 귀고리, 코에 걸면 코걸이다.
올해 선거방송심의위, 어떤 기사들이 문제가 됐나.
- 이를테면 ‘김건희 특검’이라고 하면 안 되고 ‘김건희 여사 특검’이라고 해야 한다고 권고 조치를 내렸다. (권고는 법정 제재는 아니다.)
- ‘대통령 거부권’도 틀린 표현이라고 의견 진술 조치했다. ‘재의 요구권’이라고 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 ‘바이든-날리면’ 논란을 MBC에 유리한 입장만 전달했다고 문제 삼았다.
- 김건희(대통령 부인)가 23억 원 수익을 냈다는 사실을 단정적으로 보도했다고 편파 보도라고 지적했다.
단정적으로 보도해서는 안 된다면 어떻게 보도해야 하나.
- 심인보(뉴스타파 기자)가 MBC에 출연해서 이런 말을 했다. “김건희 모녀가 도이치모터스 주식거래로 23억 원의 차익을 거둔 것으로 추정된다.”
- 이정옥(선거방송심의위원)이 이런 말을 했다. “관련 내용을 보도한 기자만 출연시키고 반대 의견을 가진 사람은 다루지 않은 것에 대해 유감이다.”
- “23억 원의 차익을 거둔 것으로 추정된다”는 건 검찰 보고서 내용을 인용한 것이고 드라이한 팩트다. 게다가 이 사건은 반대 의견을 낼 사람이 김건희밖에 없다. 양쪽 입장을 공정하게 담아야 한다는 건 당연한 저널리즘 윤리지만 이 사건은 한쪽에서 침묵하고 있는 상황이다. 반대 의견을 다루지 않을 거면 보도하지 말라고 하면 아예 보도할 수 없는 상황이다.
- 제목이 “2000명 증원 근거는?”인데 여기에 물음표를 썼다고 문제 삼기도 했다. 김문환(선거방송심의위 위원)이 “왜 물음표를 썼나. 시청자 입장에선 (증원의) ‘근거가 뭐야’, ‘주먹구구식으로 한 것 아니야’ 등의 부정적 의미로 읽게 된다”고 말했다. 박범수(MBC 센터장)이 “황당하다. 어떻게 그렇게 해석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을 정도다. 걸면 걸리고 문제라고 하면 문제가 되는 고무줄 심의다.
- 법무부가 최은순(윤석열 장모)의 가석방을 추진한다는 MBC 기사를 문제 삼았는데 실제로 검토한 건 사실이지만 결과적으로 가석방은 안 됐다. 이 보도가 허위인가. 일단 명단에 올랐던 건 팩트다. 그런데 손형기(선거방송심의위 위원)이 “교활하게 보도했다”고 했다. 자동으로 명단에 오른 것일 뿐 추진한 게 아니라는 이야기다. 관계자 징계를 내렸다.
- “윤석열 대통령이 가는 길이 역사가 된다”는 말로 ‘경고’를 받기도 했다. 거부권 행사가 너무 많아 역사에 남을 거라는 평이한 비판인데 대통령을 조롱했다고 했다.
- 아래 그림에서 파란색 계열은 행정 지도라 벌점이 없고 빨간색 계열은 법정 제재다. 21대 총선 때는 법정 제재가 거의 없었는데 22대 총선에서 크게 늘었다.
특히 MBC에 징계가 몰렸다.
- ‘한 놈만 팬다’는 전략이다. MBC가 미운털이 박혔고 그만큼 다른 방송사들이 몸을 사렸다는 이야기도 된다. MBC는 선거 기간 동안에만 누적 감점이 최소 44점이다. 재허가를 못 받을 수 있다는 위기감도 돈다. (설마 그럴까? 모를 일이다.)
- 21대 총선과 22대 총선을 비교하면 법정 징계가 늘고 전체적으로 건수도 늘었다. 특히 MBC에 집중됐다. KBS와 종편은 법정 제재가 거의 없다.
- 지난 총선 때는 TV조선이 행정지도를 가장 많이 받았는데 법정 제재까지 가지 않았다. 정권이 바뀌고 심의위원 구성이 바뀌면서 나타난 변화다.
- 손형기(선거방송심의위 위원)가 이런 말을 했다. “한 마디로 MBC 뉴스데스크는 더불어민주당 기관방송 내지는 대변 방송으로 보인다.” 백선기가 (선거방송심의위 위원장)이 “그런 위험한 발언은 하지 않는 게 좋다”고 하자 “하여튼 그런 식으로 뉴스를 방송하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고 했다.
- 최철호(선거방송심의위 위원)가 이런 말을 했다. “방송 사상 이런 방송은 없다. 편파 방송의 극치다. 그러니까 적지 않은 분들이 MBC를 민주당 기관방송, 민주당 하청 방송으로 이야기하는 것이다.”
- 이 정도면 MBC가 편파적인가, 심의위가 편파적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파란색 1’도 논란이 됐다.
- 이거야 말로 역사에 남을 일이다. 9명의 위원 가운데 8명이 문제가 있다고 했다.(민언련 선거방송심의 모니터 보고서에서 발췌)
- “미세먼지 농도를 얘기하는 것이라면 단위가 있어야 하는데 옆에 아무 단위도 표시돼 있지 않아서 오인할 여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 박애성(선거방송심의위 위원).
- “충분히 오해의 소지가 있다.” / 임정렬(선거방송심의위 위원).
- “뉴스 가치 있는 소재가 될 수 없다. (중략) 특정 정당 기호를 연상하기에 충분하다고 본다.” / 권재홍(선거방송심의위 위원).
- “기상청 자료를 보면 ‘서울 1’이 아니다. 서울 25개구 중 4개구만 1이다.” / 최철호(선거방송심의위 위원).
- “지금은 선거 국면이다.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 고쳐 매지 않고, 참외밭에서 신발 끈 동여매지 않는 조상의 지혜처럼 정치적으로 오해를 줄 수 있는 뉴스는 피해야 한다.” / 김문환(선거방송심의위 위원).
- “날씨까지 이용하는 MBC의 교묘한 정치 편파에 상당히 분노한다.” / 손형기(선거방송심의위 위원).
- “큰 문제가 될 수 있겠구나 생각했다.” / 백선기(선거방송심의위 위원).
- “다르게 ‘기호 1번’으로 보는 분들도 있을 수 있겠구나 싶었다.” / 이미나(선거방송심의위 위원).
- 유일하게 반대한 위원은 1명뿐이었다. “코미디다.” / 심재흔(선거방송심의위 위원).
위원 구성도 논란이 있더라. 위원은 누가 추천하는 건가.
- 여러 단체에서 나눠서 추천하고 방통심의위가 위촉한다. 국회 교섭단체 정당(국민의힘과 민주당 각 1명)과 선관위(중앙선거관리위원회), 대한변협(대한변호사협회), 그리고 방송계와 학계, 언론인 단체, 시민단체 등이 추천한다. 문제는 단체를 방통심의위에서 지정하는데 이번에는 류희림(방통심의위 위원장)과 황성욱(방통심의위 부위원장) 두 사람이 추천 단체를 결정했다고 한다.
- 단체 추천은 TV조선과 한국미디어정책학회와 한국방송기자클럽, 공정언론국민연대에 추천권을 줬다. 셋 다 신생이거나 대표성이 없는 단체다. 단체에 추천을 의뢰했다기보다는 아예 보수 성향의 단체를 찍었다고 할 수 있다.
- 21대 총선 때 한국방송학회와 방송기자연합회, 한국여성커뮤니케이션학회에 추천권을 준 것과 비교된다. 방송계 몫으로는 한국방송협회가 SBS 출신을 추천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다고 보나.
- 망치를 들면 모든 게 못으로 보인다. 권력자 입장에서는 권한을 행사해 보고 싶은 유혹을 떨치기 어렵다.
- 여전히 MBC와 KBS는 사장을 대통령이 내려보낼 수 있는 구조다. 이사회를 3분의 2, 7분의 11 임명할 수 있고 이사회에서 사장을 추천한다.
- 방통위나 방통심의위도 마찬가지다. 정부와 여당이 5분의 3, 9분의 6을 임명하고 장악할 수 있다. 방송 내용이 맘에 안 든다? 내버려둘 수도 있지만 밑에서 알아서 충성하는데 굳이 못 하게 할 이유도 없다. 지금까지 계속 그래왔으니까.
단체 민원 100%를 국민의힘과 공언련이 제기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 304건 가운데 146건을 국민의힘이 냈고 단체 민원 32건은 모두 공언련이 냈다. 합치면 60%가 넘는다.
- 공언련(공정언론국민연대)은 민언련(민주언론시민연합)에 대항해서 만든 보수 언론 단체다. 최철호가 공언련 대표를 지냈고 권재홍은 현직 공언련 대표다.
- 공언련 출신이 둘이나 위원으로 있는데 공언련이 민원을 넣는다? 익숙하지 않나. 류희림(방통심의위원장) 친척들이 뉴스타파 인용 보도에 무더기 민원을 넣어 논란이 됐던 게 몇 달 전 일이다. 이른바 청부 심의 논란인데 사실상 셀프 민원이나 마찬가지다.
공정성 기준도 갖다 대기 나름 아닌가. 모호한 경우가 많더라.
- “이태원 참사로 책임지고 사퇴한 사람이 없다.” 김준일(시사평론가)이 이런 말을 했다. 이걸 두고 편파적이라고 했다. 자의적 판단이고 진행자가 반박하는 질문을 하지 않았다는 건 문제 삼았다.
- 백선기가 이런 말을 했다. “정치적 책임이라는 것은, (중략) 이거는 대통령까지 (책임을 지는 문제로) 간다. 정치적 책임이라는 단어로 들어가기 시작하면 이거는 정쟁과 정당이 관여할 수밖에 없는 일인데, 정치적 책임을 팩트체킹하지 않은 상태에서 기소와 구속을 통해 정치적 책임을 지우는 논리적 비약이다.”
- 윤석열이 “상속세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만든다”고 한 걸 두고 신장식(변호사)이 “난생처음 들어보는 이론이기 때문에 조금 더 공부해 보도록 하겠다”, “사람 참 공부하게 만든다”고 했다. 이걸 또 편파적이라고 심의에 올렸다. ‘신장식의 뉴스하이킥’만 8차례 중징계를 받았다. “대통령 발언의 대부분이 세제 개편에 대한 이야기인데, MBC는 이를 언급하지 않고 대기업 상속세만 이야기한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 국민의힘이 위성정당 이름을 국민의미래로 결정하자 김준일이 “참 미래가 여기저기 고생이 많다”고 했다. 이 한마디로 CBS는 경고 처분을 받았다. 손형기는 “일반 청취자인 내가 들어도 조롱 느낌이 온다”며 중징계를 요구했다.
사실과 의견을 구분해서 봐야 한다고 이야기하지 않나.
- 명예훼손 소송에서는 사실과 의견을 구분한다. 의견은 표현의 자유라고 본다. 사실이 잘못됐거나 사실이더라도 명예가 훼손됐다고 보면 명예훼손의 요건이 된다. 의견은 의견이기 때문에 처벌할 수 없다는 게 그동안의 판례였는데 최근에는 합의를 요구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판례도 계속 바뀐다. 의견이나 주장을 문제 삼아 처벌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 그런데 방송심의에서는 의견도 문제 삼는다. 패널 의견인데도 공정하지 않다고 한다. 공정한가 공정하지 않은가 판단을 심의위원들이 내린다. 그런데 그 심의위원들이 대부분 정부와 여당 추천 인사들이다.
방송과 유튜브는 또 다르지 않나.
- 유튜브는 당연히 방송심의 대상이 아니다. 유튜브를 방송으로 내보낸다면? 케이블 채널은 심의 대상이 아니다. 지상파와 종편은 허가 또는 승인 대상이니까 심의하고 벌점을 줄 수 있다.
- 방송의 정의를 다시 내려야 한다. 공적 책임을 부과하되, 동시에 자율성, 저널리즘 영역과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는 원칙을 만들어야 한다. 정치가 손을 떼야 한다.
해외는 어떤가.
- 대부분 뉴스는 자율규제가 원칙이다. 미국은 FCC(연방통신위원회)가 독점 금지와 공시 의무를 두고 있다. 도박과 음란물 등만 사후 제재한다.
- 영국은 독립언론모니터(IMPRESS)라는 데서 사후제재를 한다. 오프콤(Ofcom, 한국의 방통위)에서 불법성과 유해성 관련 심의만 한다. 공정성 심의는 없고 정치적 중립이 기본이다.
구조적 문제를 보자: 모호한 기준(방송의 공적 책임)과 자의적 심의, 해법은 뭔가.
- 공정성을 판단할 주체가 누구냐, 음수사원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이게 핵심이다.
- 누구에게 망치를 쥐어줄 것인가의 문제다.
- 인간의 탐욕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권력을 쥐고 있는 이상 휘두르려는 욕망을 버릴 수 없다. 가뜩이나 나를 뽑아준 사람에게 보답해야 한다. 이명박 때 그랬고 박근혜 때도 그랬고 문재인 때도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시스템의 작동 원리는 다르지 않았다.
- 해법은? 원칙적으로 정치와 방송(지배구조)를 분리하는 것부터 출발해야 한다. 정당 추천을 없애거나 더 줄이고 교차 검증하는 시스템을 둘 필요도 있다. 180석 갖고도 못했던 일이고 여전히 윤석열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끝이다. 근본적으로 민주주의 사회에서 언론은 권력이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이라는 사회적 합의와 시스템이 필요하다. ‘음수사원’의 망령, 사람에 충성하는 구조를 깨지 않으면 악순환을 끊을 수 없다.
- 언론도 관행적으로 ‘어디어디 추천 위원’, 또는 ‘여권 인사’나 ‘야권 인사’ 등의 설명을 붙이곤 하는데 굳이 출신을 환기하지 않는 게 좋다. 원칙적으로는 누가 추천했든 독립적으로 소신껏 판단할 수 있어야 하고 애초에 추천-충성 관계를 깨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사람의 문제를 시스템의 문제로 풀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