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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대통령)이 양곡관리법 개정안 거부권을 행사했다(‘재의’ 요구). 국회에서 통과된 법을 대통령이 비토(veto; 법적 거부권)한 것이다. ‘충돌 정치’라는 말도 나왔다.

이 이슈가 중요한 이유.

  • 윤석열의 거부권 행사 1호 법안.
  • 대통령은 “포퓰리즘 법안”이라고 비난하고, 민주당은 “헌법 정신을 유린했다”고 맞선다.
  • 민주당은 “쌀값 정상화 법”이라고 하고 대통령은 “남는 쌀 강제 매수법”이라고 한다. 누구 말이 맞을까.
  • 대통령이 거부한 법안을 국회가 다시 통과시키려면 3분의 2 찬성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대로는 어렵다. 민주당은 새로운 개정안을 만들어서 다시 의결하고 다시 대통령에게 보낸다는 계획이다. 언뜻 보면 농민의 편에 선 야당과 농민과 싸우는 대통령, 힘의 대결이다.

핵심은.

  • 쌀값을 안정시키기 위해 “정부가 쌀을 사들일 수 있다”는 조항이 있는데 이걸 “사들인다”로 고쳐 의무 조항으로 만들자는 것이다. 쌀이 3~5% 초과 생산됐거나 쌀값이 5~8% 떨어졌을 때가 조건이다.
  • 실제로 2021년(문재인 정부 시절)에는 정부가 우물쭈물하다가 때를 놓쳐 쌀값이 26%나 폭락한 적 있었다. 일단 생산량이 늘면 정부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사들여야 한다는 게 이 법의 취지다.

문제가 간단하지 않다.

  • 공급이 넘치는 게 문제라면 정부가 쌀을 사주는 걸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나. 정부와 여당은 2030년까지 해마다 1조 원 이상이 들어갈 거라고 주장한다.
  • 문제는 그렇게 돈을 들여서 쌀값이 안정되느냐다. 지금까지 10번 사들였는데 효과가 있었던 건 세 차례, 나머지는 하락폭을 줄이는 정도거나 효과가 없었다.
  • 소비량이 줄고 있는데 생산량은 거의 그대로다. 2022년 기준 1인당 연간 56.7kg을 먹었는데 2030년이면 45kg으로 줄어들 거란 분석도 있었다. 가뜩이나 쌀이 남는데 정부가 계속 사주면 공급이 줄지 않을 것이다.

갈등의 핵심.

  • 민주당이 말을 바꾼 건 맞다. 이 법은 2019년에도 민주당이 발의했는데 문재인 정부가 반대해서 무산된 적 있다. 다만, 지난해 쌀값 폭락이 심각했기 때문에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건 맞다.
  • 조선일보는 “민주당이 집권했을 때는 ‘안 된다’고 하다가, 정권이 바뀌자 ‘해야 한다’고 돌아섰다”고 비난한다.
  • 국민일보는 민주당이 안 될 걸 알면서도(어차피 거부권에 막힐 테니) 농민들 편에 섰다는 “연출로 표나 얻자는 계산”을 했다고 비난한다.

다른 이야기.

  • 조수진(국민의힘 의원)이 방송에 출연해 “밥 한 공기 다 비우기 운동을 벌이겠다”고 말했다. 농담이 아니라 진심이었다.
  • 조수진의 ‘똥볼’(어설프기 짝이 없는 슛)이 모든 논의를 집어 삼킬 태세다.
  • 이준석(전 국민의힘 대표)이 “갈수록 태산”이라고 개탄하면서 “한 공기를 시키면 먹든 남기든 소비는 된다”고 덧붙였다.
  • 김웅(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 “먹방으로 정치할 거면 그냥 쯔양이 당 대표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싶다”고 썼다.
조수진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제안한 해법(?)

논의의 기본 전제.

  • 쌀 소비는 계속 줄어든다. 쌀 생산도 이에 맞춰 줄여야 한다. 정부가 쌀을 사들이는 것으로 쌀값 하락을 막기에는 한계가 있다. 해마다 남는 쌀이 20만 톤에 이른다.
  • 당장 쌀 값 폭락을 막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다른 작물로 전환하는 유인을 떨어뜨리는 것도 곤란하다.
  • 생산이 넘치더라도 쌀 시장을 지켜야 한다는 입장과 과잉 보호가 시장을 왜곡한다는 입장이 충돌한다.

더 깊이 들어가 보자.

  • 쌀 생산량이 너무 많아서 문제라면 단계적으로 쌀 재배를 줄이는 게 맞다. 그래서 민주당 개정안에는 다른 작물을 재배할 경우 보조금을 주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
  • 문재인 정부가 2018~2020년에 벼 대신에 다른 작물을 심는 농가들에게 1헥타르에 300만 원 정도 보조금을 준 적 있다. 비용은 1,500억 원 정도. 실제로 2만5000헥타르 정도 줄긴 했다.
  • 그런데 이게 효과를 따지기 애매한 게 2020년은 흉작으로 생산량이 줄었기 때문이다. 돈만 쓰고 쌀 공급을 줄이는 효과는 크지 않다는 비판도 있다.

결론: 무엇을 할 것인가.

  • 쌀값 안정은 농민 생존권과 연결된 문제다. 정부는 이건 아니라고 할 뿐 다른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 한국의 식량 자급률은 매우 낮다(44.4%, 곡물자급률은 20.9%로). 그나마 쌀은 공급 과잉이지만, 쌀까지 무너지면 안 된다는 게 핵심이다.
  • 정치적 공방으로 가서는 안 된다. 쌀값을 안정시키면서 단계적으로 생산을 줄이는 방안을 내놓고 국민들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정부가 후속 조치를 내놓지 않으면 농민들의 분노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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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_box title=”등장인물.”]

  • 농민: 생존권 걸린 문제
  • 쌀(밥)을 주식으로 삼는 대다수 국민
  • 윤석열: 전형적인 포퓰리즘 법안이라며 제1호 거부권 행사
  • 민주당: “식량 주권 포기 선언”(이재명)라며 거부권 행사 비판
  • 문재인: 2019년 당시 민주당 발의 → 민주당 정부가 반대
  • 서울시장: “이재명, 국가재정 화수분으로 착각”한다며 비판 (오세훈)
  • 조수진(‘밥 한 공기 다 비우기 운동’),
  • 김웅(‘쯔양을 당대표로’) 등 특별출연[/su_b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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