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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즈피드는 세계적으로 많은 언론인들에게 애증의 대상이었다. 욕하면서도 닮고 싶어했다.
  • 다른 언론사들이 우리는 써야 할 기사를 쓴다고 정신 승리를 하는 동안 버즈피드는 철저하게 팔리는 콘텐츠에 집중했고 콘텐츠 바이럴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 잘 나가던 때는 방문자 수가 월 2억 명, 트래픽이 70억 건을 넘어서기도 했다.
  • 세상에서 가장 권위있는 신문으로 꼽히는 뉴욕타임스가 이런 평가를 했을 정도다. “리스티클이나 고양이 동영상 따위나 만드는 버즈피드가 뉴욕타임스보다 더 많은 독자를 끌어모으는 현상을 어떻게 봐야 하는가.”
  • 그 버즈피드가 뉴스를 접기로 했다.

이게 왜 중요한가.

  • 악시오스는 “디지털 퍼블리싱의 한 시대가 끝났다”고 평가했다. 이미 오래 전에 끝났지만 이제는 완전히 다른 시대가 됐다는 이야기다.
  • 뉴욕타임스 출신으로 한때 버즈피드 편집장을 지냈던 벤 스미스(세마포 CEO)는 CNN과 인터뷰에서 “뉴스 퍼블리셔와 소셜 미디어의 관계가 끝났다”고 평가했다. 남의 일 같지 않다는 이야기다.
  • 버즈피드가 단순히 바이럴 매체였던 건 아니다. 탐사 보도에도 꽤 많은 투자를 했고 퓰리처 상을 받기도 했다.
  • 조나 페리티(버즈피드 CEO)가 직원들에게 보낸 메일을 보면 후회와 원망이 묻어난다. 포인트는 두 가지다.
    • 뉴스에 지나치게 투자를 많이 했다. (이렇게 안 될 줄 몰랐다.)
    • 대형 플랫폼들이 저널리즘을 버렸다. (페이스북이 큰 건 우리 덕분인데.)
버즈피드는 단순히 고양이 장사만 한 게 아니라 독자 데이터 분석과 쉐어러블(sharable) 스토리텔링 전략으로 한때 페이스북 세상의 타임라인을 지배했다. 다음은 버즈피드가 분석한 6가지 유형의 콘텐츠를 스펙트럼으로 나타낸 것.

본질은.

  • 바이럴의 양상이 달라졌다.
  • 버즈피드와 허프포스트를 비롯해 업워디나 바이스 미디어 같은 바이럴 미디어들의 전성기가 있었다.
  • 버즈피드는 “당신은 해리포터 캐릭터 가운데 누구일까요” 같은 퀴즈 콘텐츠로 대박을 쳤다.
  • 버즈피드가 수박에 고무 밴드를 몇 개나 걸 수 있을까 실험한 영상은 라이브로만 80만 명이 봤다. 그 유명한 검파 드레스 논란은 하루만에 2800만 뷰를 기록했다.
  • 네이티브 광고로 재미를 봤던 조나 페리티는 배너 광고의 시대가 끝난 것처럼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이를 테면 사료 회사가 후원하는 고양이 기사 같은 것들로 돈을 긁어들일 수 있는데 뭐하러 지저분한 광고를 붙이느냐는 태도였다.
  • 벤 스미스는 “저널리즘에 대한 투자와 고양이 주도(cat-led)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는 충돌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 “정치 기사보다 고양이 기사가 더 많다”는 비판도 있었고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고 맞서기도 했지만 모두 옛날 이야기다. 소셜 미디어에서 버즈피드의 공유 수는 2016년 3.3억 건에서 2021년 2900만 건으로 줄었다. 10분의 1도 안 되는 규모다.
“우리는 위대한 고양이 사이트입니다.(We do not get bristly, it was a great cat site.)” 버즈피드는 한때 정치 기사보다 고양이 기사가 더 많았다. 편집국장을 지낸 벤 스미스는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고양이는 절대 실패하지 않아요.”

더 깊게 들어가 볼까.

  • 페이스북이 정보성 콘텐츠보다 친구들의 포스트를 더 비중있게 노출하기로 하면서 버즈피드 같은 바이럴 미디어는 직격탄을 맞았다.
  • 과연 이런 일이 벌어질 줄 몰랐나. 알면서도 왜 당했느냐는 질문이 필요하다.
  • 더버지(The Verge)의 미아 사토가 “버즈피드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이란 글을 쓴 적 있다. 버즈피드는 한때 잘나가던 기업이었지만 거기서 멈춰 있었다는 분석이다. 버즈피드를 키웠던 사람들은 하나둘씩 떠났고 환경이 바뀌는데도 몇 년째 스타일도 그대로였다.
  • 버즈피드는 레딧과 공생 관계였다. 버즈피드의 프리랜서 에디터들이 레딧에 상주하면서 바이럴 콘텐츠를 올리곤 했다. 나중에는 레딧이 버즈피드를 모방해 업보티드라는 서비스를 만들기도 했다. 애초에 버즈피드의 독보적인 콘텐츠가 아니었다는 이야기다.
  • 버즈피드의 몰락 뿐만 아니라 인터넷과 플랫폼 환경이 달라졌다는 분석도 있다.
  • 뉴요커는 “포스트 플랫폼 시대는 그룹 문자와 레딧 포럼, 디스코드 서버, 이메일 뉴스레터로 연결되는 소규모 커뮤니티로 구성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플랫폼은 사람들의 시선을 끌지 않을 것이고 바이럴이 목표가 아닐 수도 있다”면서 “낯선 사람들보다 친구를 더 신뢰한다는 검증된 원칙을 따르는 초기 버전의 인터넷과 비슷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검정과 파랑이냐, 하양과 금색이냐 논란이 많았지만 정답은 없다. 원래 드레스는 검파였지만 빛과 그늘을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따라 다르게 보인다.

이런 측면도 있다.

  • 버즈피드에 좋은 기사도 많았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버즈피드가 존경과 신뢰를 받는 언론이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2017년에는 트럼프 X파일을 보도했다가 사실 확인이 부족하다는 반격에 부딪혔다.
  • 그때 벤 스미스가 이런 말을 했다. “증거가 불충분한 이야기에 큰 수요가 있는 만큼, 기자들은 트래픽의 유혹에서 자유롭지 않다. 트래픽은 저널리스트에게 큰 유혹이다. 여태까지 버즈피드는 그 유혹에 저항하기 위해 열심히 싸웠다고 생각한다.” 유혹에 저항했지만 유혹을 완전히 떨치지는 못했다는 사실을 인정한 셈이다.
  • 포인터연구소의 켈리 맥브라이드는 다음과 같이 비판했다. “전문 기자들은 그들의 책임을 지고 정보를 검증하고, 맥락을 더하고, 청중들이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청중들에게 그것을 제시한다. 그리고 그 책임을 상당히 심각하게 받아들인다. 그런데 버즈피드는 그런 시도를 전혀 하지 않는 것 같다.”
  • 새로운 뭔가를 만들어야 한다는 혁신에 대한 강박이 본질에서 멀어지게 만든 것 아닌가 돌아봐야 할 시점이다.

이제 어떻게 될까.

  • 버즈피드는 허프포스트(옛 허핑턴포스트)를 인수했다. 버즈피드 뉴스를 접었지만 허프포스트는 계속 할 거라고 한다.
  • 디인포메이션은 버즈피드의 다른 사업들은 수익성이 있다고 분석했지만,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여전히 회의적인 입장이다.
  • 버즈피드는 2021년 상장한 뒤 매출 압박을 받아왔다. 버즈피드 주가는 4월21일 기준으로 주가가 0.67달러까지 폭락했는데 상장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한때 17억 달러의 기업 가치를 인정 받았지만 1억 달러 미만으로 쪼그라 들었다.
  • 뉴스 중단과 별개로 직원 15%(100명 이상)를 줄인다는 계획이다.
  • 조나 페리티는 “인공지능에 투자하겠다”고 밝혔지만 CNN은 “그 실험이 성공할 것인지는 알 수 없다”고 전망했다.
버즈피드 주가 추이.

TMI.

  • 버즈피드는 회의실 이름을 독특하게 짓는 걸로도 유명했는데 이번에 구조조정 소식을 발표한 회의실 이름은 둠스데이(멸망의 날)였다.
  • 컨퍼런스콜로 참여한 영국 직원들은 ‘블랙미러’라는 방에 모여 있었다고 영국의 가디언이 보도했다.

결론.

  • 뉴스 기업들에게는 두 가지 선택이 있었다.
    • 첫째, 압도적인 트래픽을 끌어낼 수 있다면 광고로 먹고 살 수 있다.
    • 둘째, 충성 독자를 확보해서 유료 구독으로 가야 한다.
  • 버즈피드는 첫번째 방법을 선택했고 실패했다. 고양이 콘텐츠로 돈을 벌어 좋은 기사 만드는 데 쓴다는 전제 조건도 무너졌다. 검파 드레스 논쟁은 날이면 날마다 오는 게 아니고 그런 논쟁이 버즈피드의 브랜드에 특별히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었다.
  • 버즈피드 모델은 페이스북 바이럴이 통했던 아주 짧은 시간만 가능했던 모델일 수도 있다. 더 버지가 지적한 것처럼 문제는 이제 버즈피드의 브랜드가 더는 쿨하지 않다. 버즈피드는 과거의 추억에서 빠져나오지 못했고 혁신과 변신의 기회를 놓쳤다.
  • 단순히 버즈피드의 실패의 실패를 넘어 뉴스 기업의 성장 모델을 근본적으로 다시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1000만 건의 뜨내기 트래픽과 10만 건의 로열티 트래픽 가운데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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