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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4월 19일 공개된 로이터 [인터뷰]에서 “대규모 민간인 공격이나 학살, 심각한 전쟁법 위반 상황이 있다면 인도적·재정적 지원만 고집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지원할 가능성을 내비쳤습니다. 그러자 러시아 대통령실은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전달하면 확실한 분쟁 개입”이라 경고하고, 러시아 외무부는 ‘반러시아 적대행위로 간주된다’며 빠르게 반응을 내놨는데요.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실험으로 한반도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윤 대통령의 발언을 다룬 언론보도를 살펴봤습니다.

동북아 정세에 부정적, 면밀한 접근 필요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윤 대통령의 인터뷰가 보도된 당일인 4월 19일 지상파 3사와 종합편성채널 4사 저녁종합뉴스, 4월 20일 6개 종합일간지와 2개 경제일간지 지면의 윤 대통령 우크라이나 살상무기 지원 발언 관련 보도를 살펴봤습니다.

한겨레, 경향신문, KBS, MBC‘한러 관계 경색을 우려’하며 대통령의 발언을 지적했습니다. TV조선, 조선일보, 매일경제 등은 한·미 동맹을 앞세우며 핵우산과 전쟁 무기를 강조’해 온도 차가 드러났습니다. 보수·경제지에 비해 진보 성향 언론을 중심으로 보도량이 많았는데요.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러시아의 입장을 상세히 전하며 경제·안보의 외교 후폭풍을 우려했습니다.

경향신문  [살상무기 우크라 지원 시사 윤 대통령 ‘일방 외교’ 가속] (4월 20일 유정인 기자)은 윤 대통령의 발언이 “현실화할 경우 한국과 러시아 관계가 회복 불가능한 수준으로 악화하고 동아시아 긴장이 격화할 수 있어 파장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는데요. “대규모 민간인 공격 등을 전제하고서라도 살상용 무기 지원 가능성을 열어둔 것은 처음”으로 더불어민주당이 “살상무기 지원은 ‘국익에 심대한 위해를 가하는 결정’이라 비판”했다고 전했습니다.

KBS [“인도적 지원만 고집 어려워”] (4월 19일 신지혜 기자)도 윤 대통령의 발언이 “특정 상황에서 무기 지원 가능성을 열어뒀다고 해석할 수 있”다며 “우크라이나 군사적 지원에 동참하라는 미국 등 서방의 직간접적 압박에 우리 정부가 먼저 나서서 ‘조건부 지원’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어진 [정부 원칙 바뀌나?] (4월 19일 김지선 기자)에서는 “군사지원 가능성을 다른 사람이 아닌 대통령이 처음으로, 직접 언급한 것이어서 파장이 일고 있”다며 “북한이 연일 위협 수위를 높여도 유엔 안보리 대응이 번번이 무산되는 건 거부권을 갖고 있는 러시아, 중국 때문”인데, 안보 위협이 될 수 있는 상황에서 “국익을 위해 보다 신중하고 세심한 외교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TV조선·조선일보, ‘핵우산·현무-5’ 고위력 무기 강조

윤 대통령의 로이터 인터뷰 중 TV조선과 조선일보는 핵우산을 비롯한 전쟁무기 발언을 강조해 보도했습니다. TV조선은 4월 19일 첫 번째 꼭지 [윤 “핵공격엔 나토보다 강력한 대응 필요”] (김정우 기자)에서 윤 대통령이 “남북 사이 핵이 동원되는 전쟁이 벌어진다면 동북아 전체가 거의 재로 변할 것”이라며 북한 핵 공격에 대해 “나토보다 강력한 대응’을 강조했고, 초고성능, 고위력 무기 개발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습니다.

세 번째 꼭지 [한미회단 ‘핵공유’ 논의?] (홍연주 정치부 기자)에서는 전쟁 양상을 보면 윤 대통령이 언급한 “그런 전제조건들은 이미 충족된 게 아니냐고 볼 수 있”어 “대통령실도 분쟁 개입 입장을” 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TV조선은 정부가 “한미일 안보 협력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러시아의 보복조치를 감수하고서라도” 안보 협력을 이끌어내겠다는 의지로 보인다고 판단했는데요. “‘한국형 핵공유’를 이번 정상회담에서” “확실히 요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도 보도했습니다.

조선일보 [윤 “북 위협 맞서 초고성능·고위력 무기 개발중”] (4월 20일 최경운·김동하 기자)은 윤 대통령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감시, 정찰, 정보 분석 능력을 강화하고 초고성능·고위력 무기들을 개발하고 있다’고” 했는데 이것은 “평양 주석궁 등을 초토화할 수 있는 현무-5(V) 미사일”등으로 보인다며 “대량응징보복의 핵심 무기”인 “현무-5는 유사시 평양 주석궁을 비롯해 ‘김정은 벙커’를 단 1발로 초토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고 곧 시험발사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습니다. 조선일보 역시 윤 대통령의 발언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국식 핵 공유’ 방안을 도출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며 강대강 대치를 부추겼습니다.

조선일보와 TV조선은 러시아의 외교·안보·경제적인 위협엔 아랑곳 하지 않고 핵무장과 전쟁 무기를 앞세워 보도했습니다. 민언련 [조선일보는 왜 ‘한국 핵무장론’에 목매는가] (1월 12일)에서 지적했듯 조선일보는 거듭 핵무장론을 주장하고 있는데요.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을 시작으로 전쟁에 나서자는 것이 아니라면, 핵무장만을 내세울 것이 아니라 국민의 안전과 연계된 사안인 만큼 신중한 보도태도가 필요합니다.

우크라이나 재건 참여에 실리 계산?

SBS와 한국일보는 우크라이나 종전 이후 재건에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성급한 경제적 이익을 언급했습니다. [러시아 반발] (4월 19일 한상우 기자)은 윤 대통령 인터뷰에서 살펴볼 대목으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원상회복을 위한 다양한 지원에 관한 언급”을 뽑았는데요. 전쟁 종식 후 무기 지원으로 “역할이 컸던 만큼 전후 재건에 참여하는 여러 국가들 중에서 목소리를 더 낼 수 있다”는 판단이었을 것이라고 풀이했습니다.

한국일보 [미 주도 ‘러 포위 전략’ 합류…나토 밀착·우크라 재건 ‘실리’ 계산도] (김광수·김진욱 기자)도 윤 대통령의 발언이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미국에 성의를 보인 측면이 크다”며 “1,000조 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되는 전후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에 목소리를 낼 명분도 확보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어 “살상무기 지원이 현실화한다면 이른바 ‘K방산’으로 불리는 국산 무기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진출에도 힘이 실릴 전망”이기에 “윤 대통령 인터뷰는 △한미동맹 △재건사업 △나토와 밀착이라는 3가지 효과를 노린 다목적 카드로 읽힌다”고 긍정 평가했습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은 1년이 넘도록 계속되고 있습니다, 불확실한 종전과 극심한 전쟁 피해 상황에서 재건 참여라는 장밋빛 전망만 하는 게 전쟁 당사국 입장에선 어떻게 비칠지에 대한 고민은 없습니다. 주변국에서 재건사업 이익을 생각해 돕는다고 나선다면 당사국은 어떤 생각을 할 지, 언론의 신중한 보도가 요구됩니다.

한겨레·경향, ‘살상무기 지원 발언’ 매우 부적절

한겨레 [사설/ ‘우크라 무기 지원’ 가능성 언급, 우려 커지는 방미] (4월 20일)는 “한국이 처한 국제적 상황에서 대통령이 이런 공개적 언급을 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며 “포탄 우회 지원” 보도에도 정부가 그동안 공식적으로 밝힌 적은 없는 이유가 “그만큼 민감성과 파괴력이 크기 때문”인데, “이를 대통령이 외신 인터뷰 형태로 불쑥 꺼내는 방식을 도저히 이해하기 힘들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의 국제 전략에 맞춘 일방적 요구를 그대로 다 받아들이는 건 아닌지” “윤석열 정부는 미국에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며 윤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을 앞두고 국민 우려가 커진다”고 언급했습니다.

경향신문은 대통령실의 무기 지원 입장 변화를 지적했습니다. [사설/윤 대통령이 시사한 우크라이나 살상무기 지원 반대한다] (4월 20일)는 “몇 달 사이 윤 대통령은 무엇을 근거로 정책을 바꾼 것인가”냐고 꼬집으며 “원칙 없는 정부 외교·안보 정책”으로 “향후 외교무대에서 한국 정부 약속을 누가 쉽게 믿어줄 것”이냐 물었습니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한국에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을 압박할 때마다 그 며칠 전에 북한의 러시아 무기 지원 첩보를 공개하는 패턴을 보였”고, “지난 1월엔 북대서양조약기구 사무총장과 미 국방장관이 방한해 방침 변경을 요구했다”며 “결국 윤 대통령은 국빈 방미를 앞두고 서방의 압박에 굴복한 것”으로 비친다고 지적했는데요. 더불어 “한국이 ‘살인을 수출하는 국가’ 대열에 합류하는 것을 반대한다”고 명확히 입장을 밝히며 “우리가 한·미 정상회담 때까지만 사는 것은 아니”라고 살상무기 수출 금지를 요구했습니다.

세계일보, 국제사회 평화… 무기 지원하라

반면,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에 찬성한 언론도 있습니다. 세계일보 [사설/윤, 우크라 조건부 군사 지원 시사…국민 설득 뒷받침돼야] (4월 20일)는 “러시아의 명분 없는 침공으로 인한 우크라이나 국민의 희생이 커진다면 마냥 외면할 수는 없는 일”이며 “우리나라도 6·25전쟁에서 유엔군의 군사 지원과 국제 원조”를 받았다고 언급했습니다. 또 글로벌 중추 국가를 앞둔 우리가 “국제사회의 평화수호 활동에 대한 기여를 확대”해야 한다며 “국민 설득 작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국제평화에 기여하자면서 살상무기를 주자는 것이 합리적인 주장일까요?

이용석 전쟁없는세상 활동가는 [무기 지원이 정말로 우크라이나를 돕는 일일까?] (2022년 6월 16일)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죽고 다치고 나서, 그 사람들의 삶의 터전이 온통 파괴되고 나서 이룩한 승리를 우리는 평화라고 부르면 안 된”다며 “전쟁의 결과를 승리와 패배로만 상상하는 것은 우리가 전쟁을 전투로만 협소”하게 바라보는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이 활동가는 “한국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것은 우크라이나의 평화에 이바지하는 일이어야지 전쟁이 길어지거나 전쟁 피해가 늘어나는 방식이어선 안 된다”고 설명하며 무기 지원은 “거듭된 전쟁으로 피해가 늘어나고 서로에 대한 증오와 불신이 커져 다시 전쟁의 재료로 쓰이는 악순환의 고리만 강화”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전쟁 종식을 위해 무기를 지원하자는 것은 궤변일 뿐입니다. 전쟁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평화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명분도 실리도 없는 살상무기 지원

우크라이나 살상무기 지원을 우려하는 언론의 목소리는 계속돼 왔습니다. 중앙일보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은 안 된다] (2월 28일 남정호 기자)는 “살상용 무기는 지원”은 “명분과 실리 양면에서 적절하지 않”다며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군은 10만~15만 명씩의 사상자를 냈”고 “민간인 사상자도 2만여 명에 달”하는데, “이런 비극을 지속시킬 무기 지원이 과연 옳은 일”이냐고 따졌습니다.

실리적인 면에서도 “재건 사업을 한국이 독차지할 리 만무”한데, “무기 수출로 러시아와 척을 지면 265억 달러(약 34조여원)에 달하는 한·러 무역이 결정적 타격을 입을 게 뻔하다”며 “모든 면으로 볼 때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은 국익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는데요. “우크라이나를 도울 길은 지뢰 제거 등 인도적 방법도 많”으니 “무고한 생명의 희생을 방조하는 잘못을 저질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무기 지원은 안보와 경제, 외교 등에 매우 중차대한 문제입니다. 한겨레 [“북에 최신무기 제공 땐 뭐라 말할 텐가”] (4월 20일 신기섭 선임기자)는 “일본은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지난달 21일 키이우를 방문”했을 때 “비살상 장비나 인도 지원에 머무를 뿐 무기 지원 계획은 밝히지” 않았다고 전했는데요.

일본도 무기 지원에 따른 파급력이 큰 만큼 신중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습니다. 전쟁은 더 많은 살상무기로 끝나지 않습니다. 언론은 살상무기 지원을 어쩔 수 없다는 듯 보도할 게 아니라 종전을 위한 외교적 중재와 전쟁 피해자를 위한 인도적 지원을 하라고 촉구해야 합니다. 국민의 안전과 국익이 달린 중요한 문제인 만큼 정부가 잘못된 방향으로 간다면,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 책임 있는 보도가 필요합니다.

* 모니터 대상: 2023년 4월 20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지면, 2023년 4월 19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 TV조선 뉴스9 (평일)/ 뉴스7(주말), 채널A 뉴스A, MBN 뉴스7(평일)/뉴스센터(주말), 빅카인즈 윤 대통령 로이터 인터뷰 관련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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