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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예술종합학교와 학생들이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이전’을 골자로 한 민주당 법안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예종은 28일 “예술적 영감과 실무 역량은 현장과의 끊임없는 상호작용, 전문 인프라와의 접근성, 예술 생태계 전반의 유기적 결합 속에 탄생한다. 이런 특수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이전 논의는 대한민국 예술 교육 경쟁력을 약화할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앞서 정준호(민주당 의원·광주 북구 갑)는 22일 ‘한국예술종합학교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후보인 민형배를 포함한 민주당의 광주 지역구 의원 전원이 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한예종은 1993년 설립한 국립 예술 전문 교육기관이다. 역량 있는 예술인을 양성하는 것이 목표다. 현재 서울 성북구 석관동캠퍼스, 서초구 서초동캠퍼스, 종로구 대학로캠퍼스로 나뉘어 있다.

이게 왜 중요한가.

  • 지방 선거를 코앞에 둔 시점에 공론장을 건너뛴 법안에 반발이 커지고 있다. 학생들이 크게 반대하고 있다.
  • 한예종 총학생회는 28일 서울 성북구 한예종 석관동 캠퍼스에서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성공한 서울의 모델을 오려내 비서울에 옮겨 붙인다고 지방 자생력이 높아지지 않는다. 한예종이 비수도권으로 옮겨진다면, 오히려 서울 소재 예술대학의 집중 현상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 수도권에 문화 예술 인프라가 집중해 있는 만큼 한예종이 비서울로 이전한다면 젊고 실력 있는 예술가 지망생들은 지방으로 내려가기보다 서울 소재의 다른 예술대학을 선택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 방세희(한예종 총학생회장)는 “문화 예술 인프라는 단지 기관만이 아니라 인적 자원도 포함되고, 서초동 악기거리, 충무로에 모여 있는 극단들, 영상 장비를 대여할 수 있는 시설, 공연을 올릴 수 있는 무대, 작은 갤러리와 독립 공간까지 망라하는 것”이라고 했다.

“인프라 분산, 예술 균형 발전 이룰 것.”

  • 광주를 지역구로 둔 민주당 의원들은 한예종 이전이 전남광주통합특별시를 세계적 예향의 도시로 만들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준호는 “수도권에만 집중된 문화 예술 인프라를 이제는 지역으로 분산해야 한다”며 “전통과 현대 예술이 살아 숨쉬는 전남광주는 한예종이 둥지를 틀 최적의 장소”라고 주장했다.
  • 민형배도 “한예종 숙원인 대학원 설치를 전남광주에서 실현하겠다”면서 “이재명 정부가 추진할 2차 공공기관 이전에 한예종을 반드시 포함시키겠다”고 밝혔다.
  • 한예종은 현재 법적으로 ‘대학교’가 아닌 ‘각종학교’ 지위다. 이로 인해 대학원에 해당하는 한예종의 예술전문사 과정을 이수한 학생들은 석사·박사학위를 받을 수 없다.
  • 이에 관해 한예종은 “‘학위 과정 설치’와 ‘학교 이전’은 본질적으로 별개 사안”이라며 “학교 미래가 담긴 학제 개편 논의는 그 자체의 교육적 가치에 집중해야 하며, 학교 이전 논의와는 엄격히 분리해야 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 오세훈(서울시장)은 “한예종 구성원의 오랜 숙원인 대학원 설치 문제를 광주 이전과 맞바꾸는 ‘끼워팔기’로 묶어버렸다. ‘석·박사 과정 줄 테니 일단 떠나라’는 식의 일방통보가 어떻게 민주주의일 수 있는가”라고 비판했다.
  • 문화체육관광부는 한예종 광주 이전을 검토한 바 없다는 입장이다.
광주에 지역 기반을 둔 민주당 정치인의 끼워팔기식 공수표? 왼쪽부터 정준호, 민형배, 전진숙. 맨 오른쪽은 수화 도우미.

“전국 인재들이 전남광주에서 성장할 것.”

  • 민주당 의원들은 한예종을 전남광주로 이전해 청년들을 유인하여 지방소멸을 막겠다고 했다. 광주 북구 을이 지역구인 전진숙(민주당 의원)은 “한예종의 독보적 예술 교육 인프라가 전남광주에 들어서면 전국의 뛰어난 인재들이 이곳에서 세계적 거장으로 성장할 것”이라며 “국가를 병들게 하는 수도권 쏠림 현상과 지역 소멸의 위기를 문화 예술의 힘으로 돌파하겠다”고 했다.
  • 김대중(전남광주통합특별시 교육감 예비후보)는 “그동안 예술 교육이 수도권에 집중되면서 많은 청년들이 꿈을 좇아 지역을 떠나야 했다. 국립 교육기관은 특정 지역의 전유물이 아니다. 교육 기회는 모든 학생에게 공정하게 주어져야 한다”며 “한예종 이전은 지역 요구를 넘어 국가 균형발전이라는 시대적 요청”이라고 주장했다.
  • 당 내에 이견도 있다. 석관동 캠퍼스가 위치해 있는 서울 성북을의 김남근(민주당 의원)은 한국경제를 통해 “교수나 학생들과 이전 문제를 두고 한 차례도 소통이 없었던 것으로 안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미국, 영국 등 주요 국가에서도 문화예술 교육기관은 대도시에 있는 경우가 일반적”이라고도 했다.

선거 때마다 되풀이되는 한예종 이전.

  • 노무현 정부도 한예종을 광주로 옮기려 했다. 박정환(뉴스1 문화전문기자)에 따르면, 당시 지방 이전 대상 기관에 포함됐다가 교직원의 적극적 방어로 서울에 남았다. 독자적 교육 부지를 확보하지 못한 탓에 이전 논란은 선거 때마다 되풀이되고 있다는 것이다.
  • 석관동 캠퍼스는 ‘의릉’과 붙어 있다. 조선왕릉이 2009년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면서 의릉 복원을 위해 석관동 캠퍼스 이전 논의가 불거졌다. 한예종 이전 후보지로는 서울에서는 송파, 노원, 종로, 경기권에서는 고양, 과천, 하남, 파주, 인천이 거론됐다.
  • 박정환은 “서울권은 한예종이 주도한 움직임이었고, 경기권은 정치권과 지방정부가 이전 논의를 이끌었다”며 “다만, 한예종은 국민 세금으로 운영하는 국가 자산이라는 점에서 서울을 고수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학습권 보호를 넘어선 집단이기주의로 비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뒤따르고 있다”고 전했다.

혹독한 평가: “광주를 먹칠했다”, “실현되기 어려운 공수표 남발.”

  • 지역 유권자를 겨냥한 선심성 법안이 도리어 지역에 해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광주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배훈천(광주공항국제선부활시민회의 상임대표)은 29일 통화에서 이렇게 꼬집었다.
  • 정치인이 지역민에게 본인 존재를 알리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런데 정준호 의원의 경우 이번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후보 예비경선에서 탈락한 후 존재감이 잊힐까 무리수를 두고 있다. 동료 의원들은 정준호가 좋은 이슈를 선점했다고 생각하고 편승한 모양새다. 법안에 이름을 올린 어떤 의원은 지난 총선에서 ‘한예종 광주 분교’를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됐다. 본인 생각이 ‘분교 설립’에서 ‘학교 이전’으로 바뀌었다면 어떤 설명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것은 없었다.”
  • “광주 사람 입장에서 한예종 같은 훌륭한 영재 학교를 유치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다. 그러나 일반 시민이 막연히 생각하는 것과 국회의원이 정책으로 추진하는 것은 달라야 하지 않나? 현실 가능성을 검토하여 구체적 실행 전략을 짜도 모자랄 일인데, 이번엔 ‘이슈 터뜨리기’에 불과했다. 아무런 사전 조사도 없었고 한예종 측에 문의도 없었다고 하니 참으로 무모하다. 전국적으로 욕을 먹고 있는데, 우리 지역에 먹칠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광주·전남 의원들이 예산을 많이 확보하겠다는 1차원적 방식으로 시민을 현혹하지 말고, 우리 지역 자산과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방향을 고민했으면 좋겠다. 남의 동네에서 잘나가는 걸 뺏어서 우리 동네에 갖다 놓자는 발상은 접어야 한다.”
  • 김도훈(영화평론가)도 이렇게 비판했다. “문화 예술을 하는 학생들은 단지 학교 커리큘럼을 익히는 것만으로 성장하지 않는다. 학교를 둘러싸고 있는 전문 인프라와 접근성, 타 예술계와의 연결 같은 것도 중요하다. 현실적으로 지방으로 내려가면, 획득하기 어려운 경험이다. 한예종 출신으로 유명한 감독들이 가진 영화적 세계라는 것도 학교 커리큘럼뿐 아니라 주변 인프라 및 네트워크 속에서 축적한 성과다. 학생들과 토론 한 번 없이, 자기 지역과 지자체만을 위한 이기주의가 드러났다. 실현되기 어려운 공수표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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