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공유하기

일본은 2022년 플로피디스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당시 디지털장관이었던 고노 다로는 “타 정부 부처나 지방자치단체가 반대하면 때려서라도 디지털화를 강력하게 밀어붙이겠다”고 했다.

일본 정부는 2년 만인 2024년 7월, 플로피디스크로 데이터 저장과 제출 등을 요구하는 법률과 정부령 1034건을 모두 철폐했다고 밝혔다.

‘아날로그 행정’으로 망신을 샀던 일본이 자율주행에서는 우리보다 빠르다. 일본은 2023년 4월부터 특정 조건 하에서 운전자가 없는 자율주행(레벨4)을 위한 개정 도로교통법을 시행하고 있다. 일부 지방에서는 자율주행 버스가 상용 운행 중이다.

Black and white photo of a moving car on a road with directional arrows, emphasizing motion.

이게 왜 중요한가.

  • 고령화, 인구 감소, 지방 소멸로 인해 발생하는 물류·교통 문제를 자율주행 서비스로 극복하고 있다.
  • 그에 반해 한국은 규제에 발목 잡혀 있다는 게 김건우(카카오모빌리티 미래플랫폼경제연구소 소장) 생각이다.
  • 20일 민주당 의원(이언주·황정아)들이 주최한 국회 토론회에서 김건우는 “일본보다 더 빠르게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우리로서는 더 빠르게 자율주행 혁신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국 웨이브와 무엇이 달랐나.

  • 영국의 AI 기반 자율주행 기술 스타트업 웨이브(Wayve)와 한국의 라이드플럭스(RideFlux), 오토노머스에이투지(Autonomous a2z)는 2017~2018년 비슷한 시기에 설립됐다. 10여년이 흐른 지금 시점에서 누적 투자 유치 규모를 보면, 웨이브 11조 6000억 원, 라이드플럭스 752억 원, 에이투지 1225억 원으로 100배 또는 그 이상 차이가 난다.
  • 영국은 물류회사(DPD)나 우버(Uber) 같은 실제 상업용 차량에 장비를 달아 일상적 주행 데이터를 대량 수집할 수 있게 했다. 연구소 테스트 차량 몇 대가 도는 것과 비교할 수 없는, 방대한 규모의 데이터를 확보해 AI 모델을 고도화했다.
  • EU의 개인정보 보호 규정인 ‘일반 개인정보보호법(GDPR)’을 유연하게 적용했다. 규정에 따라 얼굴이나 번호판을 가려야 하지만 영국의 개인정보 감독 기구는 사전 일괄 블러링은 오히려 AI 안전성에 치명적이라고 판단했다.
  • 미리 다 막는 사전 통제 대신, 일단 수집한 후 나중에 삭제를 요청하면 지우는 사후 통제 방식으로 전환해 데이터 학습 효율을 높였다.
  • 특정 지역에서만 운행해야 한다는 제한을 없앴다. 안전 운전자 탑승, 보험 가입, 차량 적합성만 확인되면 영국의 모든 공공도로에서 즉시 테스트가 가능하다.
Contemporary taxi with glowing taillights on asphalt road of busy city against crosswalk and traffic light

‘사전 통제’ 강한 한국.

  • 한국은 안전과 보안을 이유로 사전 통제를 가한다.
  •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영상 속 얼굴 등을 수집 단계부터 가려야 한다. AI 학습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 정부가 지정한 특정 구역 안에서만 자율주행 테스트가 가능하다.
  • 작은 사고라도 나면 일단 사업 전체를 멈추고 조사한다.
  • 법에 “해도 된다”고 적힌 것만 할 수 있는 포지티브 규제다. 기술 한계로 사고가 날 수 있음을 인정하고, 기술 보완 후 즉각 재개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택시 25만 대 데이터를 수집한다면.

  • 영국 웨이브가 고작 50대의 밴으로 성공했다면, 한국은 25만 대의 택시를 활용해 압도적 데이터 인프라를 구축해보자는 게 김건우의 제안이다.
  • 한국에는 약 25만 대의 택시와 쿠팡과 배달의민족 등 수많은 배송 플릿(Fleet)이 존재한다. 이들 차량에 데이터 수집 장치를 달면, 전 세계에서도 얻지 못할 방대한 양의 주행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
  • 다만 일본 도요타가 구글 웨이모의 자율주행 기술을 수용하면서도 자회사 우븐바이도요타(Woven by Toyota)를 통해 데이터 소유권을 수호했듯, 한국도 도로 데이터는 국내 서버에 두고 한국 법인이 관리하는 조인트벤처(JV) 구조를 가져갈 필요가 있다.

개발 이익을 어떻게 환수할 것이냐.

  • 자율주행은 피지컬AI의 대표적 분야다. 피지컬AI는 기계가 현장의 인간을 대체한다는 점에서 산업 전환과 일자리 재편을 부른다.
  • 양경수(민주노총 위원장)가 10일 청와대 초청 간담회에서 “피지컬 AI 도입은 일자리의 변화가 아니라 소멸”이라고 우려를 표한 이유다. 양경수는 사회 안전망 강화와 노동권 보장뿐 아니라 AI로 발생하는 기업의 초과 이윤을 환수해야 한다고 했다.
  • 20일 국회 토론회에서도 김정남(대통령 직속 국가AI전략위원회 위원·카이스트 AI미래학과 석좌교수)은 “피지컬AI 도입을 위해선 숙련공의 암묵지를 AI로 전환해야 하는데, 숙련공 입장에선 지식을 뺏기고 직업을 잃는 결말을 맞게 된다”며 “그렇기 때문에 어떻게 기업의 개발 이익을 환수할지 이 부분 논의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 단지 규제 해제만 논의하면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 단적으로 자율주행은 택시·버스 기사의 일자리를 직격하는 서비스다. 갈등을 조정할 ‘정치’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관련 글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