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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코리아 칼럼] 반복되는 현장실습 산재…직업계고 노동자 현실. 첫 출근은 있지만, 첫 직장은 없다… (김종진/일하는시민연구소 소장) (⏳4분)

직업계고 학생들의 ‘첫 출근’은 어떤 모습일까.

올해 3월 KBS 시사기획 창 ‘아들의 첫 출근’ 편은 현장실습에 나선 특성화고 학생들의 일터를 밀착 취재했다. 방송에 따르면,  2021년 여수 요트업체, 2024년 전주 페이퍼 공장에서 실습생이 목숨을 잃은 뒤에도 현장의 변화는 더뎠다. 방송 이후 적지 않은 시청자가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런데 정작 우리가 물어야 할 질문은 따로 있다. 첫 출근 이후, 그 청년들의 첫 직장은 안전한가. 졸업 뒤 노동시장에서 그들은 어떤 대우를 받고 있는가. 현장실습의 사고와 부당한 대우가 졸업 이후에도 되풀이되는 것은 아닌지 따져볼 때다. 2025년 기준 직업계고 575개 학교에서 1만 7188명의 학생이 현장실습에 참여하고 있다. 매년 수만 명의 청소년이 일터로 나가는 현실이다.

다섯 명 중 한 명이 다친다…위험을 당연시 받아들이기도

2026년 2월, 일하는시민연구소가 진행한 두 건의 설문조사 결과는 뼈아프다. 2025년 현장실습에 참여한 학생 612명 대상 조사 결과를 보자. 실습 과정 중 부상이나 일시적 상해를 경험한 비율이 22.5%에 달했다. 다섯 명 중 한 명 이상이 몸을 다친 것이다. 병원 치료 등이 필요한 안전사고 경험 비율은 12.6%였고, 이중 5.7%는 병원 치료가 필요한 정도의 정신적·정서적 피해를 경험했다.

현장실습 참여 학생의 부상 경험(단위: 비율). 일하는시민연구소 ‘직업계고 현장실습 참여 학생의 노동경험과 개선과제’

사고를 경험한 학생 중 60.8%가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거나 친구와 가족에게만 이야기했다. 신고하지 않은 이유로 절반 이상이 ‘큰 피해라 생각하지 않아서’라고 답했다. 10대 청소년들이 일터의 위험을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뜻이다. 안전교육을 학교와 기업 모두에서 이수한 비율도 83.8%에 그쳐, 의무교육임에도 완전히 이행되지 않고 있다. 실습 중 청소나 단순 반복 업무, 전공과 무관한 업무 수행, 주 40시간 초과 근무 등 부당한 상황을 경험한 학생도 적지 않았다.

현장실습의 구조적 문제는 더 심각하다. 2025년 현장실습 기업 5641개사 중 5인 미만 사업장이 14.1%, 10인 미만이 31%를 차지한다. 현장실습 기업은 선도기업(교육청 인정 우수 기업)과 참여기업(교육청 승인 일반 기업)으로 구분되는데, 선도기업 중 상시 종사자 규모가 50인 이상인 사업체가 10곳 중 4곳(40.9%)을 차지하고 있다. 10인 미만 소규모 사업체 중심(50.5%)인 참여기업과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정부가 여건이 나은 선도기업 발굴을 해야 하는 이유다. 

산재사고가 확인된 7개 기업 중 6곳은 기존 직원에게도 산재사고가 있었던 곳이다. 노동 조건이 열악해 지난 5년간 입사자 수만큼 퇴사자가 발생한 곳도 있다. 어른들조차 견디지 못하는 일터에 열여덟 살 학생들을 보내고 있는 셈이다.

교육부는 수차례 종합대책을 발표했지만 지난 5년간 산재사고는 45건 발생했고, 산재 미처리 건수는 2022년 16건에서 2025년 31건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2개 학교에서는 2년 연속 산재사고가 반복되기도 했다.

학력 비하부터 낮은 급여까지…졸업 후에도 문제 반복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직업계고 졸업 청년 551명을 대상으로 한 별도의 조사에서, 졸업 후 즉시 취업하지 못한 청년 중 첫 취업까지 평균 1.9년이 소요되고 71.7%가 대학 진학을 시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진학 이유 1순위는 ‘원하는 분야에서 일하기 위해’, 2순위는 ‘학력 차별을 겪지 않기 위해’였다. 구직 과정에서 겪은 어려움은 ‘경력 부족’(39.4%)과 ‘취업정보 부족’(33.8%) 순으로 드러났다. 직업계고 졸업장이 노동시장에서 갖는 무게를 당사자들이 가장 정확하게 체감하고 있는 것이다.

직업계고 청년들이 졸업 후 첫 구직활동 및 취업준비 과정에서 겪은 어려움. 일하는시민연구소 ‘직업계고 졸업 청년의 취업 환경과 노동시장 특징’

취업자의 월 평균 임금은 276만원에 불과했고, 인사승진 만족도는 100점 만점에 46.7점으로 전 항목 최하였다. 지난 3년간 직장에서 연령 차별(20.9%), 성별 차별(18%), 학력 차별(13.8%)을 경험한 비율도 높았다. 이렇다 보니 취업 후 대학 진학에 대한 요구가 높다.

대학 비진학자는 진학자에 비해 학력 차별 경험과 이직 횟수가 더 높았다. 취업자 10명 중 4명(39.2%)이 1년 이내 이직을 고려하고 있었고, 그 이유의 절반이 ‘낮은 급여’였다. 주관식 응답에서는 “넌 고딩이잖아”라는 학력 비하부터 하청 업체의 산업재해와 권위적 조직문화에 대한 절박한 목소리가 쏟아졌다. 일자리는 있되 전망은 없는 구조 속에서, 직업계고 졸업 청년에게 첫 직장이란 ‘임시 거처’에 더 가깝다.

생애주기 정책 필요…대학생 중심 노동정책 벗어나야

직업계고를 둘러싼 논의가 현장실습 안전사고에만 머물러서는 안 되는 이유다. 실습에서 졸업으로, 졸업에서 노동시장으로 이어지는 생애주기 전 과정이 하나의 연속선 위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독일이 연소노동자보호법을 통해 도제 학생의 안전을 법으로 보장하고 있는 것과 상반된다. 

앞으로 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지만 지금이라도 하나씩 해결해 나가야 한다. 우선 안전관리 역량이 부족한 5인 미만 사업장은 실습 대상에서 배제하고 반복 사고 기업에는 원스트라이크아웃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학교-기업-지역’ 연계를 전제로 한 조기 취업 정책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졸업 이후의 경력관리, 교육훈련, 직종 전환을 포괄하는 중장기적인 지원체계도 시급하다.

현재 청년정책이나 노동정책 대부분은 대학생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다. 대학생 1인당 정부 재정지원에 비례하는 수준의 비진학 청년정책이 마련될 때, 비로소 직업계고 청년의 ‘첫 출근’은 존엄한 노동의 시작이 될 수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 해결과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이 법제화될 이유 중 하나다.

2028년이면 기존 상고·공고라는 명칭이 ‘특성화고’로 변경된 지 20년이 된다. 구시대적인 어감을 걷어내고 취업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취지였다. 특성화고나 마이스터고는 전체 고등학교의 5분의 1 남짓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현장실습과 졸업 후 직장생활은 인권침해와 차별만이 존재한다. 구조적 문제 해결의 해법은 노동시장의 차별이 아닌 평등권이 부여될 때 가능하다.

직업계고를 둘러싼 논의가 현장실습 안전사고에만 머물러서는 안 되고, 졸업에서 노동시장으로 이어지는 생애주기 전 과정을 지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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