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2월 28일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통과되었다. 그런데 좀 의아하였던 것이 거의 모든 언론이 이렇게 썼다:
“근로시간은 기존 주당 최장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된다. 300인 이상 기업 및 공공기관은 7월 1일부터, 나머지 사업장은 규모에 따라 단계적으로 2021년 7월 1일까지 ‘주당 근로시간 52시간’을 지켜야 한다.”
국회의원 다수의 법안(대안)의 제안 이유가 “1주당 최대 근로시간이 휴일근로를 포함 52시간임을 분명히 하고”라고 했기 때문인가? 고용노동부 홈페이지 배너에서 “주52시간!! ‘노동시간단축’ 이렇게 지원합니다!”라고 했기 때문인가?.
개정법의 주요 내용은
- 주40시간 한도를 기본으로 한 근로기준법에서 새삼스럽게 “‘1주’란 휴일을 포함한 7일을 말한다”[footnote]제2조 7호 신설[/footnote]고 명시함으로써
- 연장근로를 포함해서 1주 상한 52시간임을 확인하고(노동시간 주 52시간 상한제),
- 노동시간 특례업종 및 제외업종을 26개에서 5개로 축소하며[footnote]제59조 제1항[/footnote],
-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을 민간에도 적용하도록[footnote]제55조 제2항, 시행령 제30조 제2항[/footnote] 하는 것 등이었다.
그런데 왜 갑자기 ‘주52시간’인가? 우리에게 익숙한 숫자는 ‘주48시간’과 ‘주40시간’이 아닌가? 언제부터 ‘주52시간’으로 늘어났나? 아니 68시간은 또 뭐란 말인가?
원래 익숙한 숫자는 ‘주48시간’과 ‘주40시간’
우리나라는 1953년 5월 10일 근로기준법을 제정, 공포할 때 다음과 같이 규정했다: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하고 1일에 8시간 1주일에 48시간을 기준으로 한다. 단, 당사자의 합의에 의하여 1주일에 60시간을 한도로 근로할 수 있다” (제42조 제1항)
이는 국제노동기구(ILO)의 제1호 협약인 ‘공업부문 사업장에서 근로시간을 1일 8시간, 1주 48시간으로 제한하는 협약'(1919)을 고려한 것이며, 제47호 협약인 ‘근로시간의 1주 40시간 단축에 관한 협약'(1935)에는 미치지 못한 것이었다.
상한근로시간의 단축은 민주화 과정에서 최초로 형성된 여소야대의 13대 국회의 전반기인 1989년 3월 29일의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해 비롯되었다. 이때 주44시간으로의 근로시간 단축이 3단계에 걸쳐 시행되었는데, 1단계로는 모든 사업장에 대해 즉시 주48시간에서 주46시간으로 단축하였으며, 2단계로는 1990년 10월 1일에 300인 이상 사업장과 금융보험업에 주44시간 근로가 적용되었고, 마지막 3단계로 1991년 10월 1일에 모든 사업장에 주44시간 근로가 적용하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다만, 당사자 간의 합의에 의하여 1주일에 12시간 한도로 연장근로할 수 있다.”는 단서는 따라다녔다. 한국은 1991년 12월 9일 ILO에 가입하였는데, 이때는 주44시간을 전면 적용하는 국가로 제1호 협약(주48시간)과 제47호 협약(주40시간)이 정하는 규범의 중간에 위치한다는 인식이 있었다.
2003년 9월 15일 제49조(근로시간) 제1항은 다시 개정되어 “1주간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하고,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고 하여 이른바 ‘주5일 근무시대’가 열렸다. 금융·보험업, 정부투자기관, 지방공사 및 지방공단, 국가·지방자치단체, 정부출자·출연기관 등에는 2004년 7월 1일부터 적용되어 관공서와 은행들이 토요일에 휴무하게 된 것을 모두 기억한다.
기업의 종류와 규모에 따라 2004년 7월 1일에서 2011년 7월 1일 사이에 7년에 걸쳐 주40시간제가 시행되어 사실상 주5일 근무제가 일상화되었다. 그리고 이명박 대통령은 2011년 11월 생활수준이 저하되지 않는 방식으로 주40시간 근로원칙을 승인하는 제47호 ILO협약(1935년)을 비준까지 하였다.
‘주 68시간’이라는 ‘유령'(feat. 노동부 행정해석)
그런데 주40시간 근로제가 전 사업장에서 실시된 지 7년이 되는 시점인 2018년에 느닷없이 ‘주68시간’에서 ‘주52시간’으로 ‘단축’하였다는 것이다. 그런데 ‘주68시간’이라는 유령은 어디서 나왔는가?
‘주68시간’은 노동부의 2000년 9월 19일자 행정해석에서 비롯하였다. 즉 “(당시)근로기준법 제52조 제1항 ‘당사자 간의 합의가 있는 경우에는 1주간에 12시간을 한도로 제49조의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의 규정에서 제한하고 있는 주당 12시간에 휴일근로시간도 포함되는지 여부”에 대한 질의에 대하여 “1주간에 12시간을 한도로 (당시) 제49조의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는 규정에서의 연장근로시간에는 휴일근로시간이 포함되지 아니한다”[footnote]회시번호: 근기 682855, 회시일자: 2000-09-19[/footnote]고 하였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그나마 주 근로시간이 40시간으로 단축된 이후에도 연장근로시간을 ‘40시간(근기법)+12시간(연장, 주5일근무인 경우 5일간 12시간)+16시간(휴일 8시간씩 이틀)=68시간!’ 또는 ‘40시간(근기법)+12시간(연장, 주6일근무인 경우 6일간 12시간)+8시간(휴일 8시간)=60시간!’으로 해석하게 된 것이다.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아니하고 연장·야간 및 휴일근로에 대하여 지급하여야 하는 가산임금의 계산에도 영향을 주었다. 주40시간을 초과한 휴일근로에 대해 노동계는 50+50=100%의 가산임금, 즉 중복할증임금을 요구한 반면 경영계와 정부는 50%의 가산임금만 인정한 것이다. “1 Week=5(6) Working days”로 보는 기상천외의 해석이 그간 노동세계의 규범으로 작용하였던 것이다.
‘주68시간’은 제도로서는 존재한 적이 없다. 오로지 노동부의 행정해석이었을 뿐이다. 입법부는 1989년 이래 주48시간으로부터 주40시간으로 단축하였음을 성과로 내세웠으나, 노동행정관청은 2000년 질의 회신 하나로 주68시간까지 가능하도록 오히려 노동시간을 연장한 것이다.
2018년 근로기준법 개정의 목적 중 하나도 이 잘못된 행정해석의 폐기에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만약 국회 통과가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행정해석을 바로잡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까지 언급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는 지금까지의 행정해석을 추인한 모양이 되었다.
즉, 1주를 “휴일을 포함한 7일”로 정의하고[footnote]제2조 제1항 7호 신설[/footnote], 휴일근로의 중복할증 요구에 대해서는 “8시간 이내의 휴일근로에 대해서는 통상임금의 100분의 50을 가산하여 지급하고, 8시간을 초과하는 휴일근로에 대해서 통상임금의 100분의 100을 가산하여 지급”[footnote]제56조 제2항 신설[/footnote]하는 것으로 절충하였고, 노동계의 반발을 줄이기 위해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에 따른 유급공휴일 제도를 민간 사업장에도 적용하도록 기업규모별로 3단계로 나누어 2년에 걸쳐 시행시기를 정하였다.
하지만 문제는 이로써 해결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코로나19와 노동시간의 양극화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 김유선 박사는 지난 5월 18일 ‘코로나19 위기와 4월 고용동향’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지난 2월 계절 조정 취업자 수는 2,752만 명, 3월 2,684만 명, 4월 2,650만 명이다. 코로나19 이전인 2월 대비 4월에는 102만 명 줄어들었다”면서 “이는 2008~2009년 세계 금융위기 6개월간 취업자 감소폭(25만 명)은 물론 1997~1998년 외환위기 당시 첫 2개월 감소폭(92만 명)을 넘어서는 수치”라고 강조했다.
코로나19로 감소한 주당 총 노동시간(취업자 수×노동시간)은 지난 3월 5,171만 시간(-4.8%), 4월 6,024만 시간(-5.9%)이라고 했다. 40시간 일자리로 환산하면 280만개에 이르는데, 이를 두고 김 박사는 “코로나19로 주 40시간 일자리 280만개가 사라진 것과 같다”고 분석했다.
이렇게 대규모 실업이 코앞에 있는데 다른 한쪽에서는 노동시간이 크게 늘어나 적지 않은 노동자들을 죽음으로까지 내몰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의 일환으로 재택근무나 유급휴가를 하는 경우는 고용이 안정된 정규직일 때이다. 사회적 약자인 비정규 노동자 중 일부 플랫폼 노동자들은 일거리를 찾지 못하는 반면, 택배 노동자들은 폭주하는 물량에 희생이 되고 있다. 지난 3월 새벽시간에 40대의 쿠팡 노동자가 한 빌라의 계단에 쓰러져 목숨을 잃었다. 최근까지 업무관련으로 사망한 우편집배원이 무려 46명이라는 5월 1일 KBS 방송보도는 충격적이다. 집배부하량시스템에서 집배원 휴식시간이 시간당 1.8분으로 설정되어 있었다.
그런데 정부는 코로나19를 계기로 다수 사업장의 노동시간 연장을 인가하고 있다. 1월 31일 개정된 「근로기준법 시행규칙」을 십분 활용하여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방역·치료, 마스크 제조 및 방역용품의 신속한 공급 등을 위해” ‘특별연장근로’를 신청할 경우 최대한 신속하게 인가 조치를 하게 된 것이다.
‘특별연장근로’는 특별한 사정이 발생해 불가피하게 법정 연장근로시간(1주 최대 12시간)까지 초과할 경우, 사용자가 ‘근로자 동의’와 ‘고용노동부장관의 인가’를 받아 주당 최대 12시간까지 연장근로를 더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주 40+12+12=64시간까지 허용하는 것이다. 사안에 따라 최소 4주, 최대 3개월까지 사용 가능하며, 연속근로는 2주내에서 허용된다. 정부가 1월 31일 이후 5월 15일 현재 이러한 특별연장근로를 총 1,311건을 인가했다. 이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이 1,026건으로 약 80% 수준이다.
정부의 시행규칙 개정으로 노동시간이 더욱 양극화되어 간다. 많은 실업자와 비정규 파트타이머들을 두고 정규직의 노동시간을 연장하는 것은 정규직에 의한 노동의 독점을 북돋는 게 되어 일자리 나눔(Work-sharing)과 사회적 연대의 정의에 어긋난다. 그런데도 기획재정부는 투자 활성화를 위한 규제혁신으로 특별연장근로 인가 제한기간을 연간 90일에서 한시적으로 연장하는 방안까지 내어놓았다.
이러니 OECD 국가 중 우리나라의 연간 노동시간이 멕시코(2,257 시간). 코스타리카(2,179시간)에 이어 3위(2,024시간)(2017년)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OECD 평균은 1,753시간(2016년)이다(참고로 평균 연간 노동시간이 가장 짧은 독일은 1,363시간). 언론은 이와 같은 장시간 노동의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코로나19라는 비상사태를 틈타 사회적 약자에게 또 다른 희생을 요구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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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의 필자는 이광택 언론인권센터 이사장입니다. 이 글은 언론인권센터의 언론인권칼럼을 슬로우뉴스 원칙에 맞게 편집한 글로 언론인권센터는 언론보도 피해자와 학자, 변호사 등 전문가와 시민활동가, 언론개혁에 관심이 있는 시민들이 참여하여 설립한 단체로 언론보도 피해자 상담 및 구조, 정보공개청구, 미디어 이용자 권익 옹호, 언론관계법 개정 활동과 언론인 인권교육, 청소년 및 일반인 미디어 인권교육을 진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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