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우스팟] 대통령 관심 사안인데 모두 연임… 이찬진 금감원장, “이너써클 돌려먹기, 차세대 리더십 골동품 만드나.” (⏳3분)
금융감독원장 이찬진이 또 금융지주 회장 연임 관행을 비판했다. 장기 연임 때문에 “차세대 리더십이 골동품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교수 중심 이사회 구성을 장기 연임 배경으로 꼽으며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선 의지를 재차 드러냈다.
이게 왜 중요한가.
- 지난해 말 출범할 걸로 예고됐던 금감원의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선 태스크포스(TF)가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나온 발언이다. 당초 금감원 주도로 추진되던 TF에 금융위원회가 참여키로 하면서 두 기관 협의가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중에는 TF가 가동될 전망이다.
- 이찬진은 5일 “이사 선임 과정, 최고경영자(CEO) 선임 절차의 공정성과 투명성, 이사와 CEO 임기 등 3가지 관점에서 점검하고 있다. 빠른 시일 안으로 지배구조법 개정안을 도출할 것”이라고 했다.
- 대통령 관심 사안이기도 하다. 이재명은 지난해 12월 19일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업무보고에서 금융권 인사 관행을 질타했다.
- “같은 집단이 이너 서클(inner circle)을 만들어 돌아가며 계속 해 먹더라. 그 집단이 도덕적이고 유능하고, 금융그룹을 잘 운용하면 누가 뭐라고 하겠나. 그렇지 못한 모양이다. 돌아가면서 은행장했다가 회장했다가 10~20년 해 먹고 그러는데, 이에 관한 대책이 있느냐.”
- 이찬진도 지난해 12월 기자간담회에 쓴소리를 남긴 바 있다. “특정 경영인이 자신의 연임을 위해 이사회를 자기 사람으로 구성하고, 후보자도 실질적인 경쟁이 되지 않는 분을 들러리로 세운다면 굉장히 우려스럽다. ‘왜 그럴까’ 살펴보니 (기존 회장들이) 연임하고 싶은 욕구가 많은 것 같더라. 욕구가 과도하게 작동되는 점이 지배구조 건전성에 대한 우려로 이어질 수 있다.”

“차세대 리더십 골동품 되고 있다.”
- 5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는 특기할 만한 발언이 쏟아졌다.
- 이찬진은 “금융지주 회장들이 연임하다 보면 차세대 리더십이 6년 이상 기다리며 에이징(노령화)하는데, 그게 골동품이지 어떻게 차세대 리더십일 수 있느냐”고 비판했다.
- 금융지주 회장 중심 장기 집권 체제가 차세대 리더십 성장을 가로막고, 이사회 견제 기능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문제의식이다.
“교수 편중” 금융지주 이사회 구성 질타.
- 금융지주 이사회 구성에 관해서도 “특정 직업 집단 중심으로 많이 편중돼 있다. 특히 교수님들”이라고 꼬집은 뒤 “JP모건 등 미국계 투자은행(IB)의 경우 경쟁사 출신이 이사회 멤버로 참여한다. 학계 인사는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 이 밖에도 “주주 이익에 충실할 수 있는 이사 위주로 지배구조를 구성하는 게 자본주의 시장에 부합하다”, “이사회가 CEO와 똑같은 생각으로, 천편일률적으로 의사결정을 하면 서로 견제가 안 된다”면서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 금융계에서는 최근 연이어 연임을 확정한 신한금융 회장 진옥동, 우리금융 회장 임종룡, BNK금융 회장 빈대인에 대한 공개 경고라는 뒷말도 나온다.
- 특히 빈대인 연임에 관해서는 “절차적으로 굉장히 조급하고 과정을 보면 투명하게 할 부분이 많았다”며 대놓고 문제를 지적했다. 오는 9일 BNK금융에 대한 수시 검사가 완료되면, 그 결과에 따라 타 금융지주로 검사를 확대할지 판단하겠다고 했다.
국민연금이 사외이사 추천하나.
- 이찬진은 지난해 12월 금융지주 CEO 간담회에서 “전 국민을 대표하는 기관의 주주 추천 등을 통해 사외이사 추천 경로를 다양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민연금을 통해 금융지주 이사회 구성 변화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금융권 내부에서는 ‘관치금융’을 우려하기도 했다.
- 이찬진은 5일에도 “국민연금 관련 부분은 내가 말씀드릴 사항이 아니다”라면서도 “이사회 독립성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주주 이익을 공정하게 대변하도록 주주 집단이 추천하는 이사가 이사회에 들어오는 게 바람직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비판을 염두에 둔 듯 “연금 사회주의니 뭐니 이런 논쟁과는 거리가 멀다”고도 했다.
“쿠팡 고금리 대출은 갑질.”
- 이찬진은 쿠팡 금융 계열사 쿠팡파이낸셜 영업 행태도 정조준했다. 쿠팡파이낸셜은 최고 연 18.9% 금리의 ‘쿠팡 판매자 성장 대출’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대부업체 법정 최고금리(20%)와 큰 차이가 없어 ‘고금리 대출’ 논란이 일었다.
- 이 상품은 쿠팡 입점업체가 돈을 빌리면 쿠팡이 나중에 원리금을 떼고 매출을 정산하는 방식이다. 입점업체들은 쿠팡의 늦은 정산으로 ‘울며 겨자먹기’ 격으로 대출 상품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쿠팡이 입점업체들을 상대로 사실상 고리대금업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 이찬진은 “다른 유통 플랫폼은 익일 결제 등을 하고 있는데, 쿠팡파이낸셜은 결제 주기가 한 달 이상으로 길어 굉장히 의아했다”며 “이자율을 자의적 기준으로 산정·적용해 폭리를 취하는 걸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상도덕적으로 소위 갑질과 비슷한 상황이 아닌가 판단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 금감원은 쿠팡파이낸셜이 이 상품을 판매하는 과정에 위법이 있는지 ‘현장 점검’에 착수했고, 현재는 ‘검사’ 착수 여부를 논의하고 있다. 이찬진은 “정밀하게 점검하고 검사로 전환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