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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코리아 칼럼] 양극화 심화하는 한국 노동시장, ‘성벽 밖의 노동’은 계속 방치될 것인가. 로봇과 외국 인력 사이, 청년은 어디로 가야 하나. (윤자영/충남대 경제학과 교수) (⏳3분)

오늘날 한국의 노동시장은 유례 없는 질적 양극화에 직면해 있다. 한쪽에서는 삶의 질과 창의성을 강조하며 주 4.5일제와 유연근무제가 새로운 표준으로 부상하고 있다.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만성적인 인력난을 이유로 외국인력을 대거 수혈하는 하층 노동시장의 그늘이 짙어지고 있다. 정부는 최근 ‘해외인재 유치·지원 정책’을 통해 비자 문턱을 대폭 낮추고 외국 인력의 정주화를 독려하고 있지만, 이 정책이 노동시장 전반의 질적 저하를 방관한 채 분절을 가속화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렵다.

‘쉬었음 청년’ 메우는 ‘저임금 외국인력’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쉬었음 청년층의 특징 및 평가’ 보고서는 이러한 현실을 냉정하게 보여준다. 흔히 청년들이 눈높이가 높아 일자리를 가린다는 통념과 달리, ‘쉬었음’ 청년층의 평균 유보임금은 3,100만 원 수준으로 다른 미취업 청년들과 큰 차이가 없다. 오히려 이들은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을 선호하는 비중이 가장 높았다(48%). 청년들이 노동시장에 진입하지 못하는 이유는 나태나 기대의 과잉이 아니라, 경력직 중심의 채용 관행과 AI 기반 기술 변화 등 구조적 장벽에 가깝다.

문제는 청년들이 단 1년만 노동시장에서 이탈해도 급격히 도태되는 현실 속에서, 정부가 이 공백을 처우 개선이 아닌 저임금 외국인력으로 메우는 공급 위주 행정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점이다. ‘K-STAR 비자 트랙’ 적용 대학을 32개로 확대해 유학생의 영주권 취득 기간을 단축하고, 전문인력(E-7-1) 비자 특례와 숙련기능인력(E-7-3) 도입 범위를 도축·양식업 등 기피 업종까지 전방위로 넓히겠다는 구상은 그 단적인 사례다. 물론 이들 일자리 다수가 청년들의 선호에서 멀어진 것이 사실이지만, 비자 정책을 통한 인위적 인력 수혈은 해당 업종의 노동 환경을 개선하려는 자정 동력을 원천적으로 차단한다.

한 손엔 로봇, 다른 손엔 외국 인력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인력 수급 방식이 기술 혁명과 결합하며 자본에 유리한 방향으로 노동을 무력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생산 현장에 ‘아틀라스’와 같은 휴머노이드 로봇이 도입되는 배경에는 효율성 향상이나 위험 공정 대체라는 표면적 명분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 이면에는 강력한 협상력을 지닌 노동조합과의 갈등을 회피하고, 자본이 생산 과정을 온전히 통제하려는 의도가 자리한다. 로봇은 외국인력처럼 파업하지 않고, 처우 개선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자본이 노동조합의 힘을 피하기 위해 한 손에는 로봇을, 다른 한 손에는 외국 인력을 쥐는 사이, 노동시장의 이중 구조는 이제 ‘기술적 성벽’이라는 새로운 층위를 갖게 된다. 주 4.5일제와 같은 노동시간 단축의 열매는 로봇 시스템을 소유한 대기업과 이를 설계·통제하는 극소수의 고숙련 노동자들에게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기술 혁명이 만들어낸 생산성 향상의 과실로 ‘좋은 일자리’의 성벽이 높아지는 동안, 성벽 밖에 놓인 내국인 청년들은 미래가 삭제된 현장으로의 진입을 거부한다.

그 빈자리는 다시 정부가 보증한 저임금 외국인력으로 채워진다. 이는 단순한 소득 격차를 넘어, 기술 문명의 혜택을 향유하는 ‘성벽 안의 노동’과 로봇·외국인력 사이에서 생존을 강요받는 ‘성벽 밖의 노동’으로 노동의 존엄성이 철저히 분절되는 사회적 재앙이다.

이주노동자에게 ‘삶의 질’ 보장할 준비 됐는가

이 지점에서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과연 우리는 이주노동자에게 내국인과 동일한 수준의 삶의 질을 보장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최근 이재명 대통령은 생성형 AI와 로봇이 초래할 극단적 양극화에 대비해 ‘기본사회’의 비전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 보편적 복지의 청사진 속에 외국인력의 자리는 명확히 그려져 있는가.

노동의 가치를 낮게 유지하기 위해 들여온 인력이 보편적 복지 체계와 충돌할 때 발생할 구조적 비용은 과연 감당 가능한 수준인가. 이미 북유럽 사민주의 국가들은 이민자 유입에 따른 사회적 갈등과 복지 시스템 과부하 속에서 복지국가 모델의 후퇴와 극우화라는 진통을 겪고 있다.

2025년 대한민국 인권의 자화상.

결국 지금의 정책 기조는 노동의 하향 평준화를 방관하며 복지국가의 토대를 스스로 허무는 위험한 도박에 가깝다. 외국인력 정주화가 진정으로 성공하려면, 그들이 우리 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이 될 수 있도록 일자리의 질부터 상향 평준화해야 한다. 청년도 외면하고 이주노동자 역시 정착하기 어려운 열악한 일자리를 방치한 채 숫자만 채우는 방식은 공동체의 파편화를 심화시킬 뿐이다. 기본사회의 비전이 국적을 넘어 공동체 안의 모든 노동을 포괄하지 못한다면, 그 사회는 복지국가의 외피를 두른 또 하나의 계급사회에 불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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