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2월 넷째 주 좋은 기사 솎아보기
1. “시험이 가장 공정하다”는 신화
‘차라리 수능으로 줄 세우는 게 가장 공정하다.’
각종 입시제도가 나타날 때마다 일각에서 들리는 말이다. 비단 수능에 국한된 말이 아니다. 사법시험 존치를 외칠 때도, 각종 채용을 둘러싼 논란에도 ‘시험이 가장 공정하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다. 경향신문이 ‘시험사회’라는 문제에 직면한 대한민국 사회를 진단했다.
불공정한 현실과 시스템에 대한 불신은 시험사회라는 신화를 키웠다. 입시와 각종 채용과정에서의 ‘금수저 전형’과 ‘빽’의 존재는 ‘차라리 시험으로 줄 세우라’는 목소리를 높이게 했다. 동시에 이 신화에 따라 시험을 통과하지 못한 이들에게 동등한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역차별이라고 보는 시각도 생겨났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가 대표 사례다. 시험이 공정하다는 믿음은 시험을 잘 본 이들과 못 본 이들 사이의 서열과 차별을 당연하게 만든다.
시험사회의 신화가 가리는 진실도 있다. 이미 개천에서 용나는 시절은 끝났다는 것이다. 시험 만능주의는 고속성장 시대의 산물이다. 각종 시험은 가난하지만, 야망이 큰 젊은이들에게 최고의 계층 상승 사다리였다. 하지만 시험 만능주의에 일말의 정당성을 안겨주던 계층 이동 사다리로서의 기능도 이젠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금수저’가 오히려 진실에 가깝다. 게다가 시험으로 고속성장에 필요한 국가 엘리트들을 양산하는 패러다임은 ‘창의력’이 더 중요한 요인이 된 지금은 맞지 않는 구시대의 유물이 됐다.
시험사회라는 신화가 견고할수록, 소중한 시간과 자원이 생산적이고 창의적인 일에 보태지기보다는 시험준비라는 블랙홀에 빨려들어가면서 사회 전체는 너무나 많은 것들을 놓치게 된다. 한 번의 시험이 모든 것을 결정짓는 구조에서 개인들은 시험에 많은 자원을 쏟아붓지만, 시험통과에 필요한 것일 뿐이다. 사회의 생산성을 높이는 데는 별 보탬이 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가장 큰 폐단은 시험 합격을 곧 능력으로 보는 잘못된 능력주의다.
● 경향신문 ‘시험사회’ 문제를 풉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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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한국-베트남 교류를 가로막는 멸시와 차별
한국과 베트남이 수교한 지 25주년이 됐다. 베트남전 전쟁을 거치며 적국이었던 한국과 베트남의 관계는 어느새 전략적 동반자로 진화했다. 베트남인들도 한국을 우호적인 국가로 여긴다. 한국-베트남 수교 25년을 맞아 한국일보와 코리아타임스가 공동으로 베트남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베트남 국민 인식조사’에 따르면, 베트남인 10명 중 6명은 한국 문화에 동질감을 느낀다고 응답했다.
교류를 가로막는 가장 큰 요인은 멸시와 차별이었다. 한국일보와 코리아타임스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10명 중 6명(61.0%ㆍ중복선택)이 부정적인 이미지를 주는 요인으로 ‘베트남 결혼이주여성에 대한 한국인들의 부적절한 대우’를 꼽았다. 4명(40.4%)은 베트남 근로자들에 대한 한국 기업들의 열악한 처우를 선택했다. 이주여성 박대 문제의 경우 모든 지역과 성별, 연령대에서 가장 많이 문제점으로 제기했다.
반면 과거 한국군의 베트남전 참전 문제와 관련해 베트남인 10명 중 3명(30.0%)만이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양국 간의 관계는 역사적 악연을 넘어, ‘과거보다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그 미래를 가로막는 요인에 우리의 편견과 차별, 멸시가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이다.
●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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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댄스 동영상’ 뒤에 숨은 간호사들의 노동
최근 한림대 성심병원 장기자랑 무대에 선 간호사들의 동영상이 파문을 낳았다. 간호사들은 노출이 심한 의상에 선정적인 춤을 강제로 춰야 했고, 사람들은 분노했다. 하지만 간호사들이 처한 노동의 현실은 장기자랑 무대에서 강제로 춤을 춰야 한다는 데 그치지 않는다. jtbc 스포트라이트가 댄스 동영상 그 이면에 숨은 간호사들의 노동에 주목한다.
간호사들은 그 장기자랑을 위해 아이돌 뺨치는 훈련을 강제로 수행하고, 이 과정에서 변칙적인 근무 변경이 이루어졌다. 간호사 개인의 건강은 물론 환자까지 위협할 수 있는 위험천만한 일이었다. 그 위험천만한 일의 배경에는 간호사들의 장기자랑을 심사하는 이사장이 있다. 인사권을 지닌 이사장에게 잘 보이기 위해 병원들은 경쟁하듯 간호사들을 쥐어짜고 있었던 것이다.
신생아들이 잇따라 사망한 이대목동병원도 간호사들이 처한 열악한 노동 환경을 보여주는 사례다. 신생아 사망사건은 이대목동병원의 문제가 아니라 다른 병원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이라는 점이다. 약사들이 해야 할 약 제조를 떠맡고, 1회용 의료기기를 재사용하는 위험천만한 일이 즐비했다. 우리가 명심해야 할 사실은, 간호사가 건강해야 그들이 돌보는 환자들도 건강할 수 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