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용우 경제더하기연구소 대표, “영업이익으로 성과급 배분 명분 없어, 미래 투자와 이익 배분 원칙 확립해야.” (⌚7분)
이용우(경제더하기연구소 대표·62)는 총파업을 향해 치닫고 있는 삼성전자 노사 갈등과 성과급 논란을 “이사회 기능 부재”로 설명했다. 회사에 초과 수익이 났을 때 어떤 식으로 배분할지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이사회가 원칙을 세워야 하는데 그런 노력이 전무하다는 고언이다.
신제윤(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은 5일 노조 파업 예고에 손실을 우려하며 “노사 모두가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용우는 “처분가능이익이 생겼을 때 주주와 직원에게 얼마를 나눠주고 미래를 위해서는 얼마를 투자하겠다는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사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질책이다.
삼성전자 노사는 총파업을 9일 앞둔 12일 오전 현재 중앙노동위원회의 사후 조정 2일차 협의를 진행 중이다. 초기업노조 삼성전자 지부는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지급하고 성과급 상한을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경영진은 경영 불확실성과 제도 운영 부담을 이유로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이게 왜 중요한가.
- 삼성전자 성과급 논쟁 본질은 지배구조 문제라는 게 이용우 생각이다.
- “지금 메모리 반도체가 잘나가고 있지만 10년 후에도 똑같을까? 어떻게 될지 모른다면, 10년 후에도 먹고 살 수 있는 새 사업을 구상하고 투자 계획을 세워야 한다. 이사회 의장은 회사가 장기적으로 생존하기 위해 종업원 복지에 얼마를 쓰고, 주주에는 얼마를 배당하고, 신규 비즈니스를 위한 연구개발(R&D)로 얼마를 투자해야 하는지 논의를 주도해야 한다. 이사회 의장으로서 해야 할 일은 하지 않고 노조 탓만 하고 있다.”
- 이사회가 원칙을 정립하지 못하면 경영진은 매출·영업이익 등 단기 수치만 보고하게 된다. 거시적 비전과 계획은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 8일 서울 여의도에서 이용우를 만나 ‘삼성전자 성과급 논란’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나눠 먹을 궁리만 하고 있다.
- 경영진·이사회는 전례 없는 수익이 나온 배경과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어떻게 배분하고 투자할 것인가.’ 판을 다시 짜야 한다.
- 구체적으로 보면, 삼성전자는 2년 전만 해도 적자로 법인세를 내지 못했다. 국가가 ‘이월결손금 공제’란 제도로 세금을 깎아주며 숨통을 틔워 줬다. 그렇게 발생한 이익은 누구의 것인가?
- 삼성전자가 어려울 때 주주들은 배당은커녕 주가 하락을 감내했다. 직원들도 인센티브를 받지 못하며 희생을 감수했다.
- 넓게 보자. 반도체 공정과 가치사슬(밸류체인)이 삼성전자 한 회사로 가능했나? 부품·협력업체 존재도 무시할 수 없다. 현실적으로 협력업체 직원을 보상할 방법이 마땅치 않지만 이들을 보상할 펀드를 따로 만드는 방안도 논의할 수 있다.

SK하이닉스, 첫 단추 잘못 뀄다.
- 지난해 SK하이닉스 노사는 임직원에게 매년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삼성전자 노조가 영업이익 15% 수준의 성과급 및 상한 폐지 제도화를 요구하는 이유다. 경쟁사인 SK하이닉스보다 더 나은 보상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 이용우는 “원칙에 어긋난 합의”라고 비판했다. “SK가 지난해 이런 합의를 하게 된 배경에 최태원 회장의 개인 송사가 있다. 노조와의 갈등까지 불거지면 여론이 더욱 악화할 것이 염려돼 이런 결과가 나온 것 아닌가. 초과 이익을 동의도 구하지 않은 채 함부로 쓰기보다 어디에 어떻게 쓸지 승인을 얻어가며 논의를 진행하는 게 이사회 역할이다.”
- 이용우는 영업이익 그 자체가 성과급 기준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영업이익은 매출액에서 매출원가, 판매비, 관리비를 제하고 남은 몫이다. 노조가 요구하는 급여·상여·복리후생 등은 이미 매출원가 및 판관비에 포함되어 차감됐다. 영업이익에서 은행 등 채권자 몫인 이자비용을 제한 뒤, 정부 몫인 법인세까지 빼야 주주 몫인 당기순이익(최종 잔여)이 남는다.
- 이준일(경희대 경영대 교수)은 “근로자는 영업이익이 산출되기 전에 이미 자기 몫(급여)을 받은 이해관계자”라며 “여기서 15%를 추가로 가져간다는 것은 배분 순서상 자기 차례가 지난 후 아직 못 받은 다른 이해관계자(채권자·정부·주주) 몫에서 선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다만, 삼성전자가 성과급 계산 시 활용하는 ‘EVA(경제적 부가가치)’는 단순 영업이익이 아니라 자본 비용까지 고려해 실제 창출된 가치를 확인하려는 시도지만, 모호한 면이 있어 안팎으로 투명성 시비가 제기돼 왔다. 이용우는 “경영학적으론 받아들일 수 있는 지표래도 자본 비용 등 계산에 넣는 숫자가 명확하지 않아 재무팀 일부를 제외하고 사전 예측이 불가하다. 배분 대상이 되는 이익의 범위를 예측 가능하도록 협의 구조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했다.

커지는 노노 갈등, 결단 내릴 수 있나.
- 삼성 노동자 간 갈등도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초기업노조가 반도체 사업 부문을 담당하는 DS(디바이스솔루션) 조합원 이익에 치중하자 DS 소속이 아닌 조합원 불만이 노조 탈퇴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일극 체제라면, 삼성전자는 반도체(DS)도 있고, 가전·휴대전화(DX, Device eXperience)도 있고 다양하다. 각 부문 수익과 성과가 판이할 경우 이를 어떻게 나눌지 조율·논의한 적 있나? 집행이사인 사내이사가 제 역할을 못한 결과 나눠먹기 싸움이 일어나고 있다. 못 나가는 부서는 손가락만 빨고 있는데 잘나가는 부서에만 영업이익 일부를 정률적으로 성과급으로 지급한다? 조직이 유지될 수 없다. (극심한 갈등을 조정하기 위해) 삼성전자는 홀딩스(지주회사) 만들고 자회사로 부문을 분할하는 선택을 내려야 할 수도 있다. 내가 일관되게 던지는 질문은 그런 결단을 내리기까지 필요한 논의들을 해본 적 있느냐는 것이다.”

2019.06.13. 삼성뉴스룸.
‘독립이사’들이 만드는 변화.
-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은 이사가 회사와 전체 주주의 이익을 균등하게 보호해야 한다는 ‘주주 충실 의무’를 명문화했다. 상법 개정안 시행을 앞둔 올 3월 주총에서 일부 기업은 소수 주주 측 인사의 이사회 진입을 막기 위해 이사 수를 대폭 줄이는 등 꼼수를 부리기도 했다.
- 변화도 감지되고 있다. 최신원(전 SK네트웍스 회장)이 지난달 초 명예회장에 선임됐을 때, 거수기 역할에 그친 기존 국내 기업 이사회와 달리 반대와 기권표가 쏟아졌다. 지배구조 전문가인 이문영(사외이사·덕성여대 회계학과 부교수)은 “보상 구조에 대한 추가적 검토가 필요하다”며 오너 복귀에 반대표를 던졌고, 장근배(사외이사·한동대 경영경제학부 회계학 교수)는 “선임의 긍정적 효과는 기대하나 역할의 범위와 영향에 관해서는 판단을 보류한다”며 기권했다.
- 최신원은 최태원의 사촌형으로 지난해 5월 횡령·배임 혐의가 확정돼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구속된 뒤 같은 해 8월 광복절 특사로 사면됐다. 그의 경영 일선 복귀가 개정 상법 취지와 정면으로 충돌한다는 비판 여론이 거셌다.
- 불법을 저질러 감옥까지 갔던 인사가 경영 자문 등 명예회장 역할을 수행하면서 수십 억 원을 가져간다면, 주주들이 곱게 넘길 수는 없는 노릇. 논란이 거세지자 최신원은 보수를 받지 않고 명예회장 역할을 수행하기로 했다.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vs. 주주 자본주의.
- 상법 개정을 통해 주주를 보호하는 울타리가 튼튼해졌고, 저평가된 코스피 지수를 높여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다. 대한민국 국민 3~4명 가운데 1명이 주식 투자자인 시대다. 어느 때보다 주주의 목소리가 강하다.
- 경영진과 이사회를 견제하는 것을 넘어 기업 이익 분배에 개입하려 한다. 삼성전자 주주단체인 대한민국 주주운동본부는 파업으로 삼성전자 자산이 훼손될 경우 제3자 권리 침해 법리에 의거해 노조원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에 나서겠다고 했다.
- 소액주주 플랫폼 ‘액트(ACT)’도 “500만 명에 달하는 소액 주주를 보유한 국민주 삼성전자의 파업 장기화는 곧 소액 주주들의 막대한 자산 가치 훼손으로 직결될 수 있다”며 공동 행동을 시사했다.
- 반면,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를 개혁 모델로 강조하는 정승일(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은 통화에서 “주주라는 사람들은 아무것도 하는 일 없는 불로소득자들이다. 삼성전자 주식을 사면, 주식을 소유하게 되는 것이지 삼성전자를 소유하는 것인가”라고 반문한 뒤 “삼성전자 종업원 입장에서는 ‘불로소득자들이 (자사주 매입과 배당으로) 80조나 가져가는데, 우리가 45조 가져가는 게 뭐가 많느냐’는 식으로 이익 투쟁을 불사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노사가 성과급 지급에 합의하면 주주들이 상법 위반과 배임죄를 이유로 소송을 걸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이분법 넘어선 협의 틀을 만들자.
- 이용우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냐, 주주 자본주의냐’ 이분법적으로 볼 필요 없다고 말한다.
- 산별 교섭이 강한 독일은 노동자의 최소 생활뿐 아니라 교육, 주거 등 노동 재생산 비용을 상당 부분 국가나 사회가 분담하지만, 사회적 안전망이 약한 미국은 재생산 비용을 개별 회사가 임금을 통해 보전한다. “나라마다 저마다 각기 다른 노동 운동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제도 차이가 있다”는 것.
- 다만 이용우는 “주주 자본주의를 주장한다고 주주가 다 배당을 가져가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일례로 삼성전자에서도 지난 1월 독립적 사외이사가 약 2조 5,000억 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는 안건에 기권한 사례가 있다.
- 이용우는 이렇게 추론했다. 일반적으로 단기 성과나 주주 이익에 치중한다면 자사주 매입에 찬성하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이 사외이사는 HBM 등 성공을 앞둔 사업의 수익률이 자본 비용을 초과하는 것이 예상되는 시점에 투자가 아닌 자사주 매입·소각은 바람직한 선택은 아니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 “자사주 매입이 주주 가치를 높일 수 있으니 다 찬성할 것 같지만, 독립적 판단을 하는 이사는 ‘투자하면 수익이 더 날 수 있는데 왜 배당을 하고 자사주를 매입하는가’라고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얼라인파트너스 같은 행동주의 펀드는 배당만 요구하지 않는다. 기업 가치 제고와 지배 구조 개선 성과를 만들어낸다. 이 사안에서 주주 자본주의와 이해 자본주의가 대립하고 있나? 왜 자신들이 보는 틀에 세상을 끼워 맞추는가?”
-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주와 노동자 모두 ‘코스피 1만, 영업이익 200조 시대’는 가보지 않은 길이다. 미래 투자와 이익 배분 원칙이 없다면 나눠먹기 전투는 더 치열하고 가열될 것이다. 원칙 정립과 설득은 이사회 몫이다. 이사회가 제 역할을 할 때 지배구조 선진화가 가능하다.

이용우는 누구?
- 1964년 2월 1일 출생.
- 1996~1997: 현대그룹 종합기획실.
- 2005.5~2008: 한국투자금융지주 전략기획실장.
- 2008~2011: 한국투자금융지주 투자전략실장.
- 2015.1: 한국투자신탁운용 총괄 CIO(최고투자책임자).
- 2017.4~2020.1: 한국카카오은행(카카오뱅크) 공동대표이사.
- 2020.5~2024.5: 제21대 국회의원(경기 고양시정/더불어민주당).
- 2020.7: 제21대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
- 2022.6~2022.8: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비상대책위원.
- 2022.7: 제21대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