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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유정(대통령실 대변인) 페이스북.

이재명 정부 대통령실이 앞으로 브리핑 룸에서 질문하는 기자들의 모습도 생중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질의응답 현장을 다양한 각도에서 전달하기 위해 브리핑룸에 카메라 4대를 추가로 설치하기로 했다. 6월 중순부터 실시한다고 하니, 곧 대통령실 기자들의 질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재명 정부의 ‘쌍방향’ 브리핑 방침, 기자와 언론의 우려?

그런데, 이 같은 조치를 놓고 현장 기자들이 겉으로 반대하지는 못하지만 속으로는 ‘뭐 하자는 거지?’라면서 싫어할 거라는 ‘해석’이 나오고, 일부 언론에서 ‘언론의 자유가 위축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고 지적한 것을 보았다.

이는 핀트가 어긋나는 해석과 우려라고 생각한다.

대통령실을 출입하는 기자들이 카메라 앞이라고 해서 질문에서 위축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이 같은 우려는 지적을 위한 지적이라고 생각한다. 당국자의 답변은 마땅히 책임 있게 이뤄져야 하지만, 기자들도 질문을 근거를 갖고 책임 있게 해야 한다. 카메라 앞이냐 아니냐는 지엽적 문제이다. 다만 생중계이기 때문에 보다 정돈된 방식으로 질문이 이뤄질 것이고, 질문의 질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과거 대통령 기자회견 때 기자의 질문 모습도 생중계로 비춰왔다. 대통령 회견 때 이렇게 한다고 기자들이 ‘찍지 말라’고 반대했다거나, ‘언론자유 위축’이라고 지적했다는 소리 들어본 적이 있는가? 이번 조치는 통상적 대변인 브리핑에서도 기자 질문을 생중계하는 것을 일상적 풍속으로 만들겠다는 것으로 이해한다. 정상화를 위한 길이다. 미국 백악관 정례브리핑이 그렇게 한다.

이번 조치를 ‘언론을 겨냥한 개혁 조치 아니냐’는 시선으로만 바라볼 게 아니다. 오히려 대통령실 개혁이라는 무게가 클 것이다. 대통령실의 각오가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모두를 비추는 TV 생중계 브리핑이 실행된다면, 쌍방향 소통을 투명하게 하고 기자들의 책임감도 높이지만, 대통령실 전체적으로 스스로 투명성과 책임성을 강화하는 시스템 개선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기자들의 질문 모습을 생중계하겠다고 밝힌 것은, 당연히 생중계되는 대통령실 브리핑을 정례화하겠다는 것을 전제한다.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킨다는 점에서 환영할 일이다. 실행 주체의 관점에서 바라볼 때 ‘대통령실 생중계 브리핑 정례화’는 대변인, 나아가 비서실의 부담이 매우 크다. 홍보수석일 뿐 아니라 비서실의 일하는 시스템이 달라져야 할 것이다. 실행 과정에서 대통령실 내부적으로도 꼼꼼하게 준비하고 점검할 대목이 없지 않다.

노무현 정부, 처음이자 마지막 생방송 브리핑… 책임과 투명성

다행히 되돌아볼 전례가 있다. 대통령실 대변인의 생중계 정례브리핑은 노무현 정부 당시 천호선 대변인이 사상 처음 시행했다. 청와대 대변인의 생중계 브리핑은 2007년 6월25일부터 대선 직후인 그 해 12월21일까지 6개월 이뤄졌다. 천 대변인은 평일 오후 2시30분이면 매일 어김없이 브리핑 연단에 섰고, 기자와의 질의응답은 KTV로 생중계됐다. 대형 이슈가 있을 때는 지상파 방송에서도 생중계했다.

당시 나는 청와대 출입 기자로 천 대변인의 브리핑에 빠짐없이 참석했다. 나뿐 아니라 당시 기자들은 대변인의 소통 파트너로서 생중계 브리핑이라는 선진적인 제도가 자리 잡는데 함께 했다는 점을 소중한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다. 이 시스템을 현장에서 지켜본 기자 입장에서 평가한다면, 개방형 브리핑제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의 의지, 이를 수행한 천호선 대변인의 역량과 헌신, 브리핑을 뒷받침한 참모들의 지원이 없었다면 대변인 생중계 정례 브리핑은 불가능했다고 생각한다.

청와대 대변인 정례 브리핑 2007년 10월31일, KTV.

후일담이지만, 정례브리핑 시간이 오후 2시30분이었기 때문에 준비를 위해 천 대변인을 비롯, 홍보수석실 관련 참모들은 외부 점심 약속은 엄두를 낼 수 없었다. 당시 취재 메모를 보자니 안보실의 모 수석조차 “대변인 생중계 브리핑이 시작된 후 제대로 점심 먹은 적이 없다. 브리핑 전에 천 대변인과 20분 정도 통화해서 예상 질의응답 기조를 알려주고, 또 자세한 자료는 브리핑 전까지 문서로 보내줬다.

안보 사안 질문이 많았던 터라 안보실 간부들은 생중계 브리핑은 모두 TV로 지켜봤다”고 술회했다. 브리핑의 무대 위에는 대변인 혼자 올라왔지만, 무대 뒤에는 비서실 전체가 움직였다. “생중계라 몇 번 실수할 각오로 나왔다. 비서실장에게 몇 번 실수해도 좋다는 면책특권을 갖고 왔다”. 천 대변인의 첫 생중계 브리핑 일성이었다.

불행히도 청와대 대변인 생중계 브리핑은 노무현 정부가 처음이자 마지막이 되었다. 이 시스템이 발전하기를 바랐지만, 이명박 정부 청와대 들어 폐지됐고 박근혜 정부는 물론이고 문재인 정부에서도 복원되지 못했다. 신년 회견도 하지 않았던 윤석열 정부에서는 말할 나위도 없다. MB 정부 청와대 홍보수석과 대변인은 실명이 아니라 익명 보도를 자주 요청해, 대변인조차 익명 뒤에 숨은 ‘핵관’(핵심관계자) 브리핑이라는 용어를 탄생시켰다. 그만큼 대통령실 대변인의 생중계 브리핑 정례화는 국정 투명성과 개방성, 책임성에 대한 결단, 그리고 대변인의 용기가 없으면 시행하기 힘들다. 이재명 정부 대통령실이 이를 부활한다면 용단이다. 언론과의 관계라는 차원을 넘어서 국민을 대하는 국정의 투명성, 책임성 차원에서 바라볼 일이다.

정부는 ‘답변의 범위와 깊이’, 기자는 ‘보여주기식’ 주의해야

다만, 생중계 정례 브리핑을 시행하면서 대변인과 기자단 양쪽 모두 염두에 둘 부분은 있다.

우선 정보 공급자인 대변인이 생각할 대목이다. 답변의 범위와 깊이다. 국정 컨트롤타워에서 나오는 답변인데 ‘빈 깡통 답변’이 돼서도 안 되지만, 컨트롤타워라고 해서 ‘만기친람 답변’이 돼서도 안 된다. 부처 대변인이 아니라 대통령실 대변인 답변이라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모든 질문이 다 쏟아질 것이다.

대변인은 디테일까지 직접 답변할 사안과 원론적 답변을 하고 부처로 넘겨야 할 사안을 잘 구분해야 한다. 대통령실 대변인이 알고 있다고 다 얘기하면, 부처 대변인의 역할이 위축된다. 디테일까지 조목조목 답변하고 얘기하면, 대통령실에 과부하가 걸리고 부처가 위축된다. 대통령이 말할 사안과 장관이 말할 사안이 다른 것과 마찬가지이다.

2007년 청와대 대변인 생중계 브리핑이 진행되는 동안 가장 큰 이슈는 그해 7월 발생한 ‘아프간 피랍 사태’였는데, 청와대 브리핑 때 기자들 질문이 이 문제에 집중되다 보니 ‘아프간 사태 브리핑’이라고 불릴 지경이었다. 그러다 보니, 아프간 사태를 다루는 주무 부처인 외교부 대변인 브리핑의 존재감이 없어졌다. 또 인질 생사가 걸린 사안으로, 협상 전략이 노출될 수도 있는 아슬아슬한 상황도 있었다. 매일 쏟아지는 질문들에 잘못 답변하면 터지는 ‘지뢰’들이 잠재했다. 천 대변인이 알 권리와 안보 이슈의 기밀성 사이에서 ‘줄타기’를 잘했는데, 전범으로 삼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정보 수요자인 기자 쪽의 자세를 보자면, 생중계 브리핑인 만큼 국민이 알고 싶은 사안을 정제된 질문으로 던져야 한다. 국민이 알고 싶어하는 것은 정부의 입장이지, 기자의 퍼포먼스가 아니다. 백악관 브리핑에 TV 생중계가 시작된 것은 1995년 빌 클린턴 행정부 때인데, 당시 마이크 맥커리 대변인도 처음에는 생중계 도입을 꺼렸다.

이유는 기자들이 ‘보여주기식 행동(performative behavior)’으로 질문을 이끌어갈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위축’이 아니라 오히려 ‘오버’를 걱정했던 것이다. 카메라가 꺼졌을 때 생산적인 대화가 가능했던 기자들이 카메라가 켜졌을 때 공격적으로 돌변할 수 있다는 게 맥커리 대변인의 우려였다. 그런 측면이 현실로 드러나기도 했다. 생중계 브리핑이 누군가에 의해 ‘정치극’처럼 이용될 경우 국민의 언론 불신이 심화될 수 있음을 우리 기자들도 유념해야 한다.

브리핑은 대변인이나 기자단 혼자 만드는 무대가 아니다. 이번에 부활하는 선진적 제도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양쪽의 합이 잘 맞아야 한다. 국민도 알 권리가 충족되는 품격있는 브리핑을 보기를 원한다. 새 정부에서 공공 소통의 새 지평을 만들어졌으면 한다. 미국의 생중계 브리핑의 제도화는 대변인과 기자 양쪽이 서로의 편안함을 양보하고 인내하면서, 최고 권력의 투명성이라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공감과 행동의 결과이다.

알림.

이 칼럼은 성기홍 전 연합뉴스 사장의 페이스북 글을 필자 양해를 얻어 게재한 것입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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