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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이 글은 2회로 나뉘어 있습니다. 이 글은 1편입니다.
지난 7일 미디어오늘 주최로 열린 미디어먼슬리에서 이정환(슬로우뉴스 대표)의 특강에 이어 이희정(미디어오늘 대표)와 대담 내용을 정리한 기사입니다. 1편은 AI의 시대, 한국 언론 전반의 상황을 정리한 글이고, 2편 [AI와 저널리즘, 새로운 게임의 규칙과 복잡한 질문]으로 이어집니다.

📻 ‘팟캐스트’로 슬로우리포트 듣기. (18분)

생성형 인공지능 기반의 리서치 어시스턴트 구글 노트북LM을 이용해서 제작한 팟캐스트입니다.

다음은 지난 7일 미디어오늘 주최로 열린 미디어먼슬리에서 이정환(슬로우뉴스 대표)의 특강에 이어 이희정(미디어오늘 대표)와 대담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자동차가 나오고 나서 사람이 달리기를 그만뒀나.

  • 장강명(작가)의 ‘먼저 온 미래’에 나오는 이야기다.
  • 첫째, 자동차가 등장하기 전에도 사람보다 빨리 달리는 동물이 있었다.
  • 둘째, 자동차가 사람이 달리는 방식을 바꾸지 않았다.
  • 셋째, 사람이 자동차에게 달리는 방법을 배우지 않는다.
  • 자동차가 등장해도 사람들은 달리고 더 잘 달리려고 경쟁한다. 하지만 AI 등장 이후에 수많은 프로그래머가 일자리를 잃고 있고 낮은 수준의 반복 노동이 대체되고 있다.
  • AI가 바둑을 바꿔놓은 것처럼 글쓰기를 바꿀까.
  • 글쓰기와 저널리즘이 어떻게 다른가, AI가 대체할 수 있는 글쓰기와 그렇지 않은 저널리즘의 영역이라는 게 존재하는가, 이 질문으로 시작해 보자.
  • 참고로 오늘 강의에서는 AI로 예쁘게 그림 그리는 방법 같은 걸 알려주지 않는다. 질문 잘 던져서 대충 기사 쓰는 방법이나 보도자료 리라이팅하는 노하우 같은 건 오늘 주제와 관련 없다.

문제는 AI가 아니다.

  • 생성형 인공지능의 등장 이후 많은 게 달라지고 있다. 제로 클릭의 시대라는 말도 나오지만 상당 부분 엄살일 수도 있다. 어차피 쓰레기 트래픽이 대부분이었고 트래픽은 흘러 가는 것이다.
  • 경쟁력 없는 부분이 가장 먼저 무너지는 건 당연하다.
  • 문제는 AI가 아니다.

영향력은 여전히 중요하다.

  • No reach, No impact. 읽지 않으면 영향력도 없다.
  • 위기의 본질을 봐야 한다.
  • Attention matters. Traffic matters. 어텐션과 트래픽은 여전히 중요하다. AI의 등장으로 어텐션과 트래픽을 잃게 될 것이기 때문에 문제다.

한국에는 망하는 신문사가 없다.

  • 좋은 신문이 왜 살아남지 못하는가. 이 질문을 하기 전에 한국에는 왜 망하는 신문사가 없는가, 이 질문을 해야 한다.
  • 2004년 이후 미국은 신문 광고 시장의 80%가 날아갔는데 한국은 20%에 그쳤다. 협찬과 후원 등 유사 광고를 더하면 주요 신문사 매출은 그대로거나 오히려 성장했다.
  • 망하지 않는 이유가 망하는 이유다. 한국 언론의 광고 중독과 금단 현상이 구조조정을 미루는 요인이었다. 변화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지만 오래된 습관이 새로운 위협이 되고 있다.
  • 이 그림은 삼성전자의 연도별 광고 집행 금액이다. 해마다 2000억~3000억 원 정도 광고를 하는데 부정적인 이슈가 있을 때는 광고를 줄였다가 해결되면 늘린다.
  • 2007년부터 2010년까지 놓고 보면 재판이 진행 중일 때는 월 평균 37억 원, 선고가 나고 해결된 뒤에는 67억 원으로 늘었다. 비포&애프터, 언론 보도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독자들은 모두 알고 있다.

  • 언론이 언제나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고,
  • 언론이 권력과 맞서 싸우는 것 같지만 자본 권력과 맞서 싸우지 않거나 자신들의 이해를 위해서 진실을 편집한다는 학습된 편견이 있다.
  • 한국의 언론 신뢰도는 세계 최저 수준이다. 해마다 하는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 조사다.
  • “뉴스를 회피한 경험이 있다”는 비율이 72%다.
  • 왜 뉴스를 안 보는지 물었더니 “편향돼 있기 때문”이라는 답변이 많았다. “논쟁을 피하고 싶다”는 답변도 한국이 더 많았다.
  • 이것은 달리기와 자동차의 문제처럼 AI의 문제는 아니다. 한국 언론의 구조적 위기고 새삼스럽게 AI가 촉발한 위기가 아니다.
  • 본질은 공론장의 붕괴다. AI 때문에 망한 게 아니라 구조적으로 망하고 있는 현실을 바로 봐야 한다.

뉴스 트래픽이 6분의 1토막 났다.

  • 한국의 뉴스 트래픽을 추산한 결과다.
  • 연두색과 주황색은 네이버와 다음의 포털 뉴스 트래픽이고 파란색은 언론사 웹사이트(직접 방문) 트래픽이다.
  • 2005년 83억 뷰에서 2015년 31억 뷰로 줄었고 올해는 14억 뷰로 줄어들었다. (2005년과 2015년은 한국언론진흥재단 ‘한국 언론과 포털 뉴스 서비스’ 보고서, 2025년은 이정환 추산.)
  • 한때는 뉴스 콘텐츠가 이용자를 불러모으는 떡밥이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뉴스를 보러 와서 쇼핑도 하고 커뮤니티도 하고 광고도 클릭하고 했지만 옛날 이야기다.
  • 포털 뉴스도 줄었고 언론사 직접 방문도 줄었다. 사람들이 뉴스를 안 본다. 원래 안 봤지만 더 안 본다.
  • 한국은 유튜브로 뉴스 본다는 답변이 세계에서 가장 높다. 뉴스와 뉴스가 아닌 것의 경계가 모호하기도 하지만 뉴스 소비의 총량도 줄었다.
  •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뉴스인가 아닌가 이런 질문은 사실 의미가 없다. 뉴스 맞다. 매불쇼도 뉴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읽지 않으면 죽음이다.

  • 어텐션은 여전히 중요하다. 많이 보고 많이 클릭하고 열광하고 분노하고 즐거워하거나 공유하고 읽고 기억하고 출력해서 냉장고에 붙여놓고 할 때 뉴스가 힘을 갖는다.
  • 읽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 읽지 않으면 죽음이다.
  • 자동차가 달리기를 바꾸지 않았지만 AI는 글쓰기를 바꾸고 저널리즘을 흔들 가능성이 크다.
  • 네이버 트래픽에서 뉴스가 차지하는 비율이 20년 전에 40% 정도였는데 6% 정도로 줄었다. 게이트웨이가 사라지고 있다.
  • 사람들은 뉴스를 덜 볼수록 행복해 한다. 메타는 2017년부터 페이스북의 뉴스 노출을 줄였다. 링크를 걸면 노출이 안 된다. 본문에 텍스트를 넣고 “전문은 댓글로”라고 쓰는 게 트렌드가 됐다.
  • 통계적으로 확인된 사실이다. 뉴스는 피곤하고 힘들다. 뉴스를 읽다가 떠난 독자는 다시 돌아올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다. 먹방이나 가십이나 고양이 숏츠 같은 걸 볼 때 즐거워하고 더 오래 머물고 자주 찾는다.
  • 페이스북은 뉴스 노출을 12%에서 2%로 줄였다. 주요 신문사의 페이스북 리퍼럴(유입)이 급격히 줄었다.
  • 이런 판에 뉴스를 팔아야 하는 게 우리의 숙명이다.

모든 뉴스가 공짜인 유일한 나라.

  • 머신 웹의 시대에도 여전히 직접 방문(direct visit)은 매우 중요하다.
  • 한국은 원래 언론사 웹사이트 직접 방문 비율이 4% 정도였다. 세계에서 가장 낮다. 네이버 점유율이 64% 정도 된다. 한국은 거의 모든 뉴스를 한 곳에서 공짜로 볼 수 있는 유일한 나라다.
  • 한국언론진흥재단 조사에서는 뉴스를 어디서 보느냐고 물었더니 네이버와 다음에서 본다는 답변이 89%나 됐다.
  • 네이버와 카카오가 한국의 뉴스 기업들에 직간접적으로 주는 돈이 3000억 원에 육박한다.
  • 네이버와 카카오의 주력 사업은 쇼핑과 광고다. 뉴스는 이용자들을 끌어들이는 떡밥 상품이었다. 앞으로도 그럴까.

한국형 포털의 넥스트 스텝.

  • 물론 한국형 포털의 장점도 많았다. 포털의 공짜 뉴스가 한국의 역동적인 민주주의의 동력이었다고 볼 수도 있다. 한국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뉴스의 접근성이 높고 이슈의 확산 속도도 빠르다. 1000만 명이 같은 뉴스를 읽는 것도 가능한 나라다.
  •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말한다. “네이버에서 봤어.” 여기에는 맥락도 없고 프레임도 없다. 그냥 흘러 지나가는 뉴스의 한 조각을 집어들 뿐이다.
  • (무료 보편적 서비스로서 포털의 사회적 기여도 무시할 수 없다. 네이버 때문에 뉴스 유료화가 안 된다는 비판도 많았지만 유료화가 최선의 대안인 것도 아니다. 미국의 경우를 보면 부자들만 퀄리티 저널리즘을 구매하고 가난한 사람들은 유튜브의 질 낮은 정보에 빠져들 수도 있다.)
  • 원래 검색엔진은 트래픽을 외부로 밀어주는 역할을 했다. 그런데 한국의 포털 서비스는 뉴스를 사들여서 데이터베이스에 쌓아두고 독자들을 나가지 못하게 만들었다.
  • 그랬던 네이버와 다음도 변화를 서두르고 있다.

플랫폼의 공정성.

  • 네이버와 다음은 공정성을 지키려고 정말 노력을 했다. 왜냐하면 이게 핵심 사업이기 때문에. 중립을 잃으면 사업을 할 수 없으니까.
  • 트래픽이 권력이다. 점유율이 높으면 어떤 뉴스를 보여줄 수도 있고 안 보여줄 수도 있다. 사라지게 만들 수도 있고 널리 읽게 만들 수도 있다.
  • 2017년에 네이버 미디어 센터에는 뉴스 에디터가 200명 있었는데 모두 다른 곳으로 보내버렸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0명이다.
  • 왜 아무개 언론사 기사가 이렇게 많이 뜨나요? 이 기사를 왜 올렸나요? 이 기사 좀 내려주면 안 되나요? 이런 요구를 받으면 네이버는 이제 우리가 한 게 아니에요, 알고리즘이 편집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말할 수 있게 됐다.

알고리즘은 공정한가.

  • 질문이 잘못됐다. 알고리즘도 사람이 만드는 것이고 어떤 형태로든 판단이 개입될 수밖에 없다.
  • 사용자들의 선택의 결과일 수도 있고 구조적으로 플랫폼과 알고리즘의 경향성일 수도 있다.
  • 카카오가 뉴스 배열 알고리즘 루빅스의 원리를 공개한 적 있다. (지금은 달라졌을 수 있지만 기본 철학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루빅스는 멀티 암드 밴딧(Multi armed Bandit)이라는 알고리즘으로 작동한다. 카지노에서 돈을 벌려면 한 기계에 올인하는 것보다 여러 기계에 나눠서 베팅을 하면서 승률이 높은 기계를 찾는 게 좋다는 원리다. 기사 배열 알고리즘도 여러 기사를 걸어다가 가장 반응이 좋은 기사의 노출을 늘리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 더 많은 클릭과 더 오랜 체류 시간, 결국 더 많은 광고 매출을 얻기 위한 알고리즘이 한국의 여론을 지배했다는 이야기다.

알고리즘이 어텐션을 결정하는 시대.

  • 이 그림은 인기 검색어와 많이 본 기사의 상관 관계를 분석한 결과다. 인기 검색어가 뜨면 클릭이 늘고 페이지뷰가 늘고 알고리즘이 노출을 늘리고 중요한 기사에 뜨면 검색이 늘고 노출이 늘어나는 순환 구도에 들어서게 된다.
  • 많이 본 기사가 중요한 기사인가? 알고리즘은 가치 판단을 하지 않는다. 중요한 기사가 아니라 더 많은 클릭을 부르는 기사를 더 비중있게 노출한다.
  • 이 그림에서는 노란색이 인기 검색어고 빨간색이 많이 본 기사다. 인기 검색어와 많이 본 기사가 어떻게 연동되는가를 분석한 결과다. 알고리즘 도입 이전과 도입 이후에 이렇게 달라졌다.
  • (이정환의 논문, [누가 공중의 의제를 결정하는가 : 의제설정 이론으로 본 네이버 ‘인기 검색어’와 ‘많이 본 뉴스’의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에서 인용.)
  • 우리는 기사를 쓸 때마다 고민한다. 무엇을 이야기해야 하는가. 무엇이 가장 중요한가.
  • 알고리즘은 어텐션만 본다.
  • 중요한 것을 많이 읽게 만드는 게 아니라 어텐션을 많이 부르는 기사를 많이 읽게 만든다.
  • 누구에게 무엇을 얼마나 오래 보여줄 것인가. 이것을 누가 결정할 것인가. 이게 알고리즘 공정성의 핵심 질문이다.
  • 뉴스 배열 알고리즘에는 저널리즘의 사명이나 공적 가치에 대한 고민이 들어있지 않다.
  • 이 그림은 조국 사태 때 네이버와 다음의 ‘많이 본 기사’를 비교한 결과다. 조국(전 법무부 장관)에 비판적인 기사가 압도적으로 네이버에 많고 조국에 우호적인 기사가 다음에서 더 많이 읽혔다.
  • 이게 의미하는 게 뭘까. 네이버와 다음의 이용자들이 완전히 다른 기사를 읽고 다른 세상에 살고 있었다는 이야기다.

무엇이 중요한가.

  • 이것은 선택의 결과인가. 아니면 선택하도록 학습 당한 결과인가.
  • 우리가 보고 들은 모든 것들이 우리의 사고 체계와 세계관을 바꾸고 나의 뇌를 바꿀 수도 있다.
  • 알고리즘에게 뉴스 편집을 맡기는 건 매우 위험하다. 평평한 세상, 온라인 뉴스의 세상에서는 기사의 변별력도 없고 기사의 가치 판단도 쉽지 않다. 지난 30년 동안 이런 세상에서 살아왔다.
  • 사람 기자는 완벽하지 않다. 이게 전부라고 생각해서 기사를 썼는데 시간이 지나면 바뀐다. 저널리즘은 불완전한 사람의 판단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우리는 언제나 실수를 하지만 토론하고 반성하고 수정하고 업데이트한다. 이게 저널리즘이 작동하는 원리다.
  • 무엇이 중요한가, 이게 왜 중요한가, 이런 질문을 하는 게 저널리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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