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6, 첫번째 대선 토론이 열렸다. 네 후보의 지향과 노선이 선명하게 드러난 토론이었다.

이재명(민주당 후보)와 김문수(국민의힘 후보), 이준석(개혁신당 후보), 권영국(민주노동당 후보)의 토론의 주요 쟁점을 정리했다.

이게 왜 중요한가.

  • 윤석열 이후 어떤 세상을 만들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 필요한 시점이다.
  •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 선거지만 어느 정도로 이기느냐에 따라 판이 달라진다. 확신이나 결단이 필요한 사람들도 있고 대안이 필요한 사람들도 있다.
  • 오늘 첫번째 토론은 권영국이 선명한 진보 포지션을 잡고 이재명이 중도보수 유권자를 공략하는 구도였다. 이재명은 김문수와 이준석의 협공에 밀려 제대로 반격하지 못했다. 강력한 한 방을 남기지 못했지만 그게 의도한 전략이었을 수도 있다.

핵심 쟁점.

  • 성장과 분배, 재정 확장과 재정 안정, 시장 주도와 국가 개입 등이 충돌했다.
  • 이재명은 문재인 정부와 비교하면 훨씬 더 유보적인 입장이었다. 탈원전이 아니라 “섞어서 쓰자는 입장”이라고 말했고 차별금지법은 “아직 이르다”고 선을 그었다.
  • 윤석열의 실패가 쟁점으로 떠오르지 않고 철지난 색깔론의 변주가 많았다.

“윤석열이 내란 우두머리라는 사실을 인정하나.”

  • 권영국의 돌직구가 오늘 토론회의 하이라이트였다.
  • 김문수가 “내란이었다기보다는 계엄이었다”고 말하자 권영국은 다시 “그 계엄이 이 나라 경제에 비수를 꽂았다는 사실을 인정하느냐”고 물었고 김문수가 “경제가 어려워진 건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 권영국은 “이쯤 되면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의 대리인 아니냐”면서 “석고대죄하고 사퇴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압박했다. 김문수는 “말씀이 과하다”면서 “계엄은 잘못됐고 알았다면 말렸을 것”이라고 물러섰다.
  • 권영국은 “김문수는 자격이 없다”면서 “국민 여러분이 퇴출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도와 전선.

  • 권영국은 김문수를 공격하고 이준석을 무시했다.
  • 김문수와 이준석은 이재명을 공격했다.
  • 이재명은 공격보다는 방어에 집중했다.
  • 김문수는 존재감이 약했다.

이재명은 제때 반격하지 못했다.

  • 첫번째 질문은 추락하는 경제 성장률을 어떻게 끌어올릴 것인가였다.
  • 이준석은 이재명의 기본소득 시스템을 ‘호텔 경제론’이라고 이름 붙이면서 “돈 풀기식 괴짜 경제론”이라고 비난했다. “성장의 본질은 생산성의 향상이고 수요를 억지로 부풀려서는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는 주장이다.
  • 이재명은 “내수 경기가 다 죽었다”면서 “당장 서민 경제가 너무 어렵기 때문에 정부가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영국은 불평등 타파를 강조했다.

  • “성장은 숫자였을 뿐 삶은 나아지지 않았다”면서 질문을 바꿨다.
  • “이 나라의 부는 넘치도록 쌓였는데 왜 절반의 국민은 카드값을 걱정하고 청년은 취업 대신 이민을 검색하고 노인들은 폐지를 주워야 하느냐”면서 “돈을 위로 쌓이고 고통은 아래로 흐른다”고 지적했다.
  • “불평등을 갈아엎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문수는 계속 읽기만 했다.

  • 안타깝게도 강조 포인트가 없었다.
  • 소비 진작을 하고 소상공인 채무를 조정하고 건설업을 지원하고 규제를 없애고 R&D를 지원하고 등등 대부분 쌀로 밥 짓는 이야기였다..

노란봉투법과 김문수의 궤변.

  • 김문수는 이재명에게 노란봉투법을 밀어붙일 생각이냐고 물었다. 이재명은 당연히 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 김문수는 “헌법에도 안 맞고 민법에도 안 맞고 계속 밀어붙이면 기업을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 꿩 잡는 게 매다. 김문수의 말을 권영국이 조목조목 반박했다. “헌법 33조에서 보장하고 있는 단체 교섭권이 악법이라니 노동부 장관을 어디로 해먹었느냐”면서 “정말로 부끄럽다”고 강하게 밀어붙였다.
  • “진짜 사장에게 교섭하자는 것이 어떻게 악법인가. 손해배상 청구를 각자의 책임에 따라 하자는 게 어떻게 민법에 위배되는가. 법을 모르면서 그렇게 이야기하면 안 된다.”

“52시간은 민주당도 잘못 이해하고 있다.”

  • 김문수는 주 52시간 규제 완화를 주제로 꺼냈다가 본전도 못 건졌다. “R&D 부문이라도 건강을 유지하면서 52시간 예외를 조금 보장하자, 이것도 안 해주면서 어떻게 다른 나라와 경쟁이 되겠느냐”고 말했다.
  • 이재명은 “김문수가 장관일 때 3개월 단위 유연 근무제를 6개월로 늘리면 충분하다고 하지 않았느냐”면서 “그런데 뭐 어쩌라고”라고 반문했다. 김문수는 애초에 공격 포인트를 잘못 잡았다.
  • 권영국은 “지금 시대에 노동 시간 늘려서 산업 경쟁력을 살리겠다? 어느 나라 이야기하고 있느냐”면서 “SK하이닉스는 주 43시간 이상 일하지 않는다,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삼성전자에서 문제가 생겼다”고 지적했다.
  • 권영국은 “기술력 문제를 노동시간으로 이야기하는 건 정말 현실을 모르고 하는 이야기”라며 “민주당도 잘못 이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도 52시간 규제 완화에 동조했으니 다를 바 없다는 이야기다.)

이준석에 맞장구치는 김문수.

  • 이준석은 ‘호텔 경제학’이 타격감이 있다고 판단했는지 다시 들고 나왔다. “현대통화이론이란 게 구현된 사례가 짐바브웨나 베네수엘라인데 하이퍼인플레이션이라든지 복지 과잉 때문에 경제적 곤란을 겪었다”고 주장했다.
  • “경기도는 지자체 중에 성장세가 높고 재정 상황이 좋은 곳이라 복지 등에 성과가 있었을지 모르겠지만 이런 식으로 경제 이론을 호도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 김문수도 “가만히 있는 사람에게 괜히 그냥 돈을 나눠준다든지 이런 발상 자체가 잘못됐다”면서 “경제를 망치고 정신을 망친다”고 거들었다.

이재명에게 동의를 구하는 권영국.

  • “지금 이 나라에는 1300만 명의 노동자가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 아르바이트, 특수고용직, 플랫폼 노동자, 프리랜서, 고용인 없는 자영업자들이 무권리 상태에서 일을 하고 있다. 근로기준법은 그냥 최저임금도, 사대보험도, 퇴직금도 없다. 노조도 만들기 힘들고 해고돼도 구제받을 방법이 없다. 일하는 모든 노동자들에게는 최저임금, 사대보험, 퇴직금 정도는 보장받는 사회가 돼야 한다. 노동이 강한 나라가 선진국이다.”
  • 권영국이 이재명에게 발언 기회를 줬고 이재명은 “당연히 그런 방향으로 가야 한다”면서도 “지금 하자는 건 아니고 경제력 수준을 좀 더 올려서 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문수와 이준석의 반중 프레임.

  • 트럼프 시대 통상 전략을 주제로 한 토론은 건질 게 거의 없었다.
  • 이준석은 이재명이 “중국에 셰셰하면 된다”고 한 발언을 문제 삼았고 김문수는 “중국 공산당은 우리나라에 쳐들어왔던 적국”이라면서 “중국도 중요하고 미국도 중요하다, 이건 안 된다”고 지적했다.
  • 이재명은 “올인 몰빵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라며 “국익 중심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답변에 그쳤다.
  • 권영국은 “트럼프의 관세 폭탄은 약탈이고 경제 자주권에 대한 침략”이라면서 “싸워야 할 때 싸우지 않는 지도자는 국민의 자존을 지킬 수 없다”고 날을 세웠다. “미국과 중국 어느 쪽에도 비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경제를 어떻게 살릴 것인가.

  • 경쟁력 강화 방안을 묻는 질문에 이재명은 세 가지를 강조했다. 첫째, AI와 첨단 기술 투자, 둘째, 재생 에너지 투자, 셋째, 문화적 역량 육성 등이다.
  • 이준석은 “다해준다는 말은 결국 다 못하겠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면서 이재명을 공격했지만 정작 뭘 하겠다는지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았다.
  • 권영국은 “서민과 노동자를 위한 나라가 돼야 한다”면서 “국민의 삶이 국가 경쟁력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원히 못할 것 같다.”

  • 권영국은 차별금지법을 두고 이재명을 딱 한 번 공격했다.
  • 김대중(전 대통령)이 1997년 차별금지법 제정을 약속했고 2007년 노무현(전 대통령)도 약속했다. 문재인(전 대통령)은 2013년 의원 시절에 직접 발의하기도 했다.
  • 권영국은 “광장에서 멀어지면 안 된다”면서 “현수막에 ‘지금은 이재명’이라고 써놓고 나중에 하겠다고 말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 이재명은 “현안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논쟁과 갈등이 심화되면 지금 당장 할 일을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 권영국은 ”영원히 못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악법이라고?”

  • 권영국은 김문수도 강하게 공격했다.
  • “구의역 김군, 태안화력발전소 김용균, 평택항 이선호, 파리바게뜨 SPL 박선빈, DLENC 건설 이용직, 강보경. 이런 청년들이 계속적으로 죽어가고 있다. 하루에 6명의 노동자가 출근해서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여야 합의로 만든 중대재해처벌법이 악법이라고? 제2의 윤석열을 보는 것 같다.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이렇게 무시해도 되는 것인가.”
  • 김문수는 “예방 위주로 가야지 처벌 위주로 가는 건 잘못”이라고 말했다.
  • 권영국은 “예방하라고 해도 돈 드니까 안 해온 것, 그래서 처벌하자고 만든 법”이라고 지적했다.

“이준석의 최저임금 차등 적용, 매우 위험하다.”

  • 권영국은 이준석도 공격했다.
  • 한국은 원래 노동시장의 이중구조가 심각한 나라다. 대기업-중소기업, 남성-여성, 정규직-비정규직, “그런데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차별하자는 건 정말 위험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 “일본은 차등 임금을 도입했다가 지역 경제가 폭싹 망했다. 이 공약 철회해야 하는 것 아닌가.”
  • 이준석이 “미국은 텍사스에 규제와 세금이 적어 기업들이 몰려들었다”고 반박하자 권영국이 다시 “연방제 국가인 미국과 일본을 비교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면서 “지금도 수도권에 몰리는데 차등 임금을 도입하면 완전히 망한다”고 경고했다.

TMI.

“‘어떻게’가 빠져 있다.”

  • 이재명이 “임금 감소 없이 4.5일제로 간다”고 말하자 이준석은 “’어떻게’가 빠져 있다”면서 “어려울 때 사이비 종교가 다가오는 것처럼 가장 위험한 사람”이라고 지적했다.
  • 이런 말도 했다. “이재명은 기본소득에 100조 원을 투자하겠다면서 5조~15조 원의 농촌 기본소득도 도입하겠다고 한다. 제2 경찰학교를 남원에도 아산에도 유치하겠다고 한다. 당선되면 말을 바꾸는 노쇼 후보에게 미래를 맡길 수 없다.”
  • 이재명은 “한꺼번에 하겠다는 게 아니라 인구 소멸 위기가 큰 지역 중심으로 순차적으로 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모두의 AI’ 관련해서는 “전자 계산기를 쓰듯이 챗GPT를 무료로 쓸 수 있게 하겠다”면서 “12조 원이 들거나 그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이준석이 계속해서 이재명을 겨냥해 구체성 없는 포퓰리즘이라는 낙인을 찍었지만 전체적으로 이재명은 답변 시간이 부족했다.

임팩트 없었던 마무리 발언.

  • 마무리 발언은 다들 약했다.
  • 김문수는 “일자리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고 이준석은 “여러분의 자녀와 손주들이 이 자리에 서는 꿈을 지켜내겠다”는 아리송한 말을 했다.
  • 권영국은 “선택이 아니라 심판”이라면서 “내란 세력을 압도적으로 패배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 이재명은 “유능하고 충직한 대리인을 뽑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분석과 전망.

  • 전체적으로 김문수가 많이 약했다. 애초에 이길 생각이 없는 후보처럼 보였다.
  • 잃을 게 없는 이준석과 권영국이 분위기를 이끌었지만 지지율이 크게 움직이지 않을 수도 있다. 어차피 둘 다 지지자들에게 어필하는 전략이고 지지자 그룹이 크지 않다.
  • 이재명은 집중 공격을 받고도 실점이 크지 않았다. 크게 잘한 건 없지만 실수도 없었다.
  • 2차 토론은 오는 23일 사회 분야, 3차 토론은 오는 27일 정치 분야다.
  • 사회 분야에서는 사법 개혁이 쟁점이 될 텐데 이재명에게 공격이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정치 분야에서는 개헌과 수도 이전 등이 토론 주제로 오를 수 있다. 어차피 윤석열은 아웃이라 이준석이 거대 민주당의 횡포를 집중 부각할 가능성이 크다.
  •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 구도가 흔들리지는 않겠지만 얼마나 크게 이기느냐가 중요한 선거다. 결론이 거의 정해져있는 선거지만 열광할 만한 포인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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