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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지역 주민을 대표해 조례 입법, 예산 심의, 집행부 감시 활동을 하는 지방의회 의원들에 대한 언론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지난 4년 동안 이들의 의정활동은 어떠했으며, 어떤 사람을 의원으로 뽑으면 좋을지 판단 근거를 제공하는 취지일 텐데, 관련 기사 제목들이 자못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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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상 조선일보, [요지경 지방의회] 기획 기사 시리즈

신문 한 곳의 기사만 추린 것인데, 다른 언론사라고 다를까 싶다. 지방의회 문제를 이렇게 정의하면 답은 의정활동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수밖에 없다. 전과자 공천 제한 강화, 겸직 금지 확대 및 이해충돌 규제 강화, 국내외 출장 제한 강화, 부도덕․부패․비위 행위 규정 확대 및 징계 강화가 그런 것들이다. 여기에 새로운 의정활동 지표 개발, 이와 연동한 의정 활동비 차등 지급, 시민단체의 감시 활동 강화를 적극적․능동적 조치로 덧붙일 수도 있겠지만, 규제 강화라는 본질에는 변화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조선일보, ‘요지경 지방의회’ 연재 기사 목록 중 일부 갈무리.

규제와 감시로 달라질까?

이렇게 규제와 감시를 강화하면 달라질까? 그럴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더 높다. 우선 이와 같은 규제가 이미 시행 중이며 언론과 시민단체의 감시도 집중되는 국회의원들이 각종 부패와 비리, 전횡으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운지 살펴보면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규제의 실효성도 의문이지만 부작용도 만만찮다. 정치의 문제를 법으로 해결하려 들면 ‘정치의 사법화’가 나타나고 법 적용의 파당성을 둘러싼 또 다른 갈등과 논란이 불거지기 쉽다. 대통령의 지난 정치활동을 둘러싼 쟁송이 지방선거를 지배하는 듯한, 웃지 못할 지금 상황이 이 문제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다른 부작용도 있다. 언론에서 폭로한 사례들과 달리, 지역 주민들 민원을 해소하고 집행부에 대한 견제․감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의원들도 적지 않다. 그들은 지금도 과도한 정치활동 규제와 의정활동 지원 미비로 더 많은 주민들 의견을 수렴하지 못하는 데서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느낀다. 나아가 자신들보다 훨씬 더 많은 인력․재원․정보를 지닌 단체장을 제대로 견제하지 못하는 데서 자주 좌절감을 맛보기도 한다. 상황이 이런데도 지방의원 규제를 더욱 강화한다면, 그들의 활동 반경은 그만큼 더 좁아지고 그들의 단체장 견제력도 그만큼 더 위축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지방의원에 대한 부정적 언론 보도가 나오고 그들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그들의 활동이 위축되는 상황이 이어지면 시민들은 묻게 된다. 평소에 잘 보이지도 않고, 하는 일도 별로 없는데, 어쩌다 알려지면 나쁜 짓만 한다는 지방의회를 굳이 세금까지 들여가며 계속 둘 필요가 있을까? 광역은 아니어도 기초의회 정도는 폐지해도 괜찮지 않을까? 중앙 정치도 그렇겠지만 지방정치에서도 이와 같은 폭로-규제-위축의 악순환이 반복되면, ‘풀뿌리 민주주의의 제도적 토대’가 되는 지방의회의 존립 자체가 위태로울 수 있다.

규제? 감시? 바뀔 수 있을까?

지방의원 정당 공천 논란의 양면성

지방선거 때마다 불거지는 다른 이슈도 있다. 지방의원 정당 공천을 둘러싼 내홍이 그것이다. 공천에서 탈락한 이들은 거의 예외 없이 지역․당협 위원장의 부당한 관여를 의심한다. 자신이 선호하는 인물을 공천하기 위해 서류심사부터 경선 방식까지, 위원장이 공천 과정 전반에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여기에 공천받은 인물의 경력․인맥․재력이 알려지고 위원장과의 사적 친분이나 테이블 아래 돈거래 소문이 돌면 의심은 곧 확신으로 굳어진다. 마지못해 결과를 수용하는 예비후보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고 불공정․낙하산 공천 기자회견,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탈당과 함께 출마를 선택하는 이들도 있다. 지금도 간혹 보게 되는 지방선거 정당 공천 폐지론은 이런 사태의 반복이 낳은 결과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런 의심과 확신에 대해 당협․지역 위원장 입장에서 제기할 수 있는 반론도 있다. 위원장은 지역구에서 당을 대표해 당원을 관리하며 시민-유권자의 지지를 모으는 각종 정치활동을 총괄한다. 그렇기에 자기 지역구에서 당의 얼굴로 지방선거에 나서고 당선 시 자신과 함께 일할 사람을 후보로 뽑는다면, 위원장도 그에 대한 선호가 있기 마련이고 그런 선호를 반영코자 노력하지 않을 수 없다. 여기서 위원장이 특히 중요하게 생각할 만한 선호 사항은 세 가지다.

첫 번째는 위원장과 후보 사이의 신뢰 관계이다. 지역․당협 위원회도 하나의 조직이기에, 그 수장의 영이 서야 제대로 굴러간다. 바꿔 말해, 당 지역 조직에서 중책을 맡는 지방의원 또한 위원장의 명령과 지시를 잘 따를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위원장과 의원 간의 이견 조율도 필요하겠지만, 최종 결정과 그에 대한 책임은 조직 수장의 몫이다). 그렇지 않으면 그 조직은 일상적인 정치활동뿐 아니라 선거에서도 원하는 결과를 얻기 어렵다. 그래서 위원장은 가급적 자신이 믿고 일을 맡길 만한, 또 자신을 믿고 잘 따를 만한 사람이 후보가 되기를 바란다.

두 번째는 정치자금의 중요성이다. 연애든 결혼이든, 종교 생활이든 취미 동호회든 사람들이 만나고 모이는 활동에는 돈이 들어가기 마련이다. 당의 지역 정치활동도 마찬가지다. 사무실 임대료부터 현수막 게시 등을 위한 홍보비, 당원 집회나 지역 주민과의 간담회 등의 행사비까지 당 조직이 움직일 때마다 돈이 들어간다. 물론 당 지역 조직이 좀 더 자주, 좀 더 효과적으로 움직이려면 더 많은 돈이 필요하다. 그 돈을 당비나 후원금만으로 충당하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그러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위원장은 다른 조건이 같다면 당 활동에 더 많은 돈을 기부할 수 있는 사람을 선호한다.

마지막은 경선의 약점과 부작용이다. 많은 사람들은 당원투표나 여론조사로 후보를 선출하는 방식이 더 공정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현실과 이론을 잘 따져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당원 수가 백명, 2백명이면 모를까, 천명, 2천명을 넘어서면 그 많은 수의 당원들이 예비후보의 실적과 실력과 비전을 제대로 알고 투표하기는 어렵다. 본 선거라면 소속 정당이란 기준이 이런 정보 부족을 해소할 수도 있지만 당내 경선에서는 그런 기준도 없다.

여론조사에서는 이 문제가 더욱 심각하며, 지역 주민들에게 자신을 알릴 기회가 많은 현역 의원이 더 유리하다. 경선이 치열하게 진행되면 이와 같은 정보 부족과 편향성 문제가 해소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경우에는 치열한 경선이 남길 당내 분열이 본선 후보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그래서 위원장은 당 조직과 예비후보들의 면면을 고려해 경선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후보를 뽑기도 한다.

그렇다면 예비후보는 지역․당협 위원장의 결정을 따르기만 하면 되는 걸까? 아니면 위원장에게 어떻게든 잘 보이고 돈도 좀 두둑이 챙겨두는 수밖에 없는 걸까? 물론 현실 정치에서 그런 노력이 전혀 필요 없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위원장의 공천 관련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좀 더 유의미한 다른 방법이 있다.

그것은 위원장뿐 아니라 당원과 지역 주민들로부터도 인정받을 만한 방법이며, 지방의원을 둘러싼 부패․비위․전횡의 혐의를 지우고 지방정치 발전을 위해서는 더 많은 규제가 아니라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불러일으키는 방법이기도 하다. 그 방법이란 지금보다 더 많은 지역 주민들로부터 더 많은 민원을 듣고 기록하며 집행부 공무원의 조언과 지원을 얻을 뿐 아니라 당원 및 주민들과도 협력해 해결 방안을 찾는 것이다.

알고 있다. 지방의원과 당원들이 이미 하고 있는 일이기도 하거니와 꼭 해야 하는 일로 생각한다는 것을. 그래서 좀 더 조직적이고 체계적이며 지속적이고 광범위하게 해달라고 요청하고 싶다. 어떻게? 민주주의 선진국 사례들을 참고하면 좋은데, 특히 영국의 ‘지역구민 상담제’(constituency surgery)가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의사가 환자 진료하듯… 영국 ‘지역구민 상담제’

우리와 같은 1인 대표 소선거구제를 채택한 데다 비례대표제도 없는 영국에서는 의원의 지역구 활동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래서 영국 의원들은 지역 주민들 민원을 받고 해결책을 찾는 일에 가장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며, 당연한 말이지만 지방의원들은 더 그렇다. 여기까지만 보면 정도 차이지 우리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은데, 민원 수렴 방식이 다르다.

영국 의원들은 보통 격주 간격으로 의회가 열리지 않는 금요일이나 토요일에 지역구 사무실, 도서관, 커뮤니티 센터, 심지어 동네 카페나 마트에서 민원인을 만난다. 이 만남은 대개 예약제로 운영되며 (물론 당일 대기나 전화․온라인 상담도 가능하다), 10~15분 정도의 대면 상담으로 진행된다. 이렇게 마치 의사가 환자와 진료 상담을 하듯 의원이 민원인과 의견을 나누기에 이 활동의 명칭에 진료(surgery)가 들어간 것이다.

단순하게 보이는 이 제도가 어떤 정치사회적 의미를 갖는지는 영국과 한국 민원 수렴 방식의 차이를 대조․평가해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첫 번째는 운영의 ‘정례화’와 ‘이벤트화’ 차이다. 영국에서는 ‘지역 민원은 매주 금요일 오후’라는 식의 정례화가 완벽하게 정착되어 있다. 그래서 주민들은 문제가 생기면 ‘이번 주 금요일 지역구민 상담제에 가서 말하면 되겠다’는 예측 가능성을 갖고 의원을 찾는다. 반면 한국에서는 대개 선거철이나 특정 이슈가 불거질 때 민원 수렴이 집중적으로 이뤄지며, 그조차도 언론 홍보나 SNS 업로드 용도로 활용하는 이벤트적 성격이 강하다.

두 번째는 ‘대면 상담’과 ‘서류 접수’ 차이다. 영국에서는 의원이 직접 자리에 앉아 주민 이야기를 끝까지 듣는 것이 민원 상담의 핵심이다. 남의 말을 주의 깊게 듣는 것은 상대를 존중하는 행위이고, 그렇게 성의를 갖고 들은 뒤에야 자기 말도 같은 대우를 받을 것이라 기대할 수 있다. 정치에서 듣기는 말하기보다 훨씬 더 어렵다.

요즘 같은 정치 양극화와 인터넷 소통 시대에는 특히 더 그렇다. 그럼에도 영국 의원들은 최소한 민원 상담에서만큼은 지역 주민의 말에 귀 기울이고자 노력한다. 한국에서도 분명 이런 의원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 의원들은 민원 현장에 오더라도 사진만 찍거나 인사치레만 하고 실제 상담은 보좌진에게 맡기거나 서류 혹은 메모 접수로 대신하는 경우가 많다.

세 번째는 민원 해결 경로의 차이다. 한국은 디지털 행정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어 굳이 의원을 찾지 않더라도 온라인으로 민원을 넣고 공식적인 답변도 빠르게 받을 수 있다. 게다가 한국은 집행부 우위 전통이 강해서, 시민들은 중요하고 시급한 민원일수록 청와대, 중앙정부, 시장․도지사, 구청장․군수와 관계 부서를 통해 해결하고자 한다.

영국은 거의 정반대다. 영국도 디지털 행정을 갖추고 있지만 아직도 오프라인이나 우편으로 처리하는 업무가 적지 않고,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에서 보듯 행정 절차가 복잡하고 느리다. 또한, 영국은 한국보다 의회 권위가 강해 행정부에 보내는 ‘의원 편지’(MP’s letter) 한 통이 큰 힘을 발휘한다. 그래서 영국 주민들은 의원과의 민원 상담을 가장 확실한 해결책이라고 생각한다.

영국과 비교할 때 한국의 온라인․집행부 중심 민원 처리는 신속함과 편리함이라는 분명한 장점을 갖고 있다. 하지만 단점도 뚜렷하다. 첫째, 디지털 취약 계층의 소외 문제이다. 이 계층에 속한 사람들이 고령자나 저학력․저소득자일 가능성이 높고, 그들에게 공적 지원이 더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둘째, 표준화된 절차에 의존하는 관료적 합리성의 한계이다. 민원은 대개 주민들 간의 갈등과 이견을 수반하며, 절차의 준수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경우가 적지 않다. 그래서 민원 처리에도 협의와 설득이 중요하고, 민원인뿐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얻는 정책․법규 개발도 필요한데, 이런 일을 집행부 공무원에게 기대하기는 어렵다.

셋째, 집행부 영향력 확대의 문제이다. 집행부를 통한 민원 수렴은 주민들의 요구와 관심을 집행부와 그 수장에 집중시킴으로써, 그렇지 않아도 많은 권한과 자원을 지닌 집행부의 힘을 더욱 강화하며 그런 만큼 그들을 견제할 의회의 입지를 약화시킨다.

‘민원 소통의 날’의 방법과 의미

한국도 영국처럼 주말이면 의원들이 지역 사무실이나 동네 도서관, 카페에서 주민들을 만나 민원을 수렴하며 의견을 주고받는 ‘민원 소통의 날’을 운영하면 좋겠다.

  •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옆집 어르신의 하소연
  • 마을버스 난폭 운전에 대한 불만
  • 갑자기 폐원한다는 어린이집 문제
  • 어느 순간 사라진 아이들 학교 체험학습에서
  • 전월세 인상에 이사 갈 집이 없다는 하소연까지
  • 그리고 멀쩡한 자식이 제대로 된 일자리를 찾지 못해 드문드문 알바나 뛰고 있다는 넋두리도…

받으려고만 들면 주민들 민원은 사소한 것부터 원대한 것까지 무수히 많다.

한 번 15분 면담에 하루 5시간만 해도 20건, 격주 1년이면 240건, 임기 4년이면 960건의 민원을 받을 수 있다. 간단한 민원이면 담당 부서에 전달해 조치해 달라 하고, 여러 주민이 함께 요구하고 그보다 많은 수의 주민들이 혜택을 볼 수 있는 민원이면 조례 개정이나 예산 배정으로 해결하고, 그보다 훨씬 더 중하다 싶은 민원은 여러 지역이 함께, 국회의원들도 나서고 중앙당에 지원도 요청해 캠페인도 펼치고 법제화 방안도 찾으면 좋겠다.

물론 실제로는 해결할 수 없는 민원이 훨씬 더 많을 수도 있다. 그래도 괜찮다. 선배․동료 의원에게 자문을 구하고 단체장에게 요청해 봐도 해결할 수 없었다고 사정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하면 된다. 정말 도와주고 싶은 민원인이면 다른 ‘좀 쉬운’ 민원이라도 달라고 부탁해도 좋다. 처음에는 서운해하고 허탈해하는 민원인도, 그렇게 성의를 다하고 연락을 주고받다 보면 은근한 관계가 생기고 때로는 믿음을 얻을 수도 있다.

데비지스 지역구의 전 국회의원 클레어 페리가 의원이었을 몇 년 전 지역구 주민과 상담하는 모습. 2021.10.23. Ricardo Teixeira-Mendes (Medium)

민원 소통의 날이라고 민원만 받고 해결책만 찾으면 된다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의사들이 진료 상담할 때 증상만 확인하고 처방만 해주던가? 몇 살에 어디 사는 누구인지, 이전에 어디가 아팠는지 다 확인하고 기록한다. 민원 소통도 민원인의 기본 신상부터 의회나 단체장이 하는 일과 정당에 대한 평소 생각까지 물어보고 기록해 두면 나중에 유용하게 쓸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가 된다.

그렇게 만나는 민원인이 늘면, 분기나 반년에 한 번 서로 어울릴 법한 사람들을 초청해 식사 자리나 족구 대회, 꽃놀이 소풍이나 등산, 영화나 독서 토론 모임을 조직해도 좋다. 그뿐만이 아니다. 민원 내용과 함께 그 과정에서 동네 전반의 사정이나 문제를 듣다 보면, 그런 이야기들이 상임위 질의 꺼리가 되고, 여기에 관련 통계와 정책 대안을 붙이면 본회의 5분 발언이나 시․도정 질문이 된다. 그러면 언론이 놓치고 단체장이 눈감았던 이슈를 지역 정치의 주요 의제로 만들 수 있다.

정치인에게 요청하는 ‘나의 민원’

그럼에도 현장에서 직접 주민들의 바람을 듣고 해결책을 찾는 것은 전혀 쉬운 일이 아니다. 그 많은 민원들 중에는 너무 사소하거나 이기적이고, 지나치게 황당하거나 비현실적이라 내 소중한 시간을 이 사람들 말 듣는데 낭비할 필요가 있나 싶은 생각이 들 때도 적지 않다. 그렇지 않고 꼭 도와주고 싶은 민원을 받더라도, 부족한 인력과 자원, 관료적 장벽과 파당적 이해관계로 처리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일이 쌓이다 보면, 그냥 자신과 가까운 사람들, 선거 때 자신을 도왔던 사람들, 혹은 그런 사람들과 친한 사람들만 돕는 것으로 민원 해결을 대신하고 싶은 유혹도 크다.

그렇더라도 이 일을 등한히 할 수는 없다. 부족한 인력과 자원은 당협․지역 위원장의 도움을 받고 주축 당원들과 함께하는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다. 기초․광역 의원이 일을 나누고 국회의원도 함께하면 좋다. 의원들과 보좌진만으로 부족하면, 능력 있고 지역 사정에도 밝은 당원들이 판을 깔고 분위기를 잡고 실무를 도우면 훨씬 더 수월하고 효과적으로 민원 소통을 이뤄낼 수 있다. 그렇게 작은 민원부터 해결하고 돕지 못한 민원인들과도 자주 연락하고 만나면, 지역 주민들로부터 믿음과 지지를 얻게 되고, 그 힘을 모아 제도적 장벽을 뛰어넘을 만하면 더 크고 어려운 민원도 해결할 수 있다.

이것이 지방의원이, 지역 정치인이 당원과 지역 주민들로부터 신뢰와 신망을 얻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이것이 지역․당협 위원장도 함부로 무시할 수 없고, 다음 선거 공천에서 쉽게 배제할 수 없는 정치인으로 살아가는 길이다. 이것이 지방의원들이 일하기 어렵게 만드는 규제 강화가 아니라 더 많이 열심히 일하게 하는 규제 완화로 가는 첩경이다.

온라인․여론조사․쇼츠 의존형 정치가 흥미와 분노만 자극할 뿐이라 우려스럽다면, 면대면의 민원 소통 정치에서 해법의 실마리를 찾아도 좋다. 이것은 인내와 관용, 끈기를 요구하며, 상호 이해와 대화를 장려하는 방식으로 정치 양극화를 제어하고, 정치의 사회적 기반을 넓히는 데 기여하는 한 방법이다. 영국식 ‘지역구민 상담제’를 참고한 ‘민원 소통의 날’을 운영해 보자는 것, 이것이 지역을 중시하는 정치인들에게 요청하고픈 나의 민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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