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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 환원율*을 극대화하라는 요구는 한국 경제 미래 중 하나인 삼성전자를 파괴할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

정승일(정치경제학 박사·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은 삼성전자가 주주 환원율을 30% 이하로 낮추고 비메모리 영역인 파운드리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여연대는 20일 오후 ‘반도체 초과이윤, 어떻게 나눌 것인가’ 이름으로 긴급 좌담회를 열었다. 삼성전자 노사가 성과급 배분 방식 등에 난항을 겪으며 마지막 재협상에 돌입했을 때였다.

발제자로 나선 정승일은 “삼성전자 영업이익률이 25%가 넘어가면, 영업이익의 5%는 기금으로 걷어 사회에 투자하자”고 제안했다. 기금을 반도체 협력업체의 기술 및 R&D 지원, 기초 과학·인재 양성, 하청 노동자 복지 및 직업 훈련, 지중화 송배전망 등 대규모 RE100 인프라 구축 등에 사용하자는 것이다.

주주환원율(Shareholder Return Rate):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 가운데 주주들에게 얼마나 돌려줬는지 나타내는 비율. (배당금+자사주 매입액)÷당기순이익×100.

RE100:

Renewable Energy 100% 약자.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태양광, 풍력, 수력 등 재생에너지로만 충당하겠다는 글로벌 캠페인. RE100에 동참하지 않는 기업은 투자 대상에서 제외되는 등 한국 기업이 넘어야 할 ‘무역 장벽’으로 나타나고 있다.

참여연대는 20일 오후 ‘반도체 초과이윤, 어떻게 나눌 것인가’ 이름으로 긴급 좌담회를 열었다. 발제자로 나선 정승일은 “삼성전자 영업이익률이 25%가 넘어가면, 영업이익의 5%는 기금으로 걷어 사회에 투자하자”고 제안했다. 사진=참여연대.

이게 왜 중요한가.

  • 정승일은 ‘주주 자본주의’가 불러올 재앙을 경고했다.
  • 삼성전자 경영진은 회사 생존을 위해 초과 이윤을 사내 유보금으로 축적하고 미래 설비 투자와 연구 개발(R&D)에 재투자해야 한다. 단기적인 주주 환원 극대화 요구는 기업 투자의 발목을 잡는다는 지적이다.

“개미들에 인센티브, 너무 칭찬하지 말자.”

  • 삼성전자는 지난 3월 시설 투자와 연구 개발(R&D)에 총 110조 원 이상을 쓰겠다고 했다. 정승일은 “그것 가지고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삼성전자가 대만 TSMC를 추격하고 파운드리 사업에서 양강 구도를 형성하려면 향후 10년간 매년 50조~100조 원 이상 규모의 막대한 실물 투자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 메모리 반도체 선전으로 올해 삼성전자 영업이익만 300조 원이 예상되지만, 반도체 사이클이 지금과 같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시스템 반도체 파운드리를 외면할 수 없는 이유다. 10년의 안목을 갖고 투자가 이뤄지면 주가, 시가총액, PER* 등 각종 수치가 지금보다 더 뛸 수 있지만 과연 주주들이 10년을 기다릴 수 있느냐는 물음이다.
  • “삼성전자가 앞으로 파운드리를 죽일 건지 말 건지 판단해야 하는데, 이미 삼성전자에 투자하고 있는 많은 주주들은 ‘뭐 하러 그 적자 사업부를 계속 가져가느냐. 포기하거나 분사하면 주가가 더 올라갈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삼성전자가 작년, 재작년 발표한 목표 주주 환원율이 50%다.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분야에서 TSMC를 쫓아가려면 과거처럼 30% 이하로 낮춰야 한다. 단기 투자자, 개미들한텐 불리하겠지만 장기 투자자들에게는 나쁘지 않다. 우리 사회가 개미들에 대한 (상법 개정 같은 제도적) 인센티브를 너무 칭찬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PER:

Price Earnings Ratio의 약자. 주가를 주당순이익(EPS)으로 나눈 값으로 주가수익비율을 의미한다. 기업의 주가가 순이익에 비해 얼마나 비싼지 알 수 있는 지표. 일반적으로 PER이 10 이하인 경우 저평가된 주식, 10보다 높을수록 고평가된 주식으로 해석된다. 

30% 못 미치는 삼성전자 주주 환원율? “그래서 성공했다.”

  • 미국 S&P500 기업들은 벌어들인 순이익의 70~90% 이상을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으로 주주에게 돌려준다. 정승일은 높은 주주 환원율이 미국 제조업 부실과 일자리 상실로 이어졌다고 진단한다.
  • “우리나라 경우도 ‘금융투자소득세’를 폐지하라고 요구했던 주주 단체들이 몇 년 전부터 삼성전자의 주주 환원율을 70% 정도로 올려야 한다는 얘기를 한다. 지난 10년을 보면 주주 환원율이 30%가 채 안 되는데 그 덕에 삼성전자가 여기까지 온 것이다. 주주 환원을 하지 않고 사내 유보금을 늘렸기 때문에 반도체 투자를 계속 할 수 있었다. 만약 삼성전자가 30~40년 전부터 번 돈의 70%를 주주에게 환원했다? 그럼 아마 베트남 제조업 수준의, 가전제품이나 만드는 회사를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주주만 리스크 부담? “이념적 주장일 뿐.”

  • 주주 자본주의를 주장하는 이들은 “기업의 주인은 주주”라고 강조한다.
  • 회사가 물건을 팔아 돈을 벌면 협력업체에 물품 대금을 지급하고, 직원들에게 임금을 주고, 은행에 이자를 내고, 국가에 세금을 낸다. 그러고서 남는 ‘잔여 재산’ 만큼은 주주의 몫이라는 것이다. 다른 이해관계자들은 회사와 약속된 돈을 받지만 주주는 ‘남는 몫’에만 접근할 수 있다.
  • 주주는 기업이 성공하면 이익을 공유하지만, 실패하면 투자금 전액을 잃을 수 있다. 주주는 ‘최종적 리스크’를 부담하고 있다.
  • 정승일은 이런 주주 자본주의자들 주장에 “그런 기준에 부합하는 사람은 지배 주주 말고는 없다. 대다수 소액 주주는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대부분 투자자들은 회사가 망할 때까지 기다리지 않는다. 회사가 조금만 안 좋아지면 주식을 다 팔아버린다. 회사가 망할 때까지 주식을 갖고 있는 이들의 대부분은 지배 주주”라고 지적한 뒤 “지배 주주는 최후의 순간에는 감자까지 당한다”고 반박했다.

“주주만 리스크 부담하나? 노동자와 국가도 부담한다.”

  • 기업이 망할 위기여도 갈 곳 없는 노동자는 회사에 남는다. 대기업에 납품하는 협력업체 처지도 마찬가지다.
  • “만약 삼성전자 평택 공장이 망했다고 하면, 노동자는 마지막까지 독박 쓰고 남아 있다가 해고자 신분이 된다. 이들에게 고용보험와 생계비는 누가 지급하나? 정부가 세금 거둬 하는 일이다. 국가 역시 엄청난 리스크를 감수하고 있는 거다. ‘최종적 리스크’ 부담을 이유로 주주가 회사를 지배한다? 정작 최종적 리스크를 부담하는 건 국가와 노동자 아닌가?”
  • “삼성전자 노동자들이 파업하겠다고 하니 주주들은 ‘회사의 주인은 주주’라며 파업 반대 집회를 열고 반발한다. 회사의 주인이라면, 삼성전자 공장에 출입할 수 있어야 하고 공장 부지도 사고 팔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 행위가 법률적으로 허용되나? 주주는 회사의 소유자가 아니라 회사가 발행한 증권의 소유자일 뿐이다. 증권은 유한한 권리와 책임을 규정한 증서에 불과하다.”

‘주주 자본주의’라는 이데올로기가 지배한 세상.

  • 정승일은 지난해 민주당 주도로 통과시킨 상법 개정안도 비판했다. 법 개정이 “기업은 오로지 주주의 것”이라는 주주 자본주의 이데올로기를 강화했다는 지적이다.
  • “지난해 개정 상법에 따르면, 기업은 오로지 주주의 것이다. 기업 수익도 주주가 가져가야 한다는 논리를 제공했다. 삼성전자의 300조 영업이익이 모두 자기네들 것이다. ‘무슨 종업원이 여기에 손대려 하느냐. 협력업체는 말도 꺼내지 말라’는 반응이다. 청와대 정책실장 김용범이 초과 세수 활용을 이야기하니까 ‘뭔 개 같은 소리냐’고 반발한다. 이런 막말이 나오는 이유는 주주 자본주의라는 이데올로기가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어서다.”
  • 기업은 기본급 외에도 수익을 노동자와 나눌 수 있고, 협력업체와 러닝 개런티(Running Guarantee) 계약을 맺을 수도 있다. 법은 이런 분배를 규제하지 않는다.
참여연대는 20일 오후 ‘반도체 초과이윤, 어떻게 나눌 것인가’ 이름으로 긴급 좌담회를 열었다. 사진=참여연대.

삼성의 엘리트 노조, 이사회에 들어가자.

  • 정승일은 삼성전자 노동자들이 이사회에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동이사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 “지금처럼 소액 주주 내지 펀드들의 대표자가 사외이사로 들어가 주주 환원율을 높이는 것보다 첨단 기술을 대표하는 삼성전자의 부장급 내지 차장급 엔지니어 노조원들이 이사회에 들어가야 한다. 자신들의 성과급 문제만 고민할 게 아니라 회사의 장기적 발전을 위해 사내 유보금을 늘리는 등 장기 계획과 대책을 세워야 한다.”

법인세 감면 축소하고 ‘반도체 생태계 기금’ 만들자.

  • 정승일은 반도체 초호황기인 만큼 법인세 감면을 단계적으로 축소하고 ‘반도체 산업 생태계 기금’을 강제하자고 했다.
  • 분기 영업이익이 57조 원이고 영업이익률이 42~72%에 달하는 초호황 국면에서 세금을 깎아준다고 해서 추가적 실물 투자가 얼마나 더 일어나겠느냐는 물음이다.
  • 대기업이 쌓아둔 사내유보금이 소부장(소재, 부품, 장비) 협력업체의 설비 투자나 하청 노동자 임금 인상으로 알아서 흘러가진 않는다. 이 때문에 업종 차원의 공동 유보금을 강제로 조성해야 한다.
  • 이를 테면, 영업이익률이 25%를 초과할 경우 그 영업이익의 5%를, 30%를 초과할 경우 영업이익의 8%를 기금에 출연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식이다.
  • 기금은 소부장 협력업체의 기술 및 R&D 지원, 기초 과학·인재 양성, 하청 노동자 복지 및 직업 훈련, 지중화 송배전망 등 대규모 RE100 인프라 구축 등에 사용해야 한다.

왜 기금인가.

  • 삼성전자 이사회와 경영진이 자발적으로 대규모 기금을 사회에 내놓고 싶어도 지난해 시행된 개정 상법의 ‘주주 충실 의무’ 조항 때문에 단기 수익을 좇는 행동주의 펀드들로부터 수조 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당할 위험이 매우 높다.
  • 정승일은 발제문에 “기금 출연은 이사회를 주주 소송 위험으로부터 보호해주는 방패 역할”이라며 “동시에 수십조 원 규모의 항구적 재원 이동을 담보하기 위해선 반드시 ‘특별법’을 통한 법적 의무 이행(강제) 방식이 필요하다”고 했다.
  • “기업이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 다시 물어야 할 시점이다. 기업은 주주만을 위한 제도가 아니다. 회사·경영진, 주주(투자자), 직원(노동자), 국가가 새로운 사회적 협약을 맺어야 한다.”

참여연대에도 쓴소리 : “왜 주주 환원 요구에 침묵하나.”

  • 정승일은 참여연대에도 쓴소리를 했다. “여기(참여연대)가 시민단체인데, 단기 주주들의 주주 환원 요구에 비판한 걸 본 적 없다.”
  • 그는 신한·우리금융 등 금융지주의 주주환원율이 50%에 달하고 있는 것에 “전년도 발생한 이익의 절반을 주주 환원, 즉 배당을 주거나 아니면 자사주 매입·소각하겠다는 것”이라며 “자사주 매입을 해서 소각하면, 자기 자본이 줄게 된다. 은행은 바젤 규제를 받는데, 자기 자본이 줄면 은행은 리스크가 큰 대출을 하지 못하게 된다. 우리나라에서 리스크가 가장 큰 대출은 중소기업 대출”이라고 했다.
  • “주주 환원율을 높이면 결국 중소기업, 벤처기업 대출을 줄이고 안전한 부동산 담보 대출을 늘리게 된다. 즉, 이재명 정부가 아무리 생산적 금융, 포용 금융 얘기를 하더라도 주주 환원율이 높으면 도루묵이 된다. 이재명 정부의 금융위원장이 생산적 금융을 독려하는데, 내가 볼 때는 쇼만 하고 있다. 정권 교체되면 다 원 위치로 돌아갈 것이다.”
  • 김종보(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소장·변호사)는 “작년 상법 개정을 강하게 주장했던 단체로서 말씀드리자면, 주주 자본주의를 찬성해 (상법 개정을) 추진한 게 아니다. 대주주와 소액 주주들이 충돌하는 국면에서 이사들이 대주주 편을 드는 의사 결정을 반복하는 것을 막기 위해 상법상 제어 장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 김종보는 “향후에는 영국 상법처럼 이사들이 노동자, 지역 주민, 협력업체 등 회사와 관련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이익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도록 충실 의무를 규정하는 방향으로 법을 더 개선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 이창민(한양대 경영학부 교수)은 “주주관여펀드 관점은 단기에 갇혀 있지 않다. 그들은 데일리 트레이더가 아니다. 주식을 샀다가 한 달 만에 파는 식의 결정을 내리지 않는다. 어느 정도 긴 시야를 갖고 움직인다”며 “단타 매매는 개인의 자유일 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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