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우뉴스×기후솔루션 공동 기획] 협력 업체 철강 사용량 고의 누락 가능성… 공시 체계 정비, 정량적 감축 로드맵을 짜야.
기후솔루션이 현대자동차를 공정거래위원회와 기후환경에너지부에 신고했다. 기후솔루션은 현대차가 그린 워싱(greenwashing)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6월 발간한 지속가능성보고서에 현대차와 기아의 철 사용량을 각각 124만 톤과 20만 톤, 합산 144만 톤이라고 보고했는데 실제로는 세 배 이상이라는 게 기후솔루션의 주장이다.
볼보는 차 한 대에 0.93톤의 철을 쓴다고 하는데 현대차는 0.33톤이라고 한다.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을까.

이게 왜 중요한가: 현대차의 그린 워싱.
- 화석연료 자동차를 전기자동차로 바꾸는 게 친환경적이라는 건 모두가 안다. 그런데 정작 자동차를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 자동차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 가운데 철강이 차지하는 비중이 70%에 육박한다. 철강의 탄소 중립 전환 없이는 현대차의 탄소 중립이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다.
- 현대차는 공시한 것보다 세 배가 넘는 철을 쓰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당연히 탄소 배출량도 공시한 것보다 훨씬 많을 가능성이 있다. 이런 보고서를 내놓고 친환경 경영 운운하는 건 면구스러운 일이다.
- 핵심은 공급망 배출이다. 현대차 공장 뿐만 아니라 현대차 협력업체와 납품업체까지 모든 과정에서 탄소 배출을 줄여야 한다.
0.33톤과 0.9톤, 사라진 숫자는?
- 자동차 한 대에는 900kg 이상의 철강이 들어간다. 차체 무게의 60% 이상이 철강이다.
- 현대차는 다른 자동차보다 철강이 덜 들어가나? 당연히 그럴 리가 없다.
- 문제는 집계 방식의 차이다.
- 현대차는 현대차 공장에서 직접 사용된 철강만 집계했다. 협력사에서 조달한 부품과 반제품에 포함된 철강은 집계에서 빠져 있다.
실제 사용량은 현대차 공시의 3.4배.
- 현대자동차 보고서에는 144만 톤이라고 돼 있는데 기후솔루션이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실제 철강 사용량을 역산한 결과는 487만 톤이었다. 실제로는 3.4배 가까이 많다는 분석이다.
- 계산은 간단하다.
- 현대자동차에 철강을 공급하는 현대제철의 2024년 자동차용 강판 판매량은 531만 톤이다. 이 가운데 20%를 수출하고 80%를 한국 자동차 업체에 공급한다.
-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점유율이 각각 45%와 38%니까 531×0.8×0.83=350만 톤. 현대제철에서 72%, 포스코 등 다른 철강사에서 28%를 공급받으니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쓰는 철강은 487만 톤 정도라고 추산할 수 있다.

진짜 중요한 숫자가 빠졌다.
- 다른 자동차 업체들은 차종과 모델에 따라 철강 사용량을 공개하고 있다.
- 볼보 XC40 리차지 모델은 탄소 발자국의 18%가 철강과 철 소재에서 발생한다. 한 대에 0.93톤이다.
- 메르세데스-벤츠 E300e는 0.98톤이다.
- 현대차는 현대차 공장에서 쓰는 철 사용량만 공개했을 뿐 이것만으로는 탄소 배출량을 가늠할 수 없고 어떤 전망이나 계획도 무의미하다.
어디까지 사실이고 어디서부터 과장일까.
- 현대차는 2045년까지 소재 채취 단계부터 제조, 제품 사용, 폐기까지 모든 밸류체인에서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 2024년 기준으로 스코프 1+2 배출량은 2.2억tCO2-eq인데 2035년까지 60%, 2045년까지 100%를 감축한다는 목표다.
- 실수가 아니라 의도적인 누락일 가능성이 있다. 현대차는 같은 보고서 안에 협력사 공급망을 포함한 스코프 3 카테고리 1 배출량을 2297만 톤으로 잡고 있다. 그런데 정작 그 배출의 원인이 되는 철 사용량을 산정할 때는 협력사를 빠뜨렸다.
- 김성우(솔라리스 변호사)는 “단순히 산정 방법의 차이가 아니라, 유리한 수치를 골라 쓴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대차의 거짓 공시, 세 가지 문제.
- 현대자동차는 “글로벌 친환경 모빌리티 전환의 선도자”라고 자평한다. “고객이 신뢰하는 친환경 톱 티어 브랜드”를 표방하고 공급망 탄소 중립도 선언했다
- 세 가지 문제가 있다.
- 첫째, 협력사에서 쓰는 철강이 빠져 있다.
- 둘째, 현대차의 온실가스 배출이 실제보다 훨씬 적은 것처럼 소비자와 투자자들에게 착각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
- 셋째, 공급망 전체의 배출 영향이 빠져 있다. 생산–운행–폐기 전 과정을 따져야 하는데, 상당 부분을 누락한 상황이다.
- 기후솔루션은 “가장 큰 온실가스 배출원인 철강 사용량 데이터를 의도적으로 축소·누락한 상태에서 친환경 리더십을 홍보하는 것은 대중과 투자자를 기만하는 부당한 환경성 표시-광고 행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스코프 1과 2와 3.
- 스코프 1은 직접 배출이다. 현대차 공장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말한다.
- 스코프 2는 간접 배출이다. 기업이 외부로부터 구매해서 쓰는 전기나 열, 냉방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간접적인 온실가스를 말한다.
- 스코프 3은 원자재 조달과 부품 조달 등 업스트림과 제품 사용과 폐기 등 다운스트림을 포함한 모든 과정에서 발생하는 배출량을 말한다.
- 보통 자동차 산업에서는 스코프 3가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90%를 차지한다.

EU 공시 기준에도 미달.
- 유럽연합(EU)의 지속 가능성 보고지침(CSRD)에 따르면 제품 생산에 투입된 원자재의 전체 중량을 의무 공시해야 한다.
- 현대차의 공시는 이 기준을 맞추지 못하고 있다. EU는 재무연도(FY) 2028년부터 역외 기업에도 공시를 의무화한다. 당장 현대차도 EU에 수출하려면 이 기준을 맞춰야 한다는 이야기다.
단순한 실수로 넘길 문제가 아니다.
- 브라질 JBS는 “2040년 넷 제로 달성”이라는 광고가 과장이라는 이유로 110만 달러의 합의금을 물고 광고를 삭제했다.
- 프랑스 토탈에너지스는 “2050년 탄소 중립”이라는 광고를 내보내면서 가스 생산 시설에 투자를 계속한다는 이유로 유죄 판결을 받고 광고를 삭제했다.
- 독일 폭스바겐은 자동차 환경 데이터를 왜곡했다는 이유로 이탈리아에서 500만유로의 과태료를 부과받은 바 있다. 이른바 디젤 게이트다.
- 현대차는 이 세 가지 유형에 모두 해당된다.

‘그린워싱’은 범죄다.
- 한국의 그린워싱 규제는 공정거래위원회와 기후에너지환경부가 나눠 맡고 있다.
- 공정위는 표시광고법 3조 1항에 따라 기만적인 표시·광고에 시정 명령과 함께 매출액의 2% 이내 과징금을 부과하거나 재판에 넘겨 2년 이하 징역 또는 1억 5천만 원 이하 벌금 등의 처벌을 받게 할 수 있다.
- 공정위 심사 지침에 따르면 소비자의 구매 결정에 중요한 사실을 누락 또는 은폐 축소를 금지하는 완전성 원칙이 있다. 현대차 공시는 완전성 원칙이 위배된다.
- 기후에너지환경부는 환경기술산업법 16조에 따라 부당한 환경성 표시·광고를 금지한다. 환경부가 적발한 표시 광고 위반 사건이 9932건인데 대부분 행정 지도에 그쳤다.
- 환경부는 포스코의 탄소중립 브랜드 ‘그리닛’(Greenate)을 그린 워싱이라고 판단하고 시정 명령을 내린 바 있다. 탄소 저감 효과가 없거나 미미한 일부 제품을 포함시켰다는 이유로 행정지도를 했고 공정위는 시정명령을 내렸다.

그린워싱 비난을 피하려면, 기후솔루션의 제안.
- 첫째, 공시 체계를 다시 정비해야 한다. 자동차 생산에 투입된 철강 사용량 전체(업스트림 포함)를 공시하고, 데이터 산출 방법론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 둘째, 막연한 선언을 넘어 정량적 감축 로드맵을 짜야 한다. 정확한 배출량 데이터가 있어야 연도별 감축 목표를 잡을 수 있다. 녹색철강 구매 계획을 명확한 비율과 연도를 포함해 제시해야 한다.
- 셋째, 글로벌 규제에 선제 대응해야 한다. 당장 EU 공시 의무화를 준비해야 할 때다.
- 기후솔루션은 “철강 탈탄소는 기술 전환만으로는 이루어지지 않는다”면서 “저탄소·녹색 철강에 대한 수요 창출이 병행되어야 하며, 그 출발점은 정확한 데이터 공시”라고 강조했다.
- “현대자동차그룹은 연간 175조 원 이상의 매출과 글로벌 톱3 수준의 생산·판매 규모를 갖춘 자동차 기업이다. 제철사를 함께 보유한 드문 산업 구조를 기반으로 자동차 철강 공급망 전환에 유리한 경쟁 조건을 갖추고 있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선점할 잠재력이 크다. 따라서 저탄소·녹색 철강에 대한 수요 창출과 함께, 녹색철강 조달 전략 및 이에 대한 정확하고 투명한 데이터 공시는 글로벌 공급망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