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한동훈 “새벽 5시 출근해 2시간 만에 배달 불가능”… 장혜영 “죽음을 각오하고 일할 필요는 없다, 분류 작업만 분리해도 철야 근무 폐지 가능.” (⌚6분)
한동훈(전 국민의힘 대표)과 장혜영(전 정의당 의원)이 3일 오후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새벽배송 금지’를 놓고 토론을 벌였다.
이게 왜 중요한가.
- 택배노조가 새벽 시간(자정~오전 5시) 배송 제한을 ‘국회 택배 사회적 대화 기구’에 제안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회적 논의가 뜨거워지고 있는 이슈다.
 - 한동훈은 적극적으로 새벽배송 금지에 반대하고 있다. 찬성하는 입장인 장혜영은 공개 토론을 제안했고 한동훈이 수락하면서 정책 토론이 성사됐다.
 
장혜영의 주장: 죽음을 각오하고 일할 선택, 방치해도 되나.
- “쿠팡의 야간배송 노동자는 상시적 과로사 위험에 처해 있다.” 장혜영은 지난해 고용노동부 실태 조사를 인용해 쿠팡 야간 배송기사 767명 가운데 77%가 ‘야간 3회전 배송’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3회전 배송은 야간 근무 때 물품을 인수하는 배송 캠프와 배송 구역을 세 번 왕복하는 걸 의미한다. 장혜영은 “(이들이) 배송하는 택배 개수도 250개가 넘는다”고 했다.
 - 장혜영은 ‘직업 선택의 자유’는 인정하면서도 “죽음을 각오한 일터를 선택하는 것까지 포함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 쿠팡CLS 대리점 배송기사였던 41살 고 정슬기의 과로사 사례를 강조했다. 정슬기는 오후 8시 30분부터 다음날 오전 7시까지 주 평균 63시간, 주 6일 일하다 자택에서 심근경색으로 사망한 노동자다. 장혜영은 “(정슬기 씨는) 물류가 쌓여 있는 캠프하고 담당하고 있는 배송 구역을 3번 왔다 갔다 하면서 무려 279개의 택배를 운송하다가 과로사로 돌아가셨다”고 설명했다.
 
한동훈의 주장: 새벽 배송 금지로 해결될 문제 아니다.
- “새벽배송 금지라는 극단적 수단으로 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한동훈은 ‘개인의 자발적 선택’을 강조했다. “새벽배송은 야간 근무 강요에 의한 게 아니라 개인이 주·야간 중 야간을 선택해 근무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 “야간에 교통 상황이 뻥뻥 뚫리고, 주차하기 편하고, 엘리베이터에서 주민과 마주칠 일이 없기 때문에 업무 환경은 더 나은 편이다. 수입도 조금 더 많다. 그렇기 때문에 야간을 선택하는 것이다. 강요에 의해 간 것이 아니다.”
 - 한동훈은 “과로사를 방지하자는 데 100% 공감한다”면서도 “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벽배송을 금지시킨다면, *물류센터* 알바생들은 새벽에 더 많은 일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미화, 편의점, 심야운전 등 새벽 근무하는 타 업종 사례를 들어 “새벽 근로를 다 금지하자, 이런 얘기를 한다면 일관성이 있는데, 굳이 왜 민주노총이 지금까지 장악하지 못해 알력을 빚고 있는 새벽배송을 타기팅해서 없애야 한다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 물류센터(풀필먼트센터, FC):
쿠팡이 운영하는 대형 물류의 거점. 여러 도시와 지역에 들어서 있다. 상품 입고, 보관, 분류, 포장, 출고 등 물류 전 과정을 관리하고 있다. 쿠팡 계열사인 쿠팡풀필먼트서비스(Coupang Fulfillment Services, CFS)가 운영을 책임지고 있다. 반면, 쿠팡 캠프는 물류센터보다는 작은 규모로 물류센터에서 넘어온 상품을 분류, 소분, 포장하는 최종 단계의 물류 작업장이다. 쿠팡의 배송 전문 자회사 쿠팡 로지스틱스 서비스(Coupang Logistics Services, CLS)가 운영한다.

“배송 제한해도 ‘새벽배송’ 서비스 가능하다.”
- 이날 토론회서 가장 치열했던 논점은 장혜영 발언에서 비롯했다. 장혜영은 “배송을 제한해도 ‘새벽배송’ 서비스는 유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택배 노동자의 야간 근무를 이대로 현상 유지하는 것은 가장 나쁜 안”이라고 전제한 뒤 “과로사 문제를 해결하면서 동시에 소비자들이 새벽배송이라는 편익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안이 사회적 대화 기구에 제출됐다”고 밝혔다.
 - “0시에서 5시 사이에 택배 노동자들이 일을 하지 않아도 새벽배송 서비스는 유지가 가능한 안”, “새벽배송 서비스는 최대한 유지하면서 노동자 죽음의 원인이 되는 고강도 장시간 심야 노동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합리적 안”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 쿠팡 새벽배송 노동자는 대략 오후 8시 30분(1차), 오전 0시 30분(2차), 오전 3시 30분(3차) 등 하루에 3번씩 캠프에 들어가 물품을 직접 분류한 후 싣고 나오는 작업을 반복한다. 택배노조는 자정에서 오전 5시 배송 업무를 제한하고, ‘오전 5시 출근조, 오후 3시 출근조’로 나누는 방식을 제안했다. 긴급한 새벽배송의 경우 오전 출근조가 담당하자는 것. 이렇게 하면 물량 감소 없이 노동자 수면 시간과 건강권을 보장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 장혜영은 “택배 노동자들이 배송뿐 아니라 분류 작업, 그리고 *프레시백*(쿠팡이 신선식품 배송을 위해 사용하는 다회용 보랭 가방)을 정리하고 회수·반납하는 작업, 즉 자기 일이 아닌 일을 5시간 정도 하고 있다”며 “이 일을 담당할 수 있는 사람을 채용하면, 쿠팡이 아주 조금만 시스템을 개선하면 얼마든지 새벽배송을 유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새벽 5시 출근해 2시간 만에 배달? 불가능.”
- 한동훈은 “0시에서 5시 사이 배송 기사들이 택배하지 않으면 (물건을) 새벽에 받아볼 수 없다”며 “*집하 및 상하차* 시간이 있는데, 오전 5시부터 일을 하면 어떻게 새벽배송 서비스가 유지되나. 새벽배송은 새벽에 출발하는 게 아니라 새벽에 받는 거다. 절대 유지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 한동훈은 “0시에서 5시까지 새벽배송을 하지 않고 오전 5시에 배송 출발하면 그보다 앞선 시간에 분류와 집하, 상하차가 이뤄져야 한다.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알바생, 일용직 입장에서는 지금보다 더 과로에 노출된다”고 주장했다.
 - 반면, 장혜영은 “쿠팡에서 죽어나가는 사람들은 택배 노동자뿐 아니라 물류 노동자도 많다. 물류 노동자의 심야 노동도 너무 중요하다”면서도 “물류센터는 야간조, 오후조, 신선조 등 시스템으로 24시간 운영되고 있고, ‘3회전 배송’을 하던 것에서 2회차(2차·3차) 배송이 빠지는 것이 물류센터 일과 직접적으로 관련 있지 않다”고 반박했다.
 - 한동훈은 “새벽배송을 금지하면 물량이 빠지지 않는데 어떻게 (물류센터 노동자들이) 새벽에 준비하지 않을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물류센터는 24시간 돌아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장혜영은 “(새벽배송 금지가) 물류 노동자의 노동 강도와 업무를 가중한다고 하는 건 시스템을 잘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 집하 :
물류·택배업계에서 상품이나 물품을 한곳에 모으는 걸 뜻한다. 쿠팡의 경우 고객들의 빈 프레시백을 수거해 물류센터나 캠프로 모으는 작업 및 시간대를 의미.
📌 상차(上車)와 하차(下車):
상차는 물류센터에서 포장된 상품을 트럭에 적재하는 작업. 하차는 트럭에서 상품을 내려 물류센터 내부 또는 지정된 구역으로 옮기는 작업.
“새벽배송 원치 않아도 인터페이스 때문에…”
- 장혜영은 “새벽배송을 원하지 않는 사람도 인터페이스(쿠팡 앱 시스템) 때문에 너무 당연하게 새벽배송을 시킨다”고 했다. 한동훈은 “소비자들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고 반박했고, 장혜영은 “당연하다. 앱 안 써보셨느냐”고 반문했다.
 - 진행자 CBS 앵커 박재홍은 “새벽배송을 원하는 소비자가 굉장히 많다”고 개입했고, 장혜영은 이를 인정하면서도 “고강도 노동을 줄일 수 있다고 하면, 반드시 새벽배송으로 물건을 받아야 하는지 아닌지 옵션을 제안할 수도 있다”고 했다.
 
“왜 제3자인 민주노총이 나서나.”
- 한동훈은 지난 9월 출범한 ‘택배 사회적 대화 기구’를 “민주당 및 민노총 등 몇몇 단체가 주도하는 것일 뿐 국민의힘은 참여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동훈은 “새벽배송을 담당하는 기사들과 새벽배송을 받는 2000만 시민은 이 서비스를 유지하길 원한다. 그런데 밖에서 제3자가 ‘건강에 문제가 있으니까 없애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인가”라고 물었다.
 - 장혜영은 “민주노총 택배노조 노동자는 쿠팡과 택배 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당사자다. 당사자 개념을 너무 축소해 얘기하고 있지 않느냐”고 물은 뒤 “택배 서비스는 모든 시민 삶에 영향을 끼친다. 택배 노동자 건강은 모든 국민 건강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는 정치인이 당연히 얘기해야 하는 주제다. ‘제3자는 빠져라’ 이런 식으로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토론회 평가: 심야 근무 없이 새벽 배송 유지 가능한가.
- “0~5시 배송을 제한해도 새벽배송 서비스는 유지 가능하다.” 토론회 최대 쟁점은 이 주장에 대한 시비였다. 아이러니하게 새벽배송 금지 반대하는 여론을 무시할 수 없음을 드러낸 발언이다. 그만큼 새벽배송은 소비자 만족도가 높은 서비스고, 일상으로 자리 잡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 노동계와 민주당 진영의 숙제이기도 하다. 노동자 건강권 보호는 한동훈도 “100% 공감한다”고 말할 정도로 당위와 명분이 있지만, 실제 사회적 합의를 이루긴 위해서는 쿠팡의 거대 소비자 집단과 새벽배송으로 하루하루 생계를 이어가는 노동자들을 원하는 정책 방향으로 ‘유인’할 수 있어야 한다.
 - “어떤 이슈를 다룰 때 ‘새벽배송 노동자는 죽음을 각오해야 한다’고 극단적으로 얘기해버리면 현실 문제 해결은 더 어려워진다. 죽음을 각오하려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 다 돈을 조금이라도 더 벌고, 여러 생활 필요에 의해 이 직업을 선택한 것이지.”
 - 이와 같은 한동훈 지적을 어떤 논리로 반박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룰지, 민주당 및 노동계 내에서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