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우리포트] 합의제 위원회는 원래 시끄러운 것… 정치적 후견주의는 극복하되, 독임제 전환이 대안이 될 수는 없다. (⌚7분)
윤석열 정부 3년을 지내면서 얻은 역사적 교훈은 제도는 선의로만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윤석열은 공적 인프라의 취약점을 공격하고 우리 사회가 합의한 원칙을 무너뜨렸다.
방송통신위원회 정상화와 미디어기구 개편 방안을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주최하는 연속 토론회 두 번째 순서다. 최영묵(성공회대 교수)의 발제에 이어 김현(민주당 의원)과 최민희(민주당 의원) 등의 토론이 이어졌다.
- 첫째 쟁점은 방통위 강화냐, 독임제 보완이냐다.
- 둘째 쟁점은 방통위의 정치 병행성을 어떻게 극복할 것이냐다.
- 셋째 쟁점은 공적 규제와 시장 진흥의 두 마리 토끼를 한 조직에 담을 수 있느냐다.
세 가지 쟁점은 모두 연결돼 있다. 토론회 주요 내용을 정리했다.
방통위의 흑역사.
- 1998년 김대중 정부가 방송위원회를 만들면서 방송을 국가 공보 기능에서 공공의 영역으로 가져왔다. 방통위 논의는 여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 이명박 정부는 2008년 방송위를 방통위로 개편하면서 공영 방송을 장악하고 보수 신문에 종합편성 채널을 안겨줬다.
- 박근혜 정부는 미래창조과학부를 만들고 방통위 역할을 축소했지만 공영 방송을 놓지 않았다.
- 이대로는 안 된다는 문제의식이 컸지만 문재인 정부는 시스템을 건드리지 않았다.
- 윤석열 정부는 합의제 시스템을 무너뜨리고 독임제(의사결정 권한을 단일 개인에게 부여하는 제도)처럼 운영하면서 방통위를 망가뜨렸다. 파행에 파행을 거듭했고 고쳐 쓸 수 없는 지경이라는 말이 나오는 상황이 됐다.

방통위 개편 세 가지 안.
- 첫째, 미디어콘텐츠부와 공영방송위원회를 나누는 방안은 독임제 부처 아래 합의제 행정위원회를 두는 구조다.
- 둘째, 미디어콘텐츠부와 공공미디어위원회를 별도로 두는 방안도 있다. 독임제 부처와 합의제 위원회를 별도로 두는 구조다.
- 셋째, 방통위를 확대하는 방안도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방송진흥정책관 업무를 가져와서 합치자는 제안이다.
- 독임제 부처를 만들자는 이야기가 나오는 건 공영 방송의 독립 못지 않게 미디어 콘텐츠 산업의 진흥이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 이진순(민언련 이사, 성공회대 겸임교수)은 “방통위를 독임제 부처 아래 두자는 건 언론의 자유와 독립을 위해 싸워왔던 모든 노력을 수포로 돌릴 수 있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두 가지 법안.
- 김현은 방통위를 폐지하고 5인 체제의 시청각미디어통신위원회로 전환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새로운 조직을 만들고 뉴미디어를 포괄하는 방안이다.
- 최민희는 방통위의 권한을 다시 강화하고,위원 수를 늘려 합의제 기구의 대표성과 민주성을 높이는 법안을 발의했다. 방송통신심의위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내용도 담겼다.

“방송 공공성이 핵심이다.”
- 최영묵은 “규제와 진흥을 포괄하는 합의제 기구를 복원하고 정상화하는 게 1차적인 과제”라고 강조했다.
- 정상화가 우선이고 어떻게 새로운 질문을 포괄하느냐는 다음 과제라는 이야기다.
- 복원이냐. 신축이냐. 최영묵은 복원을 선택했다.
- 최영묵은 “방통위는 한 번도 제대로 굴러가지 않았다”면서 “방송의 공공성을 지키는 게 방통위 개편 논의의 핵심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규제와 진흥을 한 바구니에 담아야 한다.”
- 지상파와 종편은 방통위에서 공공성 규제로 묶고 OTT는 독임제 부처에서 진흥한다? 양한열(오픈미디어연구소 소장)은 “이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 “규제와 진흥은 동전의 양면”이고 “규제 완화가 진흥”이라는 이야기다. 공영 방송은 생존의 위기에 내몰리고 있고 오히려 빅테크 플랫폼에 시장 지배력 남용이나 불공정 거래 등의 이슈가 많다.
- 양한열도 방통위를 강화하자는 입장이다.
“공공성 강화하되, 산업 진흥은 독립된 부처에서.”
- 이상원(경희대 교수)은 이날 토론회에서 유일하게 독임제 부처 신설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 방통위 정상화는 당연히 필요하고 정치적 후견주의를 극복할 필요도 있다. 방송학회와 언론학회, 언론정보학회 등 미디어 3개 학회는 방통위를 5명 체제에서 9명이나 11명으로 늘리되 국회 추천을 4명 이내로 줄여 정파성과 영향력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시민 추천위원회나 특별 다수제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 이상원은 방통위 정상화와 별개로 3개 부처로 파편화된 구조를 손봐야 한다고 본다. 지금은 콘텐츠는 문화체육관광부, 플랫폼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규제는 방통위와 공정거래위 등으로 쪼개져 있는 상태다.
- 이상원은 “10년 전이면 확장된 통합 위원회를 가져가자고 했겠지만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다”면서 “실패할 위험이 낮은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 독립된 위원회를 두되 정보미디어부를 신설하고 대통령실에 통합과 조정하는 기능을 두자는 제안이다. 이상원은 “사회 문화적인 목표와 경제적인 목표를 함께 가져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기정통부는 이미 독임제, 제대로 하고 있나.
- 고민수(강릉원주대 교수)는 이상원의 주장을 반박했다.
- 합의제 시스템에 문제가 많았던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독임제 부처가 대안이 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고민수는 방통위가 정치적 후견주의에서 탈피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동의하지 않는다. “오히려 합의제 기구라서 이 정도로 투명해졌다고 봐야 한다”는 이야기다.
- 고민수는 표현의 자유의 영역에 해당하는 방송 정책을 독임제 부처에 맡기는 건 매우 위험하다는 입장이다.
- “민간 영역과 공공 영역을 구분하는 게 가능한가. 경쟁하지 말라는 건가. 공공 영역에 가둬두면 도태하기 쉽다. 갈라파고스화할 우려가 있다. 동일 서비스 동일 규제와도 맞지 않다.”
- “독임제로 가야 산업화에 도움이 된다는 전제에 동의할 수 없다. 지금도 OTT 주무 부처는 과기정통부다. 독임제 기구인데 왜 못하나.”
- 고민수는 “기본권적 가치의 실현을 우선 가치로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원성과 다양성을 보장하려면 합의제 시스템을 유지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합의제 시끄럽다고 독임제로 갈 수는 없다.”
- 전국언론노조도 합의제를 지지한다.
- 이준형(언론노조 전문위원)은 “독임제 부처 중심으로 개편될 경우 공적 책무보다 시장주의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흐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 합의제 시스템이 늘 충돌을 빚는 것 같지만 실제로 격론이 벌어지는 건 전체 안건의 1% 뿐이다.
- 이준형은 합의제 시스템의 문제라기보다는 3:2의 여야 추천 구조가 문제라고 본다. 정쟁화를 극복할 해법이 필요하지만 합의제를 허물 이유가 될 수는 없다는 이야기다.
- 이준형은 “중간지대나 독립지대를 만들거나 위원 추천 기준과 절차를 투명하게 가져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핵심은 합의제의 복원, 프레임을 꼬이게 만들면 안 된다.
- 이진순은 “본질에 집중하자”고 제안했다.
- “어차피 방송 3법이 통과되더라도 이진숙(방통위원장) 1인 체제는 고쳐 쓸 수 없다. 어렵게 피와 땀으로 진행한 방송 3법이 공중에 뜬다. 일단 개편하고 순차적으로 보완해 나가야 한다.”
- 이진순은 “독임제냐 아니냐 프레임이 논의를 꼬이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 핵심은 위원회의 위상과 규모와 역할을 어떻게 할 거냐다. 논의를 뒤섞으면 안 된다는 이야기다.
- 독임제 부처가 없었던 게 아니다. 이진순은 “합의제 위원회를 축소하거나 독임제 부처의 하위 조직으로 수직화하는 건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 정치적 독립성은 다른 문제다. 중앙선관위나 국가인권위처럼 대법원장 추천을 포함할 수도 있고 과거 통합방송위처럼 규모를 늘리고 민간 영역 참여를 늘리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방송 3법은 1단계, 방통위 정상화가 2단계.
- 김현은 방통위법 개정안이 30년에 걸친 미완의 과제라고 본다.
- 일단 방통위법 개정안이 50일 안에 통과돼야 방송 3법의 효과를 볼 수 있다.
- 김현이 제안하는 시청각미디어통신위는 문재인 정부에서 논의되다가 멈췄고 윤석열 정부에서 뒷전으로 밀렸다. 문체부와 과기정통부, 방통위로 나뉘어 있는 규제와 진흥을 통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 1단계는 방송 3법, 2단계는 방통위 정상화, 3단계는 미디어 발전위원회로 간다는 계획이다.
- 대통령이 상임위원 임명을 하지 않고 버티는 문제도 보완했다. 결격 사유가 없다면 국회 추천 이후 14일 이내에 대통령이 임명하되 14일이 되면 임명된 것으로 간주한다는 조항을 넣었다.
- 김현은 기자들에게 당부했다. “읽지도 않고 쓰지 말자. 이 법은 누구를 축출하기 위한 법이 아니다. 시대 상황을 반영하고 국민의 요구를 관철시키는 게 과제다.”
“분명히 말한다. 독임제는 고려 대상이 아니다.”
- 최민희는 “분명히 말한다, 독임제 안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 “독임제는 해법이 될 수 없다. 과기정통부가 10년을 망쳤다. 방통위만 망친 게 아니다. 다 없애고 독임제 할 거냐. 위원회 구조에 문제가 있다고 해서 국가인권위나 국민권익위나 다 없애고 독임제 부처로 갈 건가.”
- 이상원은 미디어 학회에서 독임제를 제안했다는 건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당연히 독립적인 위원회를 전제로 한 논의라는 이야기다.
- 이상원은 다만 “수평적 규제 체계를 도입한 대부분의 나라에 독임제 부처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방통위원은 시민 추천 필요 없다.
- 방통위 위원을 늘린다면 추천 구조를 확대할 것이냐를 두고 의견이 엇갈렸다.
- 최민희는 “방통위의 정치적 독립성을 공영방송 이사회 구성과 같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방통위는 무소속 독립 기구나 민간 기구가 아니라 정부 조직고 방통위 상임위원은 시민사회가 추천하는 부처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방통심의위와도 다르다.
- 이진순은 “법리적 근거도 시대 정신에 따라 융통성 있게 변화 발전시킬 수 있다”고 반박했다.
- 노종면(민주당 의원)은 “위원 수가 늘어난다고 해서 추천 주체를 다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합리적인 추천 방식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은 5명의 위원을 대통령이 2명, 여당과 야당이 각각 1명과 2명을 추천하는 방식이다. 대통령 임기와 위원 임기가 맞물리지 않기 때문에 여야 구도를 두고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결론: 좀 더 강력한 방통위… 규제와 진흥, 두 마리 토끼는 여전히 과제.
- 민주당의 미디어 정책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토론회였다.
- 문제는 제도가 아니라 운영이고 취약점은 보완하고 고쳐가면서 가야 한다는 데 방향을 모았지만 여전히 반론도 많다.
- 민주당 미디어 정책을 설계하고 있는 최민희와 김현의 의지가 강력한만큼 독임제 부처 없이 방통위 조직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
- 방통위가 그동안 규제 이슈에 치우쳐 있었다는 반성과 함께 강력한 합의제 시스템의 복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렸다. 독임제 부처 신설이나 전환에는 반대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최민희와 양한열, 이진순 등은 “합의제를 강화한다는 원칙은 흔들릴 수 없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 합의제 시스템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는 데 의견이 일치하지만 독임제를 만들어서 쪼개는 걸로 해결할 문제는 아니라는 이야기다.
- 정치적 후견주의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남는다. 정부와 여당이 과반을 갖는 구조가 달라지지 않을 거라고 보기 때문이다. 합의제 위원회의 태생적 한계도 있고 규제와 산업 진흥이 함께 가기 어려운 문제도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이상원 외에 반대 의견이 거의 없었지만 반대 의견도 상당하다는 사실은 간과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