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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구경 만큼 재밌는 게 없다. 일론 머스크(테슬라 CEO)와 마크 저커버그(메타 CEO)가 한판 붙겠다고 해서 떠들썩했는데 저커버그가 먼저 크게 한 방을 먹였다.

인스타그램이 내놓은 스레드(Threads)는 정확하게 트위터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데 기세가 심상치 않다. 4시간 만에 500만 명, 7시간 만에 1000만 명, 16시간 만에 3000만 명을 넘어섰다. 5일 동안 10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한 챗GPT를 따라잡았다.

(‘쓰레즈’가 좀 더 가까운 발음이다.)

이게 왜 중요한가.

  • 소셜 미디어 피로감이 늘어나는 추세다. 최근 몇 년 사이 성공한 플랫폼도 없었다. 클럽하우스가 반짝 떴다가 흐지부지 꺾였고 트위터와 페이스북도 급격히 늙어가는 분위기다. 이런저런 트위터 대체재가 있었지만 모두 고만고만한 상태다.
  • 머스크는 2022년 10월 트위터 지분 100%를 440억 달러에 인수했는데 그때가 그나마 트위터가 살아 있을 때였다. 트위터 매출은 2020년 37억 달러에서 2021년 50억 달러를 찍고 지난해에는 44억 달러로 줄었다. 세계적으로 2020년 3억4700만 명에서 지난해 4억1000만 명으로 늘었지만 미국만 놓고 보면 같은 기간 동안 7000만 명에서 6300만 명으로 줄었다. 올해 상황은 더욱 좋지 않다.
  • 이런 상황에 트위터를 거의 그대로 베껴 만든 것 같은 스레드가 나왔다. 머스크 인수 이후 트위터를 떠나야겠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열광하고 있다. 머스크가 빡칠 만한 상황이다.
  • 소셜미디어투데이는 “지금까지 나온 트위터의 도전자 가운데 가장 강력하다”고 평가했다. 트위터의 활성 이용자 수는 하루 2억5000만 명 수준인데 인스타그램은 10억 명이 넘는다.
  • 라스베이거스 옥타곤에서 한 판 붙기로 했는데 이미 싸움이 시작된 상황이다.
  • 저커버그가 주짓수를 배우고 있다고 하니 머스크가 “싸울 준비가 돼 있다”고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던 것도 임박한 스레드 출시와 무관하지 않았을 것이다.
  • 뉴욕타임스가 “트위터 킬러라는 표현을 쓴 것도 눈길을 끈다.

트위터와 비슷하지만 다르다.

  • 500자까지 쓸 수 있고 동영상도 최대 5분 길이로 올릴 수 있다. (트위터는 140자에서 늘어서 280자다.)
  • 트위터가 어설프게 유료화를 도입한 것과 달리 스레드는 아직까지 완전 무료다.
  • 인스타그램 아이디를 그대로 쓸 수 있다는 게 매력이다. 인스타그램 팔로워들이 그대로 넘어오기 때문에 황량한 느낌도 없다. 참고로 인스타그램 가입자는 올해 4월 기준으로 16억 명이다. 인스타그램 가입자가 건너오기 시작하면 트위터와 게임이 안 될 수도 있다.
  • 이용자 보호도 신경을 썼고 페이스북의 익숙한 타임라인 문법이 곳곳에 보인다. 16세 미만은 가입면 비공개가 디폴트다. 특정 단어나 문구가 들어간 댓글을 숨길 수 있는 옵션도 있고 나를 태그하거나 댓글을 남길 수 있는 권한을 지정할 수 있다.
  • 테크크런치는 “인스타그램의 청교도적 가이드라인이 스레드가 트위터를 대체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트위터와 달리 익명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페디버스와 액티비티펍.

  • 트위터가 벽으로 둘러싸인 정원(walled garden)이었다면 스레드는 개방형 플랫폼으로 가면서 판을 바꾸려 할 가능성이 크다. 페디버스와 액티비티펍이라는 키워드를 눈여겨 봐야 한다.
  • 장기적으로 스레드는 페디버스(Fediverse)로 통합될 거라고 한다. 페디버스는 연합(federation)과 유니버스(universe)를 합친 말인데 개방형 통신 프로토콜이라는 의미다.
  • 메타의 설명에 따르면 스레드는 개방형 소셜 네트워킹 프로토콜과 호환되도록 설계된 메타의 첫 번째 앱이다.
  • 액티비티펍(Activity Pub)페디버스 기술 가운데 하나세상의 모든 인터넷 서비스를 하나의 소셜 그래프와 콘텐츠 공유 시스템에 연결하여 소셜 네트워크를 상호 운용할 수 있는 기술이다. 카카오에서 보낸 이메일을 구글이나 네이버에서 받을 수 있는 것처럼 좀 더 열린 플랫폼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개념이다. 벽을 허물고 인터넷을 복원하자는 원대한 계획이다.
  • 카카오톡이 등장하기 전 네이트온 메신저와 MSN 메신저, 야후 메신저 등이 서로 메시지를 주고 받던 기억을 떠올리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 스레드가 액티비티펍을 지원하면 마스터돈이나 워드프레스 같은 앱들과 상호 호환이 가능하게 된다.
  • 더버지(The Verge)는 “많은 사람들이 페이스북과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에 행복하게 로그인하고 있다”면서 “이들을 갈아타게 만드는 건 쉽지 않을 것이고 플랫폼이 좀 더 개방적인 모델을 지원하도록 압박하는 불가능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거대 플랫폼 기업들이 착한 일을 할 이유가 없다(little incentive to play nice)고 했는데 메타가 액티비티앱을 지원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메타가 트위터를 베꼈나.

  • 메타는 틱톡을 베껴서 릴스(Reels)를 만들고 서브스택을 베껴서 불레틴(Bulletin)을 만들었다. 해시태그도 트위터에서 먼저 시작했고 페이스북에 도입됐다. 멘션도 트위터에서 먼저 시작했다.
  • 유튜브 쇼츠도 틱톡을 베낀 것이다. 트위터도 클럽하우스를 베껴서 스페이스를 만든 적 있다. 애초에 틱톡은 바인을 베낀 것이고 틱톡도 비리얼(BeReal)을 베껴서 틱톡 나우를 만들었다.
  • 스냅챗을 베껴서 인스타그램은 스토리를 만들었고 트위터는 플릿을 만들었다.
  • 스레드가 트위터를 베낀 거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노골적으로 베끼고 찍어누르는 게 이 바닥의 경쟁이다.
  • 트위터 창업자 잭 도시는 “우리는 하늘을 나는 자동차를 원했지만 7개의 트위터 클론을 얻었다”고 비꼬기도 했다. (아래 공유한 그림은 A: Threads B: Twitter C: Bluesky D: Mastodon으로 추정된다. E는 의견이 분분하다.)

전망.

“다음 트위터는 없다.”

  • 에브리 창업자 나단 바스케츠(Nathan Baschez)는 “트위터는 죽지 않을 것이지만 구조적으로 쇠퇴하고 있다”면서 “다음 트위터는 없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머스크 덕분에 트위터를 공공 공간으로 활용하는 것이 점점 더 위태로워졌고 서비스도 점점 더 버그가 많고 망가지는 느낌이 든다”는 비판이다.
  • 초기 인터넷 시대에는 중앙 집중화가 자연스러운 전략이었다. 사람들이 많이 연결되고 있으니 더 많이 연결하기만 하면 된다는 접근이었다. 그러나 세상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과정에서 피로도가 높아졌고 극단주의자들이 설치기 시작했다. 커뮤니티 중재가 작동하지 않는 중앙 집중형 플랫폼의 한계였지만 트위터에는 출구가 존재하지 않았다. 지금 사람들이 찾고 있는 건 트위터의 대안이 아니라 완전히 다른 소셜 미디어다.
  • 노아 스미스는 “인터넷은 파편화되기를 원한다(The internet wants to be fragmented)”고 진단했다. “오래된 인터넷이 우리에게 가르쳐준 진실은 대화 상대를 선택할 수 있을 때 토론이 더 잘 작동한다는 것이다.”
  • 스레드가 트위터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일단은 트위터의 카피캣으로 출발했을 뿐 페디버스든 액티비티펍이든 아직까지 특별히 다른 모습을 보여준 건 아니다. 트위터에 대한 불만과 인스타그램의 기반으로 초기에 사용자를 끌어모으긴 했지만 폭발력과 지속성은 여전히 의문이라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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