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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코리아 칼럼] 이재명 정부의 복지 청사진이 작동되려면? 기본사회, 연기금 운용 등 국정위 복지정책 지도. (김정목/노동운동가) (⌚7분)

이재명 정부가 앞으로 5년간 추진할 국정운영 계획이 지난 13일 공개됐다. 1호 과제는 개헌이고, 권력기관 개혁, 동일임금 동일노동 정책 등 123개 과제가 제시됐다. 국정기획위원회(이하 ‘국정위’)가 지난 두 달간 작업한 결과로 국정위는 210조 원의 재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들 과제들를 여러 논의와 최종 검토를 거쳐 추후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

국정과제는 공개본뿐만 아니라 비공개본인 ‘세부이행계획’도 존재하는데, 여기에는 구체적 정책 방향뿐만 아니라 그에 따르는 연차별 집행계획과 리스크 관리 등 담당 부처가 해야 할 미션이 상세히 담겨있다. 일종의 ‘5년간의 정책지도’ 역할을 하는 셈이다. 국정위에서 그 지도가 만들어지는 과정에 참여한 경험을 토대로, 복지 정책을 중심으로 어떤 과제가 있고, 쟁점과 한계가 무엇인지를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지역사회 통합돌봄, 지역 간 격차가 관건

이번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하게 될 복지정책의 핵심 중 하나는 ‘지역사회 통합돌봄’(이하 ‘통합돌봄’)이다. 이미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한국에서 가장 큰 사회적 위험은 노후 불안으로서 건강과 돌봄의 위기를 수반한다. 노인이 되어 자신이 사는 생활 반경 내에서 계속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의료와 요양을 함께 제공하자는 것이 통합돌봄의 취지다.

그동안 분절적으로 설계·시행되고 있던 장기요양-의료-지역사회 내 각종 서비스들을 통합적으로 제공하고, 지역 주민의 삶에 대해 실질적 기능을 제공하지 못하는 지자체의 능력과 권한을 다시 세우는 것이 통합돌봄의 핵심 내용이다.

내년 3월 본사업 시행이 예정된 가운데, 국정위는통합돌봄을 책임있게 뒷받침할 범정부 정책추진단을 구성하는 등 복지부 내 통합돌봄을 관할하는 조직을 만들었다. 동시에 초기 2년 동안 보편적 서비스 개발과 확충을 위해 예산을 적극 지원하고, 이후부터는 성과에 기반 한 예산지원 차등화를 할 예정이다. 지자체가 효율적인 정책집행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근거도 마련했다. 시군구 단위에 전담 조직을 설치해 전담인력의 대폭 확충, 보건소 등과 같은 기존 지역사회자원을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서비스 내용에서도 기존 재가서비스와 통합재가기관을 확대하고 재가의료와 재택간호, 방문재활과 방문영양, 퇴원환자에 대한 서비스를 마련하도록 했다. 그동안 충분치 못했던 서비스의 양이나 종류를 보강하는 것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 사회보험기관(국민건강보험공단·국민연금공단 등)과의 협력적 관계 구축, 서비스 인프라 취약지에서 사회서비스원의 역할 등에 대한 논의는 추후 검토할 예정이다.

또한 고령자 돌봄을 위한 지원주택으로서 케어안심주택, 퇴원환자 ‘중간집’ 등 여러 모델을 활용할 방안도 담겼다. 대상자도 노인뿐만 아니라 장애인, 정신질환자까지 임기 내에 확대할 계획이다.

여러 논의가 방안이 제시됐음에도 불구하고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 통합돌봄은 결국 ▲지자체의 적극적 행정 수행 ▲대상자들의 욕구에 대한 충분한 발굴과 서비스 연계의 매끄러운 실행 ▲지역 내 서비스의 종류와 양의 충분함 등 각 요소들이 잘 어우러지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을 비추어보면 이것들이 실제 가능할지 확신하기 매우 어렵다. 자칫 종합적 역량이 좋은 지자체에서만 적정한 서비스가 충분히 제공되고, 그렇지 않은 곳에서는 문제가 더 심화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통합돌봄에서는 지역간 격차의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는지가 과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책임 확대 천명한 공적연금, 기금으로 옮겨진 전쟁터

작년 한 해를 가장 뜨겁게 달군 복지 분야 열쇠말 중 하나는 ‘연금개혁’이었고 이 부분도 국정과제에 담겼다. 21대 국회 막바지 시민참여 공론화를 통해 십수년간 논쟁이 이어진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보험료율’ 조정은 22대 국회에서 소득대체율 43%-보험료율 13%로 일단락되었고, 각종 크레딧 확대와 국가지급보장 명문화 등 의미있는 진전도 있었다.

국정위는 이 기반 위에서 노후소득에 대한 공적 책임을 더욱 확대하고 실질적 노후소득을 보장할 수 있는 방안에 집중했다. 청년세대의 연금 불신 해소를 위해 ‘청년 생애 첫 보험료 지원’을 새로이 도입하기로 했다. 또한 군 복무 크레딧을 복무기간 전체로 확대해 인정하는 방안과 출산크레딧을 출산 시 바로 적용하도록 하는 등의 개편안을 담았으며, 특수형태근로노동자 등 저소득 지역가입자의 보험료 지원 등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여러 노력을 추진할 것임을 밝혔다.

일하는 노인에 대한 국민연금 감액제도 및 부부 단위 기초연금 감액제도의 개선에 관한 내용도 국정운영 계획에 담겼다. 국회 연금특위 논의와 연계해 다층노후소득보장체계를 구축하는 과제들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는 점도 담겨있다.

국가 책임의 강화 의지가 명확한 가운데, 국민연금의 재정 및 기금운용과 관련된 내용도 과제로 선정되었다. 이 부분은 대선 당시 공약은 아니었으나, 국정과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논의되었다. 특히 ▲국가재정 역할 강화, ▲수익률 제고 및 기금의 사회적 책임 강화 등의 내용이 포괄되었는데, 향후 연금을 둘러싼 사회적 논쟁이 제도가 아닌 ‘기금’에서 벌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먼저 ‘국가재정 역할 강화’는 말 그대로 국민연금재정에 대한 국가의 실질적 역할을 확대하는 부분을 담고 있다. 국민연금법상 국가는 재정을 ‘계산’만 할 뿐, 국민연금에 대한 일반재정 투입은 거의 하지 않는 등 실질적 책임은 회피해왔다. 건강보험의 경우 법률상 정해놓은 수준을 매해 국고지원하여 재정안정성을 확보해온 것에 견줘 국민연금재정은 사실상 국가가 방치하다시피 했던 것이다. 그 결과 십수년간 기금고갈론이라는 공포마케팅이 활개쳤다. 이번 논의를 통해, 향후 재정구조 내에서 국가의 책임이 어디까지인지를 놓고 상당한 논쟁이 이어질 것이다.

‘수익률 제고 및 기금의 사회적 책임 강화’는 국민연금의 개별 자산군들이 초과수익률을 지속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방안을 종합적으로 검토·실행하는 동시에, 책임투자의 기조에 맞게 전체 자산군이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의 영어 첫 글자 조합, 지속가능성을 달성하기 위한 세 가지 핵심 요소)원칙에 따라 운용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수탁자책임활동(국민의 자산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자산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주주권 행사와 책임투자 활동을 투명하게 이행하는 일련의 활동)의 경우 큰 변화를 내포한다고 볼 수 있다. 재벌대기업의 경영권 방어나 환경 및 사회 관련 이슈 대응과 관련하여 국민연금의 수탁자책임활동은 그들의 이해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었는데, 이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취지이기에 자본의 입장에서는 그 불편함이 더욱 커질 것이다.

국정과제 수립과정에서 논의된 부분 중 하나로 국민연금의 사회투자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기되었다. 국민연금기금은 주로 ‘신탁기금’적 성격으로 이해되어 단순히 내부의 재무적 수익률에만 집중한 결과 금융 부문에만 99.9%를 투자해왔다. 진보 진영에서는 이러한 흐름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국민연금이 ‘사회투자자본’의 역할도 수행해야 한다고 비판해왔다.

우리나라와 같이 돌봄과 주거환경이 불안정하고 부동산시장에 상당한 자금이 묶여있는 상황에서, 국민연금이 사회적 수익률에 주목하여 임대주택이나 병원, 요양시설 등 공공인프라에도 일부 투자한다면 작금의 문제를 풀어내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문제의식이다. 국정위에서도 이러한 내용이 논의는 되었으나 공식화하지 못했다. 다만 이러한 내용이 추후 이재명정부에서 충분히 검토되고 추진될 수 있는 여지는 남아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

이재명 정부 비전 ‘기본사회’, 얼마나 왔나

문재인정부 출범 당시 사회정책의 비전으로 제시되었던 ‘포용적 복지국가’는 그 의미가 무엇인지 모호한 측면이 있었다. 당시 국정과제 수립단계에서 포용적 복지국가라는 단어가 들어가긴 했지만 그 함의와 구체적인 전략이 무엇인지 등에 대해 상세한 설명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후 설치된 정책기획위원회가 사회정책뿐만 아니라 경제정책까지도 아우르는 ‘혁신적 포용국가’라는 개혁비전과 과제들을 제시하고 논란을 잠재운 바 있다.

새정부의 복지비전은 ‘기본사회’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헌법상 권리라 할 수 있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을 보장하려는 비전이라 할 수 있다. ‘조건 없이 누구나 누리는 서비스’ 등 4대 전략기본돌봄, 기본의료, 기본주거, 기본통신 등 10대 핵심 과제를 통해 ‘기본적 삶 보장으로 모두가 행복한 사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아울러 대통령 소속 기본사회위원회 뿐만 아니라, 시도와 시군구에서도 지역위원회를 설치해 기본사회 종합계획 및 전략과제 수립, 시민사회와의 협업 등을 실행하도록 설정했다.

기본사회를 추진의 핵심은 거버넌스다. 이와 관련해 신설될 기본사회위원회는 기존의 사회보장위원회와 기능이 중복될 수 있다는 논란이 제기될 여지가 있다. 그러나 기본사회위원회는 더 폭넓은 의제를 다루고, 지자체까지 포함하는 총체적 접근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단순히 총리 주관의 회의체로서 역할을 하는 사회보장위원회보다 더 포괄적인 정책 논의와 기획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기본사회위원회가 실질적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 시선이 적잖다. ‘기본사회’라는 비전이 헌법상 권리 보장의 측면에서 선언적 의미가 크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과제를 안고 갈 것인가에 대해서도 이른 시일 내에 국민들에게 충분한 설명이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가령 최소한 국제노동기구의 ‘사회보장 최저기준 협약’(제102호) 비준과 같은 굵직하고 국민의 삶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전략과제 등을 탑재해 실질적 추진을 이뤄내는 것도 고려해봄직하다. 또한 거버넌스 구성 및 운영에서도 여러 분야의 전문가, 시민단체를 참여시켜 균형감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새정부 복지 지도가 성과를 내려면

늘 그랬듯 새로 출범하는 정부의 과제는 의욕적으로 만들어지고 제시되지만 임기가 끝나갈 무렵 되돌아봤을 때 그 성과가 매우 미미해하여 실망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현재 한국 사회가 헤쳐나가야 할 복합위기를 앞두고서 그러한 현상이 반복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상기의 통합돌봄과 연금, 기본사회 등도 매우 고난도의 과제로, 소수 정치인과 특정부처 관료의 힘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우리라 전망한다.

감히 제언하자면 새정부가 그려낸 복지의 지도가 길잡이 역할을 적극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목적과 과정이 명확히 설정되어야 한다. 새정부 복지정책의 목적이 시민의 삶을 개선하고 사회 전체에 이익을 주는 데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동시에 정책을 수행하고 발전시키는 단계에서 각 분야의 현장 전문가와 노동조합, 시민단체 등과 함께 협력하고 의견을 나누는 모습도 보여줘야 한다. 지난 겨울의 탄핵도 6월 대선도 시민이 만들어냈다. 복지정책도 마찬가지로 시민이 함께 만들어가는 성공의 역사로 기록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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