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코리아 칼럼] 삼성전자 노조 파업, 명분부터 다시 세워라. 사회적 책임 없는 성과급 요구, 대중 지지 얻기 어렵다. (정흥준 /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4분)
노동조합은 노동3권을 가지고 있고 교섭이 평행선일 때 파업을 통해 일을 중단할 권리를 가진다. 극단적이지만 일을 멈춰 회사가 적극적으로 교섭에 나서도록 만든 제도적 장치이자, 다른 법정단체에는 없는 노조만의 고유 권한이다. 그런데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항상 그 권리가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권리를 정당하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해서는 곤란하기 때문이다.
삼성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의 파업 선언이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시스템 반도체인 HBM의 생산을 줄이는 대신 범용D램을 통해 수익성을 개선했고, 올해 평소보다 10배 많은 순이익이 예상된다. 이에 노동조합은 연봉의 50%에 해당하는 성과급 상한제를 폐지하고 순이익의 15%를 노동자들에게 지급하라고 요구하며,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경우 파업을 불사한다고 선언했다. 파업은 노동조합의 권한이지만 대중의 지지를 받지 못하면 성공하기 어렵다.
삼성전자 노조의 파업에는 성공하기 어려운 몇 가지 한계가 있다.

사회적 책임도, 이해관계자 고려도, 연대도 없는 삼전 노조
첫째, 삼성전자의 이례적 성과에는 정부의 세금 감면 정책이 뒷받침되었으나 노동조합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주목하지 못하고 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23년 조세특례제한법(K-칩스법) 개정 이후 감면된 금액이 21조 6482억 원이며 이는 삼성전자가 낸 법인세보다도 많은 금액이다. 국가전략산업이란 이유로 3년 동안 한푼 내지 않고 기업을 운영하는 혜택을 본 것과 유사한데, 성과에 대한 사회적 책임은 빠져있다.

둘째, 회사의 과실을 이해관계자들과 나누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이례적 수익은 삼성전자 노사만이 아니라 하청업체 노사의 노력도 포함된 것이다. 삼성전자에는 소재·부품·장비·물류 등 150여 개 업체, 3만 5천명의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들과 성과급을 나눈다는 이야기는 들리지 않는다.
셋째, 노동조합은 삼성전자 전자제품 부문(DX)과도 성과급을 나누지 않을 것으로 알려져 있어 직원 간 연대도 실현하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크게 반도체 부문과 가전·컴퓨터·휴대폰 등 전자제품부문으로 나뉘어있는데, 이번 반도체 부문의 성과는 반도체 부문의 노동자에게만 적용한다는 것이다.
요약하면, 삼성전자 노조의 요구에는 사회적 책임이 없고, 이해관계자에 대한 고려가 없으며, 동료 노동자와의 나눔도 없다. 삼성전자 노동조합의 파업이 성공하기 어려운 이유다. 파업이 명분을 가지려면 단순히 얼마 동안 일을 멈출 것인가가 아니라 왜 일을 멈출 수밖에 없는지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 이유를 찾을 수 없다면 파업을 하더라도 애초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
성과주의가 불러들인 비극…개선 없인 부작용 나타날 것
지금의 상황은 회사의 책임도 적지 않다. 삼성전자는 1990년대 신인사제도를 도입해 성과급을 가장 먼저 도입한 회사 중 하나였다. 주어진 인건비 예산을 골고루 나누어 주는 대신 고성과자에게 몰아 주면서 직원들 간 위화감이 커졌고, 협력보다는 경쟁하는 조직 문화가 일찌감치 자리 잡았다. 연봉의 40% 가량이 성과급으로 지급되다 보니 이제는 임금인상률이 아닌 성과급 배분을 두고 노사 간 힘겨루기를 하게 된 것이다. 지금의 노사 갈등은 회사의 지나친 성과주의가 불러들인 비극이다.
임금은 공정성과 함께 예측가능성이 중요하다. 월급으로 한 달을 살아가는 노동자들에게 중요한 것은 일한만큼 정당한 보상을 받는 것과 얼마를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한 예측이다. 그런데 대기업 성과급 제도는 내부적으로 ‘공정성’을 의심받고 있으며 외부적으로는 ‘사회적 박탈감’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성과급 논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첫째, 성과급 비중을 줄여 임금 안정성을 높이되 직무가치에 비례한 보상으로 바꿔야 한다. 이 기준은 정규직만이 아니라 비정규직에게도 동일하게 적용해 비슷한 일을 하고 있다면 비슷한 임금을 지급하는 관행을 만들어야 한다.
둘째, 성과급을 활용한 인재 전쟁을 중단해야 한다. 하이닉스는 삼성전자의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성과급 상한을 폐지했고, 작년 억대 성과급을 지급해 성과급 경쟁을 불러 일으켰다. 두 반도체 회사의 성과급 치킨게임은 성과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 도래하면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것이다. 따라서 지금부터라도 성과급에 대한 개선을 논의해야 한다.
사회적 정당성 갖춰야 파업도 성공한다
삼성전자지부의 파업이 코앞에 닥쳤다. 파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노조가 기존 요구를 수정해 회사에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고 협력사 노동자들과 이익을 공유하며 동료 노동자와도 같은 비율의 성과급 지급을 요구해야 한다.
가장 시급한 사회적 책임은 청년 일자리이다. 순이익의 15%를 반도체 부문 노동자가 독식하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5%는 청년 일자리를 위해 쓰고, 나머지 중 일부를 사내협력사 노동자 및 가전 부문 노동자들에게도 나누도록 요구한다면 삼성전자지부의 파업은 사회적 정당성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사회적으로 정당한 요구는 파업 없이 회사 측의 수용으로 일단락되기도 한다. 그렇지 않고 삼성전자 노사가 끝까지 밥그릇 싸움만 한다면, 삼성전자가 어려움을 만났을 때 국민들이 지금을 기억하고 그대로 되갚아줄 것이다. 삼성전자 노사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2019.06.13. 삼성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