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공유하기

단지 흔한 사고여서, 이 죽음은 우리에게 그저 일상적인 일입니까? 지난 4월 22일, 경기 평택시 평택항에서 일하던 스물셋 나이의 대학생 이선호 씨가 300kg의 철판에 깔려 죽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군 전역 후에 학비와 생활비를 벌고자 잠시 아버지가 일하는 일터에서 일하다가 겪은 비극입니다.

한 번도 투입된 적 없는 개방형 컨테이너 해체작업에 안전요원도 없이, 안전모도 쓰지 않고 투입된 것입니다. 선호 씨를 보지 못한 채 지게차 기사가 컨테이너 한쪽 날개를 접으면서 반대편 날개가 함께 접히면서 발생한 참극이지만, 불과 8일 전 검사에서는 해당 컨테이너는 정상 판정을 받았습니다.

  1. 불법파견
  2. 안전요원이나 지게차 신호수도 없는 안전관리 부재
  3. 컨테이너 불량

비극의 세 가지 조건 중 단 하나만 없었어도 막을 수 있었던 사고입니다. 청년 노동자가 숨지게 되는 비극의 일터, 이런 사고가 끝없이 반복되는 지금 현실은 정말로 미스테리 합니다.

8년 째 일하던 자신의 일터에 자식이 와서 일하다가 죽은 비극적 사건을 마주하는 아버지의 마음이 어떨지는 감히 짐작조차 할 수가 없습니다. 일하면서 안전모 쓰라는 지시조차 받은 적 없는 일터에서 어쩌면 일터의 위험마저도 대물림되는 사회에 우리는 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일터의 위험마저 자식들에게 되물림할 수는 없습니다.
일터의 위험마저 자식들에게 되물림할 수는 없습니다.

 

“나도 8년째 이곳에서 일을 했지만 누구 하나 안전모를 쓰라고 지시한 사람이 없었다. 오직 해수부에서 관리감독 나올 때만 쓰라고 하더라. 선호가 작업을 할 때 안전모를 쓰고 해야 하는 것이 맞는데 그런 말을 해야 하는 인원조차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았다. 안전관리 인력과 지게차 신호수 둘 중 하나만 있었어도 사고를 막을 수 있었는데 아무도 없었다.” (이재훈, 고 이선호 씨의 아버지)

출처: 오마이뉴스, “‘삶의 희망’인 아들이 300kg 철판에 깔려 죽었다”, 2021. 5. 6., 김종훈

평택항 하역장을 운영하는 ㈜동방은 원청으로서 작업지시를 했다는 것을 부정하고, 사고에 대한 책임을 부인하고 있습니다. 인건비를 절감하고자, 본래 동식물 검역 및 하역 등의 검역 업무만이 아니라 다른 업무까지 떠넘기면서 벌어진 비극에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것입니다. ㈜동방은 이선호 씨의 죽음에 책임을 인정하고, 용서를 구해야할 것입니다. 또한, 고용노동부와 해양수산부 등 정부 관련 부처의 철저한 진상조사도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모든 사람은 죽음 앞에 평등하다는 말이 무색해지는 요즘입니다. 그 죽음 이후 보름이 넘도록 평택 안중백병원 장례식장의 향은 꺼지지 않고 있지만, 세간의 관심은 너무나도 부족합니다. 이 죽음, 더 이상 우리의 일상이 되도록 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도 끝까지 함께하겠습니다.

관련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