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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모든 것을 허용한다.
(그렇지만, 그래서)
우리는 죽음에 경건하지 않으면 안 된다.

-김현

 

고 손정민 씨의 죽음을 둘러싼 의문을 아직 풀지 못했습니다. 엄정한 경찰 수사를 촉구하고,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손정민 씨와 유가족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일은 모두가 바라는 일입니다. 하지만 그런 바람과는 상관없이 손정민 씨의 비극을 그저 ‘클릭’의 수단으로 삼는 것처럼 보이는 언론의 행태가 눈에 띕니다. 언론인권센터가 그 행태를 짚어봅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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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포한강공원에서 실종된 지 닷새 만에 숨진 채 발견된 대학생 손정민(22) 씨의 사인에 대해 경찰은 아직 수사 진행 중이다. 하지만 경찰 수사와 무관하게 언론은 그들만의 수사를 진행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언론은 조회수 늘리기에 급급하며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사안들을 보도하기 시작했다. 과도한 속보 경쟁 속에서 취재 없는 받아쓰기 기사, 추측과 과장으로 오염된 기사가 쏟아져 나왔다.

클릭 저널리즘은 가짜뉴스뿐 아니라 차별과 혐오 표현을 조장하는 가장 비옥한 환경이기도 하다.
클릭 저널리즘은 모든 취재 대상을 ‘클릭 수단’으로 전락시켜 인물과 사건사고에 관한 편견과 선입견, 과장과 추측을 조장한다.

일부 네티즌 추측 ‘받아쓰는’ 언론 

일명 ‘네티즌 수사대’라고 불리는 네티즌들의 추측성 댓글과 의혹 제기는 기본적인 사실 확인 과정을 거치지 않고 그대로 언론 보도로 이어졌다. 기자는 취재를 통해 네티즌의 의혹을 해소시키고, 여론이 혼란에 빠지지 않게 중심을 잡아야 한다. 하지만 언론사는 네티즌과 함께 의혹 제기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네티즌의 의혹을 모두 기사에 싣는 것이 기자가 하는 일이라면, 네티즌과 기자는 무엇이 다른지 묻고 싶다. 네티즌이 제기하는 의혹이 충분히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이 된다면, 취재한 후 기사로 내는 것이 기자가 할 일이다. 이번 사건 보도에서도 CCTV 영상에 대한 네티즌들의 의혹 제기를 그대로 받아 적으며 네티즌과 다를 바 없는 행태를 보였다.

서울신문이 유튜브에 공개한 반포한강공원 편의점 옆 CCTV 영상에는 세 명의 남성이 한강변 도로를 따라 뛰어가는 장면이 담겼고, 이를 손 씨 주변에 있던 남성들로 추정했다. 네티즌들은 이들이 수상하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머니투데이, 파이낸셜 등 다수의 언론사는 한발 더 나아가 그들을 ‘의문의 남성’으로 명명한 보도를 쏟아내며 네티즌들의 의심을 키웠다.

사진은 서울신문 유튜브에서 갈무리 (링크는 의도적으로 생략)
사진은 서울신문 유튜브에서 갈무리 (링크는 생략)

그러나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사건과 무관한 인물임이 밝혀졌다. 또 동일 CCTV 영상 속 ‘누군가 사람을 업고 가는 걸로 보인다’는 취지의 글이 등장했고, 이는 바로 머니투데이 “故 손정민 씨 업고 가는 친구? CCTV 보고 의혹 제기한 누리꾼”으로 기사화됐다. 하지만 영상 분석 결과 ‘근거 없음’으로 밝혀졌다.

취재 없는 ‘친구 A씨’ 보도  

언론의 문제점은 당시 함께 있었던 A 씨에 대한 보도에서도 드러난다. 유가족이나 네티즌들은 A 씨의 행동에 대해 다양한 추측을 할 수 있다. 그러나 기자는 추측 그 이상을 해야 한다. 심정적으로 의심이 될지라도 취재를 통한 사실 확인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현재 많은 기사가 취재한 내용 없이 A 씨에 관한 추측만을 담고 있다. 기자는 추측성 기사가 어떤 파장을 가져올지 생각해야 한다. 기사 하나가 한 사람의 인생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

매일신문은 A 씨의 빈소 조문에 대해 보도하면서, A 씨가 조문한 이유가 손정민 씨 아버지의 인터뷰인 것처럼 기사 제목을 달았다. 하지만 기사에서 인과관계를 확인한 취재 내용은 존재하지 않았다. 철저히 기자의 추측에 따라 붙여진 제목이었다.

‘취재’가 사라진 언론의 보도에 쓸데없이 행정력은 낭비되고 사회 불신까지 낳고 있다. 심지어 이번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데 하등의 도움도 되지 않는다. 기자들은 자의적 판단을 멈추고 기자의 본분인 ‘취재’로 돌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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