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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는 5월 12일 1면 머리기사로 [삼성바이오, 화이자 백신 만든다] (5월 12일 박신영 기자)를 실었습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화이자 백신을 위탁생산한다는 내용과 함께 8월부터 본격적인 생산이 시작된다는 보도입니다. 이어 3면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화이자 백신 생산을 기정사실화한 채 성사 배경 등을 조명한 기사도 실었습니다.

그러나 삼성바이오로직스는 5월 12일 오전 한국경제 보도가 “사실이 아니다”라고 공시했습니다. 신문이 발행된 지 반나절도 지나지 않아 당사자가 사실을 부인하며 한국경제 보도는 오보 논란에 휩싸인 것입니다.

한국경제, ‘삼바’의 화이자 백신 위탁생산 기정사실화

우선 한국경제가 어떤 내용을 보도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한국경제 1면 [삼성바이오, 화이자 백신 만든다]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이르면 8월부터 미국 제약사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을 위탁생산한다”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화이자 백신 연간 생산량은 최소 10억 회분(5억 명분) 이상”이라고 전했습니다. 정보 출처는 “정부 고위 관계자”입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인천 송도 3공장에 화이자 백신 생산을 위한 설비를 깔고 있다”, “8월부터 양산에 들어갈 수 있다”는 익명 취재원 발언을 그대로 실었습니다.

△ 당사자 부인으로 오보 논란에 휩싸인 한국경제 ‘삼성바이오로직스 화이자 백신 위탁생산’ 보도(5/12) 현재 홈페이지에는 삭제된 상태
△ 당사자 부인으로 오보 논란에 휩싸인 한국경제 ‘삼성바이오로직스 화이자 백신 위탁생산’ 보도(5/12)

이후 “삼성의 화이자 백신 위탁생산은 국내 백신 수급난을 해결하는 것은 물론 백신 접종 속도를 획기적으로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면서 “SK바이오사이언스가 기술이전을 받은 노바백스 백신도 허가가 9월께로 늦춰졌다”고 의미를 부각했습니다. 더불어 “화이자 백신은 심각한 후유증이 보고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화이자 백신의 국내 생산은 한국 CMO의 높아진 위상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한다”, “제조 기술이 까다로운 mRNA백신 양산 기술을 확보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등 익명의 ‘업계 관계자’ 발언까지 덧붙였습니다.

아직 검색엔진에서 검색하면 오보의 '흔적'은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아래 캡쳐 화면에서 보는 것처럼 정작 링크를 클릭하면 기사가 삭제된 화면 뿐입니다. 정말 무책임하기 짝이 없는 행태입니다.
아직 검색엔진에서 검색하면 오보의 ‘흔적’은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아래 캡쳐 화면에서 보는 것처럼 정작 링크를 클릭하면 기사가 삭제된 화면 뿐입니다.
문제의 오보 기사가 실렸던 자리엔 "웹페이지를 찾을 수 없습니다."라는 무책임한 안내문만 남았다. 그야말로 '아니면 말고' 처리 방식. 정말 무책임하기 짝이 없습니다. https://www.hankyung.com/it/article/2021051126241
문제의 오보 기사가 실렸던 자리“웹페이지를 찾을 수 없습니다.”라는 안내문만 남았습니다다. 그야말로 ‘아니면 말고’ 처리 방식은 무책임하기 짝이 없습니다.

한국경제는 3면도 관련 기사로 채웠습니다. “삼바, 화이자 백신 만든다” 제목 아래 [삼성-화이자 ‘빅딜’…한국, 아시아 넘어 ‘글로벌 백신허브’로 급부상] (박신영·이선아 기자), [삼성, 화이자와 탄탄한 네트워크…계열사가 전방위 지원] (박신영 기자), [갈수록 꼬이는 백신 도입 화이자가 ‘구원투수’ 되나] (김우섭·이선아 기자)를 실었습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기술력과 생산량을 높게 평가하면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역할을 강조하고, 화이자 백신 우수성과 다른 백신 문제를 지적한 내용입니다. 모두 삼성바이오로직스 화이자 백신 위탁생산을 기정사실화해 작성됐습니다.

출처는 익명 취재원, 당사자 입장도 없다

한국경제 오보 논란의 이유는 기사 내용에서 바로 찾을 수 있습니다. 익명의 “정부 고위 관계자” 발언이 사실상 정보 출처의 전부입니다. 물론 “정부는 그동안 국내 기업이 8월부터 미국과 유럽에서 허가받은 백신 양산을 위한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언급한 내용도 있습니다.

하지만 백신 양산을 협상 중인 국내 기업이 삼성바이오로직스라고 보도하기 위해서는 더 구체적이고 다양한 근거가 필요합니다. 그럼에도 한국경제는 별다른 근거를 추가하지 않은 채 익명의 “정부 고위 관계자” 발언에만 의존했습니다. 취재의 기본인 교차 검증조차 이뤄지지 않은 것입니다.

또한, 한국경제는 ‘당사자 입장을 들어야 한다’는 기본조차 지키지 않았습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화이자를 취재해 사실을 확인하고, 입장을 들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한국경제 기사 어디에도 삼성바이오로직스, 화이자 입장은 없습니다. 물론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추후 화이자 백신 위탁생산을 맡게 될 가능성이 ‘제로’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한국경제가 최소한 당사자를 취재하는 ‘상식’을 지켰다면 이번 오보는 나오지 않았을 것입니다.[footnote]추후 만약 삼성바이오가 화이자 백신을 위탁 생산한다고 해도 현 시점에서는 명백한 ‘오보’입니다. 기사의 당사자가 정면에서 부인했고, 홈페이지에서는 기사를 삭제하기까지 했으니까요. 무책임한 ‘익명’의 ‘관계자’ 취재원에 관해서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편집자) [/footnote]

한국경제의 보도를 "사실이 아니"라고 전면 부인한 기사의 당사자 '삼성바이오'
한국경제의 보도를 “사실이 아니”라고 전면 부인한 기사의 당사자 ‘삼성바이오’

온갖 익명의 “관계자”로 이재용 띄우기

1면 기사가 오보 논란에 휩싸이면서 3면을 꽉 채운 3건의 기사도 웃지못할 보도가 됐습니다. 주목할 점은 한국경제의 태도입니다. 한국경제는 확실하지 않은 정보만으로도 삼성그룹 기술력을 고평가하고, 총수 역할을 부각했습니다. 삼성그룹 행보가 국내에 영향력을 크게 끼칠 것이라는 표현도 여러 번 등장했습니다.

[삼성-화이자 ‘빅딜’…한국, 아시아 넘어 ‘글로벌 백신허브’로 급부상] (박신영·이선아 기자)는 “화이자가 삼성바이오로직스를 택한 것은 그만큼 글로벌 시장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기술력과 양산 능력을 인정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정부, 신속 허가 내줄 듯”을 작은 제목으로 뽑았습니다. [갈수록 꼬이는 백신 도입 화이자가 ‘구원투수’ 되나] (김우섭·이선아 기자)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생산한 화이자 백신이 언제부터 국내에 풀릴지는 미지수”라더니 “10월까지 국내에 유통되지 않을 경우 정부의 ‘11월 집단면역 계획’이 틀어질 수도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위탁생산은 기정사실이고, 정부 허가까지 곧 이뤄질 듯한 표현이 잇따라 나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삼성그룹의 역할을 부각[삼성, 화이자와 탄탄한 네트워크…계열사가 전방위 지원] (박신영 기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부회장이 나라옌 회장으로부터 화이자 경영진을 소개 받은 뒤 우리 정부 관계자와 연결해 줬다”는 익명의 ‘업계 관계자’ 발언을 출처로 하고 있는데 “풍림파마텍이 개발한 LDS 주사기가 미국 FDA 승인을 받는 데도 삼성전자 미국법인이 전방위로 뛰었다”는 발언까지 실었습니다. 심지어 “전 세계 바이오업계에 탄탄한 네트워크를 구축한 존 림 바이오로직스 사장 역할도 컸다”면서 “백신 위탁생산 협상에서도 존 림 사장이 나서 화이자 경영진을 설득한 것으로 알고 있다”는 익명의 ‘재계 관계자’ 발언도 전했습니다.

이번 오보 논란은 한국경제가 삼성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데, 사실 삼성 보도에서 지속적으로 보여온 태도이기도 합니다. 즉, 한국경제는 ‘삼성에 매우 우호적’이라는 것입니다. 지난 1월 이재용 부회장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유죄 판결 후 보도한 ‘이재용 백신 특사설’ 역시 같은 사례입니다. 삼성측 고 이건희 회장 유산 상속 계획 발표를 두고 “이건희의 마지막 선물”이란 찬사를 보낸 것도 전형적인 ‘삼성 편들기’ 보도로 지적됐습니다.

정부, 업계, 재계 등 온갖 익명의 "관계자"로 출처를 도배한 한국경제의 '삼성바이오-화이자 백신 위탁 생산' 관련 기사들
정부, 업계, 재계 등 온갖 익명의 “관계자”로 출처를 도배한 한국경제의 ‘삼성바이오-화이자 백신 위탁 생산’ 관련 기사들

이재용 띄우려다 삼성바이오 주가만 널뛰기

이번 보도는 ‘오보’라는 저널리즘 문제에 그치지 않습니다. 한국경제 보도가 나온 5월 12일 오전 10시 기준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삼성바이오”와 “화이자”가 모두 들어간 보도는 100건이 넘었습니다. 1시간마다 25건 이상 보도가 쏟아진 셈입니다. 대부분 한국경제 보도를 부인한 삼성바이오로직스 공시를 다루고 있지만, 첫 보도가 얼마나 큰 파장을 일으켰는지 알 수 있습니다.

한국경제 보도는 주식시장에도 영향을 끼쳤습니다. 네이버 검색 결과에서도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에 주목한 보도가 여럿 나왔습니다. 파이낸셜뉴스 [특징주/삼성바이오로직스, ‘화이자 백신 위탁생산 보도’ 부인 공시에도 주가 급등] (5월 12일 김민기 기자), 이투데이 [특징주/삼성바이오로직스, 화이자 백신 생산 부인에도 상승세] (5월 12일 김우람 기자) 등입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는 5월 11일, 81만 7천 원에서 5월 12일 오전 9시 15분, 86만 2천 원으로 올랐습니다(구글 검색 기준). 이후 오전 9시 35분, 83만 4천 원으로 떨어졌습니다. 이번 보도가 단순한 오보 논란으로 그칠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주가 상승은 한국경제 보도가 나온 시점과 일치하고, 주가 하락은 ‘사실무근’ 공시가 나온 시점과 일치하기 때문입니다.

2021년 5월 12일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는 한국경제 보도 직후 급등한 뒤에 삼성바이오 측의 '공시'가 나온 뒤에 급락했다.
2021년 5월 12일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는 한국경제 보도 직후(9시 15분) 급등한 뒤에 삼성바이오 측의 ‘사실무근 공시’가 나온 뒤에 급락했다.

거래량을 비교해보면 더욱 명확합니다. 네이버금융 기준 5월 12일 삼성바이오로직스 거래량은 78만 1천여 건이 넘습니다. 매출 공시한 1월 27일, 65만 2천여 건을 기록한 후 최대치이자 올해 최대 거래량입니다. 최근 10일간 6~10만 건 수준 거래량이 한국경제 보도가 나온 날 급증한 것입니다. 물론 주가 변동과 거래량 증가엔 다양한 원인이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한국경제가 경제전문지를 자부한다면 부정확한 보도가 저널리즘 질적 하락과 더불어 주식시장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할 것입니다.

아직 한경의 오보를 버젓이 '받아쓰기'하고 있는 기사도 있습니다.
아직 한경의 오보를 버젓이 ‘받아쓰기’하고 있는 기사도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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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니터 대상 :

  • 2021년 5월 12일 한국경제 지면보도
  • 네이버 “삼성바이오” 등 키워드 검색, 조건 설정 후 나온 결과 중 관련 보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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