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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조 5,000억 원에 ARM을 인수하면서 그래픽 카드와 CPU의 넘어선 새로운 세상을 꿈꾸고, 멜라녹스를 69억 달러에 인수하면서 데이터 처리와 관련한 명목 문제를 해결하면서 인텔 그 이상을 꿈꾸는 기업 엔비디아. 그리고 그 회사를 이끌고 있는 젠슨 황 창업자 겸 CEO.

반도체 업계에서 가장 핫한 기업 중 하나인 엔비디아가 4월 12일부터 4월 16일까지 온라인으로 개최된 GTC 2021 [footnote]GPU Technology Conference, GTC)[/footnote]서 신제품을 대거 쏟아내며 다시 한번 주목을 받고 있다.

GTC21 https://www.nvidia.com/ko-kr/gtc/
GTC21

미래 비전 제시한 GTC 2021

이번 행사에서 엔비디아는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로보틱스, 5G, 실시간 그래픽, 데이터센터에 대한 미래 비전을 제시했다. 특히 반도체 기업으로 기존 영역에 집중하는 걸 넘어 새로운 메타버스 시대 수많은 시장 참여자들이 협업할 수 있는 새로운 것도 선보이면서 몸값을 한층 높이고 있다.

젠슨 황은 다음과 같이 말하면서 키노트를 시작했다.

“전 세계의 산업을 움직이는 강력한 힘이 있습니다. 저희가 앞서서 개발한 가속 컴퓨팅 기술 덕분에 과학적 연구 속도가 빨라졌고, 컴퓨터 업계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게 되었습니다. 특히 인공 지능은 놀라운 발전을 이루고 있습니다.”

“엔비디아 GPU로 컴퓨터는 학습을 하고, 소프트웨어가 소프트웨어를 개발합니다. 인간 능력 이상의 것이 가능합니다. AI 소프트웨어는 클라우드에서 서비스되며, 빛의 속도로 자동화를 수행합니다.”

젠슨 황의 키노트 자료 중에서 (출처: 엔비디아) https://images.nvidia.com/gtc/keynote/gtc21-jensen-huang-keynote.pdf
‘엔비디아 옴니버스’, 젠슨 황의 키노트 자료 중에서 (출처: 엔비디아)

젠슨 황의 기조 연설은 크게 네 가지로 나눌 수 있다.

  1. 엔비디아는 ‘세가지 칩 제조업체’로 GPU, CPU, DPU를 제공한다.
  2. 엔비디아는 소프트웨어 플랫폼 기업으로 엔비디아 AI와 엔비디아 옴니버스에 막대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3. 엔비디아는 인공지능 기업으로 메가트론, 자비스, 멀린, 맥신(Maxine), 아이작(Isaac), 메트로폴리스(Metropolis), 클라라와 드라이브를 비롯해 TAO (Train, Adapt and Optimize)로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한 사전학습 모델들을 지원한다.
  4. 엔비디아는 연구자용 DGX, 클라우드용 HGX, 엔터프라이즈와 5G 엣지용 EGX, 로보틱스용 AGX 등을 통해 인공지능의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젠슨 황 CEO는 엔비디아는 CPU와 DPU, GPU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으며, 이들을 연결해 데이터센터 규모의 컴퓨팅 솔루션을 개발해 연구자와 기업들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엔비디아는 컴퓨팅 플랫폼 기업이며, 언어의 이해, 신약 개발, 양자 컴퓨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우리 시대의 혁신가를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시뮬레이션, 협업, 오토노머스 머신의 훈련을 위한 엔비디아 옴니버스(Omniverse), 엔비디아 아틀란(Atlan) 시스템온칩(SoC)와 추가적 시뮬레이션 기능들로 더욱 진일보하게 될 자동차 컴퓨팅을 소개했다.

CPU와 GPU, DPU 그리고 xPU 시대

반도체 업계에서는 최근에 xPU 시대라는 말을 자주 하고 있다. CPU와 GPU를 넘어서 특정한 연산만을 전문으로 담당하는 다양한 반도체가 필요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고 그에 따른 제품들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팻 겔싱어 인텔 CEO가 미국의 반도체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인텔의 새로운 종합 반도체 업체(IDM) 모델 2.0을 발표하면서 자사의 제품군 중 일부를 외부 파운드리 업체와 협력하면서 동시에 자사도 별도 ‘인텔 파운드리 서비스(IFS)’ 사업부를 신설해 최첨단 프로세스 기술과 패키징, 미국과 유럽제조 역량, x86코어, ARM과 RISC-V 에코시스템 IP 등 고객을 위한 세계적인 수준의 IP 포트폴리오를 결합해 차별화된 제품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GTC 2021 행사에서는 ARM과의 협력이 어떤 모습으로 현실화될지 구체적으로 그 로드맵들을 선보였다는 데 의미가 있었다. 특히 인텔의 아성인 데이터센터 시장을 겨냥한 제품을 공개했다. 엔비디아는 최초의 데이터센터용 CPU인 그레이스(Grace)를 공개했다.

엔비디아 최초의 데이터센터용 CPU인 그레이스(Grace)
엔비디아 최초의 데이터센터용 CPU인 그레이스(Grace)

이는 미 해군 제독이자 컴퓨터 프로그래밍의 선구자였던 그레이스 호퍼(Grace Hopper)의 이름을 딴 제품이다. 엔비디아 그레이스 GPU는 대규모의 데이터 집약적 HPC와 인공지능 애플리케이션에 고도로 특화된 프로세서로 파라미터가 1조 개가 넘는 차세대 자연어 처리 모델을 훈련할 수 있다.

그레이스 기반 시스템이 엔비디아 GPU와 결합하면 x86 CPU에서 실행되는 최첨단 엔비디아 DGX 기반 시스템 대비 10배 빠른 성능을 제공한다. 대부분의 데이터센터 기존 CPU의 사용을 계속할 것으로 되지만, 그레이스는 컴퓨팅의 틈새시장에서 서비스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한다. 젠슨 황 CEO는 그레이스 CPU를 ARM의 장점을 집약한 제품이라고 평가했다.

GPU와 메모리의 병목 구간을 획기적으로 처리한 게 특징
GPU와 메모리의 병목 구간을 획기적으로 처리한 게 특징

또한, 인공지능을 위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슈퍼컴퓨터에 대한 소개도 이어졌다. 이 제품엔 그레이스가 당연히 적용된다. 스위스 국립 슈퍼컴퓨팅 센터(CSCS), HP 엔터프라이즈와 함께 그레이스 CPU 및 엔비디아의 차세대 GPU로 구성된 슈퍼컴퓨터 알프스(Alps)를 구축한다고 발표했다. 엔비디아에 따르면, 미국 에너지부 소속의 로스 앨러모스 국립연구소(Los Alamos National Laboratory) 또한 2023년에 그레이스 CPU 기반의 슈퍼컴퓨터를 가동할 계획이다.

그래픽 카드와 데이터센터용 별도 CPU 그리고 데이터 처리에 특화된 DPU 등 엔비디아는 이 제품들에 대한 로드맵도 공개했다.

엔비디아의 GPU CPU DUP 로드맵
엔비디아의 GPU CPU DUP 로드맵

엔비디아는 DPU를 강력히 밀고 있었다. CPU는 범용 컴퓨팅, GPU는 가속 컴퓨팅을 위한 것이라면 DPU는 데이터 처리 유닛(Data Processing Unit)으로 데이터센터에서 데이터 처리를 담당한다. DPU는 새로운 종류의 프로그래밍 가능 프로세서로 DPU의 주요 특징은 다음과 같다.

  • 업계 표준의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밍 가능 멀티코어 CPU로, 일반적으로 널리 사용되는 ARM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하며 다른 시스템온칩(SoC) 구성요소와 밀접하게 결합한다.
  • 고성능 네트워크 인터페이스로 데이터를 파싱(parsing) 및 처리하고, 데이터를 GPU 및 CPU로 효율적으로 전송한다.
  • 유연하며 프로그래밍 가능한 가속화 엔진으로 인공지능, 머신러닝, 보안, 통신, 스토리지 등을 위한 애플리케이션 성능을 오프로드 및 향상시킨다.

2020년 선보인 블루필드-2의 후속작인 블루필드-3 DPU(Data Processing Unit)도 공개했다.

이는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와 워크스테이션, 슈퍼컴퓨터 구축의 바탕이 될 인프라를 더욱 가속화하기 위한 제품이다. 이는 가장 강력한 소프트웨어 정의 네트워킹, 스토리지, 사이버 보안 가속 기능을 제공한다. 블루필드-3 DPU는 블루필드-2 대비 10배 빠른 성능을 제공한다. 한 개의 블루필드-3는 400Gbps의 네트워크 트래픽을 보안, 오프로드, 가속화하는데 필요한 300개의 CPU 코어에 해당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블루필드-3
블루필드-3

그레이스 CPU와 블루필드는 CPU, GPU, DPU라는 3개의 칩으로 구성되는 데이터센터 로드맵의 핵심이다. 각 칩의 아키텍처는 2년 주기로 변화하며 그 사이에 관련 제품들이 공개될 예정이다. 엔비디아는 한 해에는 x86 플랫폼, 다음 해에는 ARM 플랫폼에 집중한다. 젠슨 황 CEO는 “매년 향상되는 3개의 칩으로 이뤄질 하나의 아키텍처에 대해 기대해 달라.“고 말했다.

이 밖에 엔비디아는 새로운 ARM 이니셔티브도 공개했다. 클라우드컴퓨팅의 아마존웹서비스(AWS), 과학 연구와 클라우드컴퓨팅 분야의 암페어 컴퓨팅(Ampere Computing), 하이퍼 컨버지드 엣지 서버를 구축하는 마블(Marvel), 크롬 OS 및 리눅스 PC용 SDK와 참조 시스템을 만드는 미디어텍(MediaTek) 등과 협력한다고 밝혔다.

엔비디아 AI와 엔비디아 옴니버스

기술적인 이슈이지만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메타버스와 관련한 발표도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다. 인간과 인공지능, 로봇이 함께 살아가는 가상의 실시간 3D 세계는 이제 더이상 공상과학소설 속의 얘기가 아니다.

엔비디아 옴니버스클라우드 네이티브 기반으로 멀티 GPU 확장이 가능하며 물리적 정확성을 자랑하고, RTX의 실시간 경로 추적딥 러닝 슈퍼 샘플링(DLSS)을 제공한다. 또한, 엔비디아 MDL[footnote]Material Definition Language[/footnote]로 머티리얼 시뮬레이션, 엔비디아 PhysX로 물리 시뮬레이션을 진행하고, 엔비디아 인공지능과도 완벽히 통합한다.

젠슨 황 CEO는 엔비디아 옴니버스에 관해 이렇게 설명했다:

옴니버스는 3D 세계를 연결해 가상 세계를 공유하도록 고안했다. 이는 닐 스티븐슨(Neal Stephenson)이 1990년대에 발표한 공상과학소설 스노우 크래쉬(Snow Crash)에 묘사된 메타버스와 크게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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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란? 

메타버스(Metaverse)는 가상·초월(meta)과 세계·우주(universe)의 합성어로, 3차원 가상 세계를 뜻한다. 더 구체적으로는, 정치·경제·사회·문화의 전반적 측면에서 현실과 비현실 모두 공존할 수 있는 생활형·게임형 가상 세계라는 의미로 폭넓게 사용된다. 하지만 메타버스라는 개념에 관한 뚜렷한 정의는 아직까지 확립되지 않았고, 학자나 기관마다 나름의 정의를 내리고 있어 넓은 의미로 사용된다.

메타버스는 1992년 닐 스티븐슨(Neal Stephenson)의 소설 [스노우 크래쉬]에서 유래한 개념이다.

스노우 크래쉬

 

다음은 작품 속 메타버스에 대한 묘사를 인용한 것이다.

“양쪽 눈에 서로 조금씩 다른 이미지를 보여 줌으로써, 삼차원적 영상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그 영상을 일초에 일흔두 번 바뀌게 함으로써 그것을 동화상으로 나타낼 수 있었다. 이 삼차원적 동화상을 한 면당 이 킬로픽셀의 해상도로 나타나게 하면, 시각의 한계 내에서는 가장 선명한 그림이 되었다. 게다가 그 작은 이어폰을 통해 디지털 스테레오 음향을 집어넣게 되면, 이 움직이는 삼차원 동화상은 완벽하게 현실적인 사운드 트랙까지 갖추게 되는 셈이었다. 그렇게 되면 히로는 이 자리에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컴퓨터가 만들어내서 그의 고글과 이어폰에 계속 공급해주는 가상의 세계에 들어가게 되는 것이었다. 컴퓨터 용어로는 ‘메타버스’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세상이었다.” (‘스노우 크래시’ 중에서)

이처럼 작품 속에서 메타버스의 기술적 근간이 상세히 설명되는데, 이를 통해 메타버스는 고글과 이어폰이라는 시청각 출력장치를 이용해 접근할 수 있는 가상세계로 규정된다. (출처: 위키백과 ‘메타버스’ 중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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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여름에는 옴니버스 엔터프라이즈 라이선스도 출시된다. 오픈 베타 버전이 공개된 후 건축계의 포스터+파트너스(Foster + Partners), 엔터테인먼트계의 ILM, 게이밍계의 액티비전(Activision), 광고계의 WPP 등 여러 기업이 옴니버스를 도입했다.

가상과 현실 세계인만큼 기업들이 주목해 왔던 디지털트윈 영역도 옴니버스가 당연히 지원한다. 미래의 공장으로 자동차 메이커인 BMW의 협업 사례도 발표됐다. BMW는 전체 공장의 엔드-투-엔드 디지털 트윈을 설계하기 위해 엔비디아 옴니버스를 채택했다. 이를 통해 실시간으로 신제품 제조과정을 가속화했다. 밀라노 네델코비치 BMW AG 경영위원회 위원은 “이처럼 새로운 혁신은 기획 시간을 단축하고 유연성과 정밀도를 개선해 기획 과정의 효율을 30% 증가했다.”고 평가했다.

인공지능과 자율주행 관련된 발표도 많았다. 하지만 이 분야까지 이 글에서 모두 다루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는 키노트 영상 시청을 권한다.

젠슨 황 CEO는 “무엇보다도 엔비디아는 일생의 작품을 뒷받침하는 하나의 도구”라고 기조연설을 마무리 지었다. 이 도구를 가장 잘 쓰는 이들이나 기관, 정부, 기업들이 한발 앞서나가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ARM 인수에 대한 각국 정부의 승인이라는 강을 건너야 하는 엔비디아이지만, 그들의 도전이 세상을 어떻게 바꾸어 나갈지 기대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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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의 필자는 도안구 님입니다. 본 글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으며, 디지털서비스 이용지원시스템에 동시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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