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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모바일 전략: 애플

친 애플 블로거라고 불리는 존 그루버가 운영하는 팟캐스트 “The Talk Show”의 한 에피소드를 듣고, 그루버가 주장한 애플만이 가질 수 있는 소프트웨어 전략에 대해 정리해봤습니다. (필자) 

애플에게 소프트웨어가 가지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애플에게는 두 개의 주력 운영체제(OS)가 있습니다. 아이폰, 아이패드 같은 모바일 기기에 들어가는 iOS와 맥북, 아이맥과 같은 데스크톱형 운영체제인 OS X.

그중에서도 보다 많은 사용자 군이 확보되어 있는 iOS에 대해 살펴보려고 합니다. 애플은 운영체제를 직접 만듭니다. 그리고 이 운영체제를 얹을 하드웨어도 직접 설계합니다. 즉 iOS가 가장 잘 돌아갈 수 있는 기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설계합니다. 물론 제품 생산 자체는 다른 기업의 공장에서 하지만, 어떻게 생산할 건지, 어떤 부품이 어떻게 들어가는지는 애플이 정합니다.

한번 실패한 모델

애플은 처음부터 이랬습니다. 다른 회사는 절대로 애플이 만든 운영체제를, 그리고 애플이 설계한 하드웨어를 쓸 수 없습니다. 이렇게 됨으로써 애플 제품이 많은 사람에게 인기가 없어지거나, 많은 사람에게 배포할 능력이 없어지면 바로 시장에서 지워지게 됩니다. 스티브 잡스가 처음 애플을 떠날 즈음, 이런 현상이 일어났었죠. 마이크로소프트의 전략 때문에요.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우라는 운영체제를 만들고, 하드웨어 설계는 다른 기업에게 맡겼습니다. 수많은 기업이 윈도우라는 단일 운영체제를 탑재한 PC를 쏟아냈고, 당연히 출하되는 절대량에서 애플은 상대가 되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점점 더 윈도우에 익숙해졌고 애플은 겨우겨우 명맥만 유지하는 수준이 돼버렸죠.

모든 것을 바꾼 아이폰

아이폰은 스마트폰이라는 완전히 새로운 장르를 열었습니다. 아이폰 출시 이전에도 물론 스마트폰이라는 개념이 존재했고, 관련 제품이 있었지만 이렇게나 대중이 사용하기 편리하면서 필수 기능들만 들어가 있던 제품은 없었습니다. 이전까지는 단순히 PC의 사용자 경험을 그대로 휴대전화로 옮겨놓은 것에 불과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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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아이폰 출시 당시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소개하는 장면

애플은 혁신적인 제품 하나로 초반에 엄청난 사용자 기반과 개발자 기반을 확보합니다. 물론 ‘애플 컴퓨터’라는 이름을 달고 있던 시절, 애플이 대성공을 거둔 것도 비슷한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모바일에는 PC시절에는 없던 무언가가 있었습니다.

1980년대, 애플이 PC시장에서 대성공을 거뒀을 때만 해도 소프트웨어를 판다는 것은 디스켓이나 CD를 통해 컴퓨터용품을 파는 매장에 직접 진열해놓고 판다는 것을 의미했습니다. 하지만 인터넷 인프라의 발달로 인해, 이제는 소비자가 소프트웨어를 사기 위해 오프라인 매장으로 가지 않습니다. 직접 인터넷 망을 통해 다운로드 하죠.

이런 인터넷 인프라 발전 덕분에 애플은 아이폰과 더불어 하나의 생태계를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앱스토어라는 존재. 이는 개발자들에게 큰 장을 열어줬습니다. 한 국가에서 개발한 앱이 전 세계를 강타할 기회가 됐죠. 그래서 초창기 이런 기회에 편승해 대성공을 거뒀던 앵그리버드가 있었죠. 매년 대규모로 개발자 회의라는 이름의 컨퍼런스를 여는 것도 이런 이유입니다. 애플이 만든 플랫폼에서 더 좋은 개발자가 개발을 해야, 사용자 입장에서는 더 좋은 사용성을 보장받게 되고, 애플은 더 많은 사용자를 확보할 수 있는 선순환을 이룰 수 있습니다.

이 운영체제와 생태계는 애플에게 귀속됩니다. 물론 안드로이드도 나름대로 생태계가 있습니다. 하지만 안드로이드의 생태계는 다른 제조사와 공유합니다. 애플은 오직 애플만이 이 생태계를 소유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큰 경쟁력을 가집니다.

스마트폰 시장만 살펴본다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탑재하는 제조사들은 어떻게든 다른 제조사와의 차별점을 가지기 위해 애를 씁니다. 일단은 가격경쟁으로 치닫게 되죠.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판단되는 특정 부분의 부품을 싼 걸 써서 가격 인하를 노립니다.

그래서 잘 보면 뭔가 잘 만들었는데 하나쯤 꼭 빼먹은 듯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 있는 거죠. 다 좋은데 카메라가 별로라든지, 버튼이 이상하다든지 말이죠. 만약 가격을 그대로 받으려면 타사 제품들과는 또 다른 차별점을 만들어야 합니다. 가격을 다 받는 대신 우린 이런 것도 만들어! 라는 걸 보여줘야 하는 압박이 있는 거죠. 그래서 눈동자 인식 기능을 넣는다든지, 모션 인식 기능과 같이 과연 이런 게 필요할까 싶은 기능들을 넣습니다. 나올 때는 우와! 하다 소리소문없이 사라지곤 하죠.

애플은 차별점을 만들 필요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이미 독자적인 운영체제와 생태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가격경쟁을 하기 위해 열등한 부품을 쓸 필요도, 불필요한 보여주기식 기능을 넣을 필요도 없는 것입니다. 차근차근 완벽한 스마트폰을 만들기 위해서만 노력하면 되는 거죠. 그래서 가장 첫선을 보인 아이폰에는 그 흔한 복사 붙여넣기 기능조차 없었습니다. 넣을 필요가 없었다기보다는, 제대로 넣으려는 의도였겠죠. 모든 기능들이 이렇게 차근차근, 제대로 되기 전까진 기다릴 수 있는 여유를 애플에게 줬습니다.

치명적인 약점

이런 모델에는 치명적인 약점이 존재합니다. 애플은 오직 자기가 설계한 하드웨어와 자기가 설계한 운영제체에만 소프트웨어를 만듭니다. 운영체제 외에도 애플이 만드는 소프트웨어는 꽤 있습니다. 그중에는 훌륭한 것들도 꽤 있죠. 예를 들면 키노트나, 파이널 컷 프로 같은 것처럼요.

동영상 편집의 끝판왕. 파이널 컷 프로

애플은 자사의 소프트웨어를 안드로이드나 윈도우에 만들지 않습니다. 그나마 예외가 있다면 윈도우용 아이튠스겠죠. 윈도우용으로 웹브라우저인 사파리는 이제 서비스가 종료됐죠. (그 외에도 퀵타임 같은 것도 있지만..)

하지만 경쟁사인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은 애플의 플랫폼에 소프트웨어를 제공합니다. 그것도 핵심 소프트웨어를요. 구글의 검색부터 유튜브, 지도 등 다양한 앱을 애플 앱스토어에서 찾을 수 있고, 마이크로소프트의 오피스부터 다양한 제품군을 애플 플랫폼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런 형국은 애플이라는 큰 광장 안에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 군인들로 채워진 트로이의 목마를 집어넣는 것과도 같습니다.

아이폰에 있는 구글 서비스를 한두 개 사용하다가 구글의 서비스에 점점 익숙해지고, 거의 모든 부분에서 애플이 제공하는 서비스 말고 구글의 서비스에 종속되게 되면, 구글 서비스가 가장 잘 작동하는 안드로이드로 전향하게 되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애플 앱스토어에 있는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의 앱

애플 앱스토어에 있는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의 앱

물론 거꾸로 안드로이드에서 구글 서비스를 잘 쓰다가, 아이폰으로 넘어올 수 있기도 하겠지만, 아이폰에서 안드로이드로 향하는 화살표의 두께가 더 클 것입니다. 아무래도 구글 서비스는 안드로이드에서 가장 잘 돌아가니까요.

아직 애플은 운영체제 외에는 아이폰 위에서 애플만이 강점을 가지고 있는 핵심 소프트웨어가 없습니다. 지도는 여전히 구글 지도에게 밀리고 있고, 클라우드는 드롭박스에게 밀리고 있죠. 제대로 된 SNS는 아예 없습니다. 제대로 없다기보다는 하나를 했다가 제대로 망했죠.

물론 애플이 가만히 있는 건 아닙니다. 지도나 클라우드 같은 경우에는 따라 잡기 위해 역량을 강화하는 모습을 꾸준히 보이고 있습니다. 제대로 하기 힘들다고 판단되는 분야는 해당 기업들과 적극적으로 제휴하기도 하죠. 페이스북과 트위터에게 iOS의 깊숙한 자리를 내준 것처럼요.

앞으로도 애플이 잘할 수 있는 분야는 기존 파트너쉽을 깨버리면서라도 직접 할 테고, 힘들다고 판단하는 분야는 적극적인 제휴를 통해 이뤄내겠죠. 첫 아이폰 출시 당시 구글과 지도와 유튜브 부문을 협력했다가 지금은 완전히 제거해버린 것처럼요.

위협받는 강자 애플

애플은 운영체제부터 하드웨어까지 모두 설계하고, 이걸 대량으로 생산해서 소비자 손에 쥐여줍니다. 그리고 그 누구도 이를 따라 하고 있지 못합니다. 하지만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강자가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습니다. 어떻게 애플만의 고유한 생태계를 잘 가꿔나갈지가 모바일 대전을 지켜보는 관전포인트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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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이진혁
슬로우뉴스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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