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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중립성 관점에서 ‘망 이용료’ 논쟁 이해하기

최근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의 갈등이 심화하고 있습니다(참조 기사). 이를 다룬 기사들을 보면, 망사업자(ISP), 콘텐츠 사업자(CP), 망중립성, 무임승차, 역차별, 망 사용료 등 낯선 용어와 표현이 가득합니다. 이런 낯선 용어들은 해당 이슈에 관한 판단은 둘째치고, 이슈 자체에 관한 기본적인 이해를 어렵게 합니다.

이 모든 이슈의 중심에는 ‘망중립성’이 존재합니다. 미국에서는 트럼프 정권이 들어선 이후 연방통신위원회(FCC)가 망중립성 원칙을 공식 폐기했고, 유럽연합은 망중립성 원칙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이런 사실은 망중립성 이슈가 가치중립적 이슈라기보다는 정치적인 이슈, 경제적 헤게모니에 관한 이슈임을 상기하게 해줍니다.

우선 망중립성이란 무엇일까요? 이해를 돕는 동영상을 하나 소개합니다. 버거킹에서 제작한 이 동영상은 망중립성 원칙(동영상 속에선 ‘와퍼 중립성’)이 폐기된 후 버거킹 매장의 차별을 코믹하게 묘사합니다.

  • 아래 동영상에서 매장 판매원들은 망사업자에 해당하고,
  • 와퍼나 샌드위치는 콘텐츠 사업자(의 상품)에 해당하며,
  • 손님은 이용자(혹은 콘텐츠 사업자)에 해당합니다.

이렇게 망중립성 이슈에는 세 명의 플레이어가 등장합니다. 간단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망사업자(ISP1): SKB, KT, LGU+(국내), 컴캐스트, AT&T, 버라이즌, 오랑쥬 등
  • 콘텐츠 사업자(CP2): 구글, 페이스북, 넷플릭스, 애플, 네이버, 카카오 등 (사업자로서의 엔드유저)
  • 이용자(End User): 절대적 다수의 인터넷 일반 이용자 (궁극의 엔드유저) 

이 글을 읽는 대다수는 ‘이용자’일 겁니다. 하지만 망중립성 관련 기사 대부분은 망사업자(ISP)와 콘텐츠 사업자(CP)의 갈등만이 부각되고, 이용자는 ‘생략’된 채로 다뤄집니다. 이용자가 생략됐다는 것은 망중립성 원칙이라는 가장 중요한 맥락이 생략됐다는 의미입니다. 망사업자를 주어로 망중립성 원칙(네트워크 중립성, Network Neutrality)을 서술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모든 망사업자는 모든 인터넷 콘텐츠를 동등하게 처리해야 하고, 어떠한 차별도 해서는 안 된다. 

망중립성 원칙이라는 관점으로 관련 이슈를 바라보고, 판단하는 역량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망중립성 원칙을 견지하면서 관련 이슈를 설명하는 글을 찾는 건 쉽지 않기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박경신 교수의 글은 망중립성 원칙이라는 관점에서 ‘역차별론’이나 ‘망 사용료’와 같은 망중립성 핵심 이슈를 명확하게 설명하는 글로 생각합니다. 이 글이 망중립성의 관점에서 관련한 다양한 이슈를 그저 망사업자와 콘텐츠 사업자의 갈등만이 아니라 가장 중요한 플레이어인 ‘이용자인 나 자신의 이슈’로 이해할 수 있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편집자)

최근 국내 망사업자들(SKB, KT, LGU+)해외 콘텐츠 사업자(구글, 페이스북, 넷플릭스 등)에 캐시서버 접속에 대해서 돈을 받겠다고 하면서 들고 나오는 게 ‘역차별론’이다. 국내 망사업자들이 국내 콘텐츠이든 해외 콘텐츠이든 국내 이용자에게 중계해주고 있는데, 국내 콘텐츠사업자로부터는 인터넷 접속료를 엄청나게 받고 해외 콘텐츠 사업자에는 돈을 받지 않으면 국내 사업자에 역차별이 된다는 것이다.

‘망 이용료’라는 허구, ‘역차별’이라는 허상 

아래 그림을 보자.

001

국내 이용자는 자신에게 세계의 다른 단말들과의 소통을 중계해주겠다는 약속을 하는 이웃 단말에게 인터넷 접속료를 내고 접속을 하는데, 이 ‘이웃 단말’을 보통 망사업자(왼쪽 상단 Tier 3)라고 한다. 지역 망사업자는 다시 자신보다 세계의 단말들과의 연결성이 더 좋은 상위계위 망사업자(왼쪽 상단 Tier 2)에게 다시 접속료를 내고 그 망사업자는 다시 더 상위 망사업자(중앙 왼쪽 Tier 1)에게 접속료를 낸다. 최상위 망사업자끼리는 서로 돈을 주고 받지 않는 대신 그 돈으로 넓은 지역에 망을 깐다.

이 그림에서 해외 콘텐츠 사업자(예: 페이스북)는 해외에 있으니, 원래는 국내 망사업자와 접속하지 않으니 낼 접속료가 없다. 또 해외 콘텐츠 사업자들은 국내 망사업자들로부터 세계의 단말들과의 소통을 중계받지도 않으니 원래 국내 망사업자에게 낼 접속료가 없다.

물론 국내 망사업자들도 해외 콘텐츠와 물리적 연결을 하지 않으면서 접속료를 달라는 것은 아니다. 국내 망사업자는 해외 콘텐츠 업체에 부탁하여 국내에서 인기 있는 해외 콘텐츠의 복사본을 떠서 담아놓은 국내 서버(즉 “캐시서버”, 아래 그림에서 파란색 구름 모양)를 자신의 망에 연결해놓는다.

002

그 이유는 이렇다. 접속료는 접속 용량에 비례하여 내는데 국내 이용자들이 많이 해외 콘텐츠에 접속할 때마다 국내 망사업자는 상위 망사업자(그림 중앙의 Tier 1 중 왼쪽)로부터 확보해야 하는 접속 용량이 늘어날 수밖에 없고 접속료도 많이 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캐시서버가 있으면 많은 트래픽이 위 그림의 파란색 루트를 통하지 않고 연두색 루트를 통하므로 국내 망사업자는 상위 망사업자에게 내는 접속료를 아낄 수 있다. 결국 자신의 필요에 따라 설치한 것이다. 해외 콘텐츠 사업자도 자신의 콘텐츠가 현지 망사업자에 내야 하는 접속료를 역시 아낄 수 있으니 마다할 이유가 없다.

국내 망사업자들은 국내 콘텐츠에 관해서는 캐시서버를 설치하지 않는다. 국내 콘텐츠와 국내 이용자들을 중계해줄 때는 해외 접속용량을 확보할 필요가 없고, 캐시서버 설치로 절약할 중계접속료 자체가 없으니 캐시서버를 설치하는 의미가 없기 때문다.

그런데 국내 망사업자들이 이렇게 자신의 필요에 따라 설치한 캐시서버와 자신의 망과의 접속료를 이제와서 달라고 하면 해외 콘텐츠 사업자 입장에서는 쉽게 거부할 수 있다. 그냥 원래 루트(위 그림의 파란색 줄) 대로 Tier2, Tier1을 통하자고 하면 되는 것이다. 사실 해외 콘텐츠 사업자가 자신의 지역 망사업자에 내는 접속료에서 한국 이용자의 접속 때문에 발생하는 접속 용량은 얼마 안 되기 때문에 충분히 그럴 수 있다. 물론 해외 콘텐츠사업자도 캐시서버를 꼭 쓰고 싶다면 돈을 낼 수는 있다.

그러나 국내 망사업자가 해외 콘텐츠 사업자로부터 캐시서버 접속료를 받기 시작하면 망중립성 원리에도 어긋난다. 망중립성 원리란 인터넷은 모두가 서로의 정보를 상호전달해주는 상부상조의 약속으로 묶여 있으니 정보를 전달해주는 대가는 없고 물리적 접속을 유지하는 비용만 있다는 원리를 말한다.

이미 국내 망사업자들은 자신에 접속하는 국내 이용자에게 해외 콘텐츠와의 중계에 관해서 돈을 이미 받았다(!) 해외 콘텐츠 사업자로부터 국내 이용자와의 중계 명목으로 별도의 돈을 받는다는 것은 이중으로 돈을 받는 것이며, 결국 정보전달에 대한 대가를 받는 것과 마찬가지가 되어버린다. 새롭게 설치된 캐시서버는 자신의 필요에 따라 설치된 것이니 그 대가로 돈을 달라고 할 수는 없다.

캐시서버는 자신의 '접속료'를 절약하기 위해 설치한 것임에도 이에 대해 돈을 내라는 것은 국내 사용자와 해외 콘텐츠 사업자에 이중으로 돈을 받는 것과 마찬가지다.

캐시서버는 통신사 입장에서도 자신의 ‘접속료’를 절약하기 위해 설치한 것임에도 이에 대해 돈을 내라는 것은 국내 사용자와 해외 콘텐츠 사업자에 이중으로 돈을 받는 것과 마찬가지다.

논거가 부족해서 그러는 것인지 국내 망사업자들은 캐시서버 접속료를 달라고 할 때 꼭 국내 콘텐츠 사업자와의 역차별을 이야기한다. 그런데 아래 그림에서 보듯이 해외 콘텐츠 사업자가 캐시서버를 설치함으로써 얻는 것은 국내 이용자와의 소통(아래 그림에서 하늘색 화살표)이지만, 국내 콘텐츠 사업자가 인터넷 접속료를 내서 얻는 것은 전 세계 단말들과의 연결(분홍색 선 전부)이다. 처음부터 비교불가한 것이라서 차별을 말할 수도 없다.

망중립성

사실 ‘망 이용료’란 말이 나온 것도 결국 역차별론을 위해서 나온 것이다. 하늘색 선은 캐시서버 중계접속료이고, 분홍색선 전부는 인터넷(전체) 접속료이며, 이 둘은 완전히 다르다. 이렇게 원래 서로 다른 둘을 비교 대상으로 삼아 차별이라고 부르려 하니 더 넓은 개념이 필요했던 것 아닐까? 다시 말하지만 ‘망 이용료’를 내는 것이 아니라 각자 캐시서버 중계 접속료를 내고, 인터넷 접속료를 내면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 인터넷 접속료는 왜 이리 비쌀까 

그럼 엄청난 액수의 인터넷 접속료를 내고 있는 국내 콘텐츠업자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나라 인터넷 접속료를 낮춰야 한다.

앞서 인터넷은 원래 ‘쓴 만큼 내는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었다. 마치 거울들을 세워 놓고, 그 사이에서 빛이 왔다갔다 하면 아무런 비용이 들지 않는 것처럼 단말들이 접속된 상태에서 전자기신호가 왔다갔다 하는 것은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 단지 접속을 유지하는 비용만 접속 용량에 비례해서 내면 되는 것이지 그 접속 지점을 통해 얼마나 많은 신호가 오갔는지는 마치 거울에 빛이 얼마나 반사되었는지 따지는 것처럼 무의미한 일이다. 어차피 모두가 서로의 신호들을 전달해주는 체계라서 돈을 낼 사람과 받을 사람이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다.

거대 미러볼에 비친 사람 수에 따라서 돈을 받는다고?

거대 미러볼에 비친 사람 수, 건물 수에 따라서 돈을 받는다고?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유선 인터넷에서도 일찌감치 종량제를 시행하고 있다. 바로 2016년부터 시행된 발신자 종량제 상호접속고시 때문이다. 즉, 망사업자들 사이에서는 ‘발신자 종량제’ 원칙에 따라 정보전달료를 주고받도록 요구하였다.

그 결과, 망사업자들이 좋은 콘텐츠를 자신의 네트워크에 유치하기를 꺼려하게 되었다. 왜냐하면 좋은 콘텐츠를 유치하게 되면 다른 망사업자 소속 이용자들이 그 콘텐츠에 접근하면서 자신의 망에서 외부 망으로 ‘발신’하는 데이터량이 늘어나게 되고, 이에 비례하여 정산을 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망사업자들 사이에 경쟁이 없어지면서 인터넷 접속료가 엄청나게 비싸지게 되었다. 2017년 3사분기 1Mbps 중간값 기준 서울에서 인터넷에서 접속하면 $3.77 인데 파리의 8.3배, 런던의 6.2배, 뉴욕의 4.8배, LA의 4.3배, 싱가폴의 2.1배, 동경의 1.7배이다. 서울은 시드니처럼 지리적 소외성이 없음에도 그러하다.

인터넷 접속료 국제 비교

인터넷 접속료 국제 비교

위 표는 접속 용량에 비례해서 계산되는 접속료를 말하는 것이다. 그런데 어떤 경우 망사업자들은 콘텐츠 제공자들에 발신자 종량제의 부담을 떠넘기기도 한다. 즉, 콘텐츠 제공자에게 직접 종량제를 적용하기도 한다. 콘텐츠 제공자 입장에서는 인터넷에 어차피 정액제로 해도 위에 표에 나온 것처럼 비싸니 종량제가 더 나을 수도 있겠다. 그러다보니 아프리카TV 같은 곳은 1년 영업 이익(약 150억 원)을 몽땅 인터넷 접속료로 망사업자에 지불한다.

네이버(2016년 영업이익 1조 원에 인터넷접속료 734억 원), 카카오(같은 해 영업이익 1,000억 원에 인터넷접속료 약 300억 원)도 인터넷 접속료 부담이 상당한데 이들도 아프리카TV처럼 이용자에게 공짜 서비스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비싼 국제전화 대신 쓸 수 있는 보이스톡이 우리에게 무료인데, 이에 대해서 카카오가 종량제로 인터넷 접속료를 망사업자에 낸다고 생각해보자. 카카오는 보이스톡을 무료로 유지하기 힘들 것이다.

망중립성 원칙이 폐기되면 실제로 이런 사용하는 서비스와 콘텐츠마다 차등(차별)해서 돈을 내야 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망중립성 원칙이 폐기되면 실제로 이런 사용하는 서비스와 콘텐츠마다 차등(차별)해서 돈을 내야 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콘텐츠 제공자들에게만 그런 것이 아니라 이용자에게도 종량제를 적용할 수도 있다. 캐나다에서는 2011-12년에 대형 망사업자들이 자신의 망을 통해서 가정이나 기업에 인터넷 접속을 제공하는 중소망사업자들에 부과하는 망 이용대가를 종량제로 하겠다고 선언한 적이 있었다.

이렇게 돼버리면 중소 망사업자들도 어쩔 수 없이 종량제를 이용자들에게 부과할 수밖에 없게 되어 이용자들 70만 명이 서명운동을 벌여 대형 망사업자들의 계획을 취소시킨 바 있었다. 캐나다 소비자들이 이렇게 열심히 싸운 이유는 인터넷에서 정보를 찾아볼 때마다 또는 정보를 업로드할 때마다 그 양에 비례해서 돈을 내는 것은 자신들의 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를 침해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물론 캐나다의 소비자들은 자신이 직접 내는 접속료가 높아질까봐 싸운 것이다. 우리나라 가정용 인터넷 접속료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이다. 아파트 등을 중심으로 모여서 살기 때문에 배선 비용이 적게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업용 인터넷 접속료가 높아지면 그 기업들이 무료로 제공하는 서비스들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당장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 동선을 제공하는 민간 코로나 앱은 막대한 ‘망 사용료’ 때문에 언제 서비스가 사라질지 모른다. 아니 실제로 초기 서비스 앱들이 지금은 사라지고 없다(참조 기사).


  1. Internet Service Provider

  2. Content Provi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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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박경신
초대필자, 오픈넷 이사

오픈넷 이사. 고려대학교 법학대학원 교수.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 [진실유포죄], [호모 레지스탕스] 등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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