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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x type=”note”]소셜 서비스 기업 유저스토리랩이 다음카카오로부터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유저스토리랩은 창업한 지 6년이 된 벤처기업입니다. 벤처기업과 6년 차 그리고 투자라는 단어의 조합에서 어색함을 느끼는 분들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인생과 비즈니스에 한여름밤의 꿈처럼 초단기로 이룰 수 있는 대박만 있는 게 아니라면 잘 버티고 잘 헤쳐나가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유저스토리랩 정윤호 대표의 소회를 소개합니다. (편집자)[/box]

서비스 기획자로 일하던 태터앤컴퍼니(대표 노정석/김창원)가 2008년 구글에 인수되었다. 태터앤컴퍼니는 여느 벤처기업보다 열정적이었고, 스무 명 남짓한 동료들은 서로를 믿고 각자 자신들이 가진 역량을 충분히 발휘했으며, 서로에 대한 믿음이 두터웠다. 태터앤컴퍼니가 약 2년 정도의 시간 만에 세계 최고의 IT 기업에 인수되는 과정을 함께 했고, 지켜보았다.

내가 창업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태터앤컴퍼니에서 일하며 바로 옆에서 노정석 대표와 김창원 대표를 봤기 때문이다. 꿈을 현실로 만들어내는 과정을 볼 수 있었다. 열정 넘치는 동료들과 함께 “일”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겪고 나면 그저 사는 대로 살 수가 없다.

태터앤컴퍼니가 구글에 인수된 후 얼마 되지 않아, 나는 태터앤컴퍼니의 기획자 한 명(김봉간, 현 부사장)과 개발자 한 명(고빈섭, 현 CTO), 그리고 첫 번째 직장이었던 오마이뉴스에서 함께 일했던 개발자 한 명과 함께 2008년 9월 유저스토리랩(userstorylab.com)을 창업했다.

나는 서비스 기획에 자신이 있었고, 우리 팀은 열정적이었다.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우리에게 성공은 시간문제 같았다. 유저스토리랩은 당시 인터넷 서비스 트렌드였던 웹 2.0 전문 회사를 표방하며 웹 서비스를 만들기 시작했다.

길게 잡아도 서너 달이면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던 서비스는 시간이 지나도 나오지 않았다. 내가 창업한 것을 아는 업계 지인들은 “윈도우라도 만드냐”라며 다그쳤다. 회사와 제품이 달성하고자 하는 명확한 목표는 없는 데다 할 줄 아는 게 비즈니스가 아니라, 서비스 개발이다 보니 끊임없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추가하고, 기능을 추가했다. 사실 내가 사업을, 사장을 할 준비가 하나도 안 되었었다는 것은 창업한 지 2년이 다 되가서야 알았다.

그렇게 서비스 개발에 1년 6개월의 시간을 쏟았다. 오픈하지 못한 서비스를 만드는 사람들은 지친다. 동료들 역시 지쳐가기 시작했고, 동료들 간에 갈등도 생겼다. 1년 6개월의 시간이 투입된 서비스는 폐기하기로 했다. 이제 우리에게는 제품이 없었다.

“제품을 만드는 것과 비즈니스를 하는 것은 다르다.”

요즘 후배들에게 가장 많이 하는 이야기이다. 진짜 비즈니스는 고객들에게 제품/서비스를 전달하면서부터 시작된다. 수많은 시시콜콜한 일들과 귀찮은 일들이 기다리고 있다. 제품을 만드는 일은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일이다. 내가 통제하지 못하는 곳에 비즈니스가 있다. 아직 고객들에게 제품을 전달하지 못했다면 아직 비즈니스를 하는 것이 아니다.

무엇을 해야 할 지 답을 못 찾고 있었다. 그 사이 직원은 8명이 넘어갔다. 급여를 줘야 하니 외주 용역도 함께 하기 시작했다. 사실 뭐가 먼저였는지 모르겠다. 월급을 주기 위해 외주 용역을 하기 시작한 건지, 외주 용역을 하기 위해 직원을 늘렸는지. 벤처기업이 택할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그대로 따르고 있었다.

나와 우리의 꿈은 뒤로 밀리고 매달 월급을 주기 위해 친구와 선배들에게 돈을 빌리고 남의 일을 했다. 왜 이 일을 시작했었는지에 대해서 스스로 의문이 들었다. 주위에 잘 나가는 회사의 대표들을 보면 괜히 억울하고, 샘을 냈다.

유저스토리랩 워크샵 중에서 (제공: 유저스토리랩)

하지만 내겐, 우리에겐 서로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동료들이 있었다. 힘든 시간을 버티게 해준 것은 온전히 십여 명의 동료들 덕분이다. 우리 회사의 대부분의 동료는 5년 이상을 함께 해왔다. 이십 대였던 동료들은 이제 모두 삼십 대에 들어섰고, 전부 미혼이던 친구들이 이제 대부분 가정을 꾸렸다.

우리는 외주 용역도 하고, 우리 서비스도 끊임없이 내놓으며, 작은 실패와 작은 성공들을 거듭했다. 그렇게 실패하면 또 새로운 도전을 했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즐거웠다. 새로운 꿈을 꾸고, 새로운 시장과 고객을 탐색했다. 동료들은 여전히 우리 회사의 비전과 신규 서비스들에 대한 내 꿈을 믿고 응원해준다.

벤처기업의 첫 번째 목표는 계속 실패하고 실험하면서도 서로를 북돋고 응원할 수 있는 팀을 만드는 것이다. 아이템은 언제라도 바뀔 수 있다. 당연히 실패할 가능성도 많다. 아니 아이디어의 대부분, 벤처기업의 대부분은 실패한다.

그래서 더욱 중요한 것은 공동창업자와 창업 멤버들이다. 우리의 6년이 그런 팀을 만들어왔던 시간이라 생각한다. 힘든 시간을 함께 잘 버텨냈고, 오늘 다음카카오에서의 투자 유치 소식을 릴리즈했다. 좋은 파트너와 함께 우리는 또다시 시작한다.

앞으로 더 멋지게 비상하는 유저스토리랩을 기대해주시고, 응원해주세요.

[box type=”note”]유저스토리랩에서 모바일 클라이언트 개발자를 뽑는다고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구인 글을 확인해주세요.[/b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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