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후보 캠프에서 뉴미디어 간사를 지낸 진성호 씨가 “네이버는 평정됐고 다음은 손봐야 한다”고 말했던 게 2007년 일이다. 네이버는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편집을 하고 다음은 좀 더 진보적인 성향을 보인다는 평가가 많지만 지난해 9월 더불어민주당 윤영찬 의원의 “카카오 들어오라 하세요” 메시지 논란에서 보듯 서 있는 자리에 따라 풍경이 다를 수밖에 없다. 플랫폼 공정성 이슈는 여전히 뜨겁고 중요한 쟁점이다.
최근 포털 사이트 인기 기사 데이터를 분석하다가 몇 가지 흥미로운 현상을 발견했다. 네이버와 다음 모두 중앙일보, 조선일보 점유율이 급속도로 치솟고 있다. 네이버는 2019년 3월 무렵부터 ‘많이 본 뉴스’에서 중앙일보와 조선일보의 기사 비중이 크게 뛰어올랐고 다음은 2020년 9월부터(공교롭게도 윤영찬 의원 발언 직후다) ‘랭킹 뉴스’에서 연합뉴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들면서 상대적으로 중앙일보와 조선일보의 비중이 높아졌다.
네이버는 윤영찬 의원의 ‘카카오 발언’ 논란 이후 그해 11월 ‘많이 본 뉴스’ 서비스를 중단했다. 그리고 올해 2월엔 ‘실시간 검색어’ 서비스도 중단했다. 그래서 동일한 비교는 어렵지만, 네이버가 언론사별로 공개하는 20건의 인기 기사 목록을 집계해 조회 수 기준으로 ‘많이 본 뉴스’ 50건을 취합한 결과 중앙일보와 조선일보, 두 신문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34.3%에 이르렀다.
3건 중 1건은 중앙·조선일보
네이버가 알고리즘 뉴스 편집을 시작한 게 2019년 4월부터고 다음은 그보다 먼저인 2015년 9월 시작했다. 사람 편집자가 개입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결국 알고리즘도 사람이 만드는 것이고 알고리즘 가중치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를 보여주게 된다. 포털 뉴스 이용 점유율이 89.3%인 나라에서 네이버와 다음, 두 회사에 한국 사회 공론장이 종속돼 있다는 건 심각한 문제다.
MBC [스트레이트]가 두 차례 기획보도에서 포털의 편향성 논란을 지적한 바 있지만, 단순히 진보·보수 이분법으로 접근할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애초 한국에 진보 성향으로 분류할 수 있는 언론사가 많지 않기도 하고 속보 기사 비중이나 이슈 대응, 기사 출고 건수뿐 아니라 네이버의 경우 채널 구독자 수도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알고리즘이 이용자들의 선택을 학습한 결과도 반영될 것이다.
문제는 진보냐 보수냐가 아니라 우리가 보는 세상을 누가 어떻게 구성하고 배치하느냐다. 지난 재·보궐선거 국면에서 포털 인기 기사 가운데 선거 관련 키워드가 담긴 기사를 뽑아봤더니 네이버에서는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한국경제, 연합뉴스, 머니투데이 등 5개 언론사 기사가 67.2%를 차지했다. 다음에서는 뉴스1과 연합뉴스, 머니투데이, 뉴시스, 노컷뉴스 기사가 47.2%를 차지했다. 네이버 독자들과 다음 독자들은 전혀 다른 기사를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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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기사가 한겨레 기사보다 더 많이 노출되고 더 많이 읽히는 이유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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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opcap font=”arial” fontsize=”33″]네이버[/dropcap]부터 살펴보면 중앙일보가 한겨레보다 구독자 수는 30% 정도 많은데 ‘많이 본 뉴스’ 20건의 조회 수 합계는 거의 4배(376%) 가까이 된다. 단순히 구독자 수가 많으니 많이 읽힌다고 볼 수는 없다. 기사 출고 건수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중앙일보는 하루 270건, 한겨레는 하루 133건 정도 온라인 기사를 출고하는 것으로 추산되는데 네이버 톱 50 랭킹 기사는 1,917건과 130건으로 15배나 차이가 난다.
[dropcap font=”arial” fontsize=”33″]다음[/dropcap]에서도 마찬가지다. 애초 기사 배열 이력에 포함된 기사가 중앙일보가 압도적으로 많고, ‘랭킹 기사’에 들어가는 기사도 중앙일보 비율이 훨씬 높다. 지난해 3월 2일부터 올해 4월 30일까지 놓고 보면 기사 배열에 포함된 기사가 중앙일보는 4만 5339건, 한겨레는 2만 2079건으로 두 배 이상 차이 난다. ‘랭킹 기사’는 1,387건과 220건으로 중앙일보가 한겨레의 6.3배나 된다.
이용자가 선택한 결과라고?
네이버와 다음이 애초 보수 편향이라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실력 차이일 수도 있고 이슈를 좇는 포털 뉴스 소비의 특성일 수도 있다. 다만 우리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뉴스 편집을 알고리즘에 맡겼더니 이런 결과가 나왔고, 이런 경향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저널리즘 퀄리티와 별개로 알고리즘 선택을 받는 언론사가 영향력을 확보하고 여론에 힘을 미치는 이런 공론장 시스템이 최선인가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핵심은 어떤 알고리즘도 완벽하지 않으며 알고리즘에 공정성과 객관성을 기대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특히 네이버와 다음처럼 지배적인 포털 사업자들은 이들이 이슈 흐름과 편향, 의제 설정에 미치는 영향을 끊임없이 감시받고 검증받아야 한다. 알고리즘 뒤에 숨어서는 안 된다. 여론 다양성을 확보하고 있는가. 발전적인 토론을 만들고 있는가. 저널리즘 생태계를 위축시키고 있지는 않은가. 질문을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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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민언련이 기획한 ‘언론포커스’ 칼럼으로 필자는 이정환 미디어오늘 대표입니다. ‘언론포커스’는 언론계 이슈에 대한 현실진단과 언론 정책의 방향성을 모색해보는 글입니다. 언론 관련 이슈를 통해 시민들과 소통하고 토론할 목적으로 민주언론시민연합이 마련한 기명 칼럼으로, 민언련 공식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민언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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