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비평] ‘가짜 민주주의자’ 한덕수에게 사법적 단죄를 내리다. (유승익 /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 명지대학교 법학과 객원교수) (⌚7분)
최고 권력자가 국가 반역을 실행하려 할 때,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어떻게 행동해야 했을까요? 2026년 1월 21일, 서울중앙지법 이진관 재판부는 12·3 비상계엄이 “국헌문란을 목적으로 한 내란 행위”였음을 명시하며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인정하며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했습니다. 유승익 교수는 이 판결이 ‘위로부터의 내란’에 가담한 행위가 얼마나 중대한 범죄인지 천명한 판결이라 평가하며, 지귀연 재판부와 달리 ‘통치행위’ 법리를 언급하지 않은 것에 주목합니다.
오늘 한덕수 2심 선고가 있었습니다. 재판부는 1심 선고보다 5년이 준 징역 15년을 선고했습니다. ‘오늘’의 2심 선고를 보며, ‘어제’의 1심 판결을 돌아봅니다. 유승익 교수는 한덕수를 세월호 선장에 비유하며 1심 판결의 역사적 의미를 ‘가짜 민주주의자’ 단죄로 평합니다.

최고 권력자가 국가반역을 본격적으로 실행하기 직전이다. 합법성의 모양새를 만들어내기 위해 국무총리와 여러 장관들이 모였다. 권력의 대기실에 모인 대통령의 사람들은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국무총리 한덕수는 내란에 가담하는 선택을 했다.
2026년 1월 21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제33형사부(재판장 이진관)는 2024년 12월 3일 발생한 내란행위와 관련하여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하였다(2025고합1219). 당초 특검 측은 징역 15년을 구형하며 ‘내란우두머리방조’ 혐의를 적용했으나, 재판부는 내란죄의 특성상 종범이 성립할 여지가 없다고 보아 특검이 택일적으로 추가한 내란중요임무종사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이 판결은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받은 최고 권력자가 헌법 질서를 파괴하려 한 이른바 ‘위로부터의 내란(친위쿠데타)’에 가담한 행위가 얼마나 중대한 범죄인지를 역사적으로 천명한 판결이다.
12.3 내란은 친위쿠데타다
이 판결에서 가장 주목되는 점은 12.3 내란에 대한 성격 규정이다. 재판부는 이를 1979년 12·12 군사반란이나 1980년 5·18과 같은 ‘아래로부터의 내란’과 구분하여, 국민이 선출한 권력자와 그 추종 세력에 의한 ‘위로부터의 내란’, 즉 ‘친위 쿠데타’로 규정했다.
이 부분에서 재판부의 관점은 폭넓고 또 날카롭다. 재판부는 친위 쿠데타의 세계사부터 상기시킨다. 많은 경우 친위 쿠데타는 독재와 기본권 침해, 전쟁과 정치 투쟁으로 회복하기 어려운 혼란에 빠진다.
‘아래로부터의 내란’과 비교할 때, 위로부터의 내란은 훨씬 위험하다. 국민에 의해 선출된 권력으로 대통령이 헌법과 법률을 짓밟고 내란을 저지르면 국민의 헌정에 대한 신뢰는 근본부터 흔들린다는 것이다. 실제 12.3 내란 이후 국민저항권, 계몽령, 경고성 계엄, 법원 폭동, 부정선거 음모론 등을 당연시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또한 선진국의 위상을 갖는 대한민국에서 발생한 친위 쿠데타는 개발도상국 시절 발생했던 내란 사건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정치적·경제적 충격을 가한다. 재판부는 과거 내란 사건 판결을 피고인 한덕수에 대한 형을 정하는 기준으로 삼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았고, 내란행위 자체가 단시간에 종료되었다는 피고인 측의 항변에 대해서도 단호한 입장을 취했다.
“이는 무엇보다도 무장한 계엄군에 맨몸으로 맞서 국회를 지켜낸 국민의 용기에 의한 것이고, … 일부 정치인들의 노력, 대한민국 역사에 있었던 내란의 암울한 기억을 상기하면서 위법한 지시와 명령에 저항하거나 혹은 어쩔 수 없이 이를 따르더라도 소극적으로 참여한 일부 군인과 경찰공무원의 행동에 의한 것이다. 결코 12.3 내란 가담자에 의한 것이 아니다.”
이러한 판시는 일각에 퍼진 내란죄의 결과론적 축소를 일축하고 헌정질서 파괴범죄로서 내란죄의 성격을 명확히 한 것으로 평가된다.
부작위를 통한 내란 가담
이 판결은 이른바 ‘부진정 부작위범’ 법리를 내란죄에 적극적으로 포섭했다. 피고인 측은 비상계엄 선포 계획을 알지 못했고, 내란을 모의하거나 실행행위를 지휘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방어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대법원의 2015도6809 전원합의체 판결을 인용하며, 한덕수의 부작위를 내란의 실행행위로 묶어냈다. 인용된 판결은 세월호 선장 사건이다. 세월호 판결에서 대법원은 선장이 승객을 구호할 조리상, 법령상 작위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방치한 것을 살인(작위)과 동등하게 평가했다.
이진관 재판부는 이를 헌법적 차원으로 다시 풀어냈다. 헌법 제86조 제2항은 ‘국무총리는 대통령을 보좌하며, 행정에 관하여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각부를 통할한다’고 규정한다. 국무총리는 친위 쿠데타의 국면에서 특별한 헌법적 의미를 갖는다.
대통령의 보좌기관이자 행정각부 통할자인 국무총리는 대통령의 위헌·위법한 내란 시도를 방관하거나 조력하는 허수아비 총리가 아니다. 대통령이 내란수괴로서 본색을 드러낸다면(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이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하는 경우를 예정하고 있다), 그 국면에서 국무총리는 헌정의 자원과 제도를 총동원하여 대통령의 폭동을 저지하고 위법·부당한 행위를 할 가능성이 높아진 행정각부를 합헌적으로 통할해야 한다.
국무총리는 ‘대통령의 명을 받는’ 대통령 보좌기관이지만, 내란수괴로서 대통령의 명을 기계적으로 행정각부에 전달하고 관철하는 중간 관리자가 아니다.

그러나 한덕수는 윤석열의 폭동 계획을 인식하면서도 국무회의 부의장으로서 실질적인 토론을 보장하거나 반대 의사를 명확히 하여 사태를 저지하지 않았다. 나아가 행정안전부장관 이상민이 특정 언론사 및 여론조사기관을 봉쇄하고 단전·단수하려는 조치를 논의할 때조차 이를 중지시키기는커녕 문건을 짚어가며 이행 방안을 긴밀히 협의하고 방조했다.
재판부는 국무총리의 이러한 부작위로 인한 법익 침해를 작위에 의한 법익 침해와 동등한 형법적 가치가 있다고 평가했다. 즉 내란중요임무종사 범죄의 실행행위와 같다는 것이다. 위로부터의 내란에서 국무총리는 내란수괴의 명을 따랐다는 주장으로 면책되지 않는다.
재판부는 세월호 선장 판결에 비추어 국무총리 한덕수의 구체적 작위의무를 인정했다. 세월호 선장은 침몰하는 배에서 탈출했고, 한덕수는 내란의 긴급상황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정치적 책임을 망각하고 내란 저지에 실패했다.

절차적 외관 형성과 진실 은폐
윤석열을 비롯한 내란 세력은 자신들의 폭동을 정당화하기 위해 합법을 가장했다. 본 판결은 국무총리였던 한덕수가 이 절차적 외관 형성 과정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음을 정확히 짚어냈다.
한덕수는 윤석열에게 의사정족수(11명)를 채워 국무회의 심의를 할 것을 건의했고, 소집 이유조차 알리지 않고 특정 장관들을 독촉해 불러모았다. 실질적 토론이 전무했음에도 회의가 끝날 때까지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으며, 심지어 계엄 선포 후 대접견실에 모인 국무위원들에게 “참석했다는 의미로 서명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부서(副署)를 종용했다.

한덕수는 계엄 사태가 일단락된 12월 6일, 정상적인 절차를 거친 것처럼 꾸미기 위해 날짜를 ‘2024. 12. 3.’로 소급한 ‘비상계엄 선포문 표지’에 서명함으로써 허위공문서를 작성했다.
한덕수는 사후에 문서를 소급 작성한 사실이 논란이 될 것을 우려해 12월 8일경 행정관에게 폐기를 지시했고, 대통령기록물이자 공용서류인 해당 문건은 윤석열의 승인을 거쳐 무단 파쇄되었다. 또한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문건을 보거나 받은 기억이 없다며”며 위증하기도 하였다.
재판부는 이 행위들을 독립된 범죄이자 유죄로 판단하면서, 동시에 양형의 핵심적 가중 사유로 삼았다. 내란은 우두머리의 일회적 단독행위만으로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집단범죄로서 내란은 합법성의 외관을 만들어내고 기록을 은폐하는 행위도 포함한다. 재판부는 사후 역사의 사초가 될 기록을 훼손하며 거짓으로 일관한 행위도 반헌법적임을 확인한 것이다.
통치행위, 지귀연 재판부와 무엇이 다른가
본 판결에서 유심히 읽어야 할 부분은 통치행위에 관한 부분이다. 통치행위를 (의도적으로) 언급하지 않는 부분을 정확히 읽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윤석열과 김용현 등에 대한 1심 판결(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 재판장 지귀연 2026. 2. 29. 선고 2025고합129 판결)에서 지귀연 재판부는 전두환·노태우의 12·12 군사반란 및 5·18 광주민주화운동(즉, 아래로부터의 내란에 대한 판결 / 대법원1997. 4. 17. 선고 96도3376 전원합의체 판결)을 인용하며 비상계엄이 고도의 정치적·군사적 성격을 지닌 ‘통치행위’임을 원칙적으로 인정하면서, 비상계엄 선포가 ‘국헌문란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행해진 경우에는 법원이 그 자체가 범죄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심사할 수 있다’는 논리를 변주, 반복했다.

반면 이진관 재판부는 이러한 통치행위 법리를 언급하지 않는다. 다만 “헌법질서 아래에서 헌법이 정한 민주적 절차가 아니라 폭력 등의 수단에 의하여 헌법기관의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헌법 또는 법률의 기능을 소멸시키는 행위는 어떠한 경우에도 용인될 수 없다”고 판단하고 판결한다.
비상계엄 선포권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다. 그러나 그것이 민주적 대의제도를 파괴하고 군사력을 동원하여 헌법기관을 봉쇄하는 등 실력행사에 동원된 순간, 통치행위로 보호받을 여지는 제로로 수렴한다. 그것은 그저 ‘국헌문란 목적의 폭동’으로 평가될 뿐이다.
내란 법정에서 피고인과 대한국민이 보아야 하는 판사는 유물과 같은 법리가 저장된 교과서의 지식을 박물학적으로 나열하며 좌고우면하는 ‘고시생-판사’가 아니라, ‘지금 여기’ 대한민국의 현장에서 벌어진 내란행위를 국헌문란 목적의 내란으로 ‘판단’하는 ‘판사’이다.
표면적으로만 충직한 자들
「어떻게 극단적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가」(스티븐 레비츠키, 대니얼 지블렛 저)에는 “표면적으로 충직한(semi-loyal) 민주주의자”가 나온다. 그들은 정장과 넥타이 차림의 주류 정치인으로 언뜻 보기에 규칙을 준수한다. 그러나 이들은 민주주의 암살자와 합세하여,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 민주주의 규칙을 공격하고 민주주의 붕괴에 중추적 역할을 담당한다. 겉으로는 민주주의를 지지한다고 말하지만, 반민주적 극단주의가 등장하면 묵인하고 공모하며 일조한다. 그리고 독재자와 이들 반쯤만 충직한 자들의 연합으로 민주주의는 무너진다.
내란의 밤, 그 권력의 대기실에 모였던 여러 고위 각료들은 이 표면적으로만 충직한 자들이었다. 이 내란 가담자에 대한 사법적 단죄는 내란청산의 전제이며, 한국 현대사에서 언제든 다른 모습으로 반복될 수 있는 내란에 대한 경계가 된다.
이 판결은 대한민국 헌정사에서 이 가짜 민주주의자들을 단죄한 역사로 기록될 것이다.

👨⚖️광장에 나온 판결: 313번째 이야기
⚖ “12.3 비상계엄은 내란”이라고 명시하며 내란중요임무종사자 한덕수에 징역 23년을 선고한 판결
⚖ 서울중앙지방법원 이진관(재판장), 윤이환, 이재준
⚖ 서울중앙지방법원 2026. 1. 21. 선고 2025고합1219 [판결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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