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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4일 시작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 총파업이 1주일 넘게 지속되고 있습니다. 화물연대는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안전운임제 적용 차종‧품목 확대 등을 요구하고 있는데요. 정부는 첫날부터 강경 대응 방침 기조를 보이며 11월 29일엔 시멘트 분야 업무개시 명령을 발동해 노정 간 대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안전운임제와 그 효과 (출처: 화물연대 홈페이지 발췌)

언론 역시 화물연대 총파업을 주요하게 다루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데요. 평소 언론의 노동 관련 이슈 주목도가 낮은 점에서 지금의 뜨거운 관심은 놀라운데요. 한국언론진흥재단 뉴스 빅데이터 분석시스템 ‘빅카인즈’와 주요 신문‧방송 뉴스를 통해 언론이 화물연대 총파업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살펴봤습니다.

총파업-업무개시 명령, 노정 극한 치닫자 언론 보도 증가

화물연대는 10월 22일 비상총회에서 총파업을 결의하고, 11월 14일 기자회견을 열어 ‘24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을 선언했습니다. 즉, 화물연대 총파업은 한 달 전 결정되고, 10일 전 예고된 것입니다. 그러나 언론 보도는 총파업이 시작된 11월 24일과 정부가 업무개시 명령을 발동한 전후 집중됐습니다.

빅카인즈에 ‘화물연대 파업’으로 검색한 결과 총파업 이전 거의 없던 보도량이 11월 24일 428건으로 껑충 뛰었고, 주말에 급격히 줄다가 11월 28일부터 30일까지는 하루 평균 500건대로 올랐습니다. 총파업 당일에서야 커진 언론의 관심은 정부의 업무개시 명령개시 여부로 옮겨갔는데 화물연대 요구와 정부의 원만한 협상에 관심을 둔 건지 의문스러운 대목입니다.

기사 제목, ‘안전운임’보다 ‘물류대란’ 더 많아

11월 24일은 총파업 개시일인 만큼 총파업 돌입 소식과 함께 안전운임제를 포함한 화물연대 요구 등이 주로 다뤄졌습니다. 그러나 428건 기사의 제목 키워드를 살펴보면, ‘물류방해‧물류대란‧물류볼모’와 같은 단어가 많이 등장합니다. 화물연대 파업 관련 보도 제목에서 많이 등장한 키워드를 선정해 11월 24일과 11월 28~30일 기사 제목을 분석한 결과, 11월 24일엔 ‘물류대란’, ‘물류비상’ 등의 표현이 ‘안전운임’보다 더 자주 등장했습니다.

‘파업’은 쟁의행위 중 하나로 노동자들이 자신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업무 수행을 중단하는 것입니다. 화물을 운송하는 화물노동자인 만큼 이들이 파업에 나섰다면 물류가 멈추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단순히 물류가 멈추는 현상을 다뤘다고 해서 문제 보도인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물류대란이 발생했다’며 공포심을 키우고, 화물연대 요구와 상황을 객관적으로 전달하기보다 그로 인한 기업‧업계 피해만 부각한다면 균형 있는 보도로 보기 어렵습니다.

중앙일보 [‘view’ 경제 한파 엎친데…수조원 피해 물류파업 덮쳐] (11월 24일 손해용·강기헌·황수연·전민희 기자), 조선일보 [광양항 입구 봉쇄한 화물연대…물류 수송 전면 중단] (11월 24일 조백건‧김아사‧김관진‧조홍복 기자)이 대표적입니다. KBS [화물연대 총파업…물류 또 차질 빚나] (11월 24일 신현욱 기자), YTN [포항 화물연대 파업 2천여 명 참여…물류 차질 우려] (11월 24일 이윤재 기자) 등도 현상을 나열하는데 그쳤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11월 28일 다음날 국무회의에서 업무개시 명령 발동을 심의한다고 밝히자 이를 제목에 쓴 기사가 대폭 늘었습니다. 11월 24일 33건이었던 업무개시 명령 관련 제목은 11월 28일 97건으로 늘었고, 11월 29일 업무개시 명령이 떨어지자 이날 보도건수(523건)의 절반 가까이(235건)가 업무개시 명령을 기사 제목에 표기했습니다. 업무개시 명령이 떨어지자 화물연대가 적극 반발하면서 다음날인 11월 30일까지 관련 제목을 단 기사가 많았습니다.

파업 1주일째, 언론은 ‘기름 대란’ 집중

파업 1주일째인 11월 30일엔 ‘주유소에 휘발유가 떨어졌다’는 기사가 크게 늘었습니다. 파업 첫 날 주유소 관련 제목의 기사는 2건에 그쳤는데 11월 30일이 되자 39건으로 급증했는데요. 이 역시 파업으로 유류제품 수송이 지연되면서 나타난 ‘현상’이고, 주유소를 이용해야 하는 시민들에게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보도할 수 있지만, 과도한 공포심을 조장한다면 문제입니다.

중앙일보 [수도권 주유소 곳곳 휘발유 품절…‘제2 요소수’ 사태로 번질까 우려] (11월 30일 강기헌 기자)는 중국의 수출 규제로 벌어진 ‘요소수 사태’와 비교하는 제목을 달았고, 동아일보 [“배달 급한데…휘발유 5000원어치 구하려 주유소 3, 4곳 전전”] (11월 30일 변종국‧이승우‧정순구 기자)은 휘발유 품절 주유소를 찾은 사례를 들어 “재고가 떨어진 동네 주유소들이 속출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매일경제 [틈날 때마다 차에 기름 채워야 하나…화물연대 파업에 주유소 휘발유 재고 8일분 남아] (11월 30일 홍주연 기자) 역시 제목에서 기름 품절 사태에 대한 공포심을 불어넣고 있습니다.

이와 달리 휘발유 품절 현상을 다루면서도 세간에 알려진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은 보도도 있는데요. 경향신문 [유류 수송 절반은 파업과 무관…주유소 ‘품절’ 아직은 미미] (11월 30일 박상영 기자)는 “일부 주유소에서 휘발유‧경유가 동나는 상황”이 벌어지긴 했으나 “차량 확보로 석유제품 출하량이 늘어나면서 휘발유와 경유 주유소 재고분은 전날과 같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라고 보도했습니다. 이어 “정유 4사 중에서는 수도권 지역 직영주유소 비율이 높은 현대오일뱅크를 중심으로 품절이 발생”하고 있는데 “정유사들이 자영업자가 운영하는 주유소에 우선 공급을 해 일부 직영주유소에 품절되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겨레 [화물연대 파업으로 전국 주유소 21곳 품절] (11월 30일 김영배 기자)은 “일부 언론이 보도한 ‘전국 품절 주유소 57개소’라는 내용은 유가 정보 사이트인 오피넷에 공개된 주유소 판매가격 정보 중 경유만 취급하는 화물트럭 주유소를 휘발유 품절 주유소로 잘못 이해해 계산한 수치로 정확하지 않다”는 산업통상자원부의 해설을 전했습니다. 경향신문 [화물연대 파업에 전국 품절주유소 21곳…유류 공급수단 총동원키로] (11월 30일 정유미 기자)는 휘발유 품절 주유소 19곳, 경유 품절 주유소 2곳이 “모두 저장용량 대비 판매량이 많은 수도권(서울 17개소, 경기 3개소, 인천 1개소)”이라는 설명까지 덧붙였습니다.

‘불법파업‧업무개시 명령’, 제목만 있고 설명이 없다

노동자 파업 보도에서 흔히 등장하는 ‘불법 파업’ 프레임은 이번에도 반복됐습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업무개시 명령 발동을 예고하며 “불법과 타협 없다”고 밝히자 많은 언론이 이를 제목으로 옮겼는데요. 11월 29일 65건의 기사 제목에 ‘불법’이란 표현이 쓰였습니다. 하지만 왜 불법인지, 실제로 불법 파업이라고 볼 수 있는지 등에 대해선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특히 세계일보 [‘사설’ 불법파업 첫 업무개시명령, 법치 원칙 세우는 계기 삼아야] (11월 29일)는 ‘불법 파업’으로 규정하며 “정부가 국민의 삶과 국가 경제를 볼모 삼아 파업을 벌여온 강성노조에 휘둘린 게 어디 한두 번인가”, “‘말뿐인’ 엄정 대처로는 안 된다. 적당히 타협하고 넘어가면 강성노조는 더욱 기고만장해질 게 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업무개시 명령 보도도 마찬가지입니다. 초유의 업무개시 명령인 만큼 이를 설명하는 내용은 자주 보였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운송사업자나 운수종사자에게 업무개시를 명령하는 것’으로 운수종사자는 명령 전달을 받은 다음 날까지 업무에 복귀해야 하며, 이를 어기면 30일 간 면허정지 또는 면허취소가 될 수 있다는 정도만 언급할 뿐 해당 명령이 가진 위헌성‧위법성을 지적한 보도는 드물었습니다. 오히려 서울경제 [‘사설’ 업무개시명령 발동 노사관계 법치 확실히 세워라] (11월 30일), 조선일보 [‘사설’ 불가피한 업무개시명령, 노동 연금 교육 개혁도 좌우한다] (11월 30일), 서울신문 [‘사설’ 업무개시명령 신속 집행으로 피해 최소화하라] (11월 30일), 문화일보 [‘사설’ ‘노사 법치’ 중대 기로 정부와 국민 의지에 성패 달렸다] (11월 30일) 등은 업무개시 명령에 대해 ‘불가피하다’며 단호하고 신속한 집행을 정부에 요구했습니다.

몬스터 종이신문
정부에 단호하고 신속한 집행을 요구한 언론 사설이 많았습니다. (출처: epSos.de, CC BY)

불법 파업으로 낙인찍고 정부의 업무개시 명령을 그대로 받아쓰는 것으로는 화물연대의 총파업을 조기에 수습할 수도, 근본 문제인 화물노동자의 노동환경을 개선할 수도 없습니다. 노동계와 정부의 싸움을 부추길 게 아니라면 언론은 정부의 불법 파업 주장, 업무개시 명령에 대해 제대로 된 맥락을 전해야 합니다.

노조로 인정하지 않는 정부, ‘노조법 위반’ 주장은 모순

팩트체크 전문매체 뉴스톱은 [‘분석’ 화물연대 파업은 불법?] (11월 30일 선정수 팩트체커)을 통해 화물연대 총파업이 불법 파업은 맞는지, 업무개시 명령이 일으킬 수 있는 논란은 없는지를 상세히 짚었습니다. 뉴스톱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중략) 차량 진출입 봉쇄, 비파업 차량 운송 방해, 지역별 운송거부 등”을 이유로 이번 총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했습니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정부가 ‘불법 파업’에 대응하는 맥락은 쟁의행위가 법적 절차를 갖췄는지, 정치 파업에 해당하는지, 사업장 점거 또는 폭력행위를 수반하는지 등”인데 알려진 것처럼 정부는 화물연대를 노조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불법 파업’으로 보는 접근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화물연대의 “정식명칭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노동자연대본부’”로 “조직 이름으로 봐도 상급단체로 봐도 노조가 명확”하고 “실질적인 활동 사항으로 봐도 노조”라는 것이 뉴스톱 설명입니다. 여기서 한국 노동시장의 문제 중 하나인 기업이 직접고용 부담을 피하기 위해 물류노동자를 개인사업자로 고용해온 관례가 드러나기도 하는데요. 화물연대 파업을 ‘불법’이라고 규정한 것은 애초 노사관계에 해당한다고 보지 않는 정부의 접근과는 모순됩니다.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화물자동차법) 제14조에 명시된 업무개시 명령에 대해서도 뉴스톱은 “규정이 굉장히 모호”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명령할 수 있는 조건인 ‘화물운송에 커다란 지장을 주어 국가경제에 매우 심각한 위기를 초래하거나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제14조 1항)의 근거가 없다는 것입니다. “업무개시 명령은 한국도 비준한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중 ‘강제노동금지’와 ‘직업선택의 자유’를 저해한다는 지적”이 있다고도 짚었습니다. 화물노동자는 자영업자로 분류되는데, 영업을 할지 말지를 국가가 강제할 수 없다는 논리입니다.

불법파업? 업무개시명령의 요건을 충족하나? 

안전운임제 무관심했던 언론, 노조 비판할 자격 있나

올해 화물연대가 총파업에 나선 것은 처음이 아닙니다. 6월 7일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 등을 요구하며 파업에 나섰다가 6월 14일 안전운임제 연장 지속 추진, 안전운임제 품목 확대 등과 관련해 국토교통부와 논의하기로 합의하며 8일 만에 마무리된 바 있습니다. 화물연대는 정부가 ‘6월 합의’를 어겼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안전운임제 품목 확대에 대해선 정부가 논의 초기부터 반대로 일관했고, 국회에서조차 안전운임제 관련 논의가 지지부진해왔다는 것입니다.

언론은 6월 총파업 이후 지금까지 진척되지 못하는 안전운임제 논의에 관심이 없었습니다. 빅카인즈에서 6월 총파업이 끝난 다음날인 6월 15일부터 11월 총파업이 시작되기 직전인 11월 23일까지 ‘안전운임제’로 검색해보니 총 1,102건의 기사가 나왔습니다. 대부분 총파업 즈음에 집중됐고, 7~10월 사이엔 거의 보도가 없습니다. 정부와 화물연대 간 논의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해당 기간 그나마 보도량이 많았던 날은 7월 18일, 9월 28일, 11월 14일인데요. 7월 18일 나온 30건의 보도는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이날 오전 국회의장 주재 원내대표 회동을 갖고 7월 20일 국회 본회의에서 민생경제안정특별위원회(민생특위)를 구성하기로 합의했다는 내용이 대부분입니다. 이날 구성된 민생경제안정특위는 10월 31일을 활동기한으로 하여 안전운임제 외에도 유류세 인하 폭 추가 확대, 납품단가연동제 도입과 부동산 관련 제도 개선, 직장인 식대 비과세 확대 등을 논의하기로 예정한 바 있습니다.

다음으로 보도량이 눈에 띈 9월 28일(15건)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 나선 날입니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민생경제 대응을 강조하며 화물차 안전운임제 유지 및 대상 확대를 언급했습니다. 11월 14일(23건)은 앞서 말한 대로 화물연대가 총파업 예고 기자회견을 한 날입니다.

이렇듯 5개월 간 안전운임제 논의 진척에 무관심했던 언론이제야 나라 경제와 기업 걱정을 하며 화물연대 파업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국회 민생특위는 9월 29일 단 한 차례 안전운임제를 논의하는데 그쳤고, 10월 활동이 종료됐습니다. 국토교통부‧차주‧화주가 참석하는 안전운임위원회는 네 차례 열렸지만, 품목확대 여부 등 주요 쟁점은 논의되지 못했습니다.

안전운임제 지속 논의가 지지부진하고, 이것이 화물연대 총파업으로 이어지는 동안 언론은 무관심으로 일관해왔습니다. 그런 언론이 화물연대 파업을 ‘불법 파업’으로 규정할 자격이 있는지, 정부에 강경하고 엄정한 대응을 요구하고 나선 게 언론의 올바른 역할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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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터 대상:
2022년 11월 24일, 28~30일 뉴스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 빅카인즈에서 ‘화물연대 파업’으로 검색한 기사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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