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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코리아 칼럼] AI와 경쟁하는 첫 세대…’전업자녀’ 청년의 현실. 청년정책의 개혁을 위한 세 가지 제언. (변금선 / 서울연구원 인구변화대응연구센터장) (⏳4분)

88만원 세대, 이태백, N포세대.

지난 20년간 청년을 부르는 이름은 계속 변화해왔다. 이 이름들에는 사회구조의 변화와 새로운 위험이 담겨 있다. ‘88만원 세대’는 저임금 노동과 비정규직 문제를 드러냈다면, ‘이태백’은 높은 청년실업률과 학교-노동시장 이행의 실패를 보여주었다. ‘N포세대’는 청년의 일자리 문제가 주거, 결혼, 출산, 삶의 전망 전체로 확장되었음을 투영한다. 그리고 2026년, 청년은 ‘전업자녀’로 불린다. 청년 고용문제가 악화하면서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기댈 수밖에 없는 청년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자녀는 부모의 경제적 보호 속에서 역량 축적 시간을 확보하고, 부모는 가사나 돌봄 부담을 덜고 고령화에 대비하는 부모-자녀 상호이익을 얻는 세대가 나타났다. 전영수(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이런 새로운 가족 유형을 ‘전업자녀’라고 이름 붙였다. 출처: 한국경제신문.

‘전업자녀’

청년문제의 핵심은 학교를 졸업하고도 바로 일자리에 안착하지 못하는 노동시장 이행의 어려움이다. 15-29세 청년 고용률은 23개월 연속으로 하락하고 있고, 졸업 후 첫 취업에 소요되는 소요기간도 길어지고 있다. 2025년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 청년층 부가조사에 따르면 청년이 최종학교를 졸업하고 첫 일자리를 얻는데 걸리는 평균 기간은 11.3개월이며, 1년 이상 걸린다고 응답한 청년은 31.3%에 달한다(국가데이터처, 2025).

20-39세 청년 중 특별한 사유없이 구직활동을 하거나 취업하지 않은 ‘쉬었음’ 청년은 65만 4천 명(2026년 4월 기준)으로, 2003년 동월(29만 8천 명)보다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청년 인구가 지속해서 감소하는 것을 고려하면 수치로 나타나는 것보다 더 많은 청년이 쉬었음 상태를 경험할 가능성이 크다.

여러 실증 연구들은 청년의 노동시장 이행이 누가 더 오래 준비할 수 있는지, 그리고 이를 지원할 가족자원이 충분한지에 따라 달라짐을 보여준다. 부모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청년은 취업을 미루고 좋은 일자리를 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티이미지.

최근 출생 코호트일수록 20대에 경험하는 학교-노동시장 이행은 더 길고 불안정하며 비선형적인 양상으로 변화하고 있는데, 불리한 가족배경을 가진 청년이 더 분절적이고 불안정한 이행을 경험한다. 즉,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은 청년은 생계를 위한 조기 취업을 유예하고 더 긴 탐색 기간을 가질 수 있는 반면에, 가족자원이 부족한 청년은 저숙련·저임금 일자리로 더 빠르게 진입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청년의 노동이행 어려움이 사회구조적 불평등과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청년 노동시장 이행의 격차. A. 1969-1985년생이 19~29세에 좋은 일자리(중위임금 이상 상용직 일자리)를 가질 가능성을 보여준다. 아버지 교육수준(가족배경)에 따른 차이가 최근 코호트에서 커지고 있다. B. 1980-1996년생이 18-34세 사이에 코호트별 정규직 이행 비율 변화이다. 최근 코호트에서 아버지 직업이 일반기술/단순노무직인 경우 정규직 이행확률이 크게 감소하는 것을 보여준다. 변금선(2018), 하은솔(2026)이 한국노동패널자료를 이용해 분석.

AI에 밀려나는 청년들···부모도 버팀목 되기 어렵다

AI는 청년 노동시장 이행을 다른 방향으로 변모시키고 있다. 기업은 신입사원보다 경력직을 선호하고, AI는 이러한 흐름을 더 거세게 만든다. AI가 모두의 일자리를 똑같이 줄이는 것이 아니라, 경력 초기 청년의 일자리부터 대체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신규입사자인 근속 1년 미만자 중 청년층(15~29세) 비중은 2006년 33.6%에서 2025년 25.2%로 하락했다(경총, 2026). 최근 3년간 청년층 일자리는 21만 1천 개 줄었는데, 이 중 20만 8천 개가 AI 노출도가 높은 업종에서 감소했다(한국은행, 2025).

신규채용 중 청년층 비중 추이. 국가데이터처 ‘경제활동인구조사’.
AI 노출도에 따른 연령대별 고용 증감. 국민연금공단 ‘지역별 고용조사’.


AI 시대에는 청년 누구도 안전하지 않다. 지금까지는 가족자원이 청년에게 더 긴 준비기간을 제공하는 버팀목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AI가 청년의 첫 일자리 자체를 줄이는 상황에서는 부모의 지원도 좋은 일자리를 보장하지 못한다. 전략적으로 이행을 유예하던 중상층 가정의 청년조차 좋은 일자리를 찾기 어려워지고, 더 많은 청년이 원하지 않는 ‘쉬었음’ 상태에 놓일 수 있다.

현행 미취업 청년을 위한 정책은 대부분 부모 혹은 본인의 소득과 자산을 자격 기준으로 대상자를 선별하고, 구직활동과 특정 프로그램 참여를 조건으로 지원한다. 그러나 일자리가 없고 청년 다수가 불안정한 이행의 단절을 경험하는 상황에서 이러한 선별적 정책은 오히려 청년 사각지대를 넓힐 뿐이다.

AI와 경쟁하는 첫 세대를 위한 정책 혁신

AI 시대의 청년정책은 다시 설계되어야 한다. 청년 누구나 안정적으로 미래를 탐색하고 준비할 수 있도록 보편적 정책을 확충해야 한다.

88만원 세대부터 이태백, N포세대까지. 지난 20년간 청년을 부르는 이름은 계속 변화해왔다. 이 이름들에는 사회구조의 변화와 새로운 위험이 담겨 있다. 게티이미지.

첫째, 보편적인 청년 사회안전망을 확충해야 한다. 현재 미취업 청년을 위한 정책은 구직활동을 조건으로 6개월간 월 50만 원의 수당을 지원하는 방식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일자리 자체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구직활동을 조건으로 한 단기 현금지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AI 파고를 버틸 수 있도록 청년 누구나 기본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소득과 서비스를 보장해야 한다.

둘째, 청년이 사회적 역할을 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모든 청년이 AI 개발자나 로봇 전문가가 될 수는 없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 기후위기, 디지털 전환 등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과제 해결과 관련해 청년이 일할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 지역사회 문제 해결을 통해 사회에 기여해 가치를 창출하는 한편, 청년이 사회구성원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보건복지부가 구상하는 ‘청년 참여소득 시범사업’이 좋은 시작이 될 수 있다.

셋째, 산업전환 과정에서 초과이익을 얻는 기업이 사회초년생을 위한 신규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인공지능 전환(AX) 과정에서 청년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을 불가피한 변화로만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청년채용을 미래인재를 키우는 과정으로 인식하고, 관련 경력이나 전공자가 아니어도 일하는 과정에서 배우고 숙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교육도 달라져야 한다. AI 시대에 인간만이 할 수 있는 판단, 관계, 책임, 창의성은 어떻게 기를 것인가. 청년이 기술에 적응하도록 요구하는 데서 그칠 것이 아니라, 기술이 대체하기 어려운 인간의 능력과 사회적 역할을 키우는 교육으로 전환해야 한다.

AI 시대, 우리는 청년을 어떻게 호명하게 될 것인가. AI와의 경쟁에서 설 자리를 빼앗기고 노동시장 바깥으로 밀려나는 청년을 위한 결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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