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최고 공익 어플이다!”
와 진짜 깜찍하고 귀여운데 쓸모 많고 짱 좋은 어플이 나오다니.. 나중엔 이런 거 사람들이 좋다고 모금해서 인건비도 받으면서 일하면 좋겠다. 진짜 올해 최고의 공익 어플이다! 개발자 디자이너 다 멋있다 짱이다!!
집회 ‘초보’를 위한 앱이 나왔다. 이름은 ‘집회시위 제대로’. 헌법에서 보장하는 집회와 시위의 자유와 권리를 ‘제대로’ 누리기 위한 정보를 담은 안내서다. 진보넷에서 만든 첫 번째 공익 앱 ‘집회시위 제대로’ 프로젝트를 처음부터 끝까지 담당한 진보넷 활동가 덩야핑에게 앱의 이모저모를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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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년 10월 6일
- 인터뷰이: 덩야핑 진보넷 활동가
- 인터뷰어: 민노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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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기소개.
진보넷 6년차 활동가 덩야핑이라고 한다. 진보넷에서 기획을 담당한다. 현재는 디자이너가 잠깐 공석이라 디자인도 담당 중이다.
– 덩야핑? 필명이 특이하다.
중국 탁수 선수 ‘덩야핑'(1973~현재. 전성기 시절 8년 세계랭킹 1위, 사진) 사진 중에 나와 똑같이 생긴 사진이 있어서 그때부터 사용하고 있다.
– ‘집회시위 제대로’를 만든 계기는.
진보넷 자원활동가(안드로이드 개발자) 소유 님이 제안했다. 2014년 여름 활동가들이 세월호 집회하면서 간단한 경찰 대응 메뉴얼를 카드로 만들어서 소셜 서비스에 공유한 적 있다. 이걸 보고 소유 님이 아예 앱으로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진보넷 차원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된 것이다.
– 제작 과정은.
2015년 6월에 기획과 제작에 착수. 최종적으로 9월 30일에 완성됐다.
– 제작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일단 진보넷 차원에서는 웹(www)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었고, 앱 개발 경험이 별로 없어서 (– 세월호 알람 앱이 있지 않나? “그건 진보넷에서 진행하긴 했지만, 기획과 서포팅에 ‘참여’한 것이라서”) 이번 프로젝트는 진보넷이 기획부터 컨텐츠 제작과 앱 개발을 총괄하는 차원에서는 첫 프로젝트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별로 힘든 건 없었다. (소 쿨~)
– 그럼 가장 큰 보람이랄까 즐거움이었다면?
자원활동가로 안드로이드 개발자와 아이폰 개발자 두 분이 개발에 참여했고(IT 업계에 종사하는 소유 님과 한기종 님), 집회시위 문제로 오랫동안 활동해 온 활동가들(인권활동가, 연구자, 변호사 등)이 컨텐츠를 만들었다. 이번 앱 제작 작업은 그 두 가지 세계를 연결하는 작업이라고 볼 수 있다.
기존에 세월호 집회 시위와 관련해 소셜 카드를 유통한 분들도 활동가들이었고, 기존에 집회와 시위 매뉴얼 소책자도 만들어서 배포한 경험이 있다. 하지만 이를 앱으로 만들기는 어려웠는데, 서로 다른 문법을 가진 두 세계(활동가와 개발자)를 연결하는 작업 과정 자체에서 큰 즐거움을 느꼈다.
– 자체 평가는?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앱스토어에 올라온 리뷰 평이 좋다. 아주 긍정적인 반응이다. 현재 한국사회 상황을 보면서 집회시위 단순 참여자를 위한 메뉴얼이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는데, 역시 사용자 평을 접하니 그 판단이 유효했다고 본다.
– 쉽게 말해서 만들길 잘했다?
그렇다. 특히 2015년 9월 29일에 경찰이 폴리스라인만 넘어도 현장 검거를 강화하는 집시법 개정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그래서 더더욱 시의적절했던 것 같다.
– 그럼에도 이런 앱을 시민사회에서 굳이 만들어야 한다는 현실은 착잡하다. 이런 앱이 없어도 자유롭게 집회와 시위의 권리가 보장되어야 하지 않나.
집회와 시위를 헌법에서 보장하는 것처럼 철저하게 지키는 ‘정상 국가’는 사실상 지구 상에 현존하지 않는다. 자동으로 당연하게 얻어지는 것은 세상에 없다. 그래서 자기의 권리를 잘 알아야 한다. 더불어 그 권리에 머물지 않고, 확장할 수 있도록 이런 앱은 더 많이 필요하다.
– 한국의 시위 문화와 경찰의 대응은 어떻게 평가하나.
‘집회시위 제대로’ 앱에 한국의 정확한 현실과 그 사실에 관한 우리 제작진의 판단이 자세히 나온다. 독자들도 앱을 보고 직접 판단해주시면 좋겠다. 나 개인적으로 판단하면, 경찰 대응은 엄청나게 과하다고 본다.
– 특히 어떤 점이 과하다고 보나.
경찰 스스로 법에서 정한 것들도 지키지 않는 일이 많고, 곤봉과 방패를 마구 휘두르는 물리적인 폭력도 심하다. 특히 사회적으로 논란이 된 불법 차벽 설치, 불심검문에서 임의동행 관행, 캡사이신을 시위자에게 직접 뿌리는 등의 행태는 있어선 안 되는 공권력 남용이라고 본다.
– 시민들이 ‘집회시위 제대로’ 앱을 어떻게 활용하면 좋겠나.
앱이 만들어진 취지대로, 상황이 급박할 때, 가령 현장에서 경찰과 대치 중이거나 연행됐을 때 자신에게 필요한 내용을 바로 찾아서 쓸 수 있다면 좋겠다.
– 앱과 관련한 에피소드가 있다면.
앞으로 인권침해감시단(인권단체 연대체에서 운영하는 기구)은 형광색 조끼를 입고 집회 현장에서 활동한다. 그런데 형광색 조끼 때문에 집회 참석자들이 경찰과 착각한다고 하더라. 그래서 시민이 항의하는 일까지 있었다고 한다. (웃음) 그래서 조끼를 ‘집회시위 제대로’의 상징색인 주황색으로 바꾼다고 했다. 앞으로 현장에서 주황색 조끼를 보면 좋은 일 하나보다 생각해주시기 바란다.
– 앞으로 업데이트 계획은.
업데이트는 기술적인 것보다는 내용 업데이트가 훨씬 중요하다고 판단한다. 그래서 각 항목마다 최종 업데이트를 날짜를 써놨다. 법이 바뀌거나 판례가 바뀌면 그때그때 바로 반영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 누구보다 내용을 잘 알 텐데 스스로 인상적인 점이 있었다면.
나도 이 앱을 보면서 모르는 내용이 참 많다는 걸 깨달았다. 가령, 건물 옥상에서 ‘삐라'(전단)를 뿌리면 주거침입이 문제가 된다든지 수사 과정에서 반말하고 욕지거리하는 수사관을 교체할 수 있다는 권리가 있다는 사실 등을 처음 알았다. 정보로서도 재밌는 내용이 많다.
– 기술적 업데이트도 중요한데.
안드로이드 개발자는 한 명인데, 안드로이드 단말기는 너무 천차만별이라서 그 점에서 유지와 보수에 어려움이 있다. 앱 개발 경험이 별로 없다고 이야기했는데, 특히 앱에서만 특화할 수 있는 ‘기술적 상상력’이 부족하다는 취지다. 앞으로 이런 점들을 보완해 나가려 노력할 생각이다.
– 얘기를 듣다 보니 도움이 절실한 것 같은데?!
도와주면 좋지. (웃음)
–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아니 참여할 수 있을까?
진보넷 자원 활동 안내 페이지가 있다. 도움을 준다, 참여한다, 이런 것보다는 함께 놀아보자, 이런 컨셉인데, 인터뷰 본문에 링크를 꼭 좀 연결해달라. (웃음)
– 끝으로 독자에게 하고 싶은 말.
우리가 앱을 만든 건 집회 시위에 안 나가는 분들을 집회에 나가라고 독려하기 위함이 아니다. 이미 집회 시위에 나가는 분들이 자신에게 어떤 권리가 있는지 알고, 어떤 위험을 맞이할 수 있는지 알고 임하시길 바라고 만든 앱이다. 그런데 오히려 이 앱으로 인해 집회에 나서는 것이 두렵고, 위축될까 봐 걱정이다.
더 많은 사람이 더 많이 거리로 나오면 우리가 더는 위축하지 않고, 마음껏 우리 이야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그런 분들에게 ‘집회시위 제대로’가 도움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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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시위 제대로 앱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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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우면서도 한편으로 씁쓸한 인터뷰였습니다. 잘 읽었습니다.